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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美) 제47대 대선과 반도체 국제 분업 구조 변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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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25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4월25일 11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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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요약>

2024년 미(美) 제47대 대통령 및 상하원 선거는 미래 국제 정세 및 주력·전략산업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속도와 깊이를 결정할 중대 이슈이다. 반도체산업은 미중 패권 경쟁 기저(基底)의 제일(Primary) 전략 산업으로서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미국의 대중국 견제 및 선단공정 제조 기반의 내재화 전략 기조 유지가 전망되나, 수출 통제의 주체 및 범위, 현지 시설 투자 인센티브, 그리고 핵심 ICT 전방 수요산업(EMS·후공정) 서플라이체인 측면 등에서 바이든·트럼프 행정부 간 차이점이 드러날 전망이다. 과거 30년의 세계 반도체 분업 구조 형성 동력은 비용· 효율·분업(전문·특)화, 즉 경제 논리에 입각한 동북아향 확장 압력(원심력), 미래 30년은 안보· 주권(Sovereignty)·집중(통합)화 등 전략 논리에 입각한 미국향 수축 압력(구심력)이다. 이는 곧 현재 주요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은 물론, 우리 국가 반도체 전략 역시 과거의 인식 틀과 사고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경해야 할 ‘불편한(Uncomfortable)’ 필요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전 세계적인 경제 안보 강화 및 제조 기반 내재화 추세하 전략 자산인 선단공정 제조 시설 국내 확보와 미국향 투자 확대 간 전략적 균형(Strategic Equilibrium)에 대한 민관의 심도 있는 논의가 시급하다. 


1. 서론 


첨단 반도체 제조 시장에 미국이 돌아오고 있다. 지난 2월 26일(현지 시간), 지나 러몬도(Gina Raimondo) 미국 상무장관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초청 강연에서 반도체와 과학법의 성과로 “2030년까지 미국의 선단 공정 반도체 제 조 점유율이 20%에 이를 것”임을 밝혔다. 반도체 최강대국인 미국의 현재 점유율은 놀랍게도 0%다. 미래 전략경쟁의 핵심 린치핀인 인공지능과 반도체 역량에 대한 깊은 우려와 패권 회복에 대한 워싱턴 컨센서스가 함축된 인공지능국가안보위원회 (NSCAI) 최종보고서가 발표된 지 불과 3년 만에 미국은 글로벌 반도체 지형을 재구조화하기 위한 준비를 마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의 패권, 뒤이은 일본의 부침,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제조 주도권으로 분산되던 반도체의 헤게모니는 이제 미국의 귀환으로 다시금 강하게 응축되는 형세다. 그리고 러먼도 장관이 자신있게 천명한 2030년 20%의 점유율은 새로운 글로벌 반도체 지형의 도 래를 알리는 서막이다. 

전 세계의 관심이 집중된 슈퍼 화요일(Super Tuesday) 경선 결과, 모두의 예상대로 바이든-트럼프 재대결이 확정됐다. 올 11월 5일 예정된 제 47대 미국 대통령 선거는 미·중 전략경쟁과 글로벌 반도체 구조 재편의 속도와 범위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글로벌 이벤트다. 특히 높아지고 있는 제 2기 트럼프 행정부 등장의 가능성은 글로벌 반도체산업 지형이 ‘예정된 미래’로 가는 경로의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핵심 변수다. 이에 따라 본고는 현시점에서 미·중 전략경쟁과 반도체에 대한 워싱 턴 조야(朝野)의 흐름을 점검하는 한편, 바이든-트럼프 행정부 간 수출 통제·보조금·관세 등 반도체 산업 정책 비교 전망을 제시한다. 이를 토대로 글로벌 반도체산업 지형의 변화와 함의를 분석하고, 우리 반도체산업에 대한 시사점을 도출한다. 


