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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경제는 ‘失速 중’; 정부의 대응도 ‘無力’, “정치적 구조 개혁만이 유일한 해법”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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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8월12일 10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14일 04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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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의 실속(失速)이 멈추지 않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NBS)이 지난 달 발표한 Q2 실질 GDP 성장률은 전월 대비 0.8%로, Q1의 동 2.2%에 비해 거의 1/3 수준으로 대폭 둔화된 것이다. 경제 전반에 광범하게 영향을 미치는 부동산 부문 침체가 계속 깊어지고 있고, 기업 수익 및 고용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가계들의 장래에 대한 불안이 날이 갈수록 커져 소비 활동도 위축되고 있다. 가장 최근 발표된 경기 지표인 2023년 7월 제조업구매담당자경기지수(PMI)는 경기의 호 · 불황 판단 기준인 ‘50’을 4개월 연속 하회했다. 이는 미 · 중 통상 분쟁 영향으로 경기가 감속하기 시작한 2019년 중반 이후 최장 기록이다.

 

작년 말 중국 정부가 ‘제로 코로나’ 노선 철폐 이후에도 경제가 좀처럼 회복 궤도를 찾지 못하고 심각한 둔화를 계속하는 가운데,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6월 실업률은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 특히, 젊은 층(16~24세)의 실업률이 21.3%로, 3개월 연속 20%대 이상의 기록을 경신하고 있어 심각한 사회 문제로 등장했다. 일부에서는 중국의 청년 실업률이 공식 발표된 수치와 달리, 실제로는 50%에 육박한다는 충격적인 주장도 나왔다. 아래에, Bloomberg, Nikkei 등 해외 미디어들의 최근 보도를 중심으로 현 중국 경제의 실상을 보다 상세히 살펴본다. 

 

■ “中 경제 30%를 점하는 부동산 부문 장기 침체가 최대 장애 요인” ​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는 ‘제로 코로나’ 정책 노선을 철폐하면서 다른 서방국 경제들처럼 ‘소비 전쟁(spendathon)’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했으나, 실제로는 경기가 계속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고, 물가도 하락하는 희귀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배경은 소비자들이 장래에 대한 불안으로 소득으로 저축을 늘리거나 부채 상환으로 돌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 기업들, 특히 소비 제품 공급자들은, 생존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가격을 낮추고 있고, 가격 하락이 예상되면 소비자들은 구매를 더욱 미뤄 물가는 더욱 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금년 초반, 중국 경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 철폐를 계기로 일시 개선될 기미를 보이기도 했으나, 곧 이어 경기 회복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 중국 경제 회복에 가장 큰 중압이 되고 있는 요인으로는 최근 몇 해 동안 극심한 침체가 이어지는 부동산 부문이 꼽힌다. 중국의 부동산 부문은 관련 산업을 포함하면 중국 경제의 약 30%를 차지한다는 시산이 있을 정도로 절대적 중핵 부문이다. 

 

이런 부동산 부문이 몇 해 동안이나 장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금년 상반기 신축 주택 판매 면적은 전년동기 대비 2.8% 감소했고, 6월 말 시점 재고 면적은 1년 전에 비해 18%나 증가했다. 신규 건축 수요가 감퇴하자 부동산 개발 투자도 작년 이후 계속 감소하고 있고, 주택 판매 부진으로 건설 자재 생산은 물론, 신규 주택 입주 시 수요가 늘어나는 가전 등 내구재 소비도 줄고 있다.

 

중국 경제가 심각한 역풍에 시달리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동산 시장 현실은 참혹한 지경이다. 주요 도시 곳곳에 건축 중도에 방치된 빌딩 숲이 눈에 띄고 있는가 하면, 전문가들은 도시 지역 주택 재고가 소진되려면 앞으로 13년 이상은 걸릴 것으로 추산한다. 안휘성(安徽省)의 한 분양 아파트에는 ‘한 채 사면 또 한 채 덤으로 준다’는 광고까지 붙어 있다. 부동산 장기 불황 여파로 3위 부동산 개발 기업 헝다(恒大; Evergrande) 그룹이 이미 파탄한 이후 110조원이 넘는 적자를 시현하고 있다. 이어서, 광둥성 기반의 최대 개발 기업인 Country Garden(碧桂園) 그룹도 경영난에 빠져 곧 채무 재조정에 들어갈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도 나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그룹이 금년 상반기에만 760억달러 적자를 냈다고 전했다. 


