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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美 국채 대량매각, 의도와 효과는?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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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12월21일 17시52분

작성자

  • 강태수
  •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 초빙교수, 전 한국은행 부총재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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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미(美) 국채 투매 이슈가 재점화되고 있다. 중국 관영매체 ‘글로벌타임즈’(2020.9.3.) 보도가 눈길을 끈다. 중국이 미 국채 보유량을 현재 1조 달러에서 8,000억 달러까지 줄인다는 내용이다. 미 재정적자 급증과 트럼프 행정부의 집요한 공격(blistering attack)을 이유로 들고 있다. ‘보유량을 줄인다’는 밋밋한 말 속에 뼈가 감춰져 있는 느낌이다. 시준양 상하이대학 교수는 군사적 충돌 시 미 국채 전량 매각을 전략으로 제시한다. 2018~19년 미·중간 무역전쟁이 최고조로 치달았을 때 내세웠던 맞대응 보복 무기가 미 국채 대량 매도다. 한동안 잠잠하다 다시 튀어나온 거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해도 미·중간 갈등이 해소국면으로 이어지기 어려워 보인다.

 

중국은 언제라도 미국에 한 방(?) 먹일 수 있는 금융 핵폭탄을 쥐고 있음을 과시하고 싶다. 미 국채 대량매각의 핵심 메시지다. 국채를 내다 팔아 장기시장금리를 급등시켜 미국에 깊은 내상을 입히는 전략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미 국채가격이 고꾸라질 때 다른 국가들도 투매에 동참하기를 희망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한바탕 광풍이 휘몰아치기를 은근히 바란다. 파괴력이 클수록 금상첨화(錦上添花)다. 중국의 노림수다.  

 

돈을 꾼 사람(국채 발행국)이 빌려준 사람(국채 보유국)을 무서워하는 경우는 다른 곳에서 빌릴 수 없을 때다. 중국이 바라는 대로 굴러가지 않을 거 같다. 중국이 간과하는 부분이 커 보인다. 

 

우선 중국이 미 국채를 팔아 치우면 다른 누구보다 중국에 해(害)가 된다. 국채금리 급등은 미 국채 가치를 폭락시켜 중국이 손실을 입게 되기 때문이다. 정작 미국 경제에 타격을 주지 못한 채 자신이 먼저 손해를 보는 거다. 스스로 자기 눈을 찌르는 바보짓이 될 수 있다.

 

국제금융시장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in-demand asset)이 미 달러화 표시 채권이라는 점도 중국이 간과하는 포인트다. 중국이 내다 팔기가 무섭게 다른 나라들이 사들이게 될 거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미 국채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바젤III ‘외화 유동성커버리지 비율’(LCR)제도 때문이다. 은행은 위기 상황에서 외부 지원 없이 스스로 30일간 버틸 수 있는 고(高)유동성 자산을 보유해야 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새롭게 도입되었다. 이러다 보니 고유동성자산을 두고 전세계 은행들이 쟁탈전을 벌이는 중이다. 유동성과 안정성을 겸비한 자산 가운데 지존(至尊)이 미 국채다. 중국이 보유 미 국채를 전량 매각해도 국채가격이 폭락할지 의문시되는 이유다. 더욱이 중국 보유분은 미국 국채 발행 잔액의 5% 규모에 불과하다.  

 

미 국채 매각이 위안화 환율안정을 위협한다는 점도 중국이 놓치는 부분이다. 미 국채 매각은 외환보유액 감축을 의미한다. 이는 위안화 강세 압력으로 작용한다.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국이다. 유입된 외화를 그대로 두면 위안화가 강세로 되어 수출경쟁력이 떨어진다. 이걸 막으려고 힘들게 쌓은 것이 다름 아닌 외환보유액이다. 물론 달러화를 팔고 다른 기축통화를 매입하면 외환보유액이 종전대로 유지된다. 중국이 내세우는 포트폴리오 다변화 전략이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환율 변동성 증폭이 불가피하다.  

 

미국이 앉아서 당하고만 있을 것으로 본다면 중국의 착각이다. 중국의 글로벌 금융시스템 교란 행위에 대해 응징수단을 미국이 갖추고 있다. ‘국제은행간 통신협정(SWIFT)’이 좋은 예다. 회원은행간 국제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조직이다. 전세계 200개국 11,000개 은행이 가입되어 있다. 브뤼셀에 소재하지만 미국이 철저히 장악하고 있다. 달러화 패권을 상징하는 기구다. 

 

미국은 SWIFT를 움직여 우방을 압박하고 적국을 고립시킨다. 2018년 미국은 이란 은행들을 SWIFT 시스템에서 배제시킨 바 있다. 중국계 은행의 달러화 자산을 동결시킬 수 있다. 중국도 내심 두려워하는 시나리오다. 글로벌타임즈 기사도 미국이 중국에 구사하는 금융제재 수단으로 SWIFT의 위력을 지적한다.  

 

바이든 시대에는 달러화 약세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경기회복용 대규모 재정투입이 예정되어 있다. 미 연준(Fed)도 경기회복이 확인될 때까지 기준금리를 올리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일관되게 달러화 약세를 가리킨다. “2021년 중국이 직면할 가장 큰 문제는 끊임없는 자본유입”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위안화 절상 압력이 갈수록 높아진다는 뜻이다. 외환보유액을 더 쌓아야 하는 거다. 중국은 달러화 자산 의존도를 줄이고 다른 통화표시 자산을 늘리려 한다. 다만 점진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전격적인 투매는 “중국 정부가 자기 안면을 스스로 강타하는 꼴”이다. 한 외국인 투자자(아트 호건, 내셔널시큐리티)의 지적이다. 

 

2021년 우리나라가 마주할 숙제도 ‘자본유입’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위안화와 원화는 상호 동조화 현상이 강하다. 원화 강세 압력이 예상보다 배가(倍加)될 수 있다. 정책당국이 유의해야 할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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