2. 워싱턴 조야(朝野)의 동향1)


(1) 경제·산업·통상 정책 및 대중(對中) 견제 강화 


미국 제일주의(American First) 및 미·중 전략 경쟁으로 대변되는 제1기 트럼프 행정부는 전체 유권자의 40% 이상 지지를 획득하였고, 이후 민주당 및 바이든 행정부 역시 해당 입장을 수용 즉, 대중 견제 및 전략산업 제조 기반 내재화가 미국의 초당적(Bipartisan) 전략 기조로 자리잡게 되었다. 양 진영의 전술적(Tactical) 차이가 존재할 뿐인데, 이는 곧 ‘디리스킹(De-Risking)’과 중국과의 ‘전략적 디커플링(Strategic Decoupling)’으로 양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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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야드, 하이 펜스(Small Yard, High Fen-ce)’로 요약되는 디리스킹은 중국 수출 제조업으로부터의 이익은 최대한 보호하면서 반도체, 양자 기술,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정밀한 수출 통제 및 국내 제조·혁신 기반 육성으로 기술 경쟁우위를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현재 (2024년 3월) 연방대법원의 후보 자격 인정 판결 이후 야권 유일 후보로 올라선 트럼프 및 관련 주요 인사들의 입장은 보다 강경하며, 최근 중(中) 화웨이(Huawei) 산하 팹리스 하이실리콘(HiSilicon) 설계 및 SMIC 제조 7nm 기린(Kirin) AP가 프리미엄 스마트폰에 탑재되면서 수출 통제의 유효성 및 타당성에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표 1> 참조)로 대표되는 ‘전략적 디커플링’4)은 연방정부 공직자들이 첨단 기술이 광범위하게 보급된 현재, 무수한 제품과 기술 중 통제 품목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어리석다고 지적한다. 과거 외주생산으로부터 시작해 핵심 중간재(내연기관 및 선박 엔진, 반도 체 등)를 대부분 자체 개발·생산해 낸 동북아 국가들의 경험과 능력을 고려할 때 ‘디리스킹’은 사실 상 탁상공론이라는 입장이다. 보다 근본적으로 주로 국가 간 부존자원 차이에 기반한 ‘리카도 식’ 비교우위는 현실 세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으며 실제로는 국가(정부)의 집중적 자원 투입과 육성 노력으로 비교우위가 ‘창출’ 혹은 ‘왜곡’되는 것이 일반 적이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반도체산업에서 중국의 천문학적 보조금, 불공정 무역 관행, 기술 탈취 등에 대항하여 ‘공정한 경쟁 보장’을 위해 보조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정리하면 공화-민주 양 진영의 반도체지원법 관련 전략적 기조는 대체로 수렴하나, 세부 사항 상 차이점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지원 규모를 더욱 증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수면화5)되고 있다. 

 

(2) 2022년 10월 중간선거 이후 미 상하원 동향 

 

2022년 10월 중간선거 이후 상원(민주당) 및 하원(공화당) 주요 위원회에서 역시 양원(Bicameral) 및 민관 입장의 수렴이 관측된다(<표 2> 참 조). 첫째, 수출 통제 범위의 심화·확대 및 동맹 참 여 요구, 둘째, 실물 통제뿐 아니라 금융 투자(In & Outbound), 지식재산(IP) 등 다면적 대중 견제 수단 동원이다. 금년 11월 상하원 선거 결과에 따 라, 후술할 바와 같이 각 부문의 대중국 견제 수위 및 우리에 대한 요구 수준에서는 온도 차를 보일 전망이다. 

상하원 주요 위원회 참석 인사는 위원장 및 주요 연방 부처·기관 수장, 반도체(장비) 기업과 국방부, 학계·협회 전문가 등이며 이들의 입장은 일관적으로 중국 견제 및 국내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 확보라는 국가 전략 목표에 집중되고 있다. 보조금 재원 및 인력 부족, 환경규제 등 여러 난관은 단지 ‘해결해야 할 사안’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해당 부문에서 문제가 발생한다고 하여 미국의 제조 기반 내재화 전략 수정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0b8cd4cec46d4e66c53e455bec6a1a93_1714007 3. 바이든·트럼프 반도체산업 정책 비교와 전망

 

