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18> 장기표, 당신은 왜 그렇게 바보처럼 살았습니까 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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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형, 내년(2024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특권 폐지 국민 운동’을 벌이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오?”
나=“글쎄요. 취지는 좋은데, 다들 말로만 필요하다고 하지 실제로 동력을 만들기는 쉽지 않을 것 같은데요. 정당에서 혁신위원회 만들 때마다 나온 말이지만 한 번도 된 적이 없지 않습니까?”
지난해 2월 서울 시청 앞 한 음식점에서 장기표 원장을 만났다. 첫 인터뷰(2020년 10월) 후 가끔 안부를 묻고 식사하는 사이가 됐는데, 그동안에도 그는 칠순이 넘은 나이에도 불의한 세상을 바꿔보려고 책도 쓰고, 세미나를 열고, ‘대장동 게이트 진상규명 시민 집회’를 개최하는 등 참으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런데 한번 식사나 하자는 연락이 온 것이다. 그리고 2024년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을 하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내색 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속으로 참 안타까웠다. 그가 왜 국회의원 특권 폐지 운동을 하려는지는 너무도 잘 안다. 모두 다는 아니지만 나 또한 시대에 안 맞게 과도하게 부여된 상당수 특권은 이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안타까웠던 것은, 아무 힘도 없는 재야의 한 원로 시민운동가가 링 밖에서 아무리 특권 폐지를 외친들 이뤄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 특권은 여론조사나 서명 운동으로 없앨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법으로 부여된 권한이기에, 폐지하려면 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없는 특권도 더 가지려고 하는 그들이, 머리에 망치를 맞지 않는 한(아니면 망치로 협박하지 않는 한) 여야를 가리지 않고 스스로 없앨 리가 없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밖에서 집회를 여시는 것보다 어떻게 해서든 국회의원이 돼서 안에서 바꾸려고 하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라고 물었다. 모두 낙선하기는 했지만 어쨌든 그는 여러 번 총선에 출마했고, 또 직전인 2020년 4월 제21대 총선에도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 경남 김해을 후보로 나왔기 때문이다. 21대 총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로 당이 쪼개졌다가 선거를 앞두고 급하게 합쳐지는 등 이합집산이 극심해 당시 미래통합당 입장에서는 굉장히 불리한 상태에서 치른 선거였다. 적어도 22대 총선은 그보다는 나을 거라 생각했고, 그의 지역구는 당선 가능성이 굉장히 높은 곳이었으니 원내에 진출해 특권 폐지 운동을 하는 게 훨씬 효과적이라 봤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의힘은 21대 총선 103석, 22대 총선 108석으로 비슷했다) 그런데 그는 내 말을 듣자마자 “(김해을) 당협위원장은 진작에 그만뒀다”라고 말했다. 아….
그리고 두 달여 후인 2023년 4월 16일 그는 서울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 광장에서 ‘특권폐지국민운동본부’ 출범식을 열었다. 그리고 이듬해 총선까지 참으로 열정적으로 시민 집회와 세미나, 인터뷰, 유튜브 그리고 ‘특권폐지당’ 창당 준비위원회를 만드는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바라던 것을 이루지는 못했다.
나는 지금까지도 왜 그가 국민의힘 김해을 당협위원장 자리를 스스로 버렸는지 잘 모르겠다. 국민의힘이 과거 군부독재 정권이 만든 민주정의당(민정당)의 후예라서라면 애초에 들어가지도, 국회의원 후보로 나오지도 말았어야 했다. 그가 링 밖보다 링 안에서 싸우기가 훨씬 쉽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모를 리도 없다. 이해는 안 갔지만, 묻지는 않았다. 그에게는 그만의 길과 방식이 있을 테니까.
그 뒤로 그와는 지난해 8월 졸저(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를 출간하며 책을 보내주고 겸사겸사 안부 전화를 한 게 전부다. 그렇게 1년여가 지난 어느 날(2024년 7월) 뉴스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그가 말기 암(담낭암) 투병 중이며, 암이 다른 장기에 전이돼 치료가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⓺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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