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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의 가상자산 현물 ETF 승인에 대한 고찰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4년06월23일 16시02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23일 09시13분

작성자

  • 이보미
  •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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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최근 미국 등에서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TF가 승인되면서 이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음.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발행 및 거래를 허용할 경우 투자자는 제도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관련 금융회사가 이익을 얻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자원배분의 비효율성 증대, 금융시장의 가상자산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 확대, 금융안정 저해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 가상자산 연계 상품 도입 논의에 있어 도입 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에 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며 현재 시점에서는 도입을 통해 얻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됨

 

■ 최근 미국, 홍콩, 영국 등이 비트코인, 이더리움 등의 가상자산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가상자산 현물 ETF*를 승인함.

   * 상품의 특성에 따라 ETP, ETN 등의 명칭을 쓰기도 하나 이 글에서는 가상자산 관련 지수를 추종하며 거래소에 상장되어 거래하는 상품을 모두 ETF로 통칭함.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승인을 거부해왔으나 2023년 8월 법원이 SEC의 상장규정 개정 불승인에 대해 취소 명령*을 내리면서 2024년 1월 10일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이 허용됨.

   * Grayscale사는 SEC가 Grayscale Bitcoin Trust의 상장을 위한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하지 않자 2023년 3월 워싱턴 DC 항소법원에 불승인 결정 취소소송을 제기하였으며 법원은 2023년 8월 SEC에 결정을 취소하고 재검토할 것을 명령함(Grayscale Investment, LLC v. SEC, 82 F.4th 1239(D.C. Cir. 2023). 

  - 또한 SEC는 2024년 5월 23일 이더리움 현물 ETF 거래를 위한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승인함.

   * 거래소 상장을 위해서는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을 위한 19b-4 신청서와 공시를 위한 S-1(증권신고서)이 승인되어야 하는데 현재 19b-4만 승인된 상태임

  -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ecurities and Futures Commission, SFC)는 2024년 4월 15일 비트코인 현물 ETF와 이더리움 현물 ETF 발행을 승인하였는데 이더리움 현물 ETF의 경우 세계 최초로 승인한 것임.

  - 영국 금융행위감독청(Financial Conduct Authority, FCA)은 2024년 5월 22일 비트코인 현물 ETF와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함.

 

■ 미국의 가상자산 현물 ETF의 승인은 이를 거래하려는 거래소와 가상자산 선물이 거래되는 제도권 거래소 간 시장감시공조약정이 유효하게 작용했음.

  - SEC는 비트코인 현물 ETF 상장을 위해서는 상장하려는 거래소가 기초자산인 비트코인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되는 제도권 거래소와 시장감시공조약정(surveillance-sharing agreement)을 체결할 것을 요구해왔음.*

   * 거래소 규정이 사기, 불공정거래 등의 행위를 방지하고 투자자와 공익을 보호하는 데 적정해야 한다는 Exꠓchange Act Section 6(b)(5)를 준수하기 위한 방편임.

  - 2022년 SEC의 승인 거부 당시 현물 ETF를 상장하려는 거래소는 비트코인 선물이 거래되는 시카고상품거래소(Chicago Mercantile Exchange, CME)와 시장감시공조약정을 체결하고 있었으나 SEC는 CME가 비트코인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되는 시장이 아니며, 선물과 현물은 다른 상품이기 때문에 상장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단함.

  - 법원의 불승인 철회 명령 이후 SEC는 비트코인 현물거래 가격과 CME에서 거래되는 선물가격 간 높은 상관관계가 나타나기 때문에 CME와 맺은 시장감시공조약정이 비트코인 현물시장의 사기 및 조작행위를 방지하기에 충분하다고 입장을 변경함(SEC Release No. 34-99306).

  - 이더리움 현물 ETF 승인의 경우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근거와 유사하게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려는 거래소가 이더리움 선물이 거래되는 CME와 시장감시공조약정을 체결한 것이 유효하게 작용함(SEC Release No. 34-100224).

