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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 입법, 어떻게 되고 있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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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2월20일 17시10분

작성자

  • 옥동석
  • 인천대학교 무역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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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는 재정준칙 제정에 매우 적극적이었다. 2022년 3월 대선에서 공약으로 채택했고, 5월의 대통령직 인수위에서는 국정과제에 포함시켰으며, 9월에는 조속한 입법을 위해 정부입법 대신 의원입법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반대 의지가 확고했기 때문에 재정준칙은 입법되지 못한 채 2024년 4월 총선을 맞이하게 되었다. 민주당은 ‘사회적경제기본법’을 재정준칙과 함께 통과시킬 것을 요구하기도 했으나, 결국 지출을 억제하는 재정준칙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1)

 

다른 한 편으로, GDP대비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 이내로 관리하겠다는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 준수 의지는 상당한 의심을 받기도 한다. 첫째, 윤석열 정부는 출범 직후인 2022년 5월에 막대한 초과세수를 누렸으나 이를 대부분 지출에 충당함으로써 이 비율을 –5.4%로 방치하였다. 둘째, 2023년도 예산안에서는 이 비율을 –2.6%로 편성하며 재정준칙을 준수했으나, 이는 국세수입을 과대추정한 결과로서 최종 결산에서 –3%를 초과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셋째, 2024년도 예산안에서는 이 비율을 –3.9%로 편성하여 재정준칙 준수를 사실상 포기하였다. 넷째, 2024년에 들어와서는 조세지원 정책을 계속 발표하고 있는데, 이에 따라 세수감소와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재정준칙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이러한 모순적 현상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가? 겉과 속이 다른 위선적 행태라 할 것인가, 아니면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을 뿐 재정준칙 준수 의지는 확고하다고 해야 할 것인가? 앞에서 지적한 네 가지 의심의 이면들을 살펴본다면 한국에서 재정준칙이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한 조건들을 가늠해 볼 수 있다. 재정준칙은 허용가능한 재정적자 규모에 대한 아주 단순한 규율이지만, 이를 정치적으로 구현해내는 과정은 매우 험난하고 복잡한 쟁점들을 내포하고 있다. 재정준칙의 이론적 근거는 매우 확고하지만 이를 구현해야 할 정치적 현실은 또 다른 문제인 것이다. 

 

첫 번째 의심은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 직후에 나타난 초과세수 53.3조원의 처리 방법에 관한 것이다. 초과세수는 법정 지방이전 23.0조원, 국채 축소 9.0조원, 일반지출(소상공인 지원, 방역 보강, 민생·물가안정) 21.3조원으로 각각 지출되었다. 만약 53.3조원 전액을 국채 축소에 사용했더라면 관리재정수지는 –3% 한도를 준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19 비상사태는 2023년 5월에 종료되었고 대규모 재해, 경기침체 등에는 재정준칙의 예외가 허용되기에 초과세수를 일반지출에 사용한 것은 재정준칙의 훼손이라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번째 의심은 2023회계연도의 국세수입을 과대추정한 것이다. 확정된 수치에 의하면 2023년도 국세수입은 예산 대비 –56.4조원으로 역대 최대의 오차를 기록하였다.2) 만약 이러한 세수 오차가 없었더라면 관리재정수지 비율은 예산편성 단계에서 –5.1%가 되어 사실상 재정준칙을 위배한 것이다. 따라서 정부가 세수를 의도적으로 과대추계하여 재정준칙의 제약을 회피하고자 했다면 이는 매우 이중적인 태도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2023년 8월의 국회예산정책처 기획보고서에 의하면 예상치 못한 경기변동에서 나타나는 세수오차는 불가피하다.3) 세수오차가 크게 나타났던 이유는 법인세·소득세 등 소득과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증가했고 또 자산관련 세수가 자산시장의 상황에 따라 매우 민감하게 변동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세수오차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며 OECD 주요국들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모든 사정들을 감안할 때 세수를 과대추계하며 재정준칙을 의도적으로 회피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다. 

 

