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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보내며> BLUE 그리고 我是他非(아시타비)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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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25일 13시15분

작성자

  • 유연채
  • 前 KBS정치부장,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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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세(亂世)다.코로나 역병이 일상을 빼앗고 무림의 용쟁호투(龍爭虎鬪)를 방불케하는 추미애-윤석열 혈투가 모든 언어를 삼켰다. 숨쉬기가 힘들고 말문이 막힌 2020년이다.

 

연말은 늘 위로받고 희망을 전하는 때다. 그러나 송년의 시간이 멈춰있다. 밤거리는 암흑이고 마지막 밤을 넘기는 보신각 타종마저 없다. 한해가 가고 새해가 오는데 잠시나마 송구영신(送舊迎新)의 의미를 새기는 메신저도 사라졌다. 참 쓸쓸하고 허망하다.

 

그 빈자리를 채운 건 불안과 긴장, 큰 전쟁이 오는듯한 불길함, 전운(戰雲)이다. 추위가 닥친 그해 동짓달 이맘때쯤, 장강(長江)을 붉게 물들이고 천하대세를 갈랐던 적벽대전(赤壁大戰)의 스산하고 팽팽한 기운이 세밑을 압도한다. 나라 전체가 갈려 목숨 걸 듯, 정권을 걸듯 앙앙불락(怏怏不樂)이니 내전(內戰)과 다름 아니다.

 

화공전(火攻戰)의 승부수가 된 바람,동남풍은 불어줄까? 아니 누가 불러낼 수 있을까? 제갈공명 같은 현자(賢者)가 없으니 여론이 바람의 시간과 방향을 지배할 것이다. 어제와 오늘을 싣고 내일로 향하는 민심의 바람은 어느 쪽인가엔 치명적 일격이 된다.

 

코로나, 부동산, 공수처까지…. 질풍노도(疾風怒濤)의 한 해였다. 특히 추-윤 싸움으로 국민들은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해를 넘기기 전 징계위가 검찰총장 정직 2개월로 점을 찍고 대통령이 재가했다. 현직 검찰총수에 대한 초유의 징계, 윤석열이 이를 정지시켜달라고 소(訴)를 냄으로서 대통령과의 싸움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법원이 검찰총장의 손을 들어줬다. 대통령의 재가를 뒤집었다. 검찰총장 징계가 법치주의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인정했다. 검찰총장이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통령은 회복하기 어려운 심대한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 사회적갈등과 충돌은 더 가늠키 어려워졌다. 전쟁은 끝난 게 아니라 전면전으로 회차를 바꿨을 뿐이다. 이 긴 싸움은 얼마나 국민을 더 찢어야 끝이 나는 걸까. 매일매일 뜨겁게 쏟아지는 여론조사는 그대로 대한민국의 갈등지수다.

 

이제 잠시라도 모두가 손가락을 자기 쪽으로 돌려 자문(自問)할 시간이다. 무엇을 위한 싸움인가, 누구를 지키려는 것인가, 정말 모두가 함께 소망하는 길인가를 되물어야 한다. 한쪽은 개혁이라 말하고, 다른 쪽은 독재라 한다. 중간자는 선택을 강요받는다. 그러나 조용했던 중도(中道)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보다 먼저 일어서고 있다. 이념보다 민생이다. 집값폭등과 전세난, 세금폭탄, 코로나 창궐…. 사는게 너무 힘들기에 외마디라도 내지 않으면 죽을 지경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버팀목인 케이방역(K-防疫)까지 민심의 비판영역으로 들어오기 시작한 것은 중대한 변화다. 대통령은 드디어 긴 터널의 끝을 본다고 희망을 전했지만 불과 사흘 뒤 가장 위험한 비상상황이라며 국민 앞에 면목이 없다며 고개 숙였다. 신뢰가 무너지면 리더는 설자리를 잃는다. 백신접종이 시작됐다는 이웃나라의 소식이 속속 전해지는데 우리는 기약이 없다. 아니 더 기다려야 한단다. 판(版)을 뒤집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등장했는데 속도전을 자랑하던 케이방역은 왜 이리 더딜까? 백신 없이 보내는 이 겨울,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우리는 끝내 낙오하는 건 아닐까, 이 두려움은 정말 가짜인가? 