■ “젊은 층, 높은 실업률로 장래도 불안, 사회 불안 요인으로 등장” 

 

중국 경제가 이처럼 심각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젊은 층 근로자들의 취업난도 날이 갈수록 극심해지고 있다. 원래, 젊은 층은 소비 활동의 주역이나, 최근 이들의 실업률이 높아지자 이제는 소비 위축의 주요인으로 등장하고 있다. 더구나, 신규 대졸자들의 취업난이 심각해지면서 이에 대한 대책이 초미의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불만이 쌓여 자칫 작년 말 상하이 지역에서 벌어졌던 소요 사태처럼 공산당 집권 세력에 대한 격렬한 항의 행동으로 발전되는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는 사회 혼란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가고 있다.

 

영 BBC 방송도, 중국 젊은 층 실업이 꾸준히 늘고 있다고 지적하고, 비록 이들이 전체 실업자들 가운데 겨우 1.4%에 불과하나, 온라인 등을 통한 영향력이 강력해서 이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면 경제 전체의 신뢰감이 떨어질 수 있다며 당국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도시 지역 청년층 실업 데이터를 2018년부터 공표하기 시작했으나, 아직도 농촌 지역 상황은 공표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서, 최근 베이징 대학(北京大學) 국가발전연구원의 한 교수(張丹丹)는 취업 노력을 포기한 청년 근로자들을 포함해서 계산하면, 중국의 청년 실업률은 46.5%에 달한다는 시산을 내놓아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는 정부가 공식 발표한 실업률의 2.4배에 달하고, 청년 근로 인력의 절반이 실업 상태인 것이다. 중국 청년 실업률이 높은 원인은 ‘학교에 다니지 않고 직업 훈련도 받지 않는 소위 ‘니이트(NEET)족’이 많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의 공식 실업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이들 NEET족이 증가하는 배경은 대졸 고학력 인재들이 늘어난 것이다. 2023년 대학 학부 및 대학원 졸업생은 5년 전에 비해 40%나 늘어, 사상 최대인 1,158만명에 달한다. 2020년 코로나 확산 시기에 고용난을 피해 대학원 진학이 20%나 늘었다가 이번에 졸업 시즌을 맞아 대거 사회로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기업들의 신규 채용 의욕은 낮은 상황이다. 금년 봄 이후 경기 회복이 불투명한 상태가 이어지고 있고, 정부가 인터넷 및 교육 산업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민간 기업들이 신규 채용에 소극적인 자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CNN은, 청년 실업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자, 중국의 일부 지방 정부는 비상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장 부유한 광둥성(廣東省) 정부는, 미취업 젊은이들 30만명을 농촌으로 보내 지역 현지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하자는 것이다. CNN은, 이런 조치들은 시 주석이 농촌 경제 재건을 위해 도시 청년들이 농촌에서 일자리를 찾게 하자는 제안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이런 정책은 오래 전 마오(毛澤東) 주석이 ‘문화대혁명’ 시기에 도시 청년 수천만명을 사실상 지방 오지로 유배를 보내 강제 이주시켰던 ‘하방(下放)’ 정책과 유사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현재 중국 젊은이들은 높은 교육을 받은 계층이고, 일자리를 찾기가 점점 어려워지는 것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커지고 있어, 이런 강제 이주 정책은 자칫 사회적 봉기를 불러올 수 있는 위험한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CNN은 ‘제로 코로나’ 강행 당시, 일부 도시 지역에서 지역 봉쇄에 대한 불만이 폭발해서 집권 공산당을 향해 격렬하게 항의했던 것을 지적했다. 중국 정권이 대졸자들에게 야망을 버리고 저기술 노동 현장으로 뛰어들 것을 독려하고 있으나, 이들 청년 실업자들은 정부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 내지 못한 데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               


■ “수요 감퇴로 디플레이션 우려 고조, 수출도 감소해 내우외환 직면” 

 

