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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천의 디지털경제 이야기 <1> 직업 선택의 위험-AI와 경쟁하지 마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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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1월18일 17시13분
  • 최종수정 2024년01월19일 10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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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도입으로 대체될 위험이 있는 직업군으로 의사가 대표적으로 일컫어지고 있다.  인공지능은 의사가 면담한 환자들의 증상을 기록한 자료를 분석하여 병명을 특정하고, 표준으로 정리된 치료법에 따라 처방을 내릴 수 있다. 또 의료 영상자료를 읽고 정확한 병명과 환부를 지적해 낼 수도 있다. 더욱이 이런 인공지능의 능력이 정확성 면에서 인간 의사들보다 더 뛰어나다는 연구논문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발표들을 인용하여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게 될 거라는 주장이 많다.  

 

컴퓨터 프로그램 중 엑셀이라는 프로그램의 발전과정을 보면 한 직업의 대체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엑셀은 주로 숫자와 장부를 다루는 회계업무에서 착안 되어 개발된 프로그램이다. 비즈니스 업무에서는 1980년대에 개발되어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초기에는 일부 직원들만 사용했으나, 지금은 모두가 사용해야 하는 사무의 필수 기능으로 여겨지게 됬다. 주판을 잘 사용하는 사람들이 필요 없어졌다.  

 

세계적인 컴퓨터 업체인 IBM이 환자들에 맞는 처방을 내리는 인공지능 왓슨을 개발하였다.  이 왓슨 모델은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법에 대해 ‘권고(recommendations)’를 제공한다. 동시에 그 근거에 해당하는 과거의 의학논문들의 결론과, 거기에  이르기까지의 분석과 판단 과정 등도 참고 사항으로 제시한다. IBM사는 이 왓슨이 병원에 설치되면, 의사들의 생산성을 높이고 궁극적으로는 의사들의 역할을 상당 부분 대체 할 수 있으리라 예상하고 엄청난 자본을 투자하여 개발하였다.  

 

그러나 최근 IBM은 왓슨 사업부를 매각 할 수밖에 없었다. 병원과 의사들에게는 기대만큼 큰 도움이 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왓슨의 ‘권고’를 의사들이 활용하여야 하는데, 정확도 면에서 기대에 못 미치기도 하였고, 만족될 때는, 정작 인공지능이 없어도 의사가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 사안이 많았다고 한다. 인공지능의 기능을 의료업계로 확대하여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는 단순 일반화된 예상이 어긋나고 말았던 것이다.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논리는 좀 더 복잡한 검증이 따른다. 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할 수는 있지만 의료행위를 대체하지는 않는다. 인공지능이 영상자료를 좀 더 정확하게  분별하고 병명을 좀 더 정확하게 제시할 수는 있지만, 이러한 인공지능을 권고는 어디까지나  참조할 수 있는 확률적 정보일 뿐이다. 또 환자에게 책임 있는 치료법을 제시하고 처방을 결정하는 것은 의사만이 할 수 있다. 왓슨은 현실에 사용되기에 완벽하지도 못했고 책임성 면에서 의사를 대신할 수 없었다,  

 

챗GPT가 출시되면서 기존 직업군에 대한 위협이 거세졌다.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될 직업군은 의사 외에도 변호사, 교사 등 화이트칼라 전 직업군이 거론 되고 있다. 물론 20~30년 후에 인공지능이 온갖 시행착오를 통해서 발전하고 난 후에는 화이트칼라를 많은 분야에서 대체한다고 전망할 수 있지만, 이것도 어디까지나 예측이다. 인공지능은 틀릴 확률도 있고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또 직업에 주어지는 책임을 인공지능이 대신 할 수도 없다.  

 

경제활동에서 대체라는 말은 새로운 방법이 기존의 방법보다 더 높은 가치(또는 편리성)를 부여할 때 종종 일어난다. PC나 인터넷 등의 혁명적인 정보통신기술이 급속히 전파되면서 기존의 업무나 비즈니스 방식이 대체 되었던 사실은 역사적이다. 인공지능도 이같은 잠재적  위협이 있는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직업의 대체가 현실화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시행착오와 상황에 맞는 비즈니스 모델의 개발, 그리고 사회적 학습과 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직업의 대체라는 자극적 위협이 유난히 강조되는 데는 기술의 혁신적 변화가 있을 초기에 불확실성(uncertainty)이 팽배한 상황에서 과다하게 조장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인공지능은 업무로부터 사회 경제 생활 모든 부분에 급격히 퍼지고 있다. 자신의 직업이 어떻게 될까를 걱정하기보다는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할 수는 없지”라고 다짐하고 지금부터 활용법을 배우고 적용하는 것이 확실한 대응 방법일 것 같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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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24년01월19일 10시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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