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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안보와 스마트한 국방을 생각 한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4년06월23일 21시2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6시20분

작성자

  • 차영구
  • 前 국방부 정책실장,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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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세월 호 참사이후 국가 개조를 위한 노력이 범 정부차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국방 분야도 예외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세계는 냉전시대 국가 중심의 군사안보에서 상호안보, 포괄안보, 경제안보, 인간 안보를 추구하는 방향으로 개념을 확대하고 그 틀을 바꾸고 있다.
   
미국의 군사 혁신
미국의 경우, 9/11테러 사건이후 국방 혁신(Defense Transformation)를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 2002년 럼스펠드 국방 장관 시절부터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여 냉전시대의 전략을 모두 바꾸고 새롭게 출발하였다. 위협중심(Threat Based)의 전력증강을 능력중심(Capability Based)으로 바꾸고 기존의 두 개 전쟁 대비(Two Major Theater Warfare) 전략을 포기하였다. 군사력 구조도 국내외 군사력 배치도 모두 새롭게 고쳤다.
 
 
또한 냉전시대 군사력의 해외 투사를 통한 미국 밖에서의 위협 봉쇄 전략에서 미국 본토와 시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 체제를 구축 하였다. 미국은 절대 우위의 군사력으로 이라크 전쟁에서 군사 작전은 한 달 만에 완전한 승리를 하였지만 안정화 작전 대비 부족으로 이라크 저항 세력의 저급한 폭발물과 자살 테러 등 비정규전적인 위협으로 인해 8년 동안 수천억 달러를 썼지만 4000명 이상의 인명 피해를 입고 결국 명예스럽지 못하게 완전 철수하였다.
 
이 같은 안보의 개념, 전략, 전력, 군 구조, 군사력 배치, 전술 등의 총체적인 변혁을 불가피하게 한 동력은 위협이 근본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지금의 위협은 과거 소련의 재래무기에 의한 위협이 아니고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는 새로운 형태의 테러 혹은 비대칭적인(asymmetric), 무정형의 예측 할 수 없는 위협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에게 정규전으로 대항할 세력은 없어 졌다. 어떠한 적도 그런 무모한 짓을 미국에게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문제점은 군사중심의 대응으로는 적의 정규전에 완벽한 승리를 할 수 있지만 적의 비대칭적인 위협에 대해서는 거의 속수무책이 가까운 무기력함을 노정하였다. 이런 새로운 형태의 위협은 결국 죄 없는 무방비 상태의 무고한 시민의 희생을 엄청나게 강요하고 있다. 모든 미국 시민들은 언제나 테러의 공격 대상이 되어 있다. 또한 총기 보유로 인한 사고 와 각종 재난 재해의 위험에 노출 되어 있다.
     
인간 안보와 국가적 책무
요즘 세상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가 아주 다양해지고 있다. 시민들은 국가가 특정 대상 적대 세력의 외부 군사 위협에 잘 대비한다고 하여 안전과 행복이 보장 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전쟁이외의 방식으로 나타난 인간의 안전, 개인의 생명 보호라는 절대 절명의 과제가 매우 중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적의 테러 위협으로부터 안전, 각종 사고, 자연 재해, 재난, 사회범죄 등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는 국민의 자각이 국가의 안보 체제를 바꾸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더 이상 특정 적대국의 전쟁 대비가 오직 안보라는 냉전 시대적 사고로는 변화하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 할 수 없다.
 
지난 수 십 년 동안 국가 간의 전통적인 의미의 전쟁은 중동전, 한국전, 월남전 등 몇 개에 그치고 더 많은 인명피해는 테러나 민족 간 내전 등에서 그치지 않고 일어나는 무력충돌에 의해 생겼다. 이보다 더 큰 인명 피해는 자연 재해, 재난, 사고 등에 의한 희생일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냉전시대의 단선적인 군사 안보 개념으로 오늘날의 현상을 이해하고 대비 한다면 국민의 안전과 행복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수행 할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국방을 국민의 안전 보호라는 측면에서 다시 정의 하고 과연 그러한 임무를 잘 수행 할 수 있는지 확인 해봐야 할 것이다. 과거에도 군의 임무 중에 국민의 재난재해 지원이라는 항목이 하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아주 적은 부차적인 임무 일 뿐 이였다. 
   
