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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벤처업계, 패러다임 전환 통한 글로벌 리더십 확보 시급하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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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7월23일 17시11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18일 11시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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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벤처업계는 지난 30여 년간 눈부신 성장을 이루며 국가 경제의 핵심 동력으로 자리 매김 해왔습니다. 제조업 중심이었던 우리나라의 기업 생태계를 혁신적으로 변화시키며, 새로운 가치 창출의 원동력이 되어왔습니다. 그러나 AI, 빅데이터, 블록체인과 같은 파괴적 혁신 기술의 등장으로 글로벌 기술 환경이 급변하면서, 우리는 이제 단순한 성장을 넘어 근본적인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습니다.

 

과거의 영광과 현재의 도전


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벤처 붐은 네이버, 카카오, 쿠팡 등 수많은 성공 사례를 낳았습니다. 이들 기업은 한국의 IT 산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서면서는 핀테크, 이커머스, 모빌리티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들이 등장하며 벤처 생태계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벤처기업들의 성장은 대한민국 경제에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왔습니다. 2023년 12월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친 상장기업 수는 2,680개에 달하며, 이들의 총 시가총액은 약 2,312조 원에 이릅니다. 벤처기업들이 만들어낸 일자리와 부가가치는 우리 경제의 중요한 축이 되었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의 위치는 아직 미미한 수준입니다. 2023년 12월 기준, 미국의 시가총액 1위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의 시가총액이 약 3,162조 원(2.4조 달러)에 달한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충격적인 현실을 직시하게 합니다. 단 하나의 기업이 대한민국 전체 상장기업의 가치를 크게 상회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 벤처업계가 글로벌 시장에서 얼마나 작은 존재감을 가지고 있는 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입니다.

 

AI 시대의 새로운 도전과 기회

 

기술 주권의 중요성:

AI 시대에는 단순히 기술을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우리만의 독자적인 AI 기술과 플랫폼을 개발하여 기술 주권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국가 안보와도 직결되는 중요한 과제입니다. 특히 언어 모델, 컴퓨터 비전, 로보틱스 등 핵심 AI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에 특화된 대규모 언어 모델을 개발하여 국내 기업들이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또한 제조업 분야의 강점을 살려 AI와 결합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개발하고, 이를 글로벌 시장에 수출하는 전략도 고려해볼 만합니다.

 

데이터 경제의 부상:

AI의 핵심은 데이터입니다. 한국의 강점인 ICT 인프라와 높은 디지털 활용도를 바탕으로,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수집, 가공, 유통, 활용에 이르는 전 과정에 걸친 체계적인 접근이 요구됩니다.구체적으로, 공공 데이터의 개방과 민간 데이터의 유통을 활성화하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동시에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주권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적, 기술적 장치도 마련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분산형 데이터 거래소를 구축하여 안전하고 투명한 데이터 유통 체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수직적 통합에서 수평적 협력으로:

과거의 대기업 중심 수직계열화 모델에서 벗어나, 개방형 혁신과 기업 간 유연한 협력이 가능한 수평적 생태계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기술과 아이디어의 빠른 교류가 가능해지고, 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대기업과 스타트업 간의 전략적 제휴를 장려하고,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구축하여 기업 간 협력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기업 간 인력 이동을 활성화하여 지식과 경험의 교류를 촉진하는 것도 중요한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새로운 성장 전략


초융합 기술 개발:

AI를 중심으로 한 초융합 기술 개발에 주력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AI와 바이오테크놀로지의 결합은 신약 개발과 정밀 의료 분야에서 혁명적 변화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또한 AI와 로보틱스, IoT, 5G 등의 기술을 융합하여 스마트 시티, 자율주행 차량, 지능형 제조 시스템 등 미래 산업을 선도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합니다.

