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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이라는 상품의 특성과 시장을 이해하고 정책을 펴라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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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11월21일 16시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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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정부의 대표적 실패 정책인 소주성(소득주도성장)과 주택 정책의 책임이 있는 두 전직  청와대  고위 정책참모들의 요즈음 행보를 보면 가관이다.

한 사람은 교수로 복귀해 "전 세계 집값이 다 올랐다, 그나마도 OECD 국가 중 한국은 하위에 속한다."고 말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다른 한 사람은 한국의 경제브레인들이 모여 있는 국책연구원의 수장으로 앉아 정부에 비판적인 연구들을 열심히 차단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 또 최근 부동산 연구팀을 만들었다는 소식도 들린다.

 

물건은 장소와 시간에 따라 가치와 가격이 달라지기 마련이다. 이렇게 장소를 이동시켜 가격의 갭으로 돈을 버는 행위가 교역이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상인 유민이 교역을 주도하며 다른 도시에 이방인으로 침투해 문화가 섞이는 역할을 했다. 근세에는 해상 무역이 발달하며 신대륙의 발견이나 아편전쟁과 같은 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마약 밀수가 끊이지 않는 것도 지역에 따라 가격과 희소성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물자의 가격을 조정하기 위한 정부 정책 수단 중 하나가 무역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를 광풍 속으로 몰아넣고 있는 주택은 장소를 이동할 수 없다. 문자 그대로 부동산(不動産)이다. 같은 주택이라도 그 주택이 위치한 장소에 따라 가격 차이가 많이 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현상이다. 건설원가뿐 아니라 교육, 의료, 교통, 문화, 경관 등의 여건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결정적이다.

 

주택 정책을 제대로 펴려면 주택이라는 상품의 특징을 이해해야 한다. 또 주택 수요자를 잘 파악해야 한다. 기업이 사업에 성공하려면 취급하는 상품과 소비자에 대해 잘 이해해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치솟는 가격을 잡기 위해 분양가상한제, 부동산 관련 세금을 강화해도 씨알이 안 먹히는 이유가 주택이라는 상품과 그 시장을 잘 못 이해하고 정책을 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주택을 상품으로 인정하지 않으려는 이념적 접근이 정책을 망치는 것으로 보인다. 주택도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기업(건설사)이 제조(건설)해서 판매(분양)하는 상품이다.

 

모든 상품의 가격은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된다. 물론 정부의 적절한 통제와 세금을 포함한 정책적 수단에 의해 조절 될 수는 있다. 그러나 섣부른 통제와 정부의 개입은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부작용을 낳기 마련이다. 우선해야 할 일은 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상품이, 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장소에 공급되게 해야 하는 것이다.

 

또 정책 목표를 정확히 해야 한다. 모든 목표를 하나의 정책으로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보다 명확한 정책목표와 우선순위를 정하고 정조준 해야 한다.

 

고가주택의 가격을 잡는 것인지, 주택 평균가격을 잡는 것인지, 전월세도 마련하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기 위한 것인지. 목표에 따라 전략과 그에 따른 정책도 달라져야 한다.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니 온갖 정책이 짬뽕처럼 뒤섞여 뒤죽박죽이 되는 것이다.

특히 정책 판단의 근거 또한 합리적이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다주택자와 임대사업자는 나쁜 것인지. 600만 채가 넘는 다주택자 소유 물량이 시장에 나오면 무주택자들이 구매할 수 있는지. 다주택자가 사라지면 전월세는 어디서 구하는지. 설마 공공이 600만 채 이상의 임대를 공급하겠다는 것은 아닌지. 대부분 노년인 90%가 넘는 중저가 주택 임대사업자, 즉 생활형 임대에 철퇴를 가하는 것이 옳은 일인지. 또, 이자도 낮은데 임대사업을 못하면 그들은 무엇으로 생활을 영위하라는 것인지…등등, 따져볼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또 개인이 주택 몇 채를 가지고 임대 수입을 얻는 것이 나쁜 일이면(주택으로 수입을 얻기 때문에?)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대규모 임대사업을 하는 것은 무방한 일인지, 애초에 집 매매로 돈을 벌면 안 된다고 하면 건설사업자가 주택을 지어 파는 것은 무방한 일인지….

그래서 정부가 적정이익을 초과하는 이익을 환수한다는데 적정이익은 누가 정하는가? 문제가 더 심각한 것은 적정이익을 정하는 권한 앞에 부정(不正)이 싹틀 수밖에 없으며, 주택의 질이 부실해지거나 주택건설 사업을 위축시켜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목적, 지역, 가격대를 무시하고 일괄적으로 처단하듯 하는 정책의 구사는 잘못이다. 일생을 살다 보면 사람에 따라 다주택을 필요로 하는 사유가 생기기 마련이다. 그런데 주택 가격이 오르고 그로 인해 부당하게 차익을 실현했다는 시각으로 역시 가격을 때려잡으려 한다. 그 바람에 시장에서는 규제를 받지 않는 작은 단지의 최고급 주택이 늘어 100억 원대에 이르고 시세차익도 수십억 원에 달하는 상상하기 어려운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택 가격을 잡고 처벌하려 들 것이 아니라 고가주택에서 적정한 세금을 거둬 무주택 저소득층을 지원하면 될 일이다.

정작 가격을 잡으려면 희소성을 해소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서울 강남의 대치동의 집값이 비싸고 전월세가 비싼 이유는 다른 여건도 있지만 사교육의 메카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취학 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영어를 비롯한 각종 학원까지 성황을 이루고 있으며 유치원이나 학교의 입원, 입학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니 사람들이 다른 지역에서 이곳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학부모들에게는 교육이 최고의 가치인 것이다.

 

해결할 길은 딱 하나 뿐이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그 지역을 재개발해서라도 공급을 늘리든지, 아니면 다른 지역에도 서울 강남과 같은 그런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의 정부는 반대로 하거나 그런 길에 무관심하고 그냥 때려잡기 식 숫자놀음만 하고 있다.

정부 정책은 조화를 이뤄야 한다. 특정지역에 사교육이 집중되어 주택가격에 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어 공교육으로 좀 더 나은 학교를 전국 여기저기 만든 것이 특목고, 자사고 등 인데 일부 문제가 있다고 해서 다 없앤다고 한다. 과연 옳은 판단인가?

 

특목고, 자사고를 다 없애면 특정지역의 사교육이 더 극성을 부리고 집값도 더 올라갈 게 뻔하다. 조기 해외유학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하다. 신도시라고 만들어 아무리 주택 공급을 늘려도 특정지역의 가격이 오르는 이유는 간단하다. 다른 물건과 달리 주택의 가치는 주택 자체만이 아니라 그 주택의 위치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주택의 특성과 여건, 주택 소비자들에 대해 좀 더 이해하고 정책을 펴주기 바란다. 주택정책을 이념적으로 접근하면 필패한다. 이념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이 만들고 있는 현실에 바탕을 두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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