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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신년 특집> (9) 탄소중립…난제(難題) 에너지 전환과 기술의 역할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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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1월17일 11시16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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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는 기후위기 측면에서 역대급이었다. 특히 여름이 그랬다.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 등 주요 국가들이 겪고 있는 사상 최악의 가뭄과 폭우 그리고 폭염 등 이상기후가 얼마나 위협적인지를 실감했다. 미국은 1000년 만의 최악의 폭우로 중남부 일리노이가 시간당 평균 약 200mm(참고로 8월초 서울을 마비시킨 80년 만의 폭우가 시간당 141mm)의 물폭탄이 12시간 쏟아졌고, 유럽의 2/3를 덮은 500년 만의 최악 가뭄이 몇 달 동안 지속되고, 중국도 청두 섭씨 43도 기록을 포함해 전국 200곳 이상에서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 115년 만에 역대급 물폭탄이 쏟아져 역대급 기후위기의 8월을 맞은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이를 완화하기 위해 인간 활동에 의한 탄소 배출을 획기적으로 감축하자는 목표가 탄소중립인데, 최종에너지 소비기준으로 최소 70% 이상을 신재생 에너지로 공급하는 에너지전환이 필수다. 더욱이 RE100이나 탄소국경조정 등으로 기업의 재생에너지 수요까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2030년까지 대규모로 탄소를 감축할 기술이 제한적인 상황하에서 이미 기술이 상용화된 재생에너지의 공급도 더딘 것이 현실이다. 글로벌 경제의 80%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화석에너지 구조를 급격하게 바꾸는 것도 어렵고 가능하더라도 혼란이 따른다.

 

 최근 전쟁 등 지정학적 에너지 위기는 에너지구조를 단기에 전환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고 있다. 엄중한 기후위기와 국제사회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한 대한민국은, 긴박하게 전개되고 있는 글로벌 위기 속에서 에너지안보 및 경제안정을 고려하면서도, 에너지다소비 경제구조하에서 에너지전환을 빠르게 실현해야 하는 난제를 마주하고 있다. 더욱이 지난2021년 10월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2018년대비 40% 감축으로 상향했고, 지난해 3월부터 시행된 탄소중립기본법에 구체적인 목표 수치까지 반영되어 있어, 향후 에너지 기본계획이나 전력수급계획 등 후속 법정 계획에 반영될 예정임은 물론이고, 목표달성 이행도 동 법에 의해 매년 점검될 예정이다. 에너지 투자와 공급능력 향상은 단기 효과를 거두기 어려움에도 목표는 단기로 주어져 있고, 부존하는 에너지가 없는데 에너지다소비 산업국가로 성장한 아이러니가 탄소중립 목표를 더 무겁게 만든다.

 

탄소감축 중 가장 많은 부담을 지고 있는 전력부문을 예로 들면, 전력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전망 하에서 2030년까지 적용 가능한 획기적 감축수단이 부족하다. 석탄발전를 가스발전으로 바꾸고 원자력발전을 추가하는 등의 발전원 변경은 개발/투자/건설 등에 소요되는 시간 등으로 인해 획기적 감축효과는 2030년 이후에나 실현이 가능하다. 더욱이 재생에너지 보급의 경우, 단순한 정책적 의지라기 보다는 비용배분, 전력계통, 변동성, 생태계 등 중장기적 합의 과제가 선결되어야 하므로 2030년 전에 큰 감축효과를 기대하기엔 무리가 있다. 결국 2030년까지는 원전 수명을 연장해 이용률을 높이고 석탄 이용률은 낮추면서,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를 포함한 장기 전원믹스 변경을 병행해 나갈 수 밖에 없다.

 

윤석열 정부라고 해서 요술 지팡이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탈원전 폐기 정책은 탄소중립 및 에너지전환을 위한 도전적 과제의 일부를 해결할 것은 자명하지만, 전체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원자력발전을 포함해 재생에너지확대, 수요관리, 계통안정화, 전력구조개편, 신에너지(수소)보급 등 다양한 솔루션의 믹스가 필요한 이유다. 재생에너지도 전체 솔루션믹스 차원에서 추진되어야 지속가능하다는 선진 사례들이 등장하고 있다. 