구체적인 사례로,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 산업과 AI를 결합하여 뉴로모픽 칩 개발에 주력하는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이는 저전력, 고성능 AI 시스템 구현에 핵심적인 기술로, 향후 엣지 컴퓨팅과 IoT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글로벌 니치 마켓 공략:

거대 테크 기업들이 장악한 범용 시장 대신, 특화된 글로벌 니치 마켓을 공략해야 합니다. 한국의 강점인 제조업 노하우와 AI를 결합한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 K-뷰티와 AI를 결합한 개인화 화장품 추천 시스템, K-푸드와 AI를 결합한 맞춤형 식단 플랫폼 등이 좋은 예가 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조사와 분석에 더 많은 투자가 필요합니다. 각 국가와 지역의 특성을 철저히 분석하고, 현지화 전략을 수립하여 틈새시장을 공략해야 합니다. 또한 국내 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이 필요합니다.


규제 샌드박스의 적극 활용: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규제 프리존'을 확대하고, 이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경험을 바탕으로 점진적인 규제 개선을 추진해야 합니다. 이는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빠르게 시장에서 검증받고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입니다.

예를 들어, 자율주행차, 드론 배송, 원격 의료 등 신기술 분야에서 규제 샌드박스를 적극 도입하고, 이를 통해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관련 법규를 정비해 나가야 합니다. 또한 블록체인 기반의 디지털 자산, AI 기반의 금융 서비스 등 새로운 금융 혁신 분야에서도 규제 샌드박스를 활용하여 혁신을 촉진할 수 있습니다.

 

인재 유치를 위한 글로벌 허브 조성:

실리콘밸리에 버금가는 혁신 생태계를 조성하여 글로벌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세제 혜택, 주거 지원, 국제학교 설립 등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또한 국내 대학과 글로벌 top-tier 대학 간의 공동 연구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해외 우수 인재들을 위한 특별 비자 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도 필요합니다.

구체적으로, 판교나 마곡 같은 혁신 클러스터를 더욱 발전시켜 글로벌 수준의 연구개발 단지로 육성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 벤처 캐피털 사무소, 글로벌 기업의 R&D 센터 등을 유치하여 혁신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ESG 중심의 혁신:

기술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결합한 ESG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에 주력해야 합니다. 기후 테크, 클린 에너지, 순환 경제 등의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이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에너지 효율화 솔루션, 블록체인 기반의 탄소 배출권 거래 시스템, IoT와 빅데이터를 활용한 스마트 그리드 기술 등을 개발하여 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수 있습니다.

또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소셜 벤처의 육성도 중요합니다. AI를 활용한 교육 격차 해소 플랫폼, 블록체인 기반의 공정무역 시스템, IoT를 활용한 노인 돌봄 서비스 등 사회 문제 해결과 비즈니스를 결합한 혁신적인 모델을 개발하고 지원해야 합니다.

 

결론: 창조적 파괴를 통한 재도약

 

우리는 지금 슘페터가 말한 '창조적 파괴'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 모델에 안주하지 않고, 과감히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합니다. AI로 인한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이 다가오는 이 시기에, 우리는 단순한 추격자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선도자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기업, 학계, 그리고 시민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새로운 혁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각 주체의 역할과 책임을 명확히 하고, 상호 보완적인 관계 속에서 시너지를 창출해야 합니다.

 

정부의 역할:

혁신을 저해하는 불필요한 규제를 과감히 철폐하고, 새로운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법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R&D 투자를 확대하고, 특히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개발에 대한 지원을 강화해야 합니다.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 대한 세제 혜택, 자금 지원, 공공조달 우대 등의 정책을 통해 혁신 기업의 성장을 뒷받침해야 합니다. 글로벌 인재 유치를 위한 비자 제도 개선, 주거 지원 등의 정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기업의 역할:

단기적 성과에 집착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혁신에 투자해야 합니다. 개방형 혁신 체계를 구축하여 외부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합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제품과 서비스 개발에 주력해야 합니다. ESG 경영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구축해야 합니다.

