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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찜기 속의 개구리가 아닐까?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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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8월22일 17시59분

작성자

  • 하지원
  • (사)에코맘코리아 대표·지구환경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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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우올림픽과 지구환경

리우올림픽이 한참이다. 스포츠는 온지구인의 눈을 사로잡는다. 이기면 이기는대로 지면 지는대로 응원하고 눈물지으며 감동이 물결친다. 전 세계인의 이목이 이처럼 집중되는 것은 흔치않다. 그래서 올림픽의 개·폐막식은 늘 큰 의미를 지닌다. 리우올림픽 개막식은 여타 올림픽의 개막식과 사뭇 달랐다. “지구와 환경, 그리고 작은 행동을 시작하는 인간”을 강조한 리우개막식. 뜨거워지는 지구의 온도에 따라 해수면에 잠기는 지구의 모습을 나사가 제공한 영상으로 리얼하게 보여줬다. 리우의 지구사랑은 한참을 거슬러 올라간다. 1992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하나뿐인 지구’를 위한 UN환경회의가 열렸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 지구가 견디기 힘들만큼 경제발전에 집중하는 당시의 상황을 크게 걱정하며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내용이 논의되었다. 환경을 고려한 경제와 사회발전, 세부분의 균형이 강조되며, 지구의 환경을 보전하기 위한 실천계획들이 탄생했다. 당시 채택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에 190개국 이상이 가입했고 동참을 약속하였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12년에 리우+20 즉, UN지속가능발전회의(UNCSD)가 리우에서 열렸다. 그동안의 평가와 앞으로의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였고, 그 후 4년이 지난 지금 그곳 리우에서 올림픽이 열리며, 위험에 빠진 지구의 모습을 알리는 개막식이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해결한 희망의 열쇠는 사람이고, 사람들의 변화된 행동으로 지구를 구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지금부터 24년 전 리우에서 190개국이 환경을 고려한, 조화를 이루는 경제발전을 약속했지만 지금 지구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아무튼 리우는 이렇게 지구환경과 관계가 깊다. 

 

너무 뜨거운 지구, 숨쉬기 힘든 공기

지구가 이상한 건 리우까지 얘기하지 않아도 된다. 요즘 우리는 얼마나 뜨겁게 살고 있나. 열대아 현상으로 밤에 잠을 몇 번씩 깨면서... 깊은 숙면을 취한 기억이 별로 없다. 8월 서울 평균기온은 29.7도로 기상관측 이래 최고이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에 의하면, 2016년 7월은 1880년 기준 137년 만의 가장 더운 달이었다고 한다. 우린 지구가 이상하다는 것을 몸으로 실감하고 있다. 시멘트와 콘크리트 그리고 고무매트나 플라스틱으로 뒤 덮여 있는 지구는 스스로를 더 뜨겁게 달굴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인간의 힘듦을 넘어서 과일, 야채, 가축들의 생육도 매우 힘겹다. 올 추석은 더욱 비싸진 농축산물을 맞이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UN통계에 의하면, 현재 43개 국가의 7억명의 인구가 물 부족으로 고통받고 있고, 2025년 이전에 18억의 인구가 절대적 물부족(absolute water scarcity) 국가나 지역에 살게 될 것이며, 전세계 인구의 2/3가 물부족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다고 한다. 미국 오리건 주의 광활한 숲을 가득 채우고 있던 천 년된 나무들은 댐 건설을 이유로 모두 베어졌고, 얼음이 녹아버린 노르웨이 스발바르 제도에는 이제 북극곰이 살 수 있는 땅도 먹을 수 있는 음식도 모두 사라졌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따뜻해진 날씨는 단단하게 얼어있던 빙하를 폭포로 만들어버렸다. 작은 에스키모인 이누피아크 공동체의 고향인 알래스카 사리체프 섬 안에 위치한 작은 시시마레프 마을은 해수면 상승으로 위험에 처해있다. 지대가 심각하게 약해지자 지난 화요일 마을 주민들을 주거지를 옮길지 여부에 대해 투표를 시작했으며, 알래스카 주정부는 “근본적인 영구 동토층(1년 내내 항상 얼어있는 땅)이 녹고 있기 때문에 마을 전체가 잠식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국가를 잃은 투발루, 그리고 가장 아름다운 섬 몰디브도 국가를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태평양에는 한반도의 7배가 넘는 쓰레기 섬이 있다. 화력발전소가 뿜어내는 시커먼 매연은 초록빛 광야를 잃게 하고 있음은 물론이요, 인간의 생명도 줄이고 있다. 화력발전소와 경유차는 도시를 심각한 미세먼지 소굴로 만들고 있으며, 전 세계인구 중 1/8이 대기오염으로 죽는다고 WHO는 밝히고 있다.

 

우리는 찜기 속의 개구리가 아닐까! 

누가 화력발전소를 많이 짓게 했는가? 왜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경유차가 많아졌는가? 누가 쓰레기를 버렸고, 누가 지하수를 맘대로 파헤쳐 물의 씨앗을 말렸으며, 해수면은 누구 때문에 상승했는가? 최근에 작성된 UN미래보고서를 보면, 인간이 상상한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한다. 알파고도 드론도 무인자동차도 이미 시행 중이다. 그런데 유일하게 인간이 해결하지 못하는 한 가지가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온난화’이다. 지구온난화는 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다. 과학으로 효율화는 이룰 수 있으나 근본적인 변화에는 여지껏 그랬듯이 한계가 있다. 결국 인간이 살아가는 삶의 태도와 방식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구보다 먼저 인간이 더 위험한 상황에 빠지게 될 것이다. 아무리 좋은 학교를 나오고, 경제적으로 풍요해도 공기를 마실 수 없다면, 마실 물이 없다면, 너무 더워 에어콘을 켜도 더위가 가시지 않을만큼 뜨겁다면, 우린 과연 지구에서 생존할 수 있을까? 근시한적인 편안함과 당장의 경제적 이득 때문에 점점 뜨거워지는 지구를 ‘괜찮겠지’하며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다가 우리는 조금씩 더워져서 찜기 속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개구리가 되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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