(1) 수출 통제 


바이든 행정부하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품목은 주로 반도체 제조장비(전 공정) 및 인공지능 혹은 데이터센터향 GPU 등 AI 반도체에 집중되어10) 있다. 미국은 최근 일본, 네덜란드에 대한 수출 통 제 강화(기존 판매 장비 수리·유지보수, 포토레지 스트 판매 등) 요구는 물론, 한국과 독일에 수출 통제 압박(장비 부품 위주)을 강화하고11) 있다. 향후 우리 주요 기업이 장악하고 있는 그래픽 DRAM, HBM 등 GPU 관련 소자와 모바일 기기 등에 탑재되는 하이엔드 메모리(10nm 초반/이하 DRAM 및 300단 이상 NAND) 제품군까지 미(美) 주도 다자간 수출통제 품목에 포함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트럼프 집권 시, 주요 공화당 인사들의 입장을 살펴보면 제재 범위 확대 및 수준 심화가 예상되는데, 실물뿐아니라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 등의 중국향 금융 투자, 지식재산(IP) 및 인력 등의 분야가 포함될 수 있다. 중국 내 시설 투자에 대한 포괄적 유예조치(VEU 지위 부여) 관련 운영 시한(時限) 단축 등이 예상되나, 현재 극자외선 (EUV) 장비 도입 금지 및 총량규제가 유효해 3년 이내 레거시화가 불가피한 상황으로 국내 기업의 향후 시설 투자 및 사업 전략이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낮다는 관측이 우세12)하다.

 

(2) 반도체지원법(CHIPS ACT) 인센티브 

 

2022년 7월 ‘반도체와 과학법(CHIPS & SCIENCE ACT of 2022)’ 통과 이후, 상무성은 600 건 이상의 보조금 신청 의향서(Statements of Interests)를 접수하였으며, 선단공정 기업들의 지원 요청 합산 금액은 700억 달러(약 93조 원)가량이다. 그러나 CHIPS 보조금 재원은 5년간 총 390억 달러(약 52조 원), 선단공정 투입 금액은 280억 달러(약 37조 원)에 불과해 주로 인텔, TSMC, 삼성 전자, 마이크론 등 ‘선단공정 제조 기반 확보’라는 미국의 전략적 목표에 부합하는 시설 투자 기업들에 대부분의 재정 지원이 집행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의 CHIPS 인센티브 관련 우려 사항은 첫째, 상기 논의와 같이 당초 예상보다 지원금 규모가 작을 가능성이 있었으나, 삼성전자의 60억 달러 규모 보조금 수혜 전망 보도(추가 투자 예상)13)로 우려가 상당 부분 해소된 상황이다. 지원 패키지는 직접 보조금 외 대출·보증 등 간접 지원 수단도 포함될 수 있다. 둘째, 1970년 환경보호법 근거 환경영향평가(NEPA Review) 및 고용 다양성 요건, 그리고 노동비자(H1B) 수속 대량 장기 지연 등으로 공기 지연 및 시설 가동과 경제성 확보 장애 요인 발생 가능성이다. 셋째, 현재 공화 당 우세 지역이자 국경(Border) 문제로 연방정부 와 갈등 상황에 놓인 텍사스 외 주요 스윙 스테이트인 오하이오, 애리조나 등에 보조금 우선 투입 가능성이다. 해당 지역에는 인텔과 TSMC가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트럼프 집권 시, 자국 기업 편중 지원에 더하여 CHIPS 보조금 관련 ‘새로운 거래 조건’을 제시할 가능성이 있다. 즉, 기존 투자액 대비 보조금 규모 를 낮추거나, 기존 보조금 대비 투자 확대 요구 등이다. 그러나 현 집권당과는 달리 선단공정 제조 기반 확보 목적에 충실하여 상기 환경규제 및 고용 관련 규제는 대폭 완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향후 세액 공제 혜택 자격 요건14)과도 밀접하게 연 관되어 있어 관련 현지 법무·회계법인과 주(州) 정부 및 의회, 관할 행정구역 주요 인사들과 긴밀한 소통 및 협력이 필요할 전망이다. 

 

(3) 수요산업 

 

바이든 행정부와 트럼프 행정부 간 가장 큰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분야는 ICT 최종재 대상 수입관세이다. 바이든 행정부 시기 완만하며 예측가능하게 진행되던 스마트폰, PC, 서버 등 제조기지의 탈중국 및 인도태평양 주요국으로의 이전·분산이 트럼프 행정부 집권 시 추가 미중 무역협상과 함께 급격히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다. 보편관세(10%), 중국의 항구적정상무역관계(PNTR) 혹은 최혜국대우(MFN) 철폐 및 최고 60% 관세율 적용, ‘트럼프 상호관세(Trump Reciprocal Tariff)’ 등 보호무역주의를 내세우고 있는 공화당 진영 집권 시 현재 고율 관세에서 비켜 나 있는15) ICT 최종재 부문의 우리 반도체 기업 판로에 단기 충격이 예상된다. 