 

■ 홍콩과 영국은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의 영향을 받았는데 홍콩은 가상자산 친화적인 정책을 추진 중에 더 급진적으로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의 현물 ETF를 허용한 반면 영국은 기관투자자에 한정적으로 허용함.

  - 홍콩은 2022년 12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선물 ETF 승인, 2023년 6월 가상자산 거래소에 대한 라이선스 도입, 가상자산 관련 금융상품 및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를 마련한 데 이어 세계 최초로 이더리움 현물 ETF를 승인하고 현물(in-kind) 설정 · 환매 방식**을 허용하면서 아시아 가상자산 시장의 중심이 되기 위한 의지를 나타냄.

   * Joint Circular on intermediaries’virtual asset-related activities를 통해 가상자산 관련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에 대한 규제방안, Circular on SFC-authorised funds with exposure to virtual assets를 통해 가상자산에 투자하는 펀드 승인에 대한 규제방안 등을 마련함.

   ** 현물(in-kind) 설정 · 환매 방식은 ETF를 비트코인 및 이더리움으로 매매가능하게 한 것으로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에 대해 현금 거래만 허용한 것과 대비됨

  - 영국 FCA는 2024년 3월 가상자산 거래가 장기간 이루어지면서 데이터가 축적되었다는 점을 들어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하는 비트코인 현물 ETF를 승인할 수 있음을 밝혔으며, 5월말 런던증권거래소에 기관투자자 대상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현물 ETF가 상장됨.

   * FCA는 가상자산 기반 ETF는 기초자산 평가에 대한 신뢰할만한 기준이 없으며, 높은 가격변동성, 투자자의 이해도 등을 이유로 2021년 1월부터 개인투자자에 대한 가상자산 관련 파생상품, ETF의 판매를 금지하고 있음.

 

■ 대부분 국가에서 가상자산 거래소를 통한 가상자산 투자는 허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상자산 현물 ETF의 인가는 투자자산의 확대보다는 가상자산의 제도권 포섭의 의미가 크다고 할 수 있음.

  - 가상자산 ETF 거래를 허용하지 않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개인투자자는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가상자산을 쉽게 거래할 수 있어 가상자산 기반 ETF가 투자가 어려운 자산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고 보기 어려움.

   * 가령 금, 원유 등 직접 거래가 어려운 원자재나 규제 등으로 인해 직접 투자의 편의성이 떨어지는 외화 ETF 등은 해당 자산에 대한 투자 접근성을 높여주는 역할을 함.

  - 제도권 밖에서 거래되던 가상자산이 ETF라는 간접투자 방식을 통해 제도권 시장으로 들어오면서 이에 제도권의 규제와 투자자 보호 등이 적용됨.

  - 특히 가상자산 현물 ETF는 관련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현물거래가 필수적이라는 점에서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회사의 적극적 투자 대상이 된다는 의미를 지님. 

 

■ 한편 우리나라는 비트코인 선물 ETF의 중개는 허용하고 현물 ETF의 발행이나 중개는 금지하고 있음.

  - 미국의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 당시 금융당국은 비트코인 현물 ETF의 발행 및 중개가 금융회사의 가상자산 보유 · 매입 · 담보취득 · 지분투자 금지라는 기존 방침과 배치되며, 비트코인이 자본시장법의 ETF 기초자산 요건*을 위배할 수 있다고 판단함.

   * ETF의 기초자산은 금융투자상품, 통화, 일반상품, 신용위험, 그밖에 자연적 · 환경적 · 경제적 현상 등에 속하는 위험으로서 합리적이고 적정한 방법에 의하여 가격 · 이자율 · 지표 · 단위의 산출이나 평가가 가능한 것으로 명시(자본시장법 제4조 제10항)

  - 한편 비트코인 선물 ETF의 중개는 허용하였는데 이는 비트코인 선물 ETF의 경우 기초자산이 비트코인 현물이 아닌 비트코인의 파생상품이기 때문인 것으로 보임.

