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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면제 사업에 대해 다시 묻는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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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19년02월14일 17시05분
  • 최종수정 2019년02월15일 10시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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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월29일 총사업비 24조 1천억 원에 달하는 23개 초대형 예타면제사업들이 국가균형발전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발표되었다. 천문학적 사업규모에 걸맞게 정치권은 물론 시민단체와 학계 등을 중심으로 논란이 뜨겁다.

 

  ‘예타’란 지난 99년 도입된 ‘예비타당성조사’의 준말이다. 총사업비 500억 원 이상 대규모 재정사업에 예산을 투입하기 전에 경제적 타당성 등 일정한 심사기준에 따라 적합성 여부를 미리 따져보는 제도다. 한 마디로 말해 사업성이 없는 부실사업을 막자는 취지다. 예외도 있다. 지역균형개발이나 정책적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면제할 수 있다. 금번 발표된 예타면제 사업이 바로 그런 사례에 속한다.

 

  예타면제 사업 추진에 대해 우선 정부는 지역균형개발이라는 논리를 내세운다. 즉 당면한 지역불균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타면제라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또한 지역숙원사업을 따낸 수혜지역을 중심으로 지역여론도 나쁘지는 않다. 반면 선심성 사업시비, 대규모 세금낭비 우려, 환경파괴 가능성, 과거정부 대규모 토건사업의 재판 사례 등 반대주장도 거세다.

 

  여기서 그간 제시된 다양한 의견들을 중심으로 몇 가지 의문점을 제기해 본다.

 

  첫째, 예타면제를 왜 하느냐이다. 이번에 선정된 사업들의 예타기간은 고작 6개월~1년으로 예타를 굳이 면제할 만큼 시급하지 않을 뿐 아니라, 정부발표에 의하더라도 평균 사업기간이 10여년이나 되는 장기사업들이다. 그럼에도 예타면제를 강행하는 데에는 예타 통과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과거에 예타를 통과하지 못한 7개 사업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만약 사실이라면 부실사업의 양산으로 귀결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다.

 

  둘째, 충분한 심사과정을 거쳤는가이다. 정부는 각 지자체 건의사업들을 중심으로 선별했다고 하나 천문학적 재정자금이 투입됨에도 공청회를 비롯한 의견수렴절차가 제대로 있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지역주민 의견은 물론 전문가 검토와 수차례 토론회 등 공론화과정이 충분했는지도 의문이다. 만약 예타통과가 어려운 사업들이 포함되어 있다면 더욱 더 공론화과정이 필요하다. 졸속결정이라던가 선심성 사업이라던가 하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도 다 이런 이유 때문이다.

 

  셋째, 왜 지금이냐이다. 금번 사업들은 금년 중 세부사업계획을 마련한 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년에는 총선이 있다. 야당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이유다. 배 밭에선 갓끈을 고쳐 매지 않는 법이다.적절한 시기 선택을 통해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국가적 사업이 첫 삽을 뜨기도 전에 정치적 공방(攻防)거리로 전락하는 우(愚)를 피할 수 있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넷째, 왜 23개나 되는 사업들을 한꺼번에 발표하는가이다. 각 사업들은 각각 구체적 사업계획 여부나 시급성 정도는 물론 착공시기, 소요기간, 투입예산 등에서 천차만별이다. 물론 경제적 타당성 평가도 제각각일 것이다. 더욱이 예타면제 필요성이나 지역사회의 공감대 등에서도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일괄 선정하여 쾌도난마식으로 발표하니까 각종 의혹성 주장이나 의구심이 제기되는 것이다. 최소한 몇 개의 그룹으로 나눠서 선정하고 시차를 두고 발표했더라면 정치적 고려나 졸속결정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매를 사서 맞는 격이다.

 

  이제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예타면제사업도 국회예산심의를 받아야 한다. 24조원이 넘는 초매머드급 국책사업들이 줄줄이 부실화되는 일은 막아야 하기에, 10년 이상 국민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이기에, 특히 예타라는 최소한의 사업성 심사도 받지 않았기에 국회는 사업추진의 타당성을 중심으로 보다 꼼꼼히 따져주기를 기대해 본다. 

 

  마지막으로 정부의 예타면제사업 선정과 관련하여 보다 구체적인 기준과 공론화를 비롯한 세부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현재 예타면제와 관련하여 정부 재량이 지나치게 광범위하게 허용되어 있다. 그래서 역대정부가 예타면제를 남용해 왔다. 또한 그간 몇 차례 개선이 있었지만 예타심사기준에서 경제성비중이 여전히 높은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 타당성 있는 지역사업이 예타를 통과할 수 있다면 굳이 예타면제라는 초강수가 필요 없다. 이러한 차원에서 국회를 중심으로 예타제도 개선 논의가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10년간 총사업비가 약 24조원이면 매년 재정부담은 2조4천억 원이다. 이 돈은 100만 명의 대학생들에게 매년 240만 원씩 장학금으로 줄 수 있는 엄청난 돈이다. 부디 국민의 혈세가 부실사업에 투입되어 국가경제는 물론 지역경제에도 두고두고 화근거리가 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ifs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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