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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대북정책 과제 <1>초당적 대북정책과 북핵 대응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2년04월11일 15시30분
  • 최종수정 2022년04월12일 10시09분

작성자

  • 정성장
  •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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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10일이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한국 정부의 대북정책도 크게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만약 윤석열 정부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 유화정책’이 실패했다고 평가하면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의 대북 강경정책으로 돌아간다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은 다시 고조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도 더욱 고도화될 것이다. 그러므로 대북 유화정책을 선택할 것인가, 또는 강경정책을 선택할 것인가라는 이분법적 시각을 넘어서서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성과와 한계에 대해 냉정하고 차분한 평가가 필요하다. 본고는 문 대통령이 한반도 평화에의 강한 의지를 가지고 출발했지만 결국은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그것이 차기 정부에 주는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리고 초당적 대북정책 추진과 북핵 대응을 위한 윤석열 정부의 과제도 제시하고자 한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평가

 

2017년 5월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를 통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면 곧바로 워싱턴으로 날아가고,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고, ‘여건이 조성되면’ 평양에도 가겠다고 밝힘으로써 주변국과 북한에 대한 강력한 설득 의지를 보였다. 이 같은 의지를 가지고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6차례, 바이든 대통령과 1차례 정상회담을 가졌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도 세 차례 정상회담을 가졌다. 또한 문 대통령은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첫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고,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되는 데에도 결정적 기여를 했지만, 두 번째 북미정상회담은 ‘노딜(no deal)’로 끝나고 말았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이 결렬된 데에는 비핵화의 방법에 대한 북미 간의 현격한 입장 차이,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내용에 대한 실무차원에서의 논의를 거부한 북한 지도부의 탑다운식 접근, 트럼프 행정부 주요 인사들 간의 대북 입장 불일치 및 강경한 태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국내정치적 위기 상황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북·미 모두 수용 가능한 비핵화 해법을 마련해 미 행정부와 먼저 합의에 이르지 못한 문재인 정부도 비핵화 협상 결렬에 일정한 책임이 있다. 두 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 데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직접 협상 의지뿐만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의 적극적 지원도 중요하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문 대통령의 역할은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데에 그쳤고, 양측의 입장 차이를 좁히는 데에까지 나아가지 못했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으로부터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그만두라는 쓴소리를 들어야 했다.

 

문 대통령의 강력한 대북, 대미 설득 의지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도가 결국 실패로 끝난 것은 그가 양측 모두 설득할 수 있는 정교한 해법과 전략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북한의 안보에서 핵무기가 가장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에 북한이 핵을 포기하게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문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은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만나 결단을 내리면 북한 비핵화가 쉽게 진전될 수 있을 것처럼 너무 안이하게 판단했다. 청와대 국가안보실에서는 북한 비핵화를 위한 정교한 해법과 전략을 마련할 ‘전략가’나 ‘책사’가 없었고, 북미 모두 수용 가능한 해법을 마련하기 위한 T/F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결국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 실패와 전략 부재로 인해 불행하게도 그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실패는 예견된 것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를 위해 필요하면 베이징과 도쿄에도 가겠다고 했지만, 남북 또는 북미 대화에만 지나치게 집착한 나머지 중국을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참여시키는 데까지 나아가지 못했고, 한일관계도 개선하지 못했다. 특히 북한에 대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는 데 한국 정부가 실패했기 때문에 김정은은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하면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를 정면돌파하고 핵무력을 완성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따라서 한국의 차기 정부는 보수와 진보의 진영을 넘어서서 우리 사회의 집단지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북핵 문제에 대한 정교한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 해법을 가지고 미국과 먼저 긴밀하게 협의하고, 반드시 중국의 적극적인 협조를 끌어내야 한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대해 ‘유화정책’으로 일관해 실패했다고 성급하게 규정하고, 차기 정부가 다시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의 ‘강경정책’으로 선회한다면 과거 보수 정부들의 실패를 되풀이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기에도 정교한 대북 전략과 그것을 수립하기 위한 T/F가 국가안보실에 없었고, 북핵 문제를 해결 또는 관리하기 위한 치열한 고민과 토론도 없었다. 그러므로 차기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실패만 볼 것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 시기부터 왜 북핵 문제와 남북관계가 계속 심각하게 악화되어왔는지 냉정한 분석이 필요하다. 

