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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단일화 이뤄질까? -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최대 변수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1년02월19일 11시08분

작성자

  • 이상일
  • 국가미래연구원 연구위원, 현 단국대 석좌교수, 前 국회의원,前 중앙일보 정치부장·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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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는 4월 7일 실시되는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가 갖는 정치적 의미는 매우 크다. 여야의 명운을 가를 뿐 아니라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터여서다. 보선에서 야권이 승리하면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권교체의 희망을 키워갈 수 있을 것이다. 보선 승리로 야권 지지자들이 자신감을 회복하고 응집력을 강화하면 내년에 실제로 정권교체가 이뤄질 수도 있다. 반면 패배할 경우 야권 지지자들의 사기저하와 이탈로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동력은 커질 것이다. 여든, 야든 지면 심각한 후유증에 시달릴 것인 만큼 선거일까지 양진영의 난타전은 한층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현재 판세는 서울에서 야권 단일화를 가정할 경우 백중세, 부산에선 국민의힘 우세다. 그러나 선거일까지 시일이 꽤 남아 있고, 두 진영의 후보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므로 승패를 점치긴 어렵다.  

 

 보선의 승패를 가를 승부처는 역시 서울이다. 그리고 이곳 승부의 관건은 야권 단일화 여부다. 과연 야권은 단일화된 후보를 낼 수 있을 것인가? 문재인 정권을 이번에 심판해서 내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지닌 야권 지지층은 물론이고, 야권의 정권 심판론을 무산시켜 정권을 지키길 원하는 민주당 지지층, 그리고 아직 어느 쪽을 지지할지 결정하지 않고 관망하는 무당층 모두 야권의 후보 단일화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서울에서 야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질 경우 야권의 승리 가능성은 커지고, 단일화가 무산되면 여당인 민주당이 야권이 분열된 3자 구도에서 낙승할 공산이 큰 만큼 단일화 여부가 국민 모두의 최대 관심사인 것이다. 

 

 단일화 가능성 커졌으나 성사 단정하긴 아직 일러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 가능성은 2월초에 비하면 꽤 높아졌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가 제의한 ‘국민의힘 틀 안에서의 경선’(안 대표가 국민의당 당적을 유지한 채 국민의힘 경선전에 뛰어들겠다는 것)을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거절하고,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입당을 거부함에 따라 단일화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으나 이와 관련한 불안감은 해소됐다. 국민의힘은 자체 경선을 통해 후보를 선출하고, 안철수 대표는 무소속 금태섭 전 의원과의 단일화를 먼저 시도하기로 하면서, 즉 야권의 경선이 투 트랙으로 가닥 잡히면서 단일화 가능성은 커졌다.

 

 야권의 단일화 로드맵은 다음과 같다. 안철수·금태섭 예비후보는 3월 1일 단일화를 하고, 국민의힘은 3월 4일 당 후보를 선출한다. 이후 안철수·금태섭 조(組)의 단일후보와 국민의힘 후보와의 단일화를 진행한다. 4·7 보선의 후보 등록일은 3월 18∼19일이므로 그 전에 단일화를 통한 야권 최종후보를 선정한다. 

 단일화를 1단계, 2단계로 진행한다는 것인데 현재로선 큰 가닥만 잡혔을 뿐이다.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처럼 단일화를 방해할 요인들은 남아 있고, 후보 간 신경전도 펼쳐질 터 최종 단일화까진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안철수·금태섭 예비후보는 TV토론 문제를 놓고 티격태격했다. 양측의 이견 정리로 TV토론은 18일 실시됐지만 둘의 단일화 목표 시기인 3월 1일까진 불협화음이 몇 차례 더 나올 수도 있다. 여론조사 방식, 설문 내용 등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면서 파열음을 낼 수도 있다. 

 

 그래도 둘의 단일화는 예정된 시기에 이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금태섭 예비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상당히 크다.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 있는 안철수 대표로선 어떤 여론조사 방식이든 금태섭 전 의원을 이길 수 있다고 판단할 것이므로 신경전을 지루하게 끌고 가지는 않을 것이다. 

 민주당에서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은 이번을 계기로 야권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야권 단일화의 물꼬까지 텄다. 그의 지지율은 아직 미미하지만 서울시장 예비후보로서 어느 정도의 존재감을 보여주는 등 나름의 성과를 거뒀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 문제로 신경전을 아주 지나치게 전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단일화를 절실히 원하는 야권 지지층의 바람을 잘 알고 있을 테니 적절한 강도의 밀고 당기기를 하면서 안 대표와의 단일화를 매듭지을 것이다.

