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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농협조합장동시선거의 3가지 치명적 결함과 걱정되는 후폭풍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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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5년03월04일 17시24분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30분

작성자

  • 최양부
  • 전 대통령 농림해양수석비서관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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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전국농협조합장동시선거의 3가지 치명적 결함과 걱정되는 후폭풍

 

3.11 선거의 치명적 결함-부정선거, 불평등선거, 관치선거    

  우리나라 협동조합역사상 처음 실시되는 제1차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이제 눈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3월 11일 전국 1,328개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에서 조합장을 새로 뽑는 선거 (이하 ‘3.11 선거’라 칭함) 가 일제히 실시된다. 3.11 선거는 규모면에서 대선, 총선, 지방선거에 이은 4대 선거라는 말도 나온다.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금품수수와 후보매수 등 시대착오적인 돈 선거로 3.11 선거가 혼탁해지고 있다는 언론보도들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돈 선거는 빙산의 일각일 뿐 3.11 선거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다. 

 

무자격 짝퉁(깡통)조합원과 부정선거 

  3.11선거의 가장 치명적인 결함은 소위 ‘무자격 짝퉁(깡통) 조합원’의 존재 그 자체다. 조합원가운데 무자격 깡통, 짝퉁조합원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문제는 깡통조합원이 상당수 포함된 조합원명부를 그대로 선거인명부로 사용할 경우 그 선거는 원천적으로 부정선거가 될 수 있으며 선거자체가 무효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조합장후보자가운데는 실제로 농사를 짓지 않는 짝퉁조합원이 있고 그 사람이 만일 조합장에 당선된다면 당선자체가 무효처리 될 수도 있다. 실제로 과거 조합장선거에서도 이 문제로 법정다툼도 많았다. 대법원은 당선자와 낙선자의 득표차보다 짝퉁조합원 수가 더 많으면 그 선거는 원천적으로 무효라며 재선거를 실시하라는 판결을 내린 적도 있다. 특히 경쟁이 치열하여 박빙승부로 끝나는 경우가 많은 조합장선거에서 짝퉁조합원의 수는 당락을 가르는 매우 예민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짝퉁조합원의 규모는 조합에 따라 편차가 있지만 거의 전국적인 현상으로 평균적으로 농촌지역조합의 경우는 조합원의 2-30%,, 도시조합의 경우는 5-60%이상이 짝퉁조합원으로 추산되고 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경기 X농협의 경우 조합원 1,700여명가운데 1,000여명이, 농업인을 입증하는 농지원부가 없는 무자격조합원이고, 충남 Y축협은 조합원 2,263명 가운데 1.238명이 무자격자라고 한다. 한 지인은 자기가 조합원으로 있는 경북 Z축협은 조합원 1,920명 가운데 축산인이 800여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1,100명 정도는 비축산인으로 무자격조합원이라고 한다. 

 

  이들 가운데는 사망자, 조합 구역 내에 주소, 거소, 사업장을 가진 적이 없는 외지인 또는 비농업인, 고령으로 은퇴를 했거나 일시적으로 영농을 중단한 경우와 같이 구조적인 무자격조합원등도 있지만 상당수는 서류만을 꾸며 만들어진 깡통조합원들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오랜 기간 동안 전 현직 조합장들이 자신의 지지 세력으로 심어 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농협중앙회와 정부도 이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짝퉁조합원 정리를 강조하고 있지만 언 발에 오줌누기식이다. 심지어 농협중앙회는 농업에 종사한 일도 없고 현재도 하지 않고 있는 깡통조합원들에게 1년 이내에 농업을 한다는 각서를 받고 조합원자격을 인정한다는 지침을 내렸다고 하니 사실상 중앙회가 짝퉁조합원을 정리 하기는 커녕 편법으로 조합원자격을 인정해주는 잘못을 저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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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협의 짝퉁조합원 문제는 농협이 앓고 있는 고질병중 하나다. 특히 도시조합의 경우는 대부분 짝퉁조합원을 원칙대로 정리할 경우 조합의 존립자체가 위협을 받을 수도 있는 심각한 문제다. 그렇다고 이를 방치하고 선거를 치를 경우 그 후폭풍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제 짝퉁조합원 문제는 농협전체에 퍼져있는 말기 암과 같은 존재가 되어 조합장선거를 왜곡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협동조합으로서 농협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 짝퉁조합원 문제는 이번 3.11선거판을 뒤흔들 후폭풍을 몰고 올 태풍의 눈으로 커가고 있다. 

