공공병원? 그것은 비현실적이다. > News Insight

우리 의료 시스템의 핵심(core)이자 허브(hub)인 메이저 대학병원들이 흔들리고 있다. 이런 상황인데, 이른바 진보를 표방하는 시민단체들은 공공의료원과 공공의대를 설립하자고 한다. 야당도 공공의료원과 공공의대를 세우자고 한다. 그러나 ‘공공’이 세워서 ‘공공’을 위해서 ‘공공’이 운영하는 병원이나 의대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병원과 의대는 지배구조와 운영 주체가 분명히 있다. 을지로 6가에 있는 중앙의료원(메디칼 센터)은 과거에는 중요한 병원이었으나 다른 큰 병원이 많이 생겨서 그 위상은 전과 같지 않다. 6.25 전쟁 후 북유럽국가들의 원조로 세워서 푸른 눈의 닥터들이 진료를 하던 이 병원은 그 후 우리 정부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는 국립병원, 즉 정부병원(government hospital)이다. 

이 세상에 있는 병원은 정부, 대학, 민간자본, 종교단체 또는 독지가(篤志家)의 출연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민간병원과 민간보험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미국의 의료 시스템에서도 정부가 운영하는 병원이 상당히 있다. 국방부가 운영하는 월터리드 육군병원과 베데스다 해군병원은 연방 병원이다. 

가장 큰 도시 뉴욕에는 오래 전부터 시 정부가 운영해 온 병원이 여럿이 있다. 로스앤젤레스에는 LA와 베벌리 힐스 등 주변 도시를 포괄하는 LA 카운티(LA County : LAC)가 큰 병원을 유지해 오고 있다. 남북전쟁 후 LA 카운티가 카운티 병원을 세웠고 남가주 대학(USC)이 의대를 세우자 협약을 맺어서 오늘날까지 같이 운영해 오고 있다. 병원의 공식명칭은 'LA General Medical Center'이지만 ‘LAC+USC Medical Center'라는 별칭으로 불린다. 따라서 LA에는 UCLA 의대가 운영하는 로널드 레이건 병원(Ronald Reagan UCLA Medical Center) 등 여러 병원과 LAC+USC 메디칼 센터를 중심으로 한 병원 시스템이 있는 셈이다. 

LA 카운티 다음으로 큰 쿡 카운티(Cook County)에도 카운티가 운영하는 병원이 있다. 쿡 카운티는 시카고와 주변 지역을 포괄하는 카운티인데, 남북전쟁 전부터 쿡 카운티는 카운티 병원을 유지해 왔다. 쿡 카운티 병원(Cook County Hospital)도 시카고에 있는 러시 의대(Rush Medical School)와 협력해서 오늘날까지 같이 운영해 오고 있다. 유서 깊은 쿡 카운티 병원 건물은 시카고를 무대로 한 영화와 드라마에 나온 바 있으나 낡아서 새 건물로 옮겼다. 

요약하자면, LA 카운티, 쿡 카운티 같은 거대한 카운티 정부가 운영하는 거대한 카운티 병원도 의대와 함께 운영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처럼 의대는 한 나라의 의료 시스템의 구심점(hub)을 이룬다. 의대는 건물과 시설도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인적 자원, 즉 의대 교수다. 의대 교수가 무너지면 의료 시스템의 구심점(hub)이 무너지는 것이다. 

의대 1500명 증원이란 황당하고 불가능한 목표를 내걸고 의대 교수들과 전쟁을 벌이는 무식한 정부는 정말 처음이다. 민주당도 공공의대니 뭐니 하는 황당한 이야기는 그만두어야 한다.

- 사진 (1) : LA 카운티 병원. LAC+USC Medical Center. 

- 사진 (2) : Ronald Reagan UCLA Medical Center. UCLA 병원의 오랜 고객이자 환자였던 로널드 레이건을 기념하기 위해 이름이 이렇게 지었다. 이 외에도 UCLA는 여러 큰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 사진 (3) : 시카고에 있는 쿸 카운티 병원, Cook County Health. 

* County는 우리말로 흔히 군(郡)으로 번역하지만 인구 2만~3만 명에 재정자립도 20%가 안 되는 우리나라 군(郡)과는 비교가 되지 않아서 적절하게 번역을 하기 어렵다.

<ifsPO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