세 번째 의심은 2024회계연도의 예산에서 관리재정수지 비율을 –3.9%로 책정하여 재정준칙을 노골적으로 위배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총지출은 2022년 682.4조원(결산기준) 2023년 638.7조원(예산기준) 2024년 656.6조원(예산기준)으로 변화하였는데, 전년 대비로 볼 때 2023년에는 6.3% 감소하였고,2024년에는 2.8% 증가에 그쳤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4) 2019~2022년 기간 중 총지출(결산기준) 규모가 연평균 12.0%씩 급격하게 증가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는 상당한 지출 감축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더구나 소위 ‘재정만능주의’ 확장재정을 주도했던 민주당이 여전히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더욱 더 과감한 지출 구조조정을 하기는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한국은 2019~2022년에 주요 OECD 국가들과 유사한 정도로 정부지출을 증가시켰지만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재정투입은 한국이 가장 낮았다.5) 이는 한국의 지출증가 상당 부분이 문재인 정부 특유의 재정운용에서 -소득주도성장, 한국판 뉴딜, 다양한 사회적 지원 등- 비롯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만큼 지출 구조조정에 대한 정치적 저항이 현실적으로 상당할 수밖에 없다는 상황을 이해할 필요도 있는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재정준칙 입법안에서 1년 정도의 유예기간이 부칙 조항에 규정되어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이에 의하면 국가재정법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에 편성하는 예산안부터 재정준칙이 적용된다. 예산편성 작업은 매년 3월 예산안 편성지침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재정준칙에 대한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3월 이후에 통과된다면 다음 회계연도 예산안은 재정준칙 준수를 위한 중간적 단계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재정준칙 준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는 2025회계연도 예산안이 될 것이다.

 

네 번째 의심은 2023회계연도의 세수 부족이 매우 컸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하여 정부가 감세 정책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2024년 1월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비과세한도 확대, R&D 비용 세액공제 상향,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 자본시장과 투자 활성화를 위한 감세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국제적인 조세경쟁을 감안할 때 부자 감세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정부는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세제지원이 정부 발표처럼 세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 하더라도 세수 감소는 불가피하고 그만큼 재정준칙 준수에는 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감세는 지출증가와 함께 그 자체만으로는 경제활성화를 위한 총수요 진작 정책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감세에서는 재정준칙 준수를 위해 그 감세에 상응하는 만큼 지출을 감축해야 한다. 다시 말해 총수요 측면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감세의 효과는 상응하는 재정지출 감소의 효과를 상쇄하고도 남을만큼 강력해야만 그 당위성이 인정될 수 있다. 결국 이 네 번째 의심의 해소 여부는 2025회계연도 예산의 재정준칙 준수 여부, 그리고 그 준수를 위한 지출감축의 내용에 따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는 네 가지 의심들을 살펴보며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 의지를 평가하였는데, 21대 국회에서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당이 항상 재정준칙을 반대해 왔다는 사실도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재정준칙 입법안에도 반대했지만 이보다 더 느슨한 형태로 제시된 문재인 정부의 재정준칙도 반대했다. 민주당의 기본 입장은 재정의 경기대응을 위해 더 많은 정부지출이 필요한데 이를 재정준칙을 통해 제한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권력분립의 대통령제에서는 예산권 역시 대통령과 국회 사이에 분립되어 있기 때문에 지금같은 여소야대 국회에서는 행정부 의지가 반드시 관철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재정의 경기대응 효과가 아무리 확실하다 하더라도 재정준칙의 필요성은 이것과 아무런 관계가 없다. 재정운용에는 일정한 규율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에게는 그것이 어떠한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가의 문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만약 명시적인 재정준칙이 없다면 그것은 재정적자 규모를 정치인들의 임기응변에 맡기자는 것과 다름없다. 재정운용에 적용되는 준칙과 규율은 보다 명확하고 보다 투명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대의민주주의의 기본이다. 더구나 국가채무가 늘어나면 미래의 여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기에 허용가능한 재정적자의 한도는 당연히 세대간의 형평성 관점에서 판단되어야 한다. 

 

한국은 2019년부터 연속 6개년 동안 관리재정수지와 통합재정수지가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경우는 1998년 외환위기에서도 2008년 세계적 금융위기에서도 나타나지 않았던 현상이다. 이는 한국에서도 대의민주주의 특유의 재정포퓰리즘이 본격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보다 먼저 1970년대에 이러한 경험을 했던 서구 선진국들은 1990년대에 들어와 재정준칙을 통해 이를 견제하고자 하였다. 역사적 경험에서 볼 때, 이렇게 중요한 재정준칙을 과연 한국에서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을지 여부는 윤석열 정부의 2025회계연도의 예산에 달려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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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중앙일보, “‘운동권 퍼주기’ 비판받는 사경법에…시급한 재정준칙 밀렸다,” 2023.05.22, 그리고 조선비즈, “巨野 버티기에 총선까지… 표류 길어지는 재정준칙 법제화,” 2023.08.17.

 2) 기획재정부, “2023회계연도 총세입·총세출 마감 결과,” 보도자료, 202402.08. 

 3) 국회예산정책처, 「세수오차의 원인과 개선과제」, 2023.08.16. 

 4) 세수감소에 따른 지출감소를 감안한다면 결산기준의 2023년 총지출 금액은 638.7조원보다 더 적을 것이다. 결산기준 금액은 매년 5월 31일의 국가결산보고서에서 공개된다. 

 5) 옥동석, “2024년도 정부예산안,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뉴스인사이트, 2023.09.10, 국가미래연구원 ifsPOST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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