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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이 남긴 정치권 과제 - 무엇을 살리고, 무엇을 버려야 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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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03월23일 17시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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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대선 결과를 평가한다면?

 

  0.73% 득표율 차이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다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박빙의 승부’, ‘졌잘싸’ 라고 평가가 나온다. 과연 그럴까? 

 

2년 전 총선에서 민주당 포함 범여권은 190석을 획득, 전체 의석 2/3를 차지했다. 4년 전 지방선거에서 도지사는 경북과 제주도 2곳, 특별시와 광역시장 선거에서는 대구 1곳을 제외한 전국 모든 곳에서 민주당이 승리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보수 궤멸, 연이은 지방선거와 총선 압승에서 다져진 탄탄한 전국 조직력, 높은 대통령 지지율과 집권여당 프리미엄 등 유리한 조건에서 민주당 후보는 국민 선택을 받지 못했다. 따라서 이번 대선의 민주당 패배는 박빙이 아닌, 사실상 대패라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원인이 무엇이었을까?

 

정치교체 보다는 정권교체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 낸 광화문 촛불시위에서 국민들은 ‘나라다운 나라’, ‘공정과 정의가 살아 있는 나라’를 연일 외치며 권력 지형을 바꿔 놓았다. 당시 문재인 후보는 ‘나라를 나라답게’라는 제목의 공약집을 내며 촛불민심의 부름에 화답했다. 그리고 공약의 첫 번째 약속은 ‘부정부패 없는 대한민국’, 두 번째는 ‘공정한 대한민국’을 제시했다. 하지만, 5년이 지난 지금, 권력에 부정부패가 없었거나, 공정한 나라가 되었다고 믿는 사람은 별로 없다. 

 

대통령 최측근이 개입된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 조국 사태로 불리는 권력비리, 월성 원전 평가조작, 울산시장 선거개입, 여권 인사들의 부동산 투기, 위장전입, 자치단체장 성폭력, 위안부 할머니 기금 횡령 등등, 부정부패와 비리가 넘쳐났기 때문이다. 게다가 대통령이 임기 내내 역량을 쏟아 부은 검찰개혁과 공수처,  남북대화, 부동산 정책, 코로나 19방역 등은 모두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청와대와 여당이 사과와 반성 대신 내 편에만 관대한 잣대를 들이대며 힘으로 무마하려 했거나, 극렬 지지층에 기대 여론을 갈라 치고 사회를 분열시켰다는 점이다. 이런 기류가 대선까지 이어졌고, 선거 기간 내내 “내가 더 잘할 수 있습니다”가 아니라, “저 놈이 더 나쁜 놈입니다”라는 캠페인만 난무했다. 5년 전 광화문 촛불민심의 전폭적 지지로 탄생한 정권인데도, 임기 초 외쳤던 공정과 정의는 사라졌고, 역대 최악의 ‘내로남불’ 정권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됐다. 정권교체 바람이 거셌던 이유이다.

 

정치권에 놓인 과제

 

‘국민의 삶을 위해 봉사한다’는 정치의 기본 소명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진 지 오래됐다. 정치인 대다수가 사익과 진영이익을 쫒아 양심을 저버리는 풍토도 만연하다. 역대 대통령의 불행 역시, 정치의 기본 소양도 없는 사람들이 국정 운영에 깊숙이 개입했기 때문에 벌어졌다. 

 

하나의 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선거에서는 싸움에 능한 참모가 필요하다. 하지만 당선 후, 국정 운영에는 상대편 진영까지 포용하고 설득하는 통합의 리더십이 필요하다. 싸움에 유능한 참모가 국정 운영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이다. 그럼에도 대부분 대통령들은 선거 후 생기는 자리와 이권을 전리품으로 생각하는 봉건주의적 사고방식을 극복하지 못하고, 캠프에서 활약한 측근들을 정부 내각에 중용하거나, 전문성도 없는 캠프출신 인사들을 산하기관과 공기업에 내려 보냈다. 인사가 잘못 되었으니 성과가 날 리가 없었다. 애초에 선거 캠프를 입신양명의 등용문으로, 임명장을 그 입장권으로 이해하는 사람들에게 올바른 정치적 소양과 사명감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 결과 대통령의 임기가 더해질수록 국정 난맥이 심화되면서, 임기 말 불행과 실패한 대통령이 나오게 된 것이다. 

 

삼국지 소설 속 유비는 시골 변방에 있던 제갈공명을 삼고초려 끝에 얻어 촉나라를 세우고 삼국통일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었다. 도원결의를 맺은 측근 관우나 장비는 유비와 함께 전쟁 장수로 크게 활약했지만, 통치의 핵심 요직에는 등용 되지는 않았다. 당선인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또한 윤석열 당선인은 이미 국회 과반을 넘는 거대 야당을 상대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도를 넘은 네거티브 선거운동 후유증으로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의 감정도 여전히 좋지 않은 상태이다. 양쪽 진영의 갈등은 지지자들의 이해관계와 직접 관련이 있어,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 쉽게 설득하기 힘든 경우도 있다. ‘여성가족부 폐지’ 일곱 글자에 2030 여성 상당수가 국민의힘에 등을 돌린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공약을 폐기하거나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젊은 여성들은 임기 내내 반대 세력으로 남을 것이다. 

 

  당선인은 야당과 반대세력을 포함한 국민 모두의 지지와 협력이 있어야 순탄한 국정 운영이 가능하다. 그럼에도 당선 되자마자 ‘점령군 행세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대선후보’와 ‘대통령 당선인’의 신분차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보시절엔 경쟁이 우선이었다면, 당선인은 통합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도 공약으로 내세웠지 않았느냐? 우리가 충분히 검토했다”는 식의 대응은 여전히 상대를 대립과 경쟁의 상대로 보는 부적절한 처신이다. 반대하던 국민들까지 찬성으로 돌아설 만큼 끝없는 이해와 설득을 구해야 한다. 

 

  과반 의석을 가졌다고 민주당이 좋은 처지에 있는 것도 아니다. 대선 패배 책임을 두고 벌써 당내 내홍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민들을 그렇게 짜증나게 만들었던 ‘내로남불’ 행태에 아직까지 제대로 된 반성이나 사과 한번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 정당사에 유례없이 5년 만에 정권을 내줬는데도, 뭐가 문제인지도 모른 채, 내부 계파별로 분열되어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 하고 있다. 민주당은 한때 서슬 퍼런 독재에 맞서며 우리사회 민주화에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정당이었다. 하지만, 지금 민주당에서 그런 역사의식과 시대적 소명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권재창출 실패에 원인에 뼈저린 반성과 쇄신의 노력을 해야 한다. 

 

오는 6.1 지방선거는 당선인의 취임까지의 행보와 민주당의 변화 노력에 대한 첫 국민 평가가 될 것이다. 선거 결과에 따라 새 대통령의 국정운영 향방과 민주당의 운명이 결정될 것을 보인다. 국내외 산적한 문제들로 민생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국민들은 자신들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정치권의 향방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국민들의 더 큰 관심을 바탕으로 정치권에도 더 큰 변화의 바람이 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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