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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 통신 통합 규제 제도 확립이 먼저다” -SK의 CJ헬로비젼 인수합병, 공정위 불허에 대한 논란과 남겨진 과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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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8월15일 20시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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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 합병 건에 대한 경쟁 제한성 심의 결과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주식 취득 금지'와  'CJ헬로비전과 SK브로드밴드 간 합병금지' 결정을 내렸다. 그러나 이 같은 공정위의 결정은 구조 개편이 필요한 유료방송 산업과 통신 산업의 현 상황을 인식하지 못한 채, 구시대의 잣대로 CATV 산업을 재단하고 있다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공정위가 인수 합병을 불허한 논거와 논란의 내용 그리고 남겨진 과제를 정리해 본다.

 

<공정위의 불허>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한 이유는 SK텔레콤이 CJ헬로비젼을 인수 할 경우 다음과 같은 경쟁제한적 요소가 있다는 것이다.

첫째, 합병법인(CJ 헬로비젼)이 속한 23개의 방송구역 중 21개 유료방송 시장에서 독과점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고 시장지배력 강화로 케이블TV 요금 인상이 우려된다.

둘째, CJ 헬로비젼이 소유하고 있는 시장점유율 1위 알뜰폰 사업도 이동통신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인수할 경우 이동통신 시장에서 가격과 서비스 경쟁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 또, KT, LG유플러스 등 경쟁 도매사업자들의 판매선 봉쇄가 우려된다.

 

< 불허 논거와 이에 대한 반론 > 

공정위가 인수 합병을 불허하게 된 주요 논거는 방송 권역이다. 유료 방송 서비스의 지역별 수요 대체성 및 공급 대체성을 고려하면 유료 방송 사업자들의 지리적 경쟁 범위는 각 방송권역이라고 정의한 것이다. 소비자들이 주거지를 변경하지 않고서는 다른 방송권역으로 구매전환이 불가능하고(수요 대체성), 케이블TV사업자들은 허가 받은 방송권역에서만 방송 송출이 가능함(공급 대체성)을 들었다. 

따라서 케이블TV사업자, IPTV 및 위성 방송 사업자들은 각 방송권역 내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경쟁하고 있다고 결론 지은 것이다. 또 실증적 측면에서도 23개 방송 권역별로 사업자별 시장점유율과 케이블방송 실제요금이 다르기 때문에 경쟁은 방송권역별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공정위는 두 회사 간 인수합병으로 CJ헬로비전이 서비스하고 있는 23개 지역 유료방송시장 중 21곳에서 점유율 1위가 되어 독점 또는 과점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권역별 시장 획정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공정위의 불허 결정에 대응하여 시장에서 제기되고 있는 반론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SK텔레콤이 CJ헬로비젼을 인수 할 경우 권역별 경쟁성이 저하된다는 논리를 내세웠지만, 유료 방송 시장에서 CATV와 경쟁하는 서비스인  IPTV, 위성방송 등이 전국 동일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고 있다는 현실을 무시하였다. 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해 제시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과 국회에 내놓은 ‘통합방송법’에서도 전국 점유율 기준으로 방송시장을 규제하자는 ‘합산규제' 원칙을 담고 있듯이, 이 것이 유료 방송의 미래 규제의 방향이다.  케이블 TV, 위성방송은 모두 동일 유사서비스이기 때문에 '동일서비스 동일규제'라는 기본적인 규제의 원칙을 확립해야 한다.  

 

둘째,  권역별 방송허가 논리에 근거하여 사양화 되는 케이블TV 산업의 자발적 구조 조정 기회를 박탈하였다. 그리고 공정위의 결정은 사양화 되고 있는 산업의 구조개편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90년대에 확립된 권역별 방송이라는 구시대의 법제도를 근거로 한 획일적인 탁상행정이다. 

 

셋째, 정부간 협의의 경직성으로 인하여 정작 협의의 기회가 사라져 방송 시장의 특성을 고려할 기회가 없었다. 합병에 대한 정부의 결정은 미래부가 최종 결론을 내고 방송통신위와 공정위 등과 협의하여 결정하게 되어 있다. 그러나 주무부처인 미래부가 인수합병에 대한 심사에 착수하기도 전에 불허 결정이 내려진 일방적 상황이 발생했다. 이번 결정처럼 공정위가 일방적으로 불허 결정을 낸다면 향후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하는 전문 규제기관이나 부처간 협의제도가 필요 없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미래부도 자유로울 수 없다. 공정위가 결론지어 버리기까지 미래부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다. 협의를 하기 보다는 공정위의 결론을 기다려 복잡한 문제에서 회피하려는 듯 하는 입장을 취했다. 

 

< 남겨진 과제 >

 SK텔레콤의 CJ헬로비젼 인수 합병 사건에서 주목되는 점은 케이블 TV의 사양화와 합병불허 이후의 논란은 상당부분 시장여건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제도적인 면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정부 실패가 시장에서 혼란을 낳고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가 불허의 근거로 제시한 권역별 시장 획정 논리는 90년대에 수립되어 지금까지 남아 있는 법제도의 잔재(legacy)에 기초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경쟁상황은 너무나 바뀌어 있다. 유료방송 분야에는 케이블 TV이외에도, IPTV와 위성 방송 서비스가 서로 경쟁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 경쟁에 인터넷으로 전달되는 OTT(인터넷 영상 서비스)가 가세하여 더욱 경쟁이 심화 되고 있다.  이 서비스들은 서로 상이한 규제 체계를 가지고 있다. 케이블 TV는 허가된 권역 내에서만 사업이 가능하다. 그러나 위성방송과 IPTV는 전국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고 있고, 최근에 활성화 되고 있는 OTT서비스는 인터넷으로 전달되면서 글로벌 한 유통체계를 가지고 있다. 이 같이 서비스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데 케이블 TV만 방송 권역 논리에 갇혀 경쟁력을 배양할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는 것이 케이블 TV업계의 불만이다.

 

또 케이블 TV 사업자들은 이동통신 상품이 결합된 상품을 만들지 못하거나, 통신 사업자들이 방송통신 결합상품을 시장에 출시 할 때 유료방송 상품이 헐값으로 제공되고 있는 현실 때문에 경쟁을 할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이 또한 케이블방송과 통신시장이 분리된 규제 체계에 따라 사업자를 상이하게 규제하는 규제 잣대의 다름에서 파생되고 있는 불합리한 점이다. 

이러한 배경으로 인해, CJ-SK 인수 합병 불허 결정은 정부의 제도적 결함으로 인하여 경쟁이 왜곡되고 또 정부에 의하여 시장의 자발적인 구조개편이 저해된 대표적 사례로 인용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결함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유선방송시장이 케이블 TV, IPTV, 위성방송 별로 각각 상이한 규제체계를 가지고 있는 상황을 개선하여야 한다.  동일한 규제 체계 하에서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통합된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서는 방송 통신이 융합되는 추세를 반영하여 방송 통신 통합 규제 제도를 확립할 필요가 있다. 정부의 부처들은 이번에 실종된 협의를 개선하고 보다 전향적인 법제도를 수립하도록 협의다운 협의를 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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