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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의겸의 청담동 술집 발언과 야바위 정치꾼들의 신종 혐오 범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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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2월04일 17시10분

작성자

  • 황희만
  • 한양대학교 언론정보대학원 대우교수, 前 MBC 부사장,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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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프리미어 경기를 보면 경기 시작 전에 선수들이 무릎을 꿇는 세리머니(ceremony)를 먼저 한다. 국제적인 단체경기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장면이다. 인종차별에 항의한다는 뜻이다. 단지 피부색이 다르다고 위해(危害)를 가하는 혐오 범죄를 더 이상 관용하지 말자는 세계적인 운동이다. 

 

Hate Crime: A crime committed based on the victim’s perceived or actual race, color, religion, national origin, sexual orientation, gender, gender identity or disability.
<혐오 범죄: 피해자에 대해 인지된 또는 실제인 인종, 피부색, 종교, 출신국, 성적취향, 성별, 성, 성 정체성, 또는 장애 등에 기초하여 자행되는 범죄>

 

구글 검색창에 나와있는 혐오 범죄에 대한 설명이다. 개인의 인권이 존중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이런 혐오 범죄(hate crime)는 가중처벌을 받는 게 세계적 추세이다. 이렇다 보니 우리 사회도 혐오 범죄는 점점 조심하는 분위기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일반적으로 알려진 혐오 범죄와 다른 신종 혐오 범죄가 횡행하고 있다.

혐오를 넘어 증오, 저주하는 증오 범죄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다. 특히 정치권을 중심으로 많이 번지고 있어 참으로 걱정스럽다. 광화문을 중심으로 거의 매주 증오 퍼레이드가 펼쳐지고 있다. 미움을 앞세워 상대방을 혐오하는 구호를 쏟아내고 있다. 명예훼손 정도의 언사도 아니다. 이미 혐오 언사는 단순한 구호를 넘어 증오 범죄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야당은 여권을 증오하고 여당은 야권를 증오하고. 서로 상대 진영을 조리돌림을 하고 있다. 또 지지자들은 자기편의 상대 진영에 대한 증오를 환호하고 부추기기까지 한다.

 

최근 더불어민주당의 김의겸 의원은 한동훈 장관이 청담동에서 대형 로펌 변호사들 수십명과 흥청망청 술을 마신 거 아니냐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져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특히 여기에 윤석열 대통령까지 합석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의겸 의원 지지자들은 "그러면 그렇지!" 하면서 쾌재를 부르고 윤 대통령과 한 장관을 손가락질하기 시작했다. '더탐사'라는 유튜브(youtube)에서는 추가 증거를 내놓겠다며 ‘청담동 술자리’설을 기정사실화(旣定事實化)하는 작업을 벌였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 

프레임 전쟁에서는 어떻게 프레임을 만들어 선전하는가가 중요하다. 야심한 밤에 술자리가 있었고, 거기에서 윤 대통령과 한 법무장관, 그리고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동백아가씨'도 부르며 주흥을 즐겼다는 그림이다. 진실 여부를 떠나 선전 선동에 활용할 수 있는 좋은 재료다.

 

그러나 발설자가 거짓을 말했다고 털어놓았다.

극렬지지자들은 이 말도 믿지 않는다. 김의겸 의원과 더탐사를 따르는 사람들은 경찰의 압력에 의해 최초 발설자가 진실을 말하지 못했다고 믿고 있다. 그리고 김의겸과 더탐사를 옹호한다. 

 

더탐사는 최근에 함께 일할 사람을 모집한다면서 채용공고를 냈는데 "때려죽여도 ‘윤’과 ‘한’을 증오한다는 사람"을 채용 자격요건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특정인이나 특정세력에 대한 증오의 화신들만 응모하라는 것 아닌가.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증오하기 때문에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윤석열 정부를 때리기만 하면 지지자들은 이에 가세한다고 믿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증오의 대열에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 다닌다는 점이다. 표를 의식하는 정치인들이 이것을 놓칠 리가 없다.

 

일부 몰지각한 정치인들은 증오대열에 앞장서는 극열 지지자가 있어야 세를 얻는 것 같고 자기 정치적 입지가 넓어지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다. 이런 정치인들은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 일에 자신이 연루돼 자기 이름이 매스컴 등에 많이 오르내릴수록 공천에도 유리하고 선거에서도 손해 볼 것 없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과거 험난한 야당생활을 했던 조홍규 전 의원(작고)은 "정치인은 본인 부고(訃告) 말고는 어떻게 해서라도 언론에 이름이 오르내리면 좋은 것"이라고 너스레를 떤 적이 있다.그런데 아직도 우리 정치판은 이런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기만 하다. 

 

특히 초선의원일수록 자신을 알리기 위해 여러 궁리를 하고 현안이 있을 때마다 증오의 목소리를 선봉에서 외쳐대는 loud speaker를 자처한다. 합리적인 인물들이 발붙이기 힘든 정치판이다.

 

왜 이런 상황인가. 정치인 잘못인가. 정치 지도자들의 잘못인가? 아니면 국민들의 잘못인가?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선동하고 증오를 부추기는 정치인 본인에게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정치인이 살아갈 수 있게, 어찌 보면 더 출세하게 만드는 것은 우리 국민들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국민들이 각성하지 않으면 우리 정치풍토는 증오와 거짓이 난무하는 진흙탕 속을 벗어날 없다는 점이다.

 

선동은 불만 세력들에게 그들의 불만을 분출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줄 때 이뤄진다. 그것이 곧 '국민 의식 수준'이다. 그러나 아무리 선동한다 해도 국민들의 수준에 따라 그 사회는 건전한 이성을 회복할 수 있다. 작금의 우리 사회를 보면 포퓰리즘에 빠지는 추세로 민주주의가 실종돼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지금이야 말로 국민들이 중심을 잡아야 할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시민들이 깨어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먼저 지식인이나 사회 지도층이 사회적 책무를 느끼고, 앞장서야 한다. 특정 집단 ,특정 세력의 지나친 행태의 잘못을 가감 없이 지적하고, 시정을 촉구해야 한다. 무엇이 우리 사회를 발전시킬 진솔한 해법이 무엇인지 제시하고 실천을 위한 행동에 나서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는 혼돈 그 자체다. 어른도 없고, 양심도 실종됐다. 아니면 말고 식 폭로가 난무하고 있다. 거짓으로 밝혀져도 미안함도 없고, 사과도 없다. 특히 정치권은 '정치'하기를 포기했다. 국민들의 삶을 걱정하고 국가발전을 도모하는 정치 본연의 기능은 찾아볼 수가 없다. 오직 상대 정당을 흠집 내기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증오의 정치가 판을 친다. 빨리 바로잡지 않으면 나라가 위태로울 지경이다. 선거로 야바위 정치꾼들을 남김없이 몰아내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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