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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탄소중립 법제화의 긍정 시그널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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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9월26일 17시10분

작성자

  • 김성우
  •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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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부터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 시행되었다. 탄소중립 목표 및 이행을 법제화한 탄소중립기본법은 2020년부터 많은 법률안이 발의되었다(2020년 8월 4일 심상정 의원 등 10인의 ‘탈탄소사회로의 정의로운 전환을 위한 그린뉴딜 정책 특별법’ 발의를 시작으로, 2020년 11월 11일 이소영 의원 등 46인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탈탄소사회 이행 기본법’ 발의 등).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위 법률안들을 통합하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안(이하 “탄소중립기본법”)’이라는 대안으로 정리하였고, 이 대안이 2021년 8월 3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9월 24일 제정·공포되었다. 

그 후 법률에서 위임한 사항과 세부 규정 등 하위법령에 대하여 관계부처가 6개월간 논의해 마련된 시행령이 3월 22일 국무회의를 통과해 시행됐다.

 

탄소중립기본법에 의하면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여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고 환경과 경제의 조화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것을 국가비전으로 한다(법 제7조 제1항)’고 되어 있고, 2030년까지 ‘2018년 대비 35퍼센트 이상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비율만큼 감축하는 것을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법 제8조 제1항)’로 명시하였다. 중장기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라 함은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라고도 불리며 파리협정에 따라서 5년 단위로 UN에 제출하여야 하는 목표다. 향후 기후변화 관련 정부 정책이 변경되더라도 법률에 명시된 최소한의 감축목표를 유지하고자 하는 취지다. 시행령은 이 목표를 40%로 명시하면서 기후위기 적응대책까지 포괄하는 추진 정책을 담았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감축이행을 점검하고 중장기 계획을 세워야 하는데, 정부는 법 시행 후 1년 내에 매 5년마다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탄소중립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고, 이를 고려해 지자체도 기본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연도별 감축목표를 설정하고 매년 이행현황을 점검해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그 동안 감축목표는 2030년 혹은 2050년을 기한으로 미래였지만, 목표 및 이행이 촘촘하게 현재로 다가온 것이다.

 

예산이나 개발에도 탄소중립을 고려해야 한다. 우선 국가 예산에 기후변화를 고려하는 온실가스감축인지 예산제가 도입된다. 국가예산이 온실가스 감축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여 예산편성에 반영하고 적정 집행여부를 결산시 평가하는 제도로 기획재정부와 환경부가 주관해 다양한 감축 사업을 대상으로 내년 예산안부터 적용된다. 대규모 개발사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영향평가도 실시된다. 환경영향평가 대상 중 온실가스를 다량 배출하는 대규모 개발계획·사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영향을 사전에 평가하는 것이다. 9월부터 에너지·수자원·산지·도시 개발, 산업단지 조성, 하천의 이용·개발, 항만 건설에 우선 적용되고 점차 확대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는 기업이 경영활동에서 자원과 에너지를 절약하고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온실가스 배출 및 환경오염의 발생을 최소화하면서 사회적·윤리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녹색경영)을 할 수 있도록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온실가스 감축 실적 및 온실가스 감축 계획의 공개’, ‘기업의 에너지·자원 이용 효율화, 산림 조성 및 자연환경 보전, 지속가능발전 정보 등 녹색경영 성과의 공개’ 등을 포함하는 시책을 수립 및 시행한다. 

 

ESG 열풍으로 인하여 기업의 온실가스 관련 정보 및 감축 계획 공개는 점점 피할 수 없는 대세인데, 탄소중립기본법에서도 이를 촉진하고 있다. 추가로 녹색기술의 개발 및 사업화 촉진, 녹색산업에 대한 지원, 순환경제 활성화 등 녹색시책을 탄소중립 달성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녹색경영 지원, 녹색기술·산업 표준화, 녹색전문기업, 녹색구매의무화 대상기관, 녹색기술·산업 집적지·단지 조성기관 등을 구체화했다. 기후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과 녹색성장을 촉진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하여 기후대응기금을 이미 지난해 설치했다.

 

한편 탄소중립 이행과정에서 발생하는 피해나 기후위기에 취약한 계층을 보호 및 지원하기 위한 정의로운 전환 방안도 마련한다. 에너지전환시 피해가 우려되는 화력발전, 내연기관 등과 관련된 지역·계층을 보호하고, 고용안정, 실업지원, 사업전환 등의 종합 지원대책을 마련해 기후위기 사회 안전망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기후위기 적응 차원에서도 5년마다 재난 취약성을 평가하고 취약한 계층·지역의 재해 예방을 포함한 기후위기 적응 대책을 수립하고 관련된 정보관리체계도 구축해 운영한다.

 

그 밖에도 탄소중립위원회가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새로 구성되고, 파리협정 제6조에 따라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얻기 위하여 행하는 기술지원, 투자 및 구매 등의 국제감축사업 관련 사업승인 주체 및 모니터링·검증 절차, 감축실적등록·관리 및 국내외 이전시 승인절차, 전담기관 근거 등도 담겨있다. 

