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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서비스를 받고 싶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16년03월24일 20시01분

작성자

  • 김동률
  • 서강대학교 교수. 매체경영. 전 KDI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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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우드 영화의 경우 대통령을 등장시킨 영화가 유난히 많다. 그 많은 영화중에서 은퇴직전의 늙은 경호원을 다룬 클린트 이스트우드 주연의 ‘사선에서(1993. In the line of fire)’란 영화가 있다. 볼프강 피터선이 감독한 영화는 클린트 이스트우드를 우리 시대의 위대한 배우로 새로 보게 된 계기가 된 작품이다. 암살범을 따라 잡기에는 힘에 부치는 노쇠한 경호원의 고뇌를 다룬 영화는 고전적 수작이다. 영화를 조금 자세히 보다 보면 미국의 경우 경호 업무를 시크릿 서비스로 표기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비밀리에 경호 서비스한다는 의미쯤 된다. 미국의 대통령 경호는 전통적으로 재무성에서 맡는다. 1920년대 마약과 밀주를 단속하면서 성가를 높인 과거의 명성에서 비롯되었다. 영화 “언터쳐블스(1987. The untouchables)‘에 등장한 케빈 코스트너와 숀 코넬리도 재무성 요원이었다. 이처럼 미국의 경우 재무부 요원들의 명성이 단연 독보적이다. 

 

나는 대통령 경호실을 비롯한 미 정부의 부서 명칭에 서비스가 붙어 있음을 상기하고자 한다. 유학, 이민을 고려할 때 가장 먼저 만나게 되는 이민국은 INS (immigration and naturalization service)로, 끝에 서비스가 붙는다. 우리의 국세청에 해당하는 연방조세국은 IRS (internal revenue service), 주재원이나 유학으로 체류중인 한국사람이 자주 만나게 우편국도 US postal service 역시 끝에는 서비스가 붙는다. 주차 단속은 당연히 ‘파킹 서비스’다. 이처럼 미국의 경우 관공서 명칭에 대부분 서비스라는 말이 붙어 있다. 한마디로 자신들의 존재 이유가 납세자들에게 서비스를 하는데 있다는 것을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가장 초보적이고 원초적인 당위성을 밝히고 있다고 보면 된다. 

 

오늘 아침 출근길, 신호 대기중에 앞를 보니 ‘도로순찰’이라고 큼지막하게 붙인 트럭이 눈에 띤다. 점심시간 거리에 나서니 ‘주차단속’이라는 간판을 지붕에 부착한 단속차량이 경광등을 번쩍인다. 신문 지면에는 ‘철저단속’이니, ‘척결’하겠다는 등 엄청난 말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한다. 모두가 강압적인 말이다. 나는 이런 류의 말을 볼 때마다 일제 강점기의 풍경이 지금과 비슷하지 않았을까 하는 묘한 상상을 하게 된다. 일제가 지배전략으로 전파한 “조선인은 스스로는 안된다, 오로지 강압적인 단속이나 엄한 처벌로 다스려야 한다”는 식의 비하의식이 지금의 우리 정부에도 작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에어컨은 몇 도까지 올라가면 틀어라, 기름값이 오르니 5부제를 하고, 위반하는 차는 공용 주차장에는 얼씬도 말라 등등 국민들을 우매한 백성쯤으로 여기는 강압성 대책들은 여전히 튀어 나온다. 이같은 정부와 공공기관의 태도는 절대빈국에서 지금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한 국민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도 이제 많이 변했다. 이른바 ‘알파고 모멘텀’으로 일컬어지는 알파고 vs. 이세돌 광화문 대국을 보듯이 이제 한국의 세계의 중심국가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좁아지는 도로에서 자연스럽게 교대로 진입하고 있으며 수십만 명이 길거리 축제에 나섰지만 사고 소식은 없다. 사회가 몰라볼 정도로 성숙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된다. 이뿐만 아니다. 한류는 세계 문화계를 강타하고 있으면 단지 한국이 좋아 한국에 살기위해 오는 젊은이들까지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정부다. 개인과 사회에 대한 정부의 시각은 예전 그대로다. 자타가 공인하듯 지난 70년 동안 우리는 엄청난 어려움을 극복하고 지금의 위대한 대한민국을 건설했다. 돌이켜 보면 참으로 위대한 여정이었다. 그런 만큼 이 위대한 여정을 이룩해낸 위대한 국민을 이제 인정하고 예를 갖춰 대접하려는 전향적인 자세가 지금 정부와 공공기관에 필요하다. 납세자 국민은 이제 서비스를 받고 싶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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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6년03월24일 20시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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