 

■ 일각에서는 우리나라도 비트코인 현물 ETF 등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발행 및 거래를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는데 이를 허용할 경우 투자자는 제도권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며 관련 금융회사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음.

  - 제도권 시장에서 가상자산 연계 상품이 거래되면 규제당국이 기초자산인 가상자산의 현·선물가격,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감시와 투자자 보호를 제공해야 하며, 관련 금융기관은 자본시장에 적용되는 법적 의무를 준수해야 하므로 투자자는 가상자산에 대해 보다 안전하게 투자할수 있음.

  - 금융회사는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중개, 발행,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이익을 얻고 가상자산기반 상품 개발과 운용에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음.

 

■ 한편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도입은 가상자산 가격이 오를 때는 상당한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하여 자원배분의 비효율성을 높이고, 가격이 내려갈 때는 금융시장의 유동성과 금융회사의 건전성을 악화시키고 금융시장과 규제당국에 대한 신뢰를 감소시켜 금융안정을 저해할 수 있음.

  - 가상자산 기반 ETF의 발행 및 거래가 허용되면 우리나라 자본의 상당 부분이 기업 투자 등 미래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투자 부문에서 가상자산으로 이동하면서 자원이 비효율적으로 배분될 수 있는데 특히 금융회사가 가상자산 현물 ETF를 직접 운용하는 경우 가상자산 현물거래로 인해 국내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더욱 많이 이동할 수 있음.

   * 현금흐름을 창출하지 않는 가치저장 수단으로 자본이 이동하는 것은 개인의 투자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는 있을 수 있으나 국가 경제적 차원에서 비효율적 자원배분을 초래할 수 있음.

  - 가상자산 연계 상품을 도입하면 이를 운용하거나 중개, 투자하는 금융회사를 통해 금융시장의 가상자산 관련 위험에 대한 노출이 확대될 수 있는데 가상자산 가격이 하락하면 연계 상품을 운용하는 금융회사, 이에 투자한 연기금 등이 관련 포지션을 청산하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전통 자산을 매각하여 전통 자산의 가격하락을 초래하는 등 위험이 금융시장에 파급될 수 있음. 

  - 개인투자자가 금융시장 메커니즘과 가상자산 등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은 채로 가상자산연계 상품에 투자를 많이 할 경우 가상자산발 충격에 대해 펀드런 등이 발생하여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으며, 적절한 투자자 보호가 시행되지 못한다면 금융시장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가 급감하면서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음.

 

■ 가상자산 연계 상품의 도입 논의에 있어 도입 시 얻을 수 있는 이득과 손해에 관한 충분한 연구와 이해가 필요하며 현재 시점에서는 도입을 통해 얻는 득보다는 실이 클 것으로 판단됨.

  - 금융자산으로서 가상자산의 가치가 보다 명확하고 가상자산이 전통적 자산으로는 복제할 수 없는 손익(payoff)을 만들어낸다면 가상자산은 개인의 투자위험을 분산시킬 수 있는 좋은 가치저장 수단이 될 수 있음.

  - 그러나 가상자산의 가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가상자산의 가격 변동성이 큰 현재 시점에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을 제도권으로 포섭하는 것은 시장참여자에게 가상자산이 검증된 자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어 앞서 언급한 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판단됨.

  - 특히 가상자산 기반 ETF 관련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는 규제방안이 잘 마련되어야 하는데 가상자산의 규모가 커지고 다양한 상품이 개발되는 현시점에서 가상자산이 투자자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이 불확실하기 때문에 충분한 규제방안과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는 데 한계가 있음. <K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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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글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 발간한 [금융브리프 33권 13호] (2024.6.22.) ‘금융포커스’에 실린 것으로 연구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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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6월23일 16시02분
  • 최종수정 2024년06월23일 09시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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