 

 단일화 2라운드가 문제-국민의힘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와의 신경전 치열할 듯

 

 문제는 단일화 2라운드다. 안철수·금태섭의 1라운드 단일화 승자와 국민의힘 후보 간에 전개될 최종 단일화의 과정은 순탄치 않을 수 있다. 현 상황에서 예측하면 1라운드 단일화의 승자는 안철수 대표가 될 것이다. 현재 나경원·오세훈·조은희·오신환 등 4명의 예비후보가 경선을 하고 있는 국민의힘에선 양강 구도를 구축해 온 나경원·오세훈 예비후보 둘 중 한 명이 승자가 될 것이다. 

 

3월 4일 후보를 결정하기로 한 국민의힘은 100% 서울시민 여론조사로 후보를 뽑는다. 최종전에 나갈 4명의 후보를 압축하기 위해 진행한 1차 경선에선 책임당원 투표(20%)와 서울시민 여론조사(80%)를 혼합한 방식이었다. 1차 경선에서 나경원 예비후보가 1위를 차지했으나, 여론조사에서는 오세훈 예비후보에게 1위 자리를 내줬다. 

 2차 경선은 여론조사로만 최종 후보를 선출하기 때문에 오세훈 예비후보 측도 기대를 걸고 있다. 나경원 예비후보에게 이점은 여성 가산점 10%(본인이 얻은 지지율의 10%가 추가됨. 즉 35%의 지지를 얻었다면 3.5%포인트가 더해져서 38.5%를 획득한 것으로 간주됨)가 주어진다는 것이다. 

 

 나경원·오세훈의 승부는 현재로선 예측하기 어렵다. 두 사람의 1대1 TV토론(23일)도 남아 있고, 정책 비전 제시와 선거운동에서 어느 측이 더 선전하느냐에 따라 판세엔 언제든 변화가 생길 수 있다. 1대1 TV토론의 경우 시민평가단의 승패 판정이 바로 나오기 때문에 그 결과가 둘의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어찌됐든 국민의힘에선 이 두 사람 중 한 명이 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후 금태섭 전 의원과의 단일화 승부에서 승리할 것으로 보이는 안철수 대표와의 단일화가 이뤄져야 하는데, 과연 가능할 것인지가 이번 보선의 최대 변수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측은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 다음에야 단일화를 위한 협상을 시작하게 된다. 원래 일정대로 3월 4일 국민의힘 후보가 선출된다면 단일화를 위한 시간적 여유가 그다지 많지는 않다. 이 점을 고려하면 국민의힘이 후보 선출 시기를 앞당기는 게 바람직하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대위원장도 예정보다 이른 시일에 후보를 선출할 수도 있다고 했는데, 안철수·금태섭 예비후보 간 단일화 목표시기인 3월 1일에 국민의힘 후보도 선출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민주당 후보 선출일도 3월 1일임)

 안철수 대표(금태섭 예비후보와의 단일화에서 승리한다고 가정)와 국민의힘 후보 간 단일화 협상은 안철수·금태섭 조보다 진통이 더 클 가능성이 크다. 의석 102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이 의석 3석의 국민의당에 패배할 경우 체면이 말이 아닐 터, 단일화 승부에서 승리하기 위한 모든 것들을 협상 테이블에 들고 나올 것이다. 목표를 대통령에서 일단 서울시장으로 낮춘 안철수 대표도 패배하면 재기하기가 쉽지 않고, 국민의당 존립도 위태로워질 터여서 필승을 위한 모든 카드를 제시할 것이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에서 교훈 얻어야

 

