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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링크플레이션, 경기침체의 전조(前兆) 아니길 바란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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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23일 17시04분
  • 최종수정 2023년11월21일 10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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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와 공급의 급격한 변화는 가격을 변동시킨다. 농축수산물은 공급의 불안정으로 가격 변동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품목이다. 기후의 변화나 계절적인 요인으로 가격이 불안정해지면 정부는 비축물량을 풀던지 수입을 늘려 수급의 균형을 맞추려 한다. 반면에 쌀처럼 식생활의 변화로 수요가 줄어 가격을 떨어지면 농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높은 가격으로 수매에 나서기도 한다.

 

수요와 공급의 변화가 없어도 재료비, 인건비, 임대료 등의 원가 상승 요인이 발생하면 공급자는 부득이하게 가격을 인상하게 되며, 압박을 받은 소비자가 압박을 감내하면 조정된 균형점을 찾을 것이며, 소비자가 견디지 못하면 소비를 줄이게 된다. 가격 인상으로 소비가 줄어드는 상황이 되면 공급자도 궁극적으로는 힘들어지고 다시 가격이 하락하거나 시장에서 퇴출될 수도 있다. 구제역, 조류독감, 돼지열병, 코로나 등의 전염병으로 소비가 극도로 위축되는 경우에는 사업자가 문을 닫을 만큼 심각한 타격을 받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주택 가격은 국가 정책과 금리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 정권 내내 주택 수요가 과열되어 주택 가격이 폭등한다고 거래허가제, 다주택자에 대한 압박, 신도시 공급 계획 등 온갖 정책으로 가격을 잡으려 해도 못 잡더니, 이제 전세계적으로 금리가 인상되니 대출금 이자 부담으로 미분양이 확대되어 관련된 산업들이 타격을 받고 줄줄이 부도 처리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으면서 가격을 유지 시키기 위한 고육책으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이라는 새로운 현상을 자주 목격하게 된다. 제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용량을 줄이거나 값싼 원료로 대체해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것이다. 물가가 많이 오르니 전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다. 티슈, 요구르트, 커피, 치킨, 과자, 캔 음료 등등 전 품목에 걸쳐 거의 모든 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다. 식당에서 반찬이나 제공하던 채소의 양을 줄이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이에 공급자가 가격은 유지한 채 은근슬쩍 패키지다운사이징하는 것을 부도덕하게 보면서 독일, 프랑스, 캐나다, 브라질 등에서는 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양을 줄일 경우에는 소비자에게 고지하도록 하는 법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난하기 전에 그런 꼼수를 부려야 할 만큼 전세계적으로 물가가 심각한 국면을 맞고 있다는 것이 더 근본적으로 문제인 것이다. 

수요공급이 안정범위를 벗어나면 불안정한 상태가 해소되어 안정을 찾을 때까지 가격을 둘러싸고 여러 가지 현상이 벌어진다. 이런 불안한 국면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이득을 얻기도 하고 큰 손실을 입기도 한다. 가격 변동이 심한 상황에서 매점매석을 통해 이익을 얻는 것을 시장 교란 행위로 봐서 불법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원유 가격의 큰 변화가 예상 될 때 정유 회사의 구매 담당자들은 그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해 구매 시점을 조정하는 헤징(hedging)을 결정하기도 한다. 이들의 결정에 따라 회사는 큰 이득을 보기도 큰 손해를 보기도 한다. 

 

고금리, 고물가가 상황에서 슈링크플레이션이 만연할 만큼 위기를 맞고 있다. 이 위험이 어떻게 진행되며 안정을 찾아 갈지, 아니면 극도의 혼란 시대가 다가올 지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소비를 위축시키지 않기 위해 슈링크플레이션을 하고 있지만 주택처럼 또 코로나가 만연했을 때처럼 아예 수요가 냉각될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중국처럼 물가가 오히려 하락하는 디플레이션으로 빠져들 수도 있다.

 

고물가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정부의 정책이 어떤 분야에서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정부, 기업, 개인은 할 것 없이 면밀히 살펴 대응해야 한다. 이 파고를 제대로 넘지 못하면 마이너스 성장을 겪게 될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이 경기 침체의 전조(前兆) 현상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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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23일 17시04분
  • 최종수정 2023년11월21일 10시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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