한편, 중국 경제는 지금 다른 주요국 경제와 달리, ‘디플레이션(물가가 하락하고 고용이 둔화되는 현상)’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국가통계국이 최근 발표한 7월 CPI는 전년동월 대비 0.3% 하락했다. 2년 5개월 만에 하락한 것이다. 전반적인 경기 감퇴에 더해 소비자들의 장래 불안이 확산되고 있어, 자동차 · 휴대폰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소비 수요가 위축된 것이 주요인이다. 그나마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중시하는, 변동성이 큰 식품 및 에너지 항목을 제외한 ‘근원 CPI’ 상승률은 0.8%로, 전월 대비 0.4% 확대했으나, 2022년 4월 이후 1% 이하 수준의 저공비행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최근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또 다른 경기 지표인 7월 PMI 지수에서도 조사 대상 기업 60% 이상이 ‘수요 부족에 직면하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기업 수익 개선이 부진하고 고용 회복도 지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더해, 종전에 중국 경제를 지탱해온 해외 수요에 기반한 수출 정체(停滯)도 경기 개선의 발목을 잡고 있다. 중국세관총국이 발표한 지난 7월 수출액은 전년동월 대비 14.5%나 감소했다. 이는 Covid-19 발발 직후인 2020년 2월(40.6% 감소) 이후 최대 감소폭이다.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 사태 종료 이후 경기 회복의 모멘텀을 찾으며 高인플레이션에 고심하고 있는 것과 달리, 글로벌 G2 중국 경제는 예상 외로 심각한 ‘제로 코로나’ 후유증에 시달리며 내수(內需) 부족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외수(外需) 감속이란 악영향도 가중되어 내우외환(內憂外患)의 고난에 처해 있다. 이는 당연히 중국 고유의 독자적 요인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 심리가 얼어붙고 있다. 지난 3년 간 Covid-19 사태 동안에 경험한 ‘지역 봉쇄’ 등 위기감에서 절약 · 저축 지향 심리가 강해진 것이다. 최근 소비자 조사 결과에서도 향후 3개월 간 물가가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는 응답자는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0년 4월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내 전문가들도 중국의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인정하고 있다. 정부 싱크탱크 국가금융발전실험실 인(殷劍鋒) 부주임은 “중국은 지금 디플레이션 상태에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통상적으로, CPI는 실제보다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으나, 근원 CPI 상승률이 1% 이하인 것은 사실상 ‘디플레이션’ 상태라는 판단인 것이다.


■ “少子·고령화 현상에 인구도 급속히 감소 중, ‘日本化’ 우려도 부상”


이와 함께, 최근 들어 많은 전문가들은 “중국 경제의 일본화” 우려도 지적하고 있다. 과거, 일본 경제가 부동산 버블 붕괴를 신호탄으로 ‘잃어버린 10년(혹은 20년)’이라는 장기 침체에 들어간 것에 비유하는 것이다. 경제 성장이 정체하고 물가가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중국 경제가 과거에 일본이 겪었던 상황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은 중국 경제가 전반적인 수요 위축에 직면해 있고, 경제 회복력을 잃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가계 및 기업들이 경제 활동에서 장래에 대한 불안을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고, 수요 부족 및 디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되는 가운데, 정부 주도로 투자 효율이 낮은 공공 사업에 의존하는 성장 구조가 정착되어 왔으나, 이제는 정부가 재정을 출동해서 공공 투자를 늘려보더라도 경제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출산 감소, 총인구 감소 및 고령화 진전이라는 인구 구조의 심각한 변화로 低성장 패턴이 장기화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으로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더해서, 가계 소득 자금이 대거 은행에 머물고 있는 상황도 과거 일본의 경우와 흡사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6월 말 현재 은행들 예금에서 대출을 차감한 예대 차액은 48조위안으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1980년대 말 버블 붕괴 직후에 금융 완화가 경기 촉진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소위 ‘유동성 덫’에 빠졌던 경험이 있다. 한편, ‘소자 · 고령화’ 구조의 진행도 과거 일본의 경험을 되살리는 것이다. 2023년 출생 수는 800만명을 밑돌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는 5년 전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결국, 장래의 노동력 감소가 심각해짐과 동시에 소비 수요가 더욱 위축될 것을 시사하는 것이다. 


