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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완식의 생동하는 문화예술 <11> 관광 대국으로 가는 길 ①관광스토리텔링의 이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3년12월17일 19시20분
  • 최종수정 2023년12월17일 22시23분

작성자

  • 전완식
  • 한성대학교 ICT디자인학부 교수

메타정보

  • 11

본문

관광 활성화를 논하는 회의에 가면 이구동성으로 관광 스토리텔링을 말한다. 패키지 관광 보다 개별 관광이 증가하면서 콘텐츠관광이 각광을 받고 있다. 따라서 관광 스토리텔링은 더욱 중요한데 정작 스토리텔링은 되지 않고 스토리 생성에만 열중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바로 잡아본다.

 

스토리텔링(Storytelling)


'스토리(story) + 텔링(telling)'의 합성어로서 말 그대로 '이야기하다'라는 의미를 지닌다. 스토리는 언제나 있었는데 현대 사회에서 스토리텔링이 중요하게 되는 것은 감동을 요구하는 자와 이에 화답하는 화자의 전달력 때문이다. 이에 스토리텔링의 구조와 역할을 정확히 이해해야 올바른 문화 정책을 만들 수 있다. 

스토리텔링이 일어나려면 이야기(story), 청자(listener), 화자(teller)의 3주체가 있어야 하고 청자의 요구사항이 있어야 화자가 그 요구를 반영하여 스토리텔링을 하는 것이다. 이를 좀 더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story) 어느 지역의 전설. 

(listener 요구사항) 그 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이 그 전설에서 남녀주인공의 사랑이야기를 통해 감동을 얻는다.

(teller) 전체 스토리에서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확대 강조하여 이야기한다.

 

디즈니의 신데렐라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였기 때문에 그림 동화에 수록된 원작인 독일 민담 재투성이에 나오는 내용을 거의 차용하지만 신발이 맞지 않아 발뒤꿈치를 자르거나 혐오스러운 내용은 모두 삭제하였다. 이처럼 어린이가 요구하는 안정되고 평화로운 사랑이야기의 요구를 디즈니는 화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한 것이다. 

 

스토리(story) + 텔링(telling)에서 콘텐츠로 들어가게 되면 텔러는 누구인가?


변환이 없는, 마치 책으로 존재하는 것 같은 이야기는 스토리이다. 그런데 청자의 요구에 의해 조금이라도 감동을 더 줄 목적으로 변환이 일어나면 스토리텔링이 되는 것이다. 그럼 '변환자는 누구인가?'를 생각해야한다. 영화로 치면 각색, 감독, 배우, 카메라감독, 조명 연출 등등 모든 스텝이 텔러가 된다. 이들은 스토리를 대상의 요구에 맞게 변환하려는 목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하였으므로 스토리텔러가 되는 것이다. 이를 관광으로 대입하면 어떤 지역에 남녀의 사랑이야기가 있다면 그 스토리를 관광객에게 더 감동을 주기 위하여 남녀의 조각상을 만들고 그 스토리에 부합하는 건물이나 조형물을 만들었다면 스토리텔링이 된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관광지에 가면 스토리텔링의 이해도가 떨어져 말뚝 박고 간판 세워 스토리를 써 놓는다. 이는 그동안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를 발굴한 것이지 스토리텔링이 된 것이 아니다. 


스토리텔링으로 관광수익이 증대될 수 있는 방안의 예시


종로에 가면 ‘송해 길’이 있다. 이곳은 상당히 매력적인 관광자원이 될 수 있는 곳이다. 근본 이유는 ‘송해’라는 대단한 방송인의 삶의 흔적이 있는 곳이고 송해 선생님을 모르는 한국 사람이 없으므로 매우 중요한 관광자원인데 스토리텔링의 수준은 상, 중, 하로 평가하면 ‘하’에 해당한다. 이곳에는 ‘송해 길’이라는 간판 역할을 하는 한옥스타일의 문이 있고 현판이 걸리는 위치에 LED로 ‘여기는 송해길입니다.’가 비춰진다. '송해 선생님과 한옥의 연관성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된다. 관계성은 매우 낮다. 청자가 듣고 싶은 이야기를 안 하는 것이다.