 

야당과의 협치 및 초당적 대북정책 추진 필요성

 

지난 3월 9일 실시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약 0.7%의 헌정사상 최소의 득표차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고 제20대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윤석열 당선인의 ‘신승(辛勝)’은 국민들이 그에게 일방적 독주 대신 ‘통합’과 ‘협치’를 명령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윤 당선인은 3월 3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대통령 후보 단일화 공동선언문에서 안 대표와 인수위원회 구성부터 공동정부 구성까지 함께 협의하면서 ‘국민통합정부’를 만들겠다고 천명했다. 그리고 윤 당선인은 10일 새벽 당선 인사를 통해서 야당과도 ‘협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전체의석의 약 57%인 172석을 차지하고 있는 여소야대(與小野大) 상황에서 윤 당선인이 국정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서도 야당과의 ‘협치’는 불가피하다.

 

그런데 역대 대통령 당선인들 대부분이 이처럼 ‘통합’을 강조했지만 이 같은 약속을 실제적으로 이행한 정부는 많지 않다. 윤 당선인이 진정으로 ‘통합’과 ‘협치’의 방향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 대통령 선거 운동 기간에 그의 공약에 대해 쏟아졌던 비판들을 인수위원회에서 과감하게 수용해 야당도 어느 정도 동의할 수 있는 정책들을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북정책과 관련해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고 야당과 협치하기 위해 참고해야 할 사례로는 노태우 정부 시기의 이홍구 국토통일원 장관(현재의 통일부 장관에 해당) 임명과 김대중 정부 시기의 강인덕 통일부 장관 임명을 들 수 있다. 1988년에 노태우 대통령은 마르크스주의 사상을 연구해 공산주의를 잘 이해하고 있는 합리적인 중도 성향의 이홍구 서울대 교수를 국토통일원 장관에 임명하면서 통일방안과 관련해 “국민들이 3김(김영삼, 김대중, 김종필)을 한국 정치의 지도자로 인정하니까 그분들하고 잘 이야기해서 만들어보라”고 그에게 위임함으로써 여·​야·​정 합의에 의해 1989년에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이 나오게 되었다. 현재까지도 보수와 진보 진영 모두가 ‘한민족공동체통일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노태우 정부의 초당적 대북정책 추진의 중요한 성과이다.

 

DJP연합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김대중 대통령은 1998년에 보수성향의 북한 전문가인 강인덕 극동문제연구소장을 통일부 장관에 임명했다. 당시 북한은 강인덕 통일부 장관을 매우 못마땅하게 여기고 비난했지만, 이 같은 인사로 김 대통령은 국내에서 그의 대북정책에 대한 보수층의 의구심을 크게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

 

윤석열 당선인도 ‘국민통합정부’를 지향한다면 과거 노태우 정부에서처럼 합리적 중도 성향의 인사를 통일부 장관에 임명하거나 김대중 정부의 사례를 참고해 합리적 진보 성향의 인사를 통일부 장관에 임명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만약 윤석열 당선인이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합리적인 중도 또는 진보 성향의 전문가들을 추천받아 그중에서 새 대통령과의 소통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되는 인사를 통일부 장관에 임명하는 실용주의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면, 여소야대 상황에서 남북화해를 중시하는 더불어민주당과의 ‘협치’가 가능해질 것이다. 

 

북한의 핵ㆍ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대응 방향

 

김정은은 2018년 6월 트럼프와의 첫 정상회담에서 북미관계 개선에 합의하기 위해 같은 해 4월 중장거리미사일과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및 핵실험에 대해 모라토리엄을 선포했다. 그러나 올해 1월 5일과 11일 북한의 극초음속 미사일 시험발사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가 단독 제재를 채택하자 1월 19일에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를 개최해 모라토리엄 파기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리고 1월 30일에 ‘지대지 중장거리탄도미사일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을 진행하고, 3월 24일에는 ICBM 시험발사까지 단행함으로써 미사일 관련 모라토리엄을 파기했다. 현재 북한은 2018년 5월에 폭파한 함경북도 길주군의 풍계리 핵실험장도 복구하고 있어 이르면 4월에도 제7차 핵실험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미 김정은은 2021년 1월 노동당 8차 대회에서 전술핵무기 개발 및 초대형 핵탄두 생산, 미국 본토까지 포함하는 1만5천㎞ 사정권 안의 전략적 대상들에 대한 핵선제 및 보복타격능력 고도화, 극초음속 무기 도입, 수중 및 지상 고체엔진 ICBM 개발, 핵잠수함과 수중 발사 핵전략무기 보유, 군사정찰위성 운용 등을 국방공업의 전략적 과업으로 제시했다. 그리고 올해 3월 9일 김정은은 국가우주개발국을 현지지도하면서“정찰위성개발을 위한 사업은 … 우리 당과 정부가 가장 최중대사로 내세우는 정치군사적인 선결과업, 지상의 혁명과업”이라고 발언했다. 그러므로 향후 북한은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거나 과거에 모형은 공개했으나 비행실험을 하지 않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북극성-4형, 북극성-5형)의 시험발사, 전술핵탄두 또는 초대형 핵탄두 개발을 위한 핵실험 등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윤석열 당선인은 대통령 임기 초부터 급격히 냉각된 한반도 정세를 잘 관리해야 하는 과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세 차례나 시험발사했고, 제6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이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군사적 옵션’까지 고려하면서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은 극도에 달했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한편으로는 국방력을 끊임없이 강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쟁 반대 및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천명하면서 상황을 관리했고, 북한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를 이끌어냄으로써 2018년에 남북대화와 북미대화 국면을 만들어냈다.

