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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호조 불구, 걱정되는 제조업의 미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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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1년05월16일 17시1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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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가 코로나19의 터널을 벗어나는 것이 금년 말 정도로 예상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이미 중국, 미국 등 우리의 주요 교역국들을 중심으로 경기회복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는 덕분에 우리 수출은 계속 호조를 보이고 있다. 역대 경제위기 때마다 수출의 회복으로 그 위기를 극복하는 계기를 마련해온 우리 경제로서는 지금의 코로나 위기 와중의 수출호조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러한 수출호조를 이끌고 있는 우리 산업들이 현재의 호조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미래의 준비는 ‘설비투자’의 동향을 보면 짐작할 수 있는데, 이용 가능한 설비투자 통계를 점검해 보면 우리 산업이 미래를 준비하는 것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은가 하는 우려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지난 4월까지의 수출 상황을 살펴보자. 2021년 1/4분기 중 우리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12.5% 늘어났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의 영향을 받았으니, 기저효과를 의심해 볼 수 있지만 1/4분기의 수출을 2019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보더라도 10.4% 늘어났으므로 그 호조세가 견조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더욱이 산업통상자원부가 5월초 잠정 집계한 4월 수출 통계를 보면 더욱 호조세가 뚜렷해져서 고무적이기까지 하다. 4월 수출실적은 작년 4월 대비 41.1%라는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였는데, 작년 4월부터 우리 수출도 코로나19의 영향을 크게 받았으므로 기저효과가 매우 컸지만, 이 실적 자체가 우리나라 4월 중 수출규모로 최대치를 기록하였으므로 그 호조를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지금의 수출호조를 더 상세히 들여다본다면 (실적이 발표된 1/4분기 기준으로), 10대 수출품목 중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석유제품을 제외하면 모든 품목이 고루 증가세를 보였다. 1~3위 품목들인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이 각각  전년 동기대비 14.0%, 31.5%, 28.6% 늘어난 것이 보여주듯이 주요 품목들의 증가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산업통상자원부의 5월 초 발표에 의하면 4월중 30.2%가 늘어났으니 다른 산업들의 증가세를 4월 들어 따라잡은 셈이다.

 

이러한 수출 증가는 당연히 우리나라의 양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미국으로의 수출이 호조를 보인 데 주로 기인하는데, 양국에 대한 1/4분기 중 전년 동기대비 수출증가율은 각각 25.0%, 20.1%를 기록하였다. 이러한 호조세는 4월에도 이어져 중국, 미국, EU로의 수출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수출호조는 ‘가뭄의 단비’ 역할을 하기엔 충분하다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증가세가 중장기적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지금의 수출호조는 그 자체가 현재 우리 산업들이 유지하고 있는 경쟁력이 시현된 결과일 뿐 향후 중장기적으로도 이러한 산업의 경쟁력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수출확대와 미래의 산업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할 것인지 면밀히 살펴보고 대책을 세워나가야 할 것이다.

 

우리 산업의 미래 경쟁력을 준비하는 모습은 설비투자에 투영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현재 발표되고 있는 설비투자 통계들은 다소 시차를 두고 발표되고 있고(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산업별 설비투자 규모는 2019년까지만 발표됨), 산업별로 매우 세부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정확하게 기존 산업의 설비를 늘리기 위한 투자인지, 새로운 산업을 개척하기 위한 투자인지 가려내기는 쉽지 않다는 (한국은행 통계 및 산업은행이 발표하는 설비투자 계획조사 모두에 적용됨) 약점을 안고 있다.

 

  그렇지만 이들 통계를 살펴보더라도 몇 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고, 그만큼 우리 산업들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나아가 정부가 산업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내기에는 충분하다고 판단된다.

 