 100% 여론조사로 승부를 내게 될 두 진영의 단일화 협상의 길목 길목에 지뢰밭이 있을 수 있다. 민주당을 지지하는 시민들을 여론조사 대상에 포함시킬지 여부(*국민의힘 경선은 정당 지지여부 따지지 않고 서울의 18세 이상 모든 시민을 상대로 무작위 표본 추출로 조사)를 놓고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에서 신경전을 벌일 수 있다. 민주당 지지층의 역선택(민주당 후보가 상대적으로 싸우기 쉽다고 생각하는 야권 후보를 민주당 지지자들이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 문제에 대한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여론조사 설문 구성을 야권 후보의 경쟁력으로 할 것인지, 아니면 적합도로 할 것인지를 놓고서도 양측의 갈등이 표출될 수도 있다. 안철수 후보 측은 경쟁력(민주당 후보에 맞설 야권 후보로 누가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하는가?)을, 국민의힘 쪽에선 적합도(서울시장 후보로 누가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를 주장하면서 이견을 좀처럼 좁히지 않을 수도 있다.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대항마로 나선 노무현·정몽준 후보가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원칙에 합의하고서도 경쟁력으로 물을 거냐, 적합도로 물을 거냐를 놓고 격돌했다. 당시 이회창 후보에겐 노무현·정몽준 단일화는 성사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까지 올라갈 정도였다. 단일화가 물 건너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던 차에 적합도 조사를 주장하던 노무현 후보가 경쟁력을 묻는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던 정몽준 후보 측 주장을 전격 수용하는 통 큰 모습을 보였다. 그 덕분에 노무현 후보는 국민의 관심을 끌었고, 불리해 보였던 상황을 역전시켜 단일 후보가 됐다.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야권 후보 단일화 성사를 통한 서울시장 선거 승리라는 더 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단일화 협상 과정에서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때론 선 굵게 양보하는 측이 오히려 승리한다는 것을 2002년의 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다.

 양측은 시너지가 나오는 단일화, 아름다운 단일화를 위한 방법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 협상과정에서 상대를 비이성적으로 공격하거나 반감을 지나치게 표출하는 등 이미지를 스스로 손상하고 시민의 신뢰까지 상실하는 언행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의(大義)는 외면하고 소리(小利)에 집착하는 행태를 노정해서도 안 될 것이다. 국민과 서울시민의 관심을 끄는 적당한 긴장감이 깔려 있는 신경전을 펼치되 정정당당히 승부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다. 

 

 양측은 단일화의 데드라인을 3월 10일로 정하는 게 좋을 듯싶다. 데드라인을 넘기더라도 하루 이틀 뒤엔 반드시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 이보다 더 늦으면 단일화가 이뤄지더라도 최종 후보가 본선을 위해 뛸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사실을 협상하면서 늘 염두에 둬야 한다. 양측이 지나치게 자기중심적, 이기적으로 움직여서 단일화가 물거품이 되면 공멸한다는 사실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민주당 자치단체장의 성범죄로 치러지는 보궐선거 - 심판이냐 좌절이냐에 야권 명운 걸려

 

 이번 선거는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성범죄 때문에 실시되는 것이다. 보선 비용 838억 원은 서울시와 부산시가 부담한다. 귀책사유가 민주당에 있는 선거에 쓰일 돈을 서울과 부산시민이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은 뻔뻔스럽기까지 하다. 민주당 소속 자치단체장의 문제로 보궐선거나 재선거가 실시될 경우 민주당은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당헌·당규를 문재인 대표 시절에 만들어서 국민 앞에 약속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파기하고서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을 진행하고 있어서다. 국민에 대한 약속을 저버린 것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은 사과 한 마디 하지 않고 당원들이 알아서 바꾼 것이라는 식으로 신년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이런 무책임한 정권을 야권이 이번에 심판하지 못한다면 야권의 미래는 없다. 야권이 단일화를 성사시키지 못해서 서울을 또 다시 빼앗긴다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은 존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단일화 무산은 부산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만일 야권 단일화의 좌절로 부산에서까지 패배하면 국민은 야권을 완전히 외면할 것이고, 문재인 정권의 오만과 독선은 한층 더 기승을 부릴 것이다.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길 고대해 왔던 국민들은 자포자기의 무기력증에 빠질 것이고, 내년 대선과 지방선거도 포기해 버릴 공산이 크다. 

 

 이런 비참한 상황이 전개된다면 그 모든 책임은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져야 한다. 양측은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막중한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단일화를 꼭 성사시켜야 한다. 양측과 금태섭 전 의원이 단일화를 성공시키고, 그 동력으로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다면 한국 정치사에 선거연대의 모범사례로 길이 남을 것이다. 선거 승리 후엔 지평을 중도로까지 넓히는 새로운 통합야당을 탄생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국민의 지지 상승도 이끌어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기반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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