 

입을 막고 손발을 묶은 불공정, 불평등 선거 

  3.11선거는 짝퉁조합원 문제를 비롯한 제왕적 현직조합장 프리미엄 등 구조적인 결함으로 마치 한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하는 축구시합 같아 현직조합장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선거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엎친대 겹친 격으로 3.11 조합장선거관리를 위해 제정된 위탁선거법이 기울어진 축구장을 더욱 기울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사실 위탁선거법은 현직조합장들은 통상적인 업무수행을 이유로 조합원들을 만나고 선물도 나누어주고 다닐 수 있게 다 풀어놓았으나, 다른 경쟁자들의 입은 틀어막고 손발을 묶은 그야말로 반민주적 악법이다. 특히 조합장후보가 조합발전에 대해 어떤 생각이나 의지를 가진 후보인지 판단할 수 있게 해주는 후보자 합동연설회나 농민 또는 시민단체, 언론사 초청토론회를 금지하고 있어 선거관리위원회 마저도 위탁선거법은 선거권자(조합원)의 알권리를 심각하게 훼손한 나쁜 선거법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과거 조합장선거에서도 합동연설회나 초청토론회를 금지한바 있어 이는 위헌적 조항이라는 헌법재판소의 판결로 최근에는 합동연설회나 초청토론회가 실시된 바가 있었으나 위탁선거법은 이를 다시 금지시켰다.  

 

  위탁선거법에 따르면 후보자는 오직 13일간 후보자 본인만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며 조합원을 방문하거나 접촉할 수도 없고 오직 공개된 장소에서 어깨띠를 두르고 명함 나누어 주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시군읍면의 주역주민 전체가 조합원도 아니고 누구 조합원인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불특정다수를 상대로 이런 선거운동만을 하라는 것은 한마디로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대부분의 후보자들은 선관위 말대로 안 움직이다가는 사실상 자신을 알릴 기회가 없기 때문에 위험을 무릅쓰고 마치 ‘독립운동’하듯 비밀히 조합원들과 접촉하고 있다고 한다.

 

예비운동기간은 없고 ‘예비단속기간’만 있는 관치선거  

  위탁선거법은 공직선거법과 달리 조합장출마 예정자에서 예비선거운동을 허용하는 예비후보자등록제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공명선거를 명분으로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은 예상되는 후보자와 조합원을 상대로 선거 180일전부터 선거일까지 예비단속기간을 설정하여 예비후보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으니 3.11선거는 일방적으로 현직에게만 유리한 농협조합장 선거역사상 ’최악의 불공정, 불평등선거‘이며 ’관치선거‘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다. 

 

  지난 해 8월 ‘느닷없이’ 위탁선거법제정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업계는 벌컥 뒤집혔다. 모두들 힘을 모아 위탁선거법개정운동에 나섰으나 성공하지 못했고 어쩔 수 없이 위탁선거법에 따라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일부에서는 차라리 ‘선거거부운동’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말도 있지만 ‘악법도 법’인데 어쩔 수 없다는 입장들이다. 

