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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류하는 플랫폼법, 어디로 가야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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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2월25일 17시10분

작성자

  • 공명재
  • 계명대학교 교수(경제학박사), 전 한국재무관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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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으면 역사의 죄인이 된다면서 공정위가 독과점 플랫폼 기업들의 반칙행위를 막겠다고 강력하게 추진하던 플랫폼법((가칭)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이 무기한 연기되었다. 사실상 없던 일로 될 상황이다. 당초 법안의 구체적 내용도 드러내지 않고 블라인드 입법으로 무리하게 추진하면서 많은 우려를 낳았다. 

 

플랫폼법의 핵심은 사전지정, 즉 국내 시장의 국내외 대형 플랫폼들을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사전에 지정하여, 이들의 소위 4대 시장 반칙행위를 신속하게 규제한다는 것이다. 4대 시장 반칙행위는 자사우대(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를 경쟁 상품 또는 서비스에 비하여 유리하게 취급하는 행위), 끼워팔기(플랫폼 사업자가 주된 상품이나 서비스와 다른 상품 또는 서비스를 함께 거래하도록 강제하는 행위), 멀티호밍제한(자사 플랫폼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 이용을 금지하는 행위), 최혜대우요구(플랫폼 사업자가 입점 사업자에게 거래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 등 거래조건을 다른 플랫폼 등 유통경로에 비하여 최소한 동등하거나 더 유리하게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행위) 등을 말한다.

 

그러나 이러한 플랫폼법이 제정될 경우 상당한 문제점들이 우려된다.

 

우선 첫째, 우리 플랫폼 기업들에 대한 역차별이다. 플랫폼법의 핵심인 '지배적 사업자 사전지정'을 시가총액이나, 기업규모, 이용자수, 시장점유율 등으로 규제할 경우 공정위가 정하는 규제 상한 이상으로 성장을 추진할 수 없을 것이다. 규제를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성장을 회피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우리 플랫폼 기업들은 그 이상 규모를 키울 수 없게 되어 투자가 크게 위축되고, 혁신 동력을 잃어버릴 가능성이 크다. 

사전지정의 의미는 ‘시장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 지정 되면 시장 획정, 시장지배력 평가, 행위의 위법성 판단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규제하겠다는 발상이다. 시장 반칙행위, 즉 자사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제한, 최혜대우요구 등은 그러한 행위가 이루어진 후, 즉 사후규제가 이루어져야 하지 사전적으로 규제한다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결국 우리 기업들의 플랫폼 생태계 성장이 더뎌져 외국 대형 플랫폼들이 시장을 주도하여 우리 시장을 좌지우지하게 될 우려가 크다. 플랫폼법이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 등 국내 플랫폼만 규율하는 ‘역차별법’이 될 수 있다. 구글, 알리바바 등은 매출, 이용자 수, 시장점유율 등을 국내에 명확하게 공시하지 않고 있는데, 공정위가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공정위가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가? 게다가 플랫폼법이 제정된다고 하더라도 최근 국내에서 앱사용자수 증가율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알리나 테무의 경우 시장지배적 사업자 기준에 아직 충족되지 않기 때문에, 플랫폼법의 적용이 당장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국내 플랫폼만 규제받고 해외 플랫폼은 반대로 무한 성장을 거듭할 수 있다는 얘기다. 현실적으로 애플, 구글이나 유튜브 등 해외 대형 플랫폼에 대한 규제를 하기에도 어려워 우리 플랫폼 기업들만 규제의 울타리에 가둘 가능성이 크다. 

 

토종 브랜드 카페베네의 악몽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2년 공정위가 카페가맹업에 적용한 신규 점포 출점 거리제한에 대해 규제를 시작하면서, 결국 대한민국은 스타벅스의 세상이 되었다. 카페베네는 2008년 설립 이후, 2010년부터 빠르게 매장을 늘려 한때 대한민국에서 가장 점포 수가 많은 커피 전문점이었지만, 공정위가 카페 가맹본부에 대해 기존 매장 반경 500m 이내에 신규출점을 제한하면서 이제는 중소 브랜드가 되었다. 규제의 효과는 ‘100% 직영’ 원칙인 해외브랜드 스타벅스에 돌아갔던 것이다. 

