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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천의 디지털경제 이야기 <13> 애플은 공정하지 않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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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4월11일 17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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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기소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인공지능의 물결에서 소외되어 존재감을 잃어 가고 있었는데  액운이 겹쳤다. 더욱 더 서러운 것은 갑질을 자행하는 독점기업으로 낙인이 찍혀 버렸다. 

 

애플은 혁신의 대명사였다. 아이튠즈 아이폰 아이패드 앱스토아 등 혁신의 연속으로 이용자들의 찬사와 사랑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했다. 그런데 법무부에 의한 5년 간의 조사 끝에, 경쟁사들의 서비스가 애플 기기와 호환되는 것을 어렵게 만들어 시장 경쟁을 저해시키고, 소비자 가격을 인상시키는 불법을 저질렀다는 혐의를 받게 되었다.  미 법무장관은 “애플이 오늘날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은 기술적 서비스적 우월성 때문이 아니라, 불법적인 반경쟁적 행위 때문”이라고 못 박고, 애플을 기소해 버렸다.

 

애플은 21세기들어  특유의 생태계를 만드는데 전력을 쏟았다. 애플은 iOS라는 자체 운영 체제(OS)를 운영하며, 의도적으로 타사와 호환이 되지 않는 자신만의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같은 애플 기기끼리는 모든 서비스가 물 흐르듯 연결된다. 반면에 경쟁 OS인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의 모바일 기기 또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우 기반의 PC 등과는 단절되도록 설계한 것이다. 이러한 폐쇄적 설계에 기반해 아이폰·맥에서 사용되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유통할 수 있게 하며 30%의 수수료를 받아 거액을 벌기도 했다. 최대한 꼼꼼하게 결합된 생태계는 애플을 지금의 위치로 성장하게 한 가장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로 꼽혀왔다. 

 

IT업계의 성공 불문율은 서로의 기술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타사와의 호환을 통해 생턔계를 만들고 같이 성장하는 전략이었다. 개방 생태계를 만들어 왔다. 윈도우, 인터넷, 리눅스 등등 주요 소프트웨어의 대부분이 이런 개방 생태계 전략을 취하여 왔다. 그러나 애플, 정확히 말하면 스티브 잡스의 전략은 반대였다.  생태계 내의 효율성을 선택하고 다른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멀리 했다. 이 같은 아키텍처는 호환성을 최대의 전략으로 하는 윈도우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애플은 기기와 소프트웨어와의 수직적결합을 통해 사용자들에게 간결하고 예측가능한 이용자 경험을 제공한다는 차별적 경영 철학에서 기원하였다. 애플의 밈(유전자)이었다. 애플은 이러한 경영방식으로 세계 최고회사로 등극할 수 있었다. 그런데 미 법무부는 이 같은 애플을 관통하는 유전자를, 그것도 세계 최고의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강력한 경영 문화적 기반을 깡그리 무시해 버린 것이다.  다른 경쟁사의 서비스를 애플 생태계 안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한 것을 지적하며 애플의 생태계가 반경쟁 행위라고 결론 지었다.   

 

애플은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법무부의 주장이 적반하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시장에서 혁신을 무기로 하여 경쟁하며 성장해 세계의 최고 기업으로 성장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당시에는 최고의 혁신 비지네스 모델로 시장에서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빅테크 저승사자’로 불리는 리나 칸 미 FTC 위원장은 주장은 다르다. “AI 분야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일부 (AI) 기업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지 않고 경쟁의 기회, 혁신의 잠재력이 유지되기를 원한다”고 심정을 밝히고 있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필요한 미래의 새로운 경쟁을 도모해야 하기 때문에, 애플과 같은 시장 지배력에 기반한 비지네스 모델은 과거고, 저해 요소라고 판단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1998년 자사가 독점 공급하던 위도우 OS에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끼워팔기하면서 반독점법 소송을 겪었다. 1심에서 윈도우 OS와 응용 분야를 가르라는 기업분할 판결을 받았으나, 항소 끝에 빌 게이츠가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나고, 윈도우를 개방하여 호환성을 제공함으로 재발 방지를 약속해 기업분할을 피했다. 애플도 같은 길을 걸을까? 애플은 사법적 난관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지 주목된다. 결과가 어떻든 미 정부와의 사법적 대립은 향후 경영에 심대한 타격을 줄 수 밖에 없다.  

 

그렇지 않아도 애플은 최근 고전하고 있다. 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는데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독자적 AI 모델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다. 스마트 폰에서 돌아가는 온디바이스 AI 영역에서도 삼성에 밀리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쌓아 올렸던 차별적 혁신과 스티브 잡스의 유산이 송두리째 부정되고 있다. 애플을 창업하고, 대표에서 쫓겨났다가 돌아오고, MS의 빌게이츠에 완전히 밀려 파산지경이던 애플을 되살리고, 세계최고의 혁신기업으로 만들었던 스티브 잡스였다. 그가 없는 애플은 겹처진 난관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전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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