 

  그래서 선거를 준비하는 후보자들 사이에 이번 3.11선거는 ‘하나마나한 관치선거’라는 벌써부터 나돌고 있다. 3.11선거는 ‘위탁선거법’에 따라 합법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와 검찰, 경찰이 나서서 실질적으로 현직조합장의 선거를 돕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는 것이다. 이번 선거출마를 준비하고 있는 한 지인은 요즈음 선관위로부터 ’움직이지 말라‘는 전화를 거의 매일 받고 있다며 이번 선거는 사실상 ’관치선거‘나 다름없다고 했다. 그래서 후보자들 사이에는 이변이 없는 한 현직조합장이 대부분 당선될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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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상되는 3.11 선거 후폭풍 

   3.11선거는 위탁선거법으로 합법을 가장한 공공연한 불공정 불평등선거이며 관치선거가라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무자격 짝퉁조합원의 존재로 원천적인 부정선거가 될 전망이이어서 심각한 후폭풍을 예고하고 있다 벌써부터 일부 시민단체에서는 조합원 명부에서 무자격조합원을 가려내어 이들을 선거인명부에 등재시키기 못하게 ‘유지청구권’ 행사차원에서 조합원들이 조합을 상대로 ‘짝퉁조합원 선거인명부등재 금지 가처분’신청과 ‘조합원부존재확인소송’을 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에 출마하는 조합장후보들은 물론 조합원들도 위탁선거법을 규탄하고 있으며 이런 법을 만드는데 앞장선 것으로 알려진 농협중앙회와 정부(농식품부, 안전행정부,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해 분노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부에서는 벌써부터 위탁선거법으로 인해 예비후보자들이 현저하게 불이익을 받고 있으며 그것이 선거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선거가 끝나는 대로 낙선자를 중심으로 ‘조합장직무정지 가처분’과 ‘당선무효소송’을 제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리고 위탁선거법의 위헌적 요소를 들어 위탁선거법의 개정 또는 폐지를 위한 위헌소송을 헌법재판소에 내야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사실 협동조합의 관점에서 보면 지금 우리나라에서 진행되고 있는 전국조합장동시선거는 한마디로 ‘정상 같은 정상 아닌 비정상의 선거’다. 협동조합을 잘 아는 사람들에게는 국가(선거관리위원회)가 조합장선거를 위탁 맡아 관리하는 것도, 모든 협동조합들이 한 날 한시에 선거를 치르는 것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민간의 자주적이고 자발적인 자조단체인 협동조합을 공공단체로 간주하고 정부가 조합장선거를 관리하는 나라가 세계에 어디에 있는가! 우리처럼 조합장을 이렇게 요란스럽게 직선으로 뽑는 나라는 없다. 

 

  그러나 3.11선거를 통해 일그러진 농협의 민낯을 보게 되면서 농협개혁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 것을 그나마 다행이 아닌가 싶다. 3.11선거가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한 농협의 근본을 바로잡는 국가적인 ‘농협바로세우기’의 역사적인 시작점이 될 수 있다면 농협을 위해서는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농업인 조합원이 나서야 한다. 오는 3.11선거에서 우리 농협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온 책임을 물어 그 동안 농민조합원을 위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출세와 이익을 위해 농협을 사유화하고 농단해온 3선(12년) 이상의 조합장, 농협임직원, 지방 유지나 정치인출신 조합장이나 후보들을 전면적으로 물갈이 하거나 낙선시키는 선거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못참겠다 갈아보자!’라고 외치는 농업인 조합원들의 용기 있는 결단과 실천이 중요하다. 동시에 농협에 대한 지도감독권을 가지고 있는 정부(농식품부, 기획재정부, 감사원 등)가 직접 나서 쩍퉁조합원 문제를 바롯한 농협구조개혁에 나서야 한다. 농협을 협동조합답게 만드는 농협구조개혁만이 3.11선거의 후폭풍을 잠재우는 길이다. 농협중앙회장과 농식품부장관은 3.11 선거이후 발생하는 모든 사태에 대해 정치적, 행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한다. 박근혜정부의 농협바로세우기에 대한 현명한 결단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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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수정 2016년02월29일 13시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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