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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 위기, 장기위험 인식을 단기대응 행동으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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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2년12월25일 20시04분

작성자

  • 김성우
  • 대통령직속 탄소중립녹생성장위원회 위원,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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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기후 변화로 동물의 서식지 이동이 빈번해지고, 2070년까지 포유류 내에서 다른 종간 새로운 접촉이 123,000회, 이로 인한 병원체 공유가 4,600건 일어날 것이라는 예측이다. 대략 3~4일에 1건 꼴이다. 즉, 지구가 더워지면서 동물이 더 많이 이동하고 접촉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병원체가 공유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섬뜩한 것은 종간 새로운 접촉을 하게 되는 동물 중 90%가 유일하게 날 수 있는 포유류인 박쥐라는 점이다. 

 

사스, 메르스, 코로나19까지 박쥐에서 바이러스가 넘어온 것으로 추정되어, 종간 장벽을 넘는 병원체 공유가 인간에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우리는 이미 코로나19를 통해 비싼 대가를 지불하면서 예고편을 통해 보고 있다. 장거리 비행 이동도 가능한 박쥐의 경우 개체수도 많고 체내에 바이러스를 많이 보유해 종간 전염의 중심이 될 수 있다. 이미 지구온도가 1.1℃ 상승한 현재 추세로 볼 때, 앞으로 더 덥고 더 아픈 미래가 다가오는 것에 반박할 여지가 없는 증거라고 연구진은 밝혔다. 

 

문제는 미래가 아닌 현재 이미 아프기 시작했다는 사실이다. 서울을 마비시킨 80년만의 폭우가 쏟아진 지난 8월 8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기후 변화'에 실린 논문이 공개됐다. 홍수, 폭염, 가뭄 등 기상 이변이 콜레라, 탄저병 등 감염병 375종 중 58%를 이전보다 더 확산시켰다는 충격적인 결과였다. 이상기후가 병원균이 인간에게 더 빨리 옮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어 아픈 사람들이 더 늘어났다는 뜻이다. 가뭄이 지속되면 박쥐의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더 잘 전파되기도 한다. 연구 책임자는 “이번 결과는 이미 일어난 현상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 위기로 인류가 아픈 것이 미래가 아닌 바로 지금의 문제라는 이야기다. 

 

 현재 이미 아픈 것은 지구도 마찬가지다. 지난 5월 발표된 세계기상기구(WMO)의 ‘2021년 WMO 전 지구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온실가스 농도, 해수 온도, 해양 산성화, 평균 해수면 등 지구 건강검진표에 4개 주요 지표가 지난해 모두 나쁜 방향으로 기록을 경신했다. 주요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농도는 지난해 기록 경신에 이어 올해까지도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4은 해양이 흡수하는데, 이는 해양 산성화로 이어져 생태계를 위협함은 물론 해양의 대기 이산화탄소 흡수 용량도 감소하게 만들어 악순환이 되풀이 된다. 해수 온도도 수백~수천년 시간 단위에서는 비가역적일 만큼 역대 최고였고, 평균 해수면도 1993~2002년의 상승 속도보다 두 배 이상 빨라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21년은 라니냐 현상으로 인한 냉각 효과에도 불구하고, 2015년부터 관측 이래 가장 더운 7년을 기록했다. 마침 8월말 미국 국립해양·대기관리국(NOAA)이 발표한 연례 기후상태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지구 기후에 대한 전반적 조사결과 지구는 100만년 중 가장 아픈 한 해를 보냈는데, 이러한 현상이 심화된 이상 기후를 예고하는 흉조라고 밝혔다. 앞으로 기후변화에 둔화 조짐이 없다는 과학적 증거가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하며, 기후위기가 미래가 아니라 지금 해결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더 덥고 더 아픈 미래의 원인인 기후변화를 우리는 과연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고 있을까? 과거나 지금이나 설문조사를 실시하면 기후변화가 심각한 문제라고 답한다. 그러나 막상 현실에서 다양한 현안을 대면하면 관심이 줄어드는 모양새다. 이러한 현상은 지난 5월 세계일보가 여론조사 업체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 결과에 잘 나타나 있다. ‘1년 안에 풀어야 할 과제는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에 경제성장이 압도적인 비율로 1순위 과제로 꼽혔고, 기후변화는 후순위 그룹에 놓였다. 이는 3년 전 조사와 같은 결과다. 그러나 기한을 변경해 ‘10년 안에 풀어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묻자, 기후변화가 저출산고령화, 경제성장에 이어 3위에 꼽혔고, 기한을 30년으로 늘리자 기후변화가 1위로 등극했다. 인식의 문제가 아니라 기간의 문제라는 반증이다. 기후변화가 심각하다고 인식하지만 현재가 아닌 먼 미래의 위험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장기 위험 인식을 단기 대응 행동으로 전환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이 있을까? 기업들이 평가보상체계를 활용해 장기위험을 단기행동으로 연계하려는 노력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기업들이 환경 및 사회 성과를 임원 보너스에 연계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Starbucks CEO(Kevin Johnson)는 일회용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는 등 친환경 경영이 2백만달러의 2021년분 보너스 수령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기존(2020년분) 임원보상 체계에는 환경전략 대응이 구체적으로 드러나 있지 않았지만, 2021년도부터 임원보상은 재무성과 50% + 비재무성과(5가지) 50%로 구성하고 비재무성과 중 10%는 5가지 환경사항에 대한 기여 여부 기준으로 구체적으로 보상평가 항목을 정해둔 것이다. 이는 유제품농장 메탄배출감소, 나리노 콜롬비아 커피 공급망 파일럿, 재사용가능 개인컵 사용, 식물성 식재료 옵션 확대, 플라스틱 빨대 제거다. 22년 3월 주총에서 임원보상 안건은 가결되었다. 