송해 선생님은 코미디언이면서 특히 국민 MC였으므로 마이크나 MC를 연상할 수 있는 조형물에 ‘여기는 송해길입니다.’라고 쓰여져야한다. 길의 중간에는 흉상과 노래비가 있고 본인의 이름이나 사진을 사용함에 로얄티를 받지 않겠다고 공언하여 상점의 간판이나 광고물에 송해 선생님이 여기저기 보이지만 실제 송해선생님을 연상할 만한 콘텐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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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해길에는 ‘전국노래자랑’과 비슷한 구조의 노천 소형 콘서트장이 마련되어 전 세계인 이 이곳에 오면 자기의 노래를 부르거나 남의 노래를 들어 볼 기회를 만든다면 스토리텔링이 된 것이다.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송해 길의 스토리텔링 평가>


송해 선생님이 오래 생활한 종로에서 상인회가 주축이 되어 상가번영과 송해 선생님의 업적을 기리는 목적으로 송해길을 추진하여 송해길 명칭. 흉상·노래비 설치, 송해길 유래 설명 간판. 주변 상가에서 송해 사진과 이름 사용은 되고 있으나 육의전 건물에서 낙원상가까지 240m의 거리에 송해 선생님의 스토리는 존재하나 관광객에게 감동을 줄 시설이나 관광상품은 존재하지 않음. 

영화에서 스토리를 전달하는 텔러는 배우이다. 텔러의 능력에 따라 스토리는 강조될 수도 있고 감소될 수도 있다. 관광지의 스토리텔링은 설명글 간판이 아니라 관광객이 체험하며  감동할 수 있는 시설이나 조형물이다. 송해길의 관광 상품화를 꾀한다면 인사동 입구쪽에 조그만 공연 가능한 공간이 있다. 이곳에 전국노래자랑의 축소 무대를 만들고 누구나 와서 노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송해길의 가치는 올라갈 것이다. 또한, 송해길에는 식당이나 노래방이 많은데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식당이나 노래방의 형태이다. 이를 좀 더 특화시켜 송해 선생님을 연상할 수 있는 음식, 송해 선생님 코스프레를 한 사람들이 운영하는 특화 된 관광상품이 개발되어야 한다. 기념품도 송해 선생님과 연관된 특히 세계인이 좋아할 만한 수준의 기념품을 팔아야 한다. 최소한 ‘송해 안경’이라도 팔아야 한다.

 

맺음말


스토리텔링이 관광에 중요한 화두로 접근하면서 많은 변화가 일어났으나 그 변화는 관광수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 스토리 생성으로 끝난 경우가 많다. 실질적인 관광 수요 증가와 수입으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감동을 위해 스토리를 바탕으로 관광상품을 더 업그레이드하는 모색이 필요하다. 거리에 이름 만들고 산길에 ‘아무개 둘레길’이라고 아무리 써봐도 관광객은 관심이 없다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전국 거의 모든 산과 강가에는 ‘무슨 둘레길’이라고 써 놓고 나무테크 시설을 수억씩 들이고 있다. 이런 것을 아무리 해도 관광객은 안 온다. 동네사람 몇 명이 산책하는 정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책로에 엄청난 세금을 퍼붓고 있다. 짧은 길이나 작은 연못에도 그 곳에서 감동 받아야하는 시설이나 상징물이 있으면 관광객이 몰린다. 세금의 효율적 사용이 절실하다. 그리고 그곳을 방문한 사람들이 감동을 저장할 기념품이 절실하다. 어딜가나 똑같은 효자손과 다보탑은 이제 그만 팔아야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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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2월17일 19시20분
  • 최종수정 2023년12월17일 22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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