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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으로 보는 대통령 이미지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7월21일 17시43분

작성자

  • 김낙회
  • 서강대 초빙교수, 前제일기획 대표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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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베트남을 방문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허름한 식당에서 3 달러짜리 쌀 국수를 먹는 사진으로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서민 코스프레” 라는 비판적 시각도 있었지만 소탈하고 인간적인 모습이라고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았으니 흥행에는 성공한 셈이다. 그렇다. 백악관 청소부와 주먹으로 인사를 나누고 어린이가 머리를 쓰다듬어 줄 수 있게 고개를 숙여주는 오바마의 사진을 보면서 그런 대통령의 사진을 볼 수 없는 우리가 부러워하는 것은 단지 사대주의 적 사고만은 아라고 생각한다. 이런 소소한 일상 사진 한 장으로도 국민들과 소통을 잘하는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박근혜 대통령의 사진 속 이미지는 어떤가

우리가 매스컴을 통해서 만나는 박 대통령의 사진은 주로” 행사, 회의, 시찰, 악수, 연설, 박수, 참관, 대화, 인사, 포옹, 격려, 민생” 등의 장면이다. 그리고 이런 사진을 통해서” 근엄, 미소, 결연, 분노, 단아, 위엄, 패션, 신뢰” 같은 이미지를 떠 올리게 된다. 물론 언론에 공개된 일부 사진이긴 하지만 너무 천편일률적인 모습이다. 배경에 걸린 행사 명 과 의상 만 바뀐 거 같이 비슷비슷하다. 사진을 통해 공감을 불러 일으키거나 감성을 자극할 만한 스토리를 읽을 수도 없다. 대통령이 자나깨나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전달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강변 할 수는 있으나 그것은 공급자의 하드웨어 적인 발상이고 정책홍보적 관점에 집착한 결과가 아닐까?  지금이 어떤 시대인가. 거창하고 딱딱한 국정 홍보보다는 소프트하고 감성적인 홍보가 더 잘 먹히는 사회가 아닌가.

 

대통령의 이미지를 책임지고 있는 청와대 홍보라인 입장에서 보면 대통령이 어떤 모습으로 언론이나 국민에게 보여지느냐 하는 비주얼 포인트를 무척 고민 할 것이다. 이 때 정책 홍보에 치중하다 보면 행사 컨셉트가 확실히 드러나는 장면을 만드는 것에 주력하게 될 것이다. 결국 어떤 행사에 참석했는지 주제가 드러나고 그 행사의 주연으로서 잘 정돈된 인증 샷 수준의 사진을 선택하게 되면 계속 비슷비슷한 사진이 언론에 비치게 될 수 밖에 없다.

 

노무현 대통령 취임 직 후 청와대의 “경호, 의전 체계 개선”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국민 친화적 대통령상 구현을 위해 국민과 함께하는 모습을 표출하고 탈 권위주의적 이미지를 창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무대 단상 위에 배치하던 귀빈 좌석을 단하 가장 앞 열로 배치하고 귀빈이 맨 뒤에서 기립박수를 받으며 입장하던 것을 선두 입장으로 바꾸는 등 획기적인 조치가 실행되면서 짧은 시간에 서민적이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하였다. 귀빈이 참석하는 행사에서 자연스럽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귀빈을 배제한 듯 행사기획을 하고 귀빈이 자연스럽게 기존에 준비된 행사장에 잠시 들르듯 참석하는 것이 좋다. 질서 정연하고 무결점으로 행사를 치러야 하며 그 중심에 귀빈이 클로즈 업 되어야 한다는 고정 관념 보다는 참석자들에게 불편함을 최소화 하겠다는 취지를 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본다. 사진을 담을 때도 참석자 들 속에 자연스럽게 동화되는 모습이 좋아 보인다. 때로는 귀빈의 뒷 모습을 부각하여 그를 대하는 참석자들의 반응을 통해 귀빈의 이미지를 더 강하게 부각시킬 수 도 있다. 정보만 전달하는 인증 샷 이 아니라 그 행사의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오히려 힘이 있기 때문이다.

 

경직된 경호 시스템도 문제다. 자연스러운 사진을 찍고 동영상을 연출하기 위해서는 카메라맨의 동선이 자유스러워야 하고 귀빈도 참석자들 사이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때 경호가 걸림돌이 된다. 따라서 이미지를 총괄하는 디렉터가 반드시 있어야 하고 행사 컨셉 과 목표 이미지를 경호, 의전, 홍보 팀이 사전에 충분히 공유하고 총괄 디렉터가 현장 지휘를 하도록 시스템적으로 작동되어야 한다. 또한 청와대 전속 사진사의 행동반경 제한도 문제다. 전속 사진사 역시 귀빈의 촬영 일정이나 장소 등에서 엄격히 통제 받고 있으며 출입기자들과 같이 춘추관에서 대기하다 초반에 촬영하고 빠져 나와야 한다고 한다. 전속인데도 출입기자와 동선이 같으니 좋은 사진이 나오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대통령 집무실과 몇 발짝 떨어진 근거리에 위치하여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하는 백악관 전속 사진사와 사뭇 다른 환경이다. 좋은 다큐 사진을 위해서는 “작가와의 신뢰 관계”가 중요하다고 한다. 즉 “피사체에 대한 관찰력, 순간을 놓치지 않는 순발력 그리고 적절한 화각” 이 가장 중요한 요소인데 사진 작가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편안함을 느낄 때 피사체의 고유한 특징을 담게 된다는 것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대통령 사진에 관한 언론이나 국민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 얼마 전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캠프 데이비드 클레이 사격 사진이 공개되어 파문이 일어났다. 총기 사건으로 총기를 규제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할 때 다소 경직된 시각을 가진 일부 여론을 그런 식으로 디스 한 것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국민들은 이를 패러디한 합성 사진까지 인터넷에 올리면서 오바마를 조롱하는 글이 넘쳐났다. 급기야 백악관이 나서서 사진을 무단 사용하거나 변형 시키지 말 것을 요청했으나 수그러들기는 커녕 수많은 패러디 애니메이션과 심지어 장남감 까지 출시되었다. 그런데 사진 소동이 있고 난 얼마 뒤 백악관 모임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한술 더 떠 공개된 사진보다 더 리얼하고 재미있는 원본 사진을 공개하는 여유를 보였다.

 

디지털 미디어 시대, 국민들 수준도 높아졌고 소통 방식도 엄청나게 변하고 있다.좀더 유연하고 대범한 여론 대응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이 소방 호스로 논에 물주는 장면이 공개되자 언론이 시끄러웠고 일상 사진을 공개하자 대통령이 그렇게 한가한가 라며 네티즌들이 야단 법석을 떠는 게 우리 현실이다. 그러다 보니 홍보라인에서는 안 찍고 안보여 주는 게 상책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들은 청와대에서 무슨 일이 있어나고 있는지 대통령은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는지 일상을 알고 싶어 한다. 항상 반듯하고 정돈된 모습만 보는 것보다는 우리 가까이 있고 손을 내밀면 언제든 마주 잡아 즐 것 같은 친근한 대통령을 보고 싶어한다.

 

대통령의 사진 한 장은 큰 힘이 있다. 밀짚 모자 쓰고 논두렁에 앉아 시골노인들과 막걸리를 마시는 고 박정희 대통령처럼 그런 소박한 모습의 사진 한 장! 이것이 소통의 지름길이기도 하다. <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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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7월21일 17시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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