 

둘째, 구글과 애플 등 미국 빅테크 기업들이 일단 제재 대상에 포함되기 때문에 미국과의 통상 갈등이 우려된다. 굳이 우리 플랫폼 생태계 성장을 저해할 수 있는 플랫폼법 제정으로 양국간 우호관계가 훼손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셋째, 플랫폼법 제정 과정에서 공론화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았다. 규제법안의 법제화를 추진할 때는 당연히 사전에 업계나 학계 등과 의견 수렴을 해야 하는데 법 추진이 먼저 이루어지고 사후 의견을 수렴한다는 식으로 불투명하게 진행되었다. 공정위는 문재인 정부 때 추진됐던 ‘온플법(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과 유사하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내용이 공개되지 않았다. 온플법도 플랫폼 사업자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금지하기 위해 플랫폼과 입점업체 사이 표준계약서을 의무화 하는 등 사전 규제가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자사 상품이나 서비스의 우대나 끼워팔기 혹은 멀티호밍, 최혜 대우 요구 등을 금지하고 있는데, 플랫폼법도 이 내용을 담고 있다. 온플법 역시 지나친 사전 규제로 플랫폼 기업의 성장에 방해되고, 플랫폼 혁신 시도가 위축될 수 있고 결국 국내 기업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잘못된 과정은 결국 의도한 결과를 낳지 못할 수 있다.

 

넷째, 플랫폼법은 중복규제이다. 소위 4대 시장 반칙행위는 공정위가 언급했듯이 새롭게 신설되는 규제가 아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 이미 금지되는 행위이다. 공정위는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화 속도가 빠른데 비해 관련조치가 너무 뒤늦게 이루어져서 보다 효과적으로 규율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법 제정시 조사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기존 공정거래법에서 금지되는 행위를 효율적으로 규율하는 것은 공정위의 책임이다. 중복규제를 만들어서 해결할 일이 아니다. 필요하다면 기존 법의 테두리 안에서 공정위가 신속하게 효과적으로 하면 될 일이지, 신속함을 이유로 중복되는 법을 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인력이 필요하면 충원하면 된다. 

 

다섯째, 플랫폼법 제정은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후생감소로 연결될 수 있다. 공정위는 플랫폼법 제정으로 소규모 플랫폼 기업들이 자유롭게 시장에 진입하고 공정하게 경쟁하여 그 혜택이 소상공인과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공정거래법도 시장진입을 막는 행위를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법으로 규제를 만들면서 경쟁을 제한하면 그 피해는 경영악화 등 기업에도 가지만 결국 서비스가 중단되면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후생감소로 연결될 뿐이다. 

 

마지막으로 여섯째,플랫폼법은 우리 플랫폼 생태계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2023년 5월부터 시행된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은 애플, 아마존, MS, 구글, 페이스북, 틱톡 등 해외 빅테크들의 독과점을 막기 위해 제정된 법이다. 우리 플랫폼법이 국내 시장에서 성과를 내는 토종 플랫폼을 규제 대상으로 삼은 데 반해, EU의 DMA는 우리나라처럼 권역 내 눈에 띄는 플랫폼 기업들이 없기 때문에 해외 빅테크 기업들을 견제하여 자국 시장과 기업을 보호하는 것이 주목적이다. 플랫폼법 제정을 하기에 앞서 규제의 대상, 중복 규제의 문제, 소상공인과 소비자들에 대한 실질적 이득의 증가 여부, 우리나라 플랫폼 기업의 현실, 향후 생태계 발전 등을 모두 고려한다면 EU의 디지털시장법(DMA)을 단순히 추종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각국의 상황에 맞춰 우리 실정에 맞는 정책이 이루어져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볼 때 공정위는 표류하고 있는 플랫폼법 추진을 백지화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플랫폼법의 제정이 아니라 공정거래법 안에서 인력문제 등을 보완하여 시장 반칙행위를 신속하게 저지하고 페널티를 부과하는 등으로 소상공인 및 소비자 보호와 후생 증대에 철저를 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규제가 아닌 자유경쟁을 토대로 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시장친화 정책을 펼쳐야 새로운 토착형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생겨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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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2월25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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