■ “中 정부는 「더블 디플레 + 자산 압축」 상황에 재정, 금융 총력전” 


일본 노무라(野村)연구소 기우치(木內登英) 연구위원은 최근 발표한 논설에서 지금 중국 경제는 물가 하락과 함께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더블 디플레이션’에 더해, 기존 채무 감축으로 수요가 위축되는 ‘자산 압축(deleverage)’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점을 우려한다고 지적했다. 주요국 경제에서는 물가상승이 계속되고 있으나, 중국에서는 오히려 개인 소비 및 기업들의 투자 수요가 감퇴해서 경제 성장이 둔화하고 물가가 하락하는 소위 ‘Balance Sheet 불황’ 가능성을 지적하는 것이다.

 

이런 시점에서, 지난 달 열린 중국공산당 정치국 회의는 주로 부동산 부문에 대한 종전의 규제를 완화하고, 금융 · 재정 양면에서 경기를 자극하고자 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한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이 계속 하락하고 있고, 기업 및 가계가 본격적인 채무/자산 압축에 나서고 있는 분위기에서는 금융 완화 및 재정 출동에 의한 수요 자극책은 효과를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부동산 가격 하락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토지 매각 수입에 의존하는 지방 정부들이 적극 재정 정책을 펼치기도 어려운 사정이 있다. BIS 통계에 따르면, 2022년 9월 말 현재 중국의 非금융 부문에 대한 여신 총액은 50조달러에 육박해, 불과 10년 동안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의 GDP 대비 민간 및 지방 정부 부채 비율은 295%에 달해, 이미 미국 257%, 유로권 평균 258%를 넘어섰다. 

 

한 가지 주목할 점은, 주요국들이 급격한 금융 긴축을 시행하고 있어 개인 및 기업들이 금융 핍박 혹은 채무 상환 부담 가중을 겪는 것과 달리, 중국은 금융 완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어 그만큼 경제 악화 리스크를 낮추는 점은 있다. 그러나, 중국의 개인, 기업, 지방 정부들이 동시에 과잉 채무를 안고 있는 점에서, 부동산 등 가격 하락을 계기로, ‘자산 압축’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게 되면 이는 곧바로 심각한 경제 악화를 불러오기 쉽고 금융 불안으로 연결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정부는 심각한 경기 침체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재정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적극 재정 출동을 결정한 것이다. 이와 관련, 국무원 산하 싱크탱크인 중국사회과학원은 정부에 대해 ‘재정 적자를 확대해서 세출을 1조3,000억위안 이상 확대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 기구는 저소득층을 향한 소비 쿠폰을 배포하는 것을 포함해 수요 부족에 적극 대응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아직도 중국 정부는 통상적인 ‘재정 출동 → 경기 촉진’ 수단에 매달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중국인민은행(PBoC) 조우(鄒瀾) 금융정책국장은 지난 4일, “경제 및 금융 정세에 따라 ‘적시에, 적절한’ 경기 하향 억제를 위한 금융 조절을 시행할 것” 이라고 언급, 추가 금융 완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환경 분야 등 특정 분야에 대한 융자 요건 강화와 함께 경제 성장을 뒷받침하는 데 주력할 방침임을 강조했다. 그는 종전의 주택 관련 융자 조건을 완화할 의향도 내비친 것이다. 이와 함께, 상업은행들이 예수금의 일부를 중앙은행에 의무적으로 예치하는 예금준비율을 인하해서 은행들로 하여금 대출 수요자들에 융자를 적극 확대하도록 권장할 방침도 밝혔다. 그야말로, 재정 · 금융 양면에서 정부의 가용 수단을 총동원하는 양상이다. 

 

■ “중국 경제 기적은 끝; 시진핑 ‘개입 노선으로 성장 사이클 역회전” 