한국 반도체산업(메모리·비메모리 합산)의 대중(對中) 수출 비중은 2017년(70.2%) 이후 점진적 하락 추세이나, 2023년 기준 55.4%로 중국 (홍콩 포함)은 여전히 압도적 1위16)이다. 최종 귀 착 수요산업은 2022년 기준 스마트폰 등 모바일 (44.0%), 서버(20.6%), PC(12.7%)17) 등이며, 해당 제품군은 모두 중국의 브랜드 점유율과 제조 점유율이 높다. 다만, 미국 소비자 가격 및 인플레이션, 그리고 대체 공급선 확보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극단적 상황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높지 않으나, 중장기 중국 ICT 수출 제조업의 인도태평양 지역 분산으로 우리 기업의 판로 변화 대응 및 탐색 노력이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공화당 진영에서는 베트남, 말레이시아, 멕시코 등지에서 중국 기업들의 우회 생산 및 수출(Trans-Shipments) 규제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온라인 주요 유통 경로인 아마존, 쉬인, 테무 등 제3자 판매자(Third Party) 플랫폼 판매 축소를 위해 관세 ‘미소규정(De Minims)’ 즉, 관세 면제 한도 금액을 현(現) 미화 800달러에서 대폭 축소하는 등 방식이 거론18)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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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제 분업 구조의 근본적 변화: 확장에서 수축으로 

 

(1) 과거 30년: 경제 논리 입각 확장 국면19) 

 

1979년 미중 수교 및 2001년 WTO 가입을 거치며 저렴한 노임, 정부의 보조금과 토지 및 인프 라 지원 등에 힘입어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하였으며, 미(美) 반도체산업 역시 중화권(중국,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외주 생산을 확대해 왔다. 2007년 아이폰(iPhone)으로 촉발된 모바일 혁명의 폭발적인 판매고(연 13억 대)는 ICT 최종재생산 규모뿐아니라 동북아 반도체 주요 기업의 기술 수준을 비약적으로 향상시켰으며, 팹리스-파운드리 및 소재·부품·장비와 후공정(OSAT) 등 가치사슬 분화 및 전문(특)화 기업 발전의 근본적 배경으로 작용하였다. 중국 중심 ‘공급망 세계화’ 혹은 ‘미중밀월’하 경제성을 입증하면 주요 벤더로 채택되어 급격한 성장 실현이 가능했다. 

정리하면 과거 30년의 국제 반도체 분업 구조 형성의 동력은 비용·효율·전문(특)화 등의 경제 논리이며, 이에 입각한 동북아향 확장 압력(원심 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소련 해체 이후 약 30여년간, 군사 기술로 탄생한 반도체산업에서 중국 및 동북아 기업의 성장은 미국에 안보·패권 위협으로 인식되지 않았다고 해석 가능하다. 과거 분업 구조 형성 및 성숙 과정의 가장 큰 수혜자는 현재 각 가치사슬 단계에서 지배적 위치를 확보한 미(美) 애플 등 빅테크, 엔비디아 등 팹리스, 그리고 대만의 TSMC, UMC 등 파운드리 기업들이다. 

 

(2) 미래 30년: 전략 논리 입각 수축 국면

 

그러나 상술한 미중 패권경쟁 기조하 미(美) 반 도체 전략은 금년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받지 않고 관철될 전망이다. 즉, 미래 30년의 국제 반도체 분업 구조 형성 근본 동력은 안보·주권·통합 (집중)화 등의 전략 논리로 교체되었고, 이에 입각한 미국향 수축압력(구심력)으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양당 반도체산업 입장을 수렴하고, 향후 중국 견제 수단과 범위의 확대·심화 및 미국향 시설투자 확대로 미국이 원래 강점을 가지고 있던 설계·지식재산(IP), 소부장 등 가치사슬의 중심성 (Centrality)이 가파르게 상승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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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곧 미래 국제 정세 및 통상 여건하 과거와 같이 경제성(수율)이 더 이상 가장 중요한 의사 결정 고려 요소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라이트 하이저 등 대중국 강경인사들은 중국뿐 아니라 과 거 일본, 한국, 대만 반도체산업 역시 장기간 정부 의 지원으로 경쟁우위를 확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동일한 방법을 자국에 적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미국의 선단공정 클러스터가 초기 인적자 원, 비용 등 문제가 있더라도 미래 목표한 점유율과 경쟁우위를 확보할 때까지 지원 정책을 이어나가겠다는(Carry-Through) 것이다. 