혼돈(chaos)의 송년이다.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를 아시타비(我是他非)로 정했다.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내로남불(내가하면 로맨스 네가 하면 불륜)의 한자 신조어라 한다. 신조어 사자성어, 이 또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일이다. 코로나 위기에도 상생은커녕 너 죽고 나 살자로 싸운 시간들이 서글프다. 1년 내내 마스크를 쓰고 힘들게 버텼는데 결국 허송세월이라니….즐거운 날이 거의 없었던 경자년(更子年)을 이렇게 보낸다.  

 

그리고 새날이 온다. 4월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다. 누가 국민을 힘들게 하는지 시시비비(是是非非)를 가릴 결정의 시간이 온다. 나라의 운명과 민주주의의 미래, 야권 재편과 차기 대선흐름까지를 좌우하는 거대한 전쟁의 서막이다.

 

결과에 따라 정권의 레임덕은 가속화될 것이다. 반대로 보수 야당의 무력함을 또 확인시키는 패배가 될 수도 있다. 특히 입법독재라고 외치기만 했지 아무 대안이 없는 야당은 여당 광역단체장의 성 추문으로 판이 만들어진 이번 기회까지 놓치면 정말 답이 없는 거다.

 

반사이득만이 유일한 대안이 되는 정당은 과연 존재이유가 있나를 묻는 선거이기도 하다. 집값과 청년일자리, 검찰개혁에 대해, 보수의 미래에 대해 국민의힘은 어떤 대안으로 국민들에게 힘을 보탰는가? 그 무능, 무기력의 반사이득을 여권이 취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오랫동안 견고했고 여당의 상임위 독점, 입법 독주에까지 결정적 힘을 보탰다. 기승전 코로나 선거로 일거에 거대의석 174석을 거머쥐고 일사천리로 모든 걸 얻어냈다.

 

그러나 압도적 승리감뒤에 찾아온 지지율 추이는 역풍(逆風)의 위기경보다. 심리적 마지노선 40%가 무너졌다. 중도가 돌아선다. 케이방역의 마법(魔法)이 깨지고 있다. 극단적 지지층(대깨문)만으론 버틸 수 없는 대통령의 시간이 오고 있다.

 

이런 민심추이와 길항(拮抗)하며 가고 있는 윤석열은 그야말로 새해 정치기상을 좌우할 태풍의 눈이다. 퇴임 후 ‘국민에 대한 봉사’방법을 생각해 보겠다는 윤 총장은 대권주자 1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이 동력은 그를 내치려는 대통령과 추미애 장관이었다.

 

그렇다고 윤석열이 보수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지지율이 오를수록 다른 보수후보의 존재감을 죽이는 역설 때문에, 총장 퇴임 후 거취의 불확실성 때문에 고도의 셈법이 필요한 새해 정치판이다. 무엇보다 윤석열 자신이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나갈 수 있느냐다. 법원의 힘을 빌려 징계의 강을 겨우 건너 기사회생 했지만 공수처가 또 새해벽두부터 그를 기다린다. 윤석열의 시간을 멈추게 할 수도 있는 최종병기다. 자신의 프로필에 새긴대로  “차분하고 강력하게”(be calm and strong)끝까지 소처럼 갈수 있을까, 여권의 총력 반격 앞에서?  신축년(辛丑年)의 최대 관전포인트다.

 

회한(悔恨)의 2020년을 보낸다. 한해를 관통한 키워드 ‘Blue’를 그대로 안고서 간다. 새해는 더 좋아질 수 있을까? 내일을 기약할 수 없기에 커져가는 우울, 두려움, 쓸쓸함…. 이 중증을 치유해줄 이 누구인가를 찾는 것이 2021년의 시대정신이 될 거다. 모든 게 멈춰있었던 2020년이기에 새해엔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내는 역동적 변화를 열망한다. 어둠의 불루우를 밀어내는 희망의 블루우속에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내일은 푸른 하늘이기를 기도한다. '아듀!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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