첫째, 가장 우려되는 것은 우리나라 제조업 전체의 설비투자가 2017년을 고비로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설비투자 통계로 보면, 비슷한 정도의 투자 규모를 보이고 있는 서비스업의 설비투자가 2017년 이후에도 꾸준히 증가하는 반면, 제조업의 설비투자는 2018~19년에 걸쳐 –8.0%, -12,9% 등으로 연속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고 있던 기간이었으므로, 우리 제조업들이 미래에 대해 낙관적인 시각으로 준비하지 않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산업은행이 매년 연말 다음해의 설비투자 계획을 조사하여 발표하는 통계를 보더라도 이러한 추세는 확인할 수 있는데, 더욱 우려되는 것은 2020년과 2021년의 설비투자 계획도 2019년 수준에서 거의 머무르고 있는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2017년 이후 부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데도 이러한 추세가 크게 문제로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더욱 문제라고 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결국 제조업의 설비투자 전체의 흐름으로 판단한다면 현재의 수출호조는 오래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둘째, 설비투자가 특정 산업에 집중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산업별 설비투자 추이를 보면 통계가 집계되는 최초 연도인 2005년부터 이미 설비투자가 집중되어 있던 1위, 2위 업종은 IT제조업과 운송장비업이다. 이들 최상위 1~2위 업종이 제조업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의 40.7%와 13.7%에서 2019년에는 42.4%와 16.0%로 늘어나 그 집중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반면 3위를 보이고 있던 금속 (철강 포함)이 가장 크게 줄어서 같은 기간 중 12.9%에서 6.4%로 낮아져 전체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떨어졌고, 나머지 거의 모든 다른 산업에서도 그 비중이 떨어지는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주력 업종 외의 다른 업종에서는 미래에 대한 투자가 더욱 줄고 있다고 해석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이들 두 업종에 편중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두 산업에 대한 설비투자 집중 현상은 산업은행이 발표한 2021년 설비투자 계획조사에서도 IT제조업과 자동차 두 분야가 제조업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각각 63.6%와 6.0%에 이르러 그 편중현상이 더욱 심화된 모습으로 나타나고 있다. 

 

 한 가지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화학 분야인데, 화학산업이 제조업 전체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9.7%에서 2019년 15.1%로 늘어났다. 화학 업종이 이차전지, 바이오 등과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다만 집중도가 높아지고 있는 IT제조업의 경우 2017년 이후에는 설비투자가 다소 부진 현상을 보이면서 제조업 전체의 부진을 심화시키는 선도적 역할을 할 정도로 낮아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셋째, 산업은행의 설비투자 계획조사에서는 설비투자 계획을 투자동기별로 집계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더라도 우리 제조업이 미래를 준비하는 노력이 잘 보이지 않는다. 제조업 전체로 볼 때, 2021년의 설비투자 계획 중, 신제품 생산을 위한 설비투자는 전체의 31.2%에 머물고 있고, 전체의 53.8%가 설비 확장, 기존 설비 유지보수 등의 목적으로 투자될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변화를 대비하기 위한 목적의 자동화, 에너지절감 및 환경, 연구개발 투자에는 9.3%가 할애되고 있을 뿐이다. 다만 신제품 개발과 미래변화에 대비하는 투자의 비중은 통계가 처음 집계된 2014년보다는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을 수 있을 정도이다. 다행히 설비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IT제조업과 자동차의 경우 신제품 생산에 대한 투자의 비중이 전체 제조업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인 37.3%, 44.3%를 각각 보이고 있고, 자동차의 경우 미래를 위한 대비에도 16.0%를 할애하고 있어서 이들 두 산업은 최소한 중장기적인 경쟁력 유지를 위한 투자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들 두 산업에 비해 다른 산업들은 제조업 평균보다 더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 미래를 위한 준비에서도 우리 산업의 편중현상이 심화되고 있어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위에서 언급했던 서비스업의 설비투자가 제조업에 비해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는 것도 그다지 만족스런 모습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서비스업에서의 설비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분야가 결국 공공행정, 국방 및 사회보장 분야이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 변화에 대응해서 투자를 늘려갈 것으로 기대되는 정보통신, 금융보험, 도소매 등의 분야에서는 여전히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의료보건 및 사회보장, 운수 등에서 견조한 투자증가세가 나타나고 있는 점에서 약간의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점이 위안거리일 정도이다.

 

이상과 같이 설비투자의 최근 실적이나, 설비투자 계획 등을 분석한 내용을 종합해 본다면, 우리 산업 특히 제조업이 미래에 대비하는 투자가 부족하고, 특히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투자 분야에서 매우 취약하다고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지금 호조를 보이고 있는 제조업의 경쟁력이 향후 중장기적으로 유지된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2017년부터 제조업의 설비투자가 크게 꺾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현 정부가 들어선 이후 제조업의 새로운 분야 투자를 열어줄 정책적 노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는 투자확대를 위한 정책적 유인책 마련이다. 특히 새로운 분야에 투자하기 위한 길을 열어주는 노력, 즉, 신산업에 대한 규제개혁 노력이 하루빨리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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