 

(3) 워싱턴의 ‘End Game’- 미일밀월(美日蜜月)과 신(新) 애치슨 라인 

 

서론에 소개한 바와 같이 미(美) 상무장관 러몬도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주최 반도체지원법 현황보고행사에서 ‘2030년경 미국의 선단공정 반도체 제조점유율 20%를 달성하고, 미국이 첨단 반도체 설계의 유일한 국가가 될 것’임과, 선 단공정 파운드리의 지식재산(IP), 제조(Fabrcation), 소재·부품·장비 등 국내 가치사슬 생태계 완결 의지를 천명20)하였다. 분명히 동북아로부터 첨단 반도체 제조 기반을 상당 부분 회수하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 우리 정부와 기업, 학계와 정책 연구계의 핵심 논의 주제는 첫째, 우선 미국 이 과연 해당 목표를 달성할 역량이 있는지 여부, 둘째, 그렇다면 2030년 이후 국제 분업 구조 재 편의 ‘최종 국면(The End Game)’에서 한국의 역할이다. 우선 미국은 소자 설계(팹리스) 즉 반 도체 수요, 지식재산(IP)과 설계 SW(EDA) 및 소부장에서 압도적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과거 일본 반도체의 흥망과 현재 주요 기업들(반도체 및 소부장)의 경쟁적 미국 내 시설 투자 급증으로 볼 때, 국제 분업 구조 형성의 의사 결정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이고 합리적이다(<그 림 3> 참조). 

반도체 국제 분업 구조를 결정할 ‘신(新) 애치슨 라인’의 존재를 가정하면, 현재 미일 밀월 및 미대 밀착이 부각되는 가운데, 한국은 안보 측면에서 동맹으로서, 반도체산업에서 파트너로서 역할과 가치가 점차 위협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일본은 금번 분업구조 재편을 기회 요인으로 포착하여 자국 내 선단공정 제조기반 확보에 천문학적 보조금을 투입하고 있다. 대만은 미국 내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나, 1월 총선에서 야권의 ‘TSMC 껍데기론’ 이후 2nm 이하 최선단 공정시설은 국내에 확보한다는  입장이며, 역시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고 있다. 

미국의 ‘반도체 방위선’ 획정(劃定) 시, 한국의 생존과 발전을 보장할 유인 마련 방안에 대하여 우리 민관의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5. 시사점 

 

약 30년 세월은 ‘세대(Generation)’ 혹은 ‘시대(Era)’로 인식된다. 한 시대에는 기저에 흐르는 질서와 생존을 위한 행동 원리가 작동한다. 이에 반하는 전략이나 행동은 그 시대를 살아가는 구성 원과 조직의 미래를 앗아가곤 한다. 지금 우리 반 도체산업이 마주한 ‘전략 논리’의 시대는 서로 다른 층위의 세 개 전선(戰線), 즉 미국 민관(Team USA)과의 경쟁, 미일대 신(新)동맹, 그리고 대중국 관계의 재정립으로 규정할 수 있다. 더불어 미국을 따라 경쟁적 보조금 지급 및 국내 기술·원가 경쟁력에 집중하는 대만과 일본, 그리고 우리 반도체산업 전략은 시효(時效)가 얼마 남지않은 ‘과거 시대의 행동 원리’에 과다하게 편중되어 있을 위험이 있다. 

보다 구체적인 화두를 제시한다면 현재 우리 선단공정 파운드리 부문에서 미국과의 가치사슬 밀착도 제고 가능성 즉, 국내 및 미국향 시설 투자 간 전략적 균형(Strategic Equilibrium) 설정 시 미국 투자 비중의 기존 예상·계획 수준 대비 확대 검토이다. 일본, 대만 대비 각기 첨단 소부장 및 선단 공정 파운드리 기술력 열세는 우리 내부의 중장기 기술경쟁력 확보 노력만으로는 상당 기간 극복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미 TSMC에 고착(Lock-In)된 미(美) 주요 팹리스 기업의 물량 수주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인공지능 반도체 및 차량용 소자 등 미래 고성장 신규 고객사 발굴과 수주의 경로 의존성 (Path-Dependency) 및 지식재산(IP) 축적 역시 전략적 고려사항이다. 

