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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83) 남다른 기품을 자랑하는 튤립나무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11월19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1년11월19일 15시11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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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나무를 사랑하는 필자에게 특별히 좋아하는 나무가 있느냐고 묻는 분들이 제법 많습니다. 필자의 나무사랑이 비교적 넓게 펼쳐져 있어서 어느 특정 나무를 다른 나무들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지 않다고 대답하곤 합니다만, 그래도 ‘이 나무는 참으로 멋지다.’라고 감탄하는 나무들이 있습니다. 기품 있게 자라는 나무들이지요. 나무 전체가 균형이 잘 잡혀 있으면서 흐트러진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나무들이 있어서 필자는 그런 나무들을 기품 있는 나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기품 있는 나무 중의 한 나무가 이번에 소개하려는 튤립나무입니다. 

 

이 기품 있는 나무를 일찍 소개하지 않은 것은 우리나라에서 자생하는 나무도 아니고 비교적 보기가 힘든 나무라서 필자가 내심 정한 ‘우리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나무들을 소개한다.’는 가장 큰 원칙에서 벗어나는 것 같아서 그랬습니다. 그런데 최근 고교동기들과 모임을 가진 골프장에서 잎을 노랗게 물들여서 더욱 기품있는 튤립나무 개체를 보아서 마침내 소개하기로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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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0일 들른 기흥 골드CC에 서 있는 멋진 모습의 튤립나무: 노란 단풍이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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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7일 원광대학교 자연식물원에서 만난 튤립나무 (오른쪽) 단풍: 왼쪽의 미국 풍나무와는 수형이 차이가 난다.

 

이 나무는 우선 곧고 길게 뻗어 자라는 원줄기가 참으로 씩씩하게 보여서 보기가 좋습니다. 이 나무의 원산지는 미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미국 동부에서는 60m 높이까지 자란 나무가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1906년에 처음 도입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기후에 그다지 잘 적응하지 못해서 그만큼 크게는 자라지 않는 것 같지만, 잘 자란 나무들을 보면 우선 그 시원한 키에 반하게 됩니다. 위에서 이 나무가 모습을 잘 흐트러뜨리지 않는다고 하였는데, 높게 올라가는 원줄기 중간중간에서 지나치게 굵은 가지를 내밀지 않아서 나무 전체가 좀처럼 한쪽으로 기울어지는 일도 없고, 그 가지들도 나무의 단정함을 유지할 정도만 자라서 ‘나무백과’라는 책 3권을 쓴 임경빈 원로 수목학자는 이 나무는 전정이 필요하지 않은 나무라고 소개하고 있을 정도이지요. 다만 추위에 다소 약해서 더 크게 좋은 모습으로 자라는 나무는 남쪽에서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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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1일 기흥 골드CC의 튤립나무: 잎 색깔이 연두색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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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1일 서울시립대의 튤립나무: 등걸의 갈라짐도 매우 단정한 모습이다.

 

튤립나무라고 소개하면 ‘튤립이 나무인가요?’라고 되묻는 분들이 있어 당황하곤 합니다. 이 나무의 영어 이름을 그대로 우리 말로 채용한 이름인데, 나무 전문가들은 (임경빈 원로 수목학자를 포함해서) 이 나무의 꽃이 튤립을 닮아서 그렇다고 합니다만, 필자는 이 나무의 조각처럼 멋지게 생긴 잎을 잎자루를 잡고 세워서 보면 튤립의 실루엣이 보여서 거기서 착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나무가 피우는 꽃이 백합을 닮았다고 해서 우리 말 이름의 하나로 채택된 것이 백합나무인데, 원로 수목학자들은 이 이름으로 부르기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만, 지금은 공원 같은 데서 만나는 개체들 대부분에 ‘튤립나무’라는 이름표를 붙이고 있는 것을 보면, 이제는 대세가 이 이름으로 부르는 것으로 정착된 것 같습니다.

 

이 나무는 큰 키로나 수형이 곧게 뻗는 점으로나 역시 서양에서 들여온 포플러 종류와 비슷한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데, 튤립을 닮은 잎들도 긴 잎자루에 달려 있어서 바람이 불면 쉽게 흔들거려서 그 점에서도 포플러과 닮은 인상을 줍니다. 다만 이 나무의 잎이 비교적 옅은 녹색이라서 가을이 되어 물들지 않을 때에도 노란색으로 비쳐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원산지 미국에서는 이 나무를 비공식적으로 ‘yellow poplar’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이 나무는 가을에 노랗게 물든 잎을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어 은행나무 못지않은 멋진 노란색 단풍의 정취를 자아내어서 더욱 보기 좋고, 다른 포플러 종류 나무들의 잎이 그다지 볼품없는 색깔로 변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어서 그렇게 붙여진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모습은 포플러 나무를 연상시키지만 이 나무는 포플러가 속하는 버드나무과가 아닌 목련과로 분류됩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 나무는 스스로 모습을 단정하게 갖추는 편이기 때문에 많은 나무들과 함께 심긴 공원 같은 곳에서보다는 역시 넓은 들판 한가운데에 심겨 있을 때 그 가치가 더 잘 발휘되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미국 동부에서는 이런 나무를 쉽게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나무의 약점이라면 워낙 위로만 자라고 옆으로 가지를 펼치는 성질이 약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이런 장점을 보여주는 느티나무가 가지는 또 다른 큰 특장인 동네 어귀에 심겨서 정자나무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방으로 넉넉하게 펼친 가지 아래로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그런 자비로운 특징 말입니다. 그냥 들판에서 멋진 정취를 자아내는 역할에 만족해야 하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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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1일 분당 율동공원의 튤립나무: 꽃모습과 잎모습의 특징을 잘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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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5월 14일 KIST 방문시 만난 튤립나무: 꽃과 잎의 특징도 잘 찍을 수 있었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이 나무는 키가 비교적 커서 나무 높은 곳에 달고 있는 꽃을 사진으로 담기가 불편한 편입니다만, 다행히 필자가 자주 들르는 분당 율동공원에 그다지 키가 크지 않은 젊은 나무들이 심겨 있어서 꽃을 사진으로 담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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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 10일 프랑스 베르사이유궁의 이궁인 트리아농 정원에서 만난 튤립나무: 고목의 모습을 보여주어 인싱적이었다.

 

튤립나무는 곧고 크게 자라기 때문인지 이 나무의 목재도 부드럽고 결이 좋은데다가 색깔도 하얗고 광택까지 있어서 미국에서는 좋은 가구재로 쓰인다고 합니다. 더욱이 이 나무는 뜨거운 증기 속에 넣어도 물기를 흡수하지 않기 때문에 나무로 만드는 각종 틀로도 (모자틀, 화판, 제도판, 나무자 등) 쓰인다고 합니다.

이런 유용성 때문에서가 아니라 그 멋진 기품을 감상하기 위해서라도 이 나무가 더 널리 보급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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