 

Apple도 2021년 보상평가부터 ESG 연계를 도입했는데, 2021년도부터 7가지 ESG Modifier(접근성, 교육, 환경, 포용과다양성, 개인정보보호, 공급사책임, 주요공동체이니셔티브)를 도입해, 7가지 ESG성과에 따라 임원보상을 최대 10% 증가/삭감할 수 있도록 규정하였다. 이 또한 22년 3월 주총에서 임원보상 안건으로 가결됐다. 이러한 주총 안건 가결에서 보듯이, 보상체계를 통해 장기위기인식을 단기행동으로 전환시켜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은 투자자가 더 적극적이다. 유럽자산운용사 AllianzGI는 ESG KPI(핵심성과지표)를 이사/경영진 보상정책에 반영하지 않은 유럽대기업에 대해 2023년 주주총회 때부터 보상정책에 반대투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표적인 글로벌 의결권자문사 ISS도 이사보수가 ESG사안(산업재해, 환경사고, 제재 등)과 연계되어 있을 경우 보수위원회가 이를 공시해야 한다는 유럽 의결권 가이드라인을 작년 말 발표했다. 

 

한국 등 28개 회원국이 활동하는 국제결제은행 산하 위원회인 바젤은행감독위원회는 지난 6월 15일 ‘기후관련 금융 리스크 관리•감독을 위한 원칙’을 발표했는데, 지배구조 부문에서 기후변화를 임원 보상 정책에 고려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국내기업도 시동을 걸고 있다. 현대차는 2019년부터 비재무적 요소 계량화한 ESG등급을 경영자 성과지표에 반영하기 시작했고, SK그룹도 CEO보상과 기후변화대응성과 연계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업의 평가보상체계를 통해 더 덥고 더 아픈 미래가 후임 CEO의 숙제라는 인식을  현재 CEO가 대응할 이슈라는 인식으로 바꿀 수 있다 .

 

 어쩌면 기업 외 사회 내 다양한 조직들에서도 현재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대응을 다짐하지만 미래 더 덥고 아픈 결과가 나올 때쯤 나는 조직에 없을 거라는 생각에 현재의 대응이 불충분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미래가 아닌 현재 이미 덥고 아프기 시작했고, 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내 자식이 큰 피해를 볼 것은 자명하기에, 기업의 지속 가능한 평가보상체계를 사회 전반에 확대 적용해 장기위험을 단기행동으로 연계하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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