 

바꾸어 말하면 21세기 한국 반도체산업의 본격적인 ‘실리콘 밸리 & 힐즈와의 접속(Connection)’ 에 대해 우리 정부와 기업 간 소통과 협력이 필요 한 시점이다. 여전히 지식과 기술의 물매(Slope)는 가파르기 때문이다. 주요 기업은 이미 미국향 시설 투자 확대가 전망되나, 우리 정부의 대미(對美) 산업 협력 기능(지식재산, 인력, 현지 네트워크 자산 등)은 현재 외교부·기재부·산업부 등 여러 부처에 분산되어 있으며, 장기 전략 기획 및 통합 조정 기능을 갖춘 거버넌스의 확립 필요성은 이미 많은 학계·연구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근본적으로 변화한 신(新) 국제 통상 질서를 맞아, 우리 정부 역시 국가 생존과 번영 담보를 위 한 적극적 자기 변화와 혁신 요구 혹은, ‘가보지 않았던 길(Uncharted Course)’에 직면한 상황으로 평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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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산업의 ‘보조금 전쟁(Subsidy War)’과 막대한 시설 투자로 인해, 과잉공급(Over Capacity) 혹은 ‘파운드리 치킨게임’ 가능성 등 우리 주요 기업들의 경쟁 환경 악화가 우려된다. 현재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향 일부 소자 기업 중심으로 반도체 경기 활성화 기대감이 고조된 상황이나, 2024년 전 세계적 선거국면 및 국제 정세 이슈로 ICT 경기 전망의 불확실성 역시 점증 하고 있다. 국내 및 미국 시설 투자의 지속적인 확대 속, 수익성의 급격한 악화(수요 감소 및 수주 단절) 상황 발생 및 장기화 시 운영 비용과 리스크가 높은 현지 시설 투자가 불가피한 우리 기업에 정부 역시 주요국 수준에 발맞춘 국내 직접 보 조금 및 세액 공제 확대, 유사시 유동성 수혈(대 출·보증 등)을 위한 ‘전략산업 비상기금(Critical Industry Contingency Fund)’ 등 리스크 ‘헤징 (Hedging)’ 수단 제공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미(美) 제47대 대선부터 2030년까지 미래 5년 은 반도체산업 태동 이후 다시금 맞이하는 글로벌 분업 구조 재편 과정의 대강이 결정될 시간이며, 주요 국가와 기업의 흥망 역시 갈림길(Crossroads)에 직면할 전망이다. 반도체산업은 이제 기업 간 경쟁이 아닌 국가 간 전장(戰場)이며, 과거 일본 반도체산업의 부침이 오늘날 ‘역사의 변주 (History Does Rhyme)’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특정 산업 및 기업 지원에 대한 여러 문제점은 분명하나 한국의 전략가치 즉, 외교·안보상 생존가치 보장이라는 관점에서 전향적 고려가 필요하다. 경쟁에서 패배하면 협력도 없으며, 다음 기회는 기약하기 어렵다. <KI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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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트럼프 행정부 ‘러스트 벨트’ 지지 기반의 입장은 ‘비용·효율 등 경제논리로 과도한 중국향 제조업 유실이 곧 중산층과 건강한 사회기풍 파괴, 국가 중 장기 혁신 역량 침하의 근본적 원인’으로 요약된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견제 기조 계승에서 확인되듯 이는 미(美) 국내 정치의 상수(常數)화되어, 양 후보의 산업·통상 정책 방향성 수렴 유력설(設)이 주요 언론에서 거론된다. 본고는 미중 전략경쟁을 본격화한 트럼프 행정부 인사 및 공화당 장악 하원 의 통상·반도체 정책 논의 동향을 중심으로 다룬다.  

2)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실제 내각 구성은 상하원 선거 및 인준 절차 등 에 따라 1기 행정부와는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 <표 1>은 경제·통상 (무역) 및 대중국 입장을 대표하는 인사 위주 작성.  