 

학계의 역할:

산업계의 니즈를 반영한 실용적인 연구와 함께,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기초 연구에도 힘써야 합니다. 글로벌 top-tier 대학들과의 공동 연구,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합니다. 창업 교육을 강화하여 학생들의 기업가 정신을 고취시켜야 합니다. 산학협력을 통해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고, 학생들에게 실무 경험을 제공해야 합니다.

 

시민사회의 역할: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열린 자세와 수용성을 가져야 합니다. 책임 있는 소비자로서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한 제품과 서비스를 선택해야 합니다. 기술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사회적 영향에 대해 활발히 논의하고, 건설적인 피드백을 제공해야 합니다.

 

이러한 다각적인 노력을 통해 우리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강점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고유한 강점 활용

 

빠른 기술 수용성: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속도와 높은 스마트폰 보급률을 자랑합니다. 이러한 환경은 새로운 디지털 서비스의 테스트베드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5G 기반의 AR/VR 서비스, IoT 기반의 스마트홈 솔루션 등을 선제적으로 개발하고 상용화할 수 있습니다.

 

제조업 기반: 

반도체, 디스플레이, 배터리 등 핵심 부품 산업에서의 강점을 AI와 결합하여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 기반의 스마트 팩토리 솔루션을 개발하여 제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 

K-pop, K-drama 등 한류 콘텐츠의 글로벌 인기를 AI 기술과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의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I를 활용한 개인화된 콘텐츠 추천 시스템, 가상 아이돌 제작 기술 등을 개발할 수 있습니다.

 

교육열: 

높은 교육열과 우수한 인적 자원을 바탕으로, AI 교육을 강화하여 미래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할 수 있습니다. 초중고 교육과정에 AI와 코딩 교육을 의무화하고, 대학의 AI 관련 학과를 확대하는 등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상상력은 지식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실행력'이 상상력보다 더 중요한 시대가 왔습니다. 대담한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내는 강력한 실행력이야말로 대한민국 벤처업계가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열쇠가 될 것입니다.

우리에게는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이제 그 잠재력을 현실화할 때입니다. 정부, 기업, 학계, 그리고 시민사회가 하나 되어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면, 대한민국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심에 우뚝 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역사적인 전환점에 서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한다면, 대한민국 벤처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는 선도자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성공을 넘어,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필수적인 과제입니다.

함께 힘을 모아 이 도전적인 여정을 시작합시다. 우리의 상상력, 창의력, 그리고 끈질긴 도전 정신이 만들어낼 미래는 분명 우리가 꿈꾸는 그 이상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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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자 장흥순은 ? 

 대한민국 벤처업계 1세대이자 최근 시그넷파트너스(주) 창업해 이끌고 있다.

1998년 세계경제포럼 WEF이 뽑은 차세대지도자 100인에 선정되었고, 2000년 3월부터 제3,4,5대 벤처기업협회 회장을 맡아,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의 기틀을 다졌다. 2008년 서강대 미래기술연구원장을 시작으로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서강대학교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와 서강대학교 전자공학부 특임교수로 활동하면서 미래의 혁신가들을 양성해 온 벤처기업인이기도 하다.

 최근 시그넷파트너스(주)​라는 컨설팅회사를 창업, 인생의 3막을 새롭게 열겠다고 밝혔다. 시그넷파트너스(주)는 △ 스타트업 성장지원 컨설팅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고도화, 투자 유치 지원 등을 이뤄내고 △ 상장기업을 위한 밸류업 컨설팅은 물론 △ 융합기획 컨설팅을 통해 이종 산업 간 연결과 혁신적 비즈니스 모델 발굴 지원 △  특히 최근 부각되고 있는 종합보안 컨설팅을 통해 날로 지능화되는 사이버 위협으로부터 우리 기업들의 소중한 자산과 기술을 지켜내는 데 앞장서겠다는 것이 창업 취지다. 

대통령직속의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 등 정책 자문은 물론 창의산업정책자문단 자문위원 등 과학기술분야 발전에도 기여한 바가 크다.

서강대학교 전자공학과를 졸업하고 카이스트 대학원에서 전기전자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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