중국 경제에서 개인 소비는 약 4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중국 경제를 뒤덮고 있는 ‘수요 부족’ 현상은 일반 국민들 사이에 뿌리깊게 팽배해 있는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일반 국민들은 소비를 줄이고 보다 많은 가용 자금을 안전한 은행 저축 등으로 돌리고 있다. 이런 심리적 중압감은 최근 중국인민은행이 예금자 2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성향 조사 결과에도 여실히 나타나고 있다. 동 조사 결과, 중국 가계들은 2017년 이후 2023년까지 고용 환경이 ‘엄중’하거나 ‘판단이 서지 않는다’는 식의 불안감을 계속 가지고 있고, 이에 따라, 보다 많은 자금을 저축으로 돌린다는 응답자가 60%를 넘어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중국의 일반 가계들이 장래 고용에 대해 비관적 심리를 가지고 저축을 우선한 결과, 당연히 중국 가계의 소비지출 비중이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국가통계국의 집계에서도, 2011년~2023년 각 년도 1~6월 기간 중 가처분소득 중 소비에 지출된 비중이 Covid-19 유행 이전은 65% 전후였으나, 이후에는 60% 전후에 추이하고 있다. 중국 가계들의 ‘저축의 상태화(常態化)’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민간 가계들이 저축을 늘리고 소비를 억제하자 자연히 취업자들의 80%가 일하는 민간기업들의 수익도 줄고, 따라서 이익도 감소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5월 말 현재 민간 기업들의 28%가 적자를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2001년 이후 최고이고, 그만큼 기업 도산 및 고용 감축 리스크가 커진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한 인력 회사(智聯招聘) 집계에 따르면, 금년 Q2 중, 기업들이 구인 시 제시하는 급여 수준이 전년동기 대비 0.7% 감소해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여기에, 시진핑 지도부가 여전히 힘을 쏟고 있는 부패 박멸 캠페인 ‘호랑이 사냥’ 일환으로 금융업에서는 급여 삭감 움직임마저 확산되고 있다. 그 뿐 아니라, 시 정권은 거대 IT 기업들을 비롯한 정보 기술 부문, 그리고 부동산 업계에 대한 구조조정도 여전히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어 이에 따른 소득 감소도 수요 감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처럼, 중국 사회에는 지금, 정부 정책의 불투명성이 불식되지 않고, 민간 기업들의 활동이 위축되는 위험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 부문에 대한 대책도 이제는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급선무가 됐다. 앞서 소개한 중국인민은행 당국자는 지난 달 14일, “부동산 수급(需給) 관계는 이미 크게 변화했다” 고 밝혀, 구조적 수요 위축 문제를 인정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가 주택시장 과열 방지를 위해 엄격하게 실시해 오고 있는 주택 매입 제한 등, 부동산 부문 규제를 언제, 얼마나 완화할 것인지에 지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 Peterson 국제경제연구소(PIIE) 포젠(Adam Posen) 소장은 최근 Foreign Affairs지 기고문에서 ‘중국의 경제 기적은 끝났다(‘The End of China’s Economic Miracle’)’고 선언했다. 그는 “중국이 ‘개혁 · 개방’ 노선을 채택한 1970년대 말부터 시작된 고속 성장이 계속 이어지던 2010년대까지만 해도 중국인들 사이에는 낙관적 전망이 압도했다” 고 말했다. 비싼 신상품 소비 의욕이 강해 앞다퉈 구입하려는 왕성한 소비 행태가 물가를 끌어올리며 경기가 확대되는 선순환을 이어온 것이다.

 

그러나, 2010년 이후, 특히 시진핑 주석이 집권한 이후, 국가가 경제에 대한 개입을 강화해 온 결과, 이러한 성장 사이클은 역회전을 시작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민간 경제 주체들은 지도자 개인의 자의적 의사결정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을 의식해서 ‘리스크 회피’ 경향이 강해졌고, 개인 소비는 억제되고 기업 투자도 위축된 결과를 낳았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향후 이런 정치 상황이 지속되는 한, 민간 부문 위축이 계속 중국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中 경제의 실추(失墜)를 막을 유일한 길은 ‘담대한 구조개혁’ 뿐”