 

2018년에 북한이 남북대화에 나온 데에는 북한의 연속적인 ICBM 시험발사와 핵실험에 분노한 중국이 유엔안보리의 대북 제재에 협조하면서 북한을 강하게 압박한 것이 유효하게 작용했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을 중단시키고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불러오게 하기 위해서는 중국의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주지하다시피 중국은 대북 제재와 압박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없고 관련국들이 대화와 외교를 통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런데 미국과 한국은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원하지만 북한이 대화에 나오지 않고 미사일을 발사하거나 핵실험을 할 경우 대북 제재와 압박을 강화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국과 한미 간에는 이처럼 대북 접근법에서 일정한 입장 차이가 존재하지만, 3국 모두 북핵 문제의 외교적 해결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공통점이 있다.

 

중국은 한국과 미국이 갖고 있지 못한 북한과의 고위급 대화 채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은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북한을 다시 협상 테이블에 불러올 필요가 있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결국 실패로 끝난 데에는 정교한 대북 전략 부재뿐만 아니라 중국의 대북 채널과 영향력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한 것도 중요하게 작용했다는 점을 윤석열 정부는 명확하게 인식해야 할 것이다.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레이다의 미사일 탐지 능력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존재하는데 중국은 ‘사드의 추가 배치’ 가능성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주목하고 있다. 그러므로 윤석열 정부는 중국과의 당국 간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계속 고도화되면 한국은 안보를 위해 미국과 ‘사드의 추가 배치’ 문제에 대해 협의하지 않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만약 중국이 ‘사드의 추가 배치’를 원하지 않는다면 대북 원유 제공 축소나 교역 통제 등 중국이 대북 지렛대들을 활용하여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핵실험 등을 막고 북한을 남북한과 미중의 북핵 4자회담 테이블에 나오게끔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핵 4자회담이 개최된다고 해서 북핵 문제가 순조롭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이 같은 대화를 통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이 급속도로 고도화되는 것을 제한할 수는 있을 것이다. 북한이 2017년 11월에 ICBM을 시험발사하고 2018년 4월에 모라토리엄을 선언한 후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2022년 3월에 다시 ICBM을 시험발사했으므로 문재인 정부의 평화프로세스가 실패로 끝났다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반대로 4년 넘게 북한의 ICBM 시험발사를 중단시킨 점을 성과로 간주할 수도 있다. 북한이 지난 3월 24일 ICBM을 시험발사했지만 북한은 여전히 대기권 재진입 기술이나 다탄두 탑재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북한이 ICBM을 계속해서 시험발사한다면 그 기술이 빠른 속도로 진화하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도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과의 계속적인 협상을 통해 2021년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오랫동안 한국의 미사일 개발을 제약해왔던 한미미사일지침 해제를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인 국방비 증액을 통해 한국이 재래식 무기 분야에서 세계 6위에 올라설 수 있게 했다.

 

북한이 ICBM 시험발사라는 레드라인을 다시 넘어섰고 향후 전술핵무기 개발도 가속화할 전망이므로 윤석열 정부는 한국의 미사일 전력과 정찰자산 등을 통합한 전략사령부 창설을 통해 북한의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한국도 미사일 전력의 고도화로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동시에 한국의 차기 정부는 미국의 ‘확장억제’에 대해 국민들이 신뢰를 가질 수 있도록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확장억제의 내용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끝>

 

 이 글은 세종연구소가 발간하는 [정세와 정책 2022-4월호 제17호]에 실린 것으로 연구소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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