 

탄소중립에 가장 선도적인 영국의 경우, 지난해 5월 초 재생에너지 공급의 어려움을 드러냈다. 최근 계통 접속허가를 받은 태양광 발전소의 접속 가능시기가 빨라야 2028년인데 이렇게 늦은 원인은 계통망 투자와 비용배분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종합목표인 탄소중립을 먼저 선언한 후 에너지믹스의 개별수단들을 후속 추진한 결과, 재생에너지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선진국에서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솔루션 믹스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기술이다. 지금의 위기가 미래의 기회인 이유다. 작금의 기후위기가 점점 심해지는 상황에서 에너지전환은 필수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지난해 5월 바이든 대통령 방한시 공동성명에서 전략적 경제기술 파트너십부터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까지 기후변화가 자주 등장한 이유다. 작년 말 세계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락의 CEO가 “다음에 등장할 1천 개의 유망벤처는 IT나 미디어회사가 아니고 다양한 친환경 기술 보유회사일 것이다”라고 공식석상에서 언급했고, 빌 게이츠도 “(기술)혁신만이 탄소중립을 가능하게 만들 유일한 방법이다”라고 밝혔다. 에너지전환을 구현할 기술은 신재생에너지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열분해 등 재활용, 수소환원 등 산업공정을 포괄하는 기후기술을 일컫는다. 글로벌 전략컨설팅 회사는 기후기술의 시장 규모가 2030년 9000조원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GDP의 4배도 넘는 천문학적 금액으로 기후기술이 대세라는 뜻이다.

 

장단기 기술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방법으로 기술빅데이터의 활용이 있다. 유럽엽합에 의하면, 전세계에 존재하는 기술 정보의 80%는 특허 데이터에서만 파악된다고 한다. 기후변화 완화기술만 170만건의 특허문헌이 있기 때문에 이 정보를 분석하지 않고 기술투자를 검토하는 것은 시야를 80% 가리고 운전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특허데이터에 관련 논문 및 전문가인터뷰를 추가한 빅데이터 분석을 실시하면, 기술사업전략 수립은 물론이고 유망기술분야/핵심기술 파악 및 인수대상회사 타케팅도 가능하다. 더욱이 고객사나 경쟁사의 탄소중립 기술전략 벤치마킹도 유용하고, 기존 보유기술에 시너지가 있을 접목기술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방법론은 이미 6~7년 전부터 다른 분야에 적용되어 왔는데, 최근 탄소중립 관련 특허문헌이 급증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수소, 탄소포집저장, 바이오에너지, 재활용, 스마트그리드, 원전, 가상발전소, 수요관리 등 에너지전환을 위한 솔루션 믹스 분야에 적용해 관련 기술을 확보할 시점이다. 참고로 지난해 5월23일 런던 경제대에서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친환경 특허출원이 생산성이 낮은 지역에서 더 활발하기 때문에 친환경 기술역량을 육성할 경우, 성장과 불평등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다는 흥미로운 결과를 발표했다. 기업의 기술확보 노력을 정부가 정책적으로 적극 뒷받침해야 할 이유가 경제 성장 이외에도 양극화 완화까지 추가된다는 주장이다.

 

근래 전국경제인엽합회나 한국자동차협회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한국의 에너지전환 관련 특허는 수소환원제철 및 CCUS(탄소포집및활용저장) 등 신규 유망 분야에서 경쟁력이 낮고 에너지 생산·전송·배분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있었고, 수소의 경우라도 수전해기술 등 수소생산, 저장, 수송 등 핵심 기술 측면의 특허출원은 취약한 반면 수소차, 수소연료전지 등 활용 기술 측면이 활발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우리 기업은 이미 기후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기존 사업 인프라 활용 포함 시너지가 극대화되는 기술 분야를 선정하고 자력 개발 혹은 기술보유사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예를 들어, 국내 기업은 해상풍력 관련 철강재, 해상구조물, 발전부품, 타워, 케이블 등의 기술은 경쟁력을 이미 확보했고, 여기에 수소/CCUS/공정전환/발전량예측 등을 연계하고 싶어한다. 이에 기술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 있는 필요 기술을 찾아 확보한다면 글로벌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비록 불리한 여건 하에서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해 에너지전환의 난제가 무겁게 느껴지지만, 이를 기회로 만들 기술의 희망은 있다. 석탄으로의 에너지전환은 증기기관의 발명이 획기적 역할을 했고, 석유로의 에너지전환에서 내연기관의 발명이 대중화의 일등공신이었다. 탈탄소 에너지전환도 기술 솔루션의 믹스가 절대적 역할을 담당할 것은 자명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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