세월 호와 한국 국방  
다시 되새기는 것도 괴로운 일이기는 하지만 우리를 너무나 힘들게 했던 세월 호 참사를 보면서 우리가 모두 깊이 생각했고 이대로는 안 된다고 다짐했다. 많은 생명들을 이렇게 무모하게 희생하게 한 해운사, 용서할 수 없는 선박의 선장과 선원들, 선박의 안전을 해치는 각종 조치를 할 수 있게 한 부패구조, 인명 희생을 축소 할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국가 위기 대응 능력/체제, 국민의 안전을 경시하는 제도와 문화 등 아주 많은 문제점이 제기됐다.
 
특히 우리가 배우고 개선해야 할 것은 국가의 안전 체계가 아주 미숙하고, 혼란스러울 뿐만 아니라 국가의 안보라는 개념이 오직 북한의 군사 위협에만 치중되어 국민의 안전보호라는 영역이 국가 안보의 총체적인 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방의 목적은 북한의 남침 억제와 억제 실패 시 단 시간 내에 최소의 희생으로 적을 격퇴하는 것이지만 이것보다 더 우선 하는 것은 바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적을 억제하고 격퇴하는 것도 우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 일 뿐이다.
 
상상하기도 싫지만 우리와 적대적인 대치를 하고 있는 북한은 침몰한 세월 호가 가지고 있었던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핵무기와 화생방 무기를 개발하고 주민의 삶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제적으로 고립 상태이고 국제사회의 제재를 심하게 받고 있다. 국가로서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여 사회의 불안정은 날로 심화 되고 있다. 북한이라는 위험한 선박이 어디쯤 항해하고 있는지, 얼마나 더 항해를 할 수 있는지는 아무도 장담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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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북한이라는 배가 ‘세월 호’ 라면 어떻게 할 까? 세월 호에는 400 여명이 타고 있었지만 북한에는 2000만 명이 타고 있다. 우리는 국가의 해양 사고 구조 팀을 지난 두 달 동안 상당한 규모로 투입하고 있지만 아직도 실종자를 다 찾지 못했다. 북한 주민의 안전이라는 차원에서 국가의 안보를 냉정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북한은 재래전쟁의 결과가 어떤 것인지를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에서 미국의 전쟁 능력을 목격 하였다. 북한은 세상에 존재 하지 않는 기상천외한 방식으로 우리를 위협하려고 할 것이다. 정상적인 재래식 전쟁 방식으로는 한미 연합 전력을 대항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만약 북한이라는 배가 ‘세월 호의 길’을 따라 간다면 그 재난의 규모가 엄청 날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냉전시대의 군사 대비 체제를 크게 바꾸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동안 군이 투자한 자원과 노력을 폄하하고 싶지는 않다. 많이 변했고 개혁을 위하여 쉬지 않고 노력했다. 문제는 혁신과 개혁이 다르다는 것이다. 기업이 생존전략으로 혁신(Innovation)을 추진하는 것은 시장의 변화를 따라가기 위한 것이다. 기업에게 시장의 변화가 생존을 결정한다면 안보에는 위협 성격의 변화가 국방 태세를 결정한다. 위협이 달라지면 국가적인 책무도 달라진다. 혁신이란 안보체제의 성질을 바꾸어야 하는 화학적 변화를 요구하는 것이다.
  
국방 정책을 평생 동안 배우고 실천해 왔던 본인에게 세월 호는 국방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본질적인 구조 개혁이라는 국가적인 대명제를 국방 차원에서 심각하게 되새겨야 할 것 같다. 인간안보와 스마트한 국방이 우리가 고민해보야 할 명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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