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 (4)불두화, 백당나무, 수국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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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나 풀이 꽃은 왜 피울까요? 그것은 모두가 알다시피 자손을 번성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른바 생식활동이지요. 우리에게 익숙한 대부분의 꽃들은 벌과 나비와 같은 곤충들을 자신에게로 유혹해야 합니다. (바람에 꽃가루를 날리는 큰 나무들을 별개로 하고 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꽃들은 두 가지 큰 방법을 사용합니다. 달콤한 향기를 뿜어내거나, 아니면 화려한 모양과 색깔을 보여주어서 벌과 나비가 끌려오도록 해야 합니다. 그런데 때로는 그런 꽃들 중에서 이런 특성을 가지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이런 꽃의 상징은 아마도 신라 27대 왕이 된 선덕여왕이 즉위할 때 축하의 의미로서 중국 당나라 왕실이 보내준 붉은색, 자주색, 흰색의 모란 꽃 그림을 보고 여왕이 '이 꽃은 향기가 없는 것 같구나'라고 말했다고 하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그림에 벌과 나비가 없다는 것을 보고 판단하였다고 전해지지요. 그렇지만 모란 꽃은 향기는 강하지 않지만 화려한 모습으로 충분히 벌과 나비를 유혹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에 멋진 모습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전혀 벌과 나비를 불러오지 못하는 꽃이 있습니다. 심지어는 다른 꽃에 있는 암술, 수술과 같은 조직조차 없는 꽃을 피우는 불두화가 그 예입니다. 불두화! 부처님 머리를 닮은 꽃이란 뜻입니다. 작은 꽃들이 한 데 모여서 어린 아이 머리만한 둥글둥글한 꽃뭉치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나무입니다. 그 불두화의 꽃은 암술, 수술을 가지지 않아서 곤충들이 오지 않기에, 즉, 생식활동도 하지 않고 향기도 없어서 조용한 수행이 필요한 스님들이 머무시는 절에 심기에 적합한 것으로 여겨지지요. 어쩌면 절의 스님들이 그 꽃뭉치 모양이 석굴암에서 볼 수 있는 부처님의 머리처럼 곱슬곱슬하고 둥글둥글하다고 지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꽃모양이 의외로 예뻐서 일반 공원에도 많이 심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행하게도 이 불두화는 생식작용을 하지 않기에 꽃이 지고나도 열매를 맺을 수 없고, 그러므로 씨앗도 못 만들므로 자손을 스스로 번식하지 못하는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즉, 사람들이 나무수국과 백당나무를 교접시켜 (어떻게 하는지는 묻지 마세요. 저도 모릅니다.)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꽃모양은 나무수국을 잎모양은 백당나무를 닮았습니다. (나무수국은 긴 타원형인데, 백당과 불두화는 잎끝이 세 갈래로 갈라집니다.)
2015년 5월 10일 방문한 세종시 금강수목원의 불두화: 꽃뭉치의 모양이 부처님 머리를 연상시킵니다.
지난 5월 12일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만난 불두화
2015년 6월 13일 대전 한밭수목원의 불두화: 꽃이 진 자리에 열매 모습이 없습니다.
불두화를 탄생시키는 부모 중 하나인 백당나무는 꽃 모양은 불두화와 완전히 다른데 신기하게도 수국 중에 다른 수국인 산수국과 꽃 모양이 정말 닮았습니다. (잎의 모양은 수국 종류는 모두 불두화와 마찬가지로 타원형입니다.) 산수국과 백당나무는 불두화의 전체 꽃이 가진 특성인 무성화를 바깥에 둥그렇게 피워놓고 (그걸로 곤충들을 유혹한다고 하네요.), 그 안쪽에 조그마한 진짜 꽃들을 피워냅니다. 또 다시 신기하게도 안팎의 무성화와 유성화는 색깔도 다릅니다. 백당나무는 지금 피는 꽃도 볼만 하지만, 뒤에 맺는 빨간 열매도 참으로 예뻐서 가을공원을 장식해 조는 소중한 존재가 되지요.
지난 5월12일 원불교 중앙총부에서 본 백당나무 꽃: 가장자리에 무성화, 가운데는 다른 색깔의 유성화를 피웁니다.
2016년 9월 24일 분당 중앙공원에서 찍은 백당나무 열매
다른 부모쪽인 나무수국을 알아봅시다. 수국이라는 꽃 이름은 모두들 들어보셨고 한두번이라도 보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런데 꽃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기억하시는지요? 아마도 각자가 자주 본 꽃 모양이 조금씩 다를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수국에도 크게 보아 세 종류가 있으니까요. 세 종류 모두 같은 범의귀과에 속하니까 서로 친척이기도 하고, 타원형의 잎 모양도 비슷한데 꽃 모양이 제법 다른 모습입니다.
먼저 불두화의 한쪽 부모가 되는 수국은 나무수국입니다. '목수국'이라 불리기도 하는데 대부분 아이보리 색깔 즉, 흰색의 꽃을 한 뭉치씩 가지 끝에 뭉실뭉실 매달아 내놓습니다. 즉, 이 녀석은 꽃 모양을 불두화에게 전해준 것으로 생각됩니다. 반면에 잎 모양은 긴 타원형을 보여서 불두화와 다르지요. 물론 이 나무수국은 꽃이 지고나면 열매를 맺습니다. 그렇지만 불두화와 닮았으므로 종종 절에 심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2015년 8월15일 용인 와우정사에서 만난 나무수국
2016년 7월19일 서울역사박물관 정원에서 본 나무수국
그냥 '수국'이라고 불리는 꽃은 수없이 많은 작은 꽃들이 모여서 큰 꽃뭉치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불두화와 닮았습니다. 그렇지만 불두화가 흰색 꽃만 피우는데 비해, 수국은 꽃색깔이 참으로 다양해서 제가 본 것들만 하더라도 흰색은 물론 보라색, 분홍색 그리고 거의 파란색도 있는 것 같습니다. 흔히 아파트단지 정원에도 심어지므로 이 수국이 아마도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알려진 수국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산수국'이라 불리는 녀석인데, 이 녀석은 꽃 모양도 그렇고 꽃 피는 시기도 백당나무와 비슷해서 종종 헷갈리게 합니다. (기억하시죠. 수국 잎 모양은 모두 타원형입니다. 불두화와 백당의 잎 끝은 세 갈래로 갈라진 삼지창 모양) 꽃 모양은 백당나무 소개할 때 말씀드린 대로 바깥에 희고 큰 무성화들을 둥글게 배치하고 그 안쪽에 작고 색깔이 있는 유성화를 피우게 되지요.
2016년 6월21일 경주 남산자락에 있는 삼불사에서 만난 수국: 다양한 색깔을 자랑합니다.
2015년 6월27일 용인 한택식물원에서 만난 산수국: 가장자리에 무성화를, 안쪽에는 유성화를 달고 있습니다.
2015년 6월16일 서울 남산공원에서 만난 산수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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