이처럼, 그간 중국이 이루어 온 경이적인 경제적 기적(Miracle)이 종언을 고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 새롭게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리고, 중국 경제의 장래가 불투명감을 더해가는 가운데, 경기 회복 지연 우려는 이제, 보다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불황’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로 바뀌어 가고 있는 실정이다. 앞에 소개한 포젠 소장은 시 주석의 리더십으로는 ‘제로 코로나’ 정책 시행으로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기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아울러, 최근 중국 지도부가 나서서 민간 부문을 활성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으나 이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포젠 소장은 지금 중국 경제가 당면한 본질적인 문제는 ‘제로 코로나’ 후유증 및 ‘정치 경제적(political economy)’ 문제라고 진단한다. 따라서, 시장에는 최근 중국 정부가 발표한 재정 및 금융 수단을 동원한 구태적인 경기 대응 수단만으로는 현 불황을 벗어나기가 어렵고, 중국 집권층이 본질적인 ‘정책’ 혁신을 도입할 것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근 공산당 정치국회의가 결정한 단기적 대증 요법을 망라한 통상적인 경제 대책에 대해 시장이 일시 반응하기도 했으나 이내 숨이 멎어버린 것을 보아도 알 수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홍콩 SCMP(南方早報)는, 많은 전문가들이 현 중국 경제가 처한 저성장, 고령화, 노동력 감소, 수요 감퇴, 부동산 가격 하락 등 현상을 들어,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수십년’에 빠져 들어가는 게 아닌가 하는 전망을 하고 있으나, 양국 간에는 분명히 차이점도 존재한다고 전했다. 또한, IAES 연구원 국제경제교류센터 Zhang Monan 중국 전문가를 인용해서 ‘중국 자산 시장은 과거 일본과 달리 아직 큰 충격을 줄 정도의 가격 하락은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중앙은행의 금리 조정 등 경기 대응 정책의 기동성도 다른 점으로 꼽았다. 이에 더해, 일본과 달리 중국은 아직 소비 증가 잠재력이 높은 개발도상국 단계라는 점도 지적했다.

 

SCMP는, 지금 중국은 단지 종전의 ‘투자 주도’ 성장 모델이 동력을 다해가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성장 모델을 모색하는 것과 관련해서 다소 ‘혼란(confusion)’을 겪고 있을 뿐이라는 견해도 전했다. 그러나, 중국 정책 당국은 중장기 성장을 위해서는 경제 및 사회 시스템의 담대한 개혁이 필수적임은 물론, 이를 통해 추가 수요 창출 및 새로운 성장 동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소개했다. 

 

■ “시 주석, 마오(毛) 체제 회귀냐, 덩(鄧)의 실용 노선 추구냐, 갈림길에”


따라서, 중국은 지금 실험적인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하는 갈림길에 있다는 평가다. 1970년대 말 개혁 · 개방 전도사 덩샤오핑(鄧小平)이 남긴 교훈대로 “강 바닥의 돌을 더듬어가면서 강을 건너는” 신중 모드의 정책을 시도해야 할 시점에 있다는 것이다. Liu Shijin 중국인민은행 고문은 “양질의 지속가능한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는 많은 불확실한 요인들이 있고, 해답을 찾기는 쉽지 않다” 고 경고한다.

 

그러나, Oxford 대학 중국센터 매그너스(George Magnus) 교수의 말처럼, ‘중국은 소비자 및 서비스 산업에 초점을 맞춘 노선으로 일대 전환을 하지 않고는 경제 성장을 다시 궤도에 올려놓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가 대세다. 매그너스 교수는, 중국이 점차 부유해짐에 따라서 자연히 잠재 성장력은 떨어지고, 이를 감안해서 사회 전반의 생산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정치, 사회 제도가 변화해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하면서, “지금 중국이 당면한 경제적 과제는 경제 실적을 위해 필수적인 정치적 개혁과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지에 달린 것” 이라고 강조한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지금 시진핑 주석이 집착하고 있는 ‘국가가 더욱 크고 더욱 강력하게’ 유지하려는 것은 중국의 장기적인 성장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당면한 경제 성장 실속(失速)을 되돌리기 위해 경제에 보다 많은 자금을 투입하려고 노력할 것이나, 이는 과거 일본이 저질렀던 실수를 반복하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런 대응은 결국 저성장 부담에 보다 많은 부채를 추가하는 결과를 낳을 뿐이다. 따라서, 지금 중국 경제가 취택할 유일한 방도는 경제에 ‘시장의 힘’이 더욱 큰 역할을 하도록 국가는 뒤로 물러서는 것이나, 이런 변혁은 시 주석이 자리에 있는 동안에는 일어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지금 중국은, 경제 사회 문화 등 광범한 분야에서 국가의 개입 확대를 지향했던 마오(毛)의 꿈을 품고 3연임을 성취한 시진핑 주석의 심중에, 실용(實用) 노선의 개혁 · 개방을 이끌었던 희대의 탁월한 지도자 ‘부도옹(不倒翁)’ 덩(鄧小平)의 현명한 지혜가 싹을 틔울 수 있을지가 장래를 판가름할 역사적인 갈림길에 서있는 것이 분명하다. 시 주석의 다음 한 수(手)에 전세계인들의 지대한 관심이 쏠리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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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8월12일 10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08월14일 04시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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