 

동 법에 따라 정부는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하여 최선을 다하여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는데, 만약 정부가 이를 소홀히 하거나 이미 확정된 감축목표를 완화하고자 할 경우 탄소중립기본법이나 헌법 위반으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국가 및 정부기관이 탄소중립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이행하게 되면서 기업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인 바 미리 대비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에너지 및 산업 전환 정책, 배출권거래제 및 온실가스 목표관리제 강화 등의 감축 정책 등이다. 또한, 정보 공개 의무에 대해서도 기업들은 온실가스 관련 정보 및 감축 계획을 어떻게 적절하고 적법하게 공개할지 그리고 관련 영업비밀을 어떻게 보호할지 등에 대하여 준비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법 시행으로 정부와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압력 또한 더욱 거세질 것이다. 이미 해외에서 환경단체가 정부를 상대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상향, 강화할 것을 주장하여 소송을 제기하여 승소한 사례가 있다(2019년 네덜란드, 2020년 아일랜드, 2021년 독일 등). 현재 동 법 및 시행령에 의하여 상향된 2030 NDC 목표 조차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비판하는 견해도 있는 바, 환경단체에서 추가 감축 목표 상향을 요구하며 정부나 기업을 대상으로 소송 제기를 할 가능성도 있다. 2021년 5월 네덜란드 법원은 환경단체가 로열더치셸(Royal Dutch Shell)이 공표한 탄소 배출량 감축계획이 파리 기후변화협정에서 설정한 목표에 미치지 못하여 네덜란드 민법상 기업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고 있다고 주장한 사안에서, 해당 환경단체의 주장을 인정하며 로열더치셸에게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2019년 수준 대비 45% 줄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그동안 엑손모빌, BP, 쉐브론 등 대표적인 석유기업을 상대로 기후변화의 책임을 묻는 민사소송은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지만, 실제로 법원이 사기업에 대하여 온실가스 감축을 명령한 사례는 처음이다. 그로 인해 해당 판결은 네덜란드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어 여러 기업들을 긴장하게 하고 있다. 이렇듯 전 세계적으로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기후변화에 대한 책임을 묻는 소송들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 동 법의 시행은 기준점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어찌 보면 동 법은 앞으로 다가올 요구와 변화의 시작에 불과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을 완전히 바꾼 펜데믹도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퍼센트 밖에는 줄이지 못했다는 점을 감안하여 탄소중립 법제화의 무게를 가늠해야 한다.

 

또한, 동 법 집행은 기업에게 명확한 장기 시그널을 줌으로써, 사업투자 및 기술개발 등 장기대응을 촉진하는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지난 3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배출권거래제에 참여 중인 346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는데, 응답 기업의 91.6%가 ‘탄소중립 목표를 수립했다’고 답했다. 달성 시기는 ‘2050년’이라는 응답이 76.3%로 가장 많았다. 그러나 탄소중립 이행사업을 추진 중인 기업은 26.3%로 응답 기업 4곳 중 3곳이 추진 예정이거나 추진계획 자체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예산이 부족한 데다(34.1%) 이렇다 할 감축 수단도 찾지 못했다는(26.9%) 등의 답변이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혔다.

 

이러한 애로사항은 5월 말 발표된 ‘산업계 탄소중립 관련 규제 실태와 개선과제’ 보고서에 보다 상세히 드러나 있다. 매출액 기준 상위 1,000대 제조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2.6%가 탄소중립 기업 활동 추진과정에서 규제 애로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복잡하고 까다로운 행정절차’(51.9%)를 가장 많이 꼽았고 ‘법·제도 미비’(20.6%), ‘온실가스 감축 불인정’(12.5%), ‘해외기준보다 엄격’(8.7%), ‘신사업 제한하는 포지티브식 규제’(6.3%) 등이 뒤를 이었다. 글로벌 대세인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고 싶어도, 절차가 복잡하고 제도가 미비되어 사업 전환, 신사업 투자, 기술 혁신에 애로가 많다는 이야기다.

 

기업의 탄소중립 이행시 애로 점 중에서 주목할 것은 사업투자나 기술혁신을 지연시킨다는 것이다. 애로를 호소한 기업의 대부분이 ‘시설투자에 차질(65.9%)’을 겪었다고 답했고, ‘온실가스 감축계획 보류’(18.7%), ‘신사업 차질’(8.5%), ‘연구개발(R&D) 지연’(6.9%)도 호소했다. 이로 인해 기업은 중장기 사업 전환 및 혁신적 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 보다는 단기적인 이행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탄소 중립 이행을 위해 중점 활동이 ‘전력사용저감’(55.5%)’, ‘연료·원료 전환’(19.5%), ‘재생에너지 사용’(10.2%) 등이 주를 이루었고, ‘신사업 추진’(4.7%)이나 ‘혁신기술 개발’(1.9%)은 일부에 그쳤기 때문이다. 탄소중립 법제화가 무겁게 느껴지는 와중에도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긍정적인 시그널들을 간절히 기대해 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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