3) 래리 커들로(American First Policy Institute), 케빈 로버츠(Heritage Foundation) 外 공직 취임 시 촬영 공식 프로필 사진.  

4) Robert E. Lighthizer(2023), No Trade is Free, (중국공산당특위 청문 회 발언) Leveling the Playing Field: How to Counter the Chinese Communist Party’s Economic Aggression, 2023. 5, ‘전략적 디커플 링’은 중국과의 경제 교류 전체의 양과 수준을 낮추어야 한다는 입장으로 전반적 무역, 금융 투자(거래) 규모 축소는 물론, 교육·연구개발 등 분야 도 포괄한다.  

5) TECHSPOT(2023), “US Government Seeking a CHIPS Act 2.0 to Properly Fund Domestic Semiconductor Industry”, 2. 22. 

6) U.S. Senate Committee on Commerce, Science, & Transporta\-tion(2023), “Over 100 Lawmakers Call for CHIPS Permitting Re\-form in Final Defense Bill”, 10. 27. 

7) House Armed Services Committee(2023), “Rogers, McCaul, Col\-leagues Urge Action Against Huawei and SMIC”, Press Release, 9. 15.  

8) The Select Committee on the CCP(2024), “The CCP’s INVES\-TORS: How American Venture Capital Fuels the PRC Military and Human Rights Abuses”, 2. 

9) Federal Register(2023), “Elective Payment of Advanced Manu\-facturing Investment Credit, Dept. of Treasury & Internal Revenue Service”, 6. 21.  

10) 최근 미국의 수출 통제 동향은 다음을 참조, 조재한·최민철·김용·김한 흰(2024), “미국 대중(對中) 경제 제재 진화에 따른 전망과 시사점”, 「i- KIET 산업경제이슈」, 제159호, 2월 14일. 

11) Bloomberg(2024), “US Urges Allies to Squeeze China Further on Chip Technology”, 3. 6.  

12) 중국 내 DRAM 제조시설을 운영 중인 SK하이닉스는 우시(Wuxi) 공장 웨이퍼를 이천 공장에서 EUV 공정 진행 후 다시 우시 공장으로 운송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13) Bloomberg(2024), “Samsung Poised to Win Over $6 Billion for Expanded US Investment”, 3. 15.  

14) 반도체 세액 공제를 위해 신설된 미(美) 국세법 섹션 48D는 ‘자격 요건 을 갖춘’ 시설 투자(주로 장비에 해당)에 25% 세액 공제 혜택을 제공, 세 액 공제액이 해당 과세 연도 연방 납세액 초과 시 가동 전 선지급(환급)이 가능하며, CHIPS 보조금과 같이 10년간 대중(對中) 가드레일, 5년 이상 운영 요건이 적용된다.  

15) 2019년 미중 무역협상 이후, 애플사(社) iPhone, 매킨토시 PC는 무관세, 그리고 아이워치와 에어팟은 15% 관세율이 부과되었으며, 일부 생산 캐파(CAPA)가 인도 및 베트남으로 이전하고 있다. 

16) UN Comtrade 기반 산업연구원 연구진 산출. 

17) 박성하 외(2023), 「우리나라 반도체 수요구조의 특징 및 시사점」, 한국 은행 동향분석팀. 

18) 2023년 5월 라이트하이저 청문회 발언(각주 4번 참조), 중국은 7달러 멕시코 50달러, EU 165달러.   

19) 1980년대 플라자 합의 및 미일(美日) 반도체 협정을 상기해 보면, 미국 반도체 전략은 2차 대전 이후 유사한 패턴의 반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생산 부문에서 일정 기능을 타 국가에 위탁 후 대상국 역량의 비약적 향 상 시 과격한 견제로의 선회이다. 하지만 중국과 일본의 경우, 군사·외교 적 관계, 주된 타격 대상 소자·연관 산업, 견제의 궁극적 목적 등 세부 프 로파일(Profile)은 상당한 차이·복잡성을 지닌다.  

20) CSIS(2024), “Secretary Raimondo: An Update on CHIPS Act Im-plementation”,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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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산업연구원(KIET)이 발간한 [월간 KIET 산업경제 3월호] '산업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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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25일 12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4월25일 11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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