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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만 명의 생존권 금융 대책부터 마련해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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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01일 10시48분
  • 최종수정 2023년11월01일 10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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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지난 10월 29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성을 언급했다.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라는 옛말이 떠오른다.

 

봉창이란 옛 시절의 흙벽돌 집에 문틀이 없어서 열고 닫을 수는 없으나, 빛이 들어올 수 있도록 한지를 발라 놓은 창이다. 이것은 출입이 가능하지 않아 문과 다르다.

 

이런 창을 열리는 문으로 착각해서 열려고 더듬거릴 때 나는 소리가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이다. 뜬금없이 엉뚱한 얘기를 할 때 헛소리하지 말라고 나무라는 뜻으로 흔히 사용된다.

 

한국의 부채 문제는 이미 오래전부터 국제금융사회의 관심과 우려 사항이었다, 국제결제은행(IBS)은 2020년 12월 한국의 국가총부채(정부+기업+가계) 수준을 “경보(Alert)”단계로 올렸다. 2009년부터 유지해온 “주의(Warning)”에서 한 단계 올린 것이다.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2020~2022년 사이 주요 선진국들은 가계부채를 낮추려는 노력을 해왔고, 그 결과 이들 국가들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낮아지는 추세를 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가계부채는 지속적으로 증대하여 2022년 말 현재 세계 2위 수준이고, 그 증가 속도는 세계 1위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것은 2022년 5월이다. 그러나 그 후에도 가계부채는 꾸준히 증가하였다. 이런 흐름은 윤 정부가 가계부채 대책에 둔감(鈍感)했기 때문이다. 윤 정부는 부동산 연착륙 정책으로 가계부채 증가를 오히려 장려했다.

 

시장 실세금리의 시장의 원리에 의한 상승을 구두 개입으로 억제하여 대출의 자연스러운 감소를 지연(遲延)시켰다. 더 나아가 특례보금자리 대출 40조 공급, 15억 초과 대출 및 다주택자 대출 허용,  50년 장기 모기지 허용, 무주택자 LTV 허용 등을 통해 대출의 증가를 촉진했다. 이 대출 금융자금이 모두 가계대출의 지속적 증가를 초래하게 된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1997년 외환위기는 일부 대기업들의 부채 경영 때문에 발생했다. 그들은 현재 과다 부채를 안고 있는 가계에 비해 소수였고, 당시 정부의 재정은 건전했다. 정부가 재정 자금을 투입하여 실업과 도산의 증가 등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기업 구조조정을 할 수 있었다. 

 

그런데 가계부채는 어떤가? 가계 대출자들 중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다중채무자만 450만 명 수준이다. 이들은 소득의 62% 수준을 부채 원리금 상환에 지출하고 있다. 윈리금 상환 비율이 70%를 넘어서면 생계가 위협받는 것으로 간주된다.

 

현재 이들 450만명 중 170만 명 수준의 사람들이 전(全) 소득 또는 그 이상을 부채 원리금 상환에 지출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이들의 생존권이 위협받고 있는 것이다.

 

2023년 6월 말 현재 가계부채를 안고 있는 국민의 수는 2천만 명에 육박한다. 다중채무자가 전체 가계대출자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시간이 지나면서 전 소득을 원리금 상환 지출에 모두 사용해야 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증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야 가계부채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니 참 한심한 일이다. 현재는 이들 170만 명의 생존권을 어떻게 보장해야 할 것인지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지 가계부채가 위험 수위에 있다는 한참 철 지난 코멘트를 할 때가 아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고통 분담”이나 “구조조정”이란 말은 꺼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이들 극한 상황에 몰려있는 170만 명에 대한 대책은 시급하다. 대통령실은 이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는 대책을 하루 빨리 내놓아야지 한가하게 “가계부채 증가의 위험성” 타령이나 할 때가 아니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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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11월01일 10시48분
  • 최종수정 2023년11월01일 10시3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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