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가격에 대한 논란과 정책 대안의 모색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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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쌀 가격 동향
2023년 들어 상승하던 쌀값이 11월 이후 하락세를 보이자 쌀가격이 다시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첫 산지 쌀값은 20㎏들이 한 포대에 5만4,388원(10월5일)으로 출발한 뒤 5만2,387원(10월15일), 5만1,142원(10월25일), 5만346원(11월5일)으로 내림세를 거듭하다가 4만9,820원(11월15일)까지 추락했다. 80㎏ 단위로 환산하면 19만9,280원으로, 정부가 약속했던 쌀값 20만원 선이 무너진 것이다.
올해 10월 쌀값은 20Kg 당 52,387원으로 2022년 45,375원에 비해 15.4% 상승했으나 2021년 53,289원에 비하면 1.7% 낮은 수준이다<그림 1>. 올해 쌀 가격이 지난 해에 비해 상승한 것은 쌀 생산량이 370만 2천톤으로 지난 해 보다 1.6% 감소하였기 때문이다. 올해 쌀 생산량은 양호한 기상 여건과 전략작물 직불제, 논 타작물 지원 사업 등으로 쌀 재배면적이 줄어 작년보다 감소하였다. 쌀 수요량은 가공용을 포함하여 361만톤으로 예상되어 초과 공급량은 약 9만2톤 정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벼 재배면적은 70만 8천 ha로 지난해 72만 7천 ha에 비해 2.6% 감소했으며 10a당 생산량(단수)는 올해 523Kg으로 지난해 보다 1.0% 증가했다. 쌀 생산량은 2016년 419만 7천 톤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여 2021년에는 388만 2천톤을 기록하였으며, 2021년에는 전년 대비 10.7% 증가하였다가 지난해 다시 전년 대비 3% 줄어들며 감소세로 전환되었다.
2021년에는 생산량 증가로 인해 산지 쌀값이 수확기부터 하락하기 시작하여 2022년 내내 약세를 면치 못하였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쌀 폭락을 막기 위해 공공비축미를 비롯해 총 90만톤을 시장에서 격리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쌀 가격이 잘 오르지 않다가 2023년 들어 수급이 호전되면서 쌀값이 회복된 것이다.
올해 쌀 생산과 수요가 균형을 이루면 쌀값이 회복되었으나 11월 들어 산지 쌀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농가와 농협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쌀값은 신곡 첫 가격보다 하락하는 경향이 있으나 이번 하락폭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파르다는 평가다.
쌀 수급에 큰 문제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11월 들어 쌀값이 가파르게 떨어진 원인으로는 시장 불안감을 들고 있다. 정부는 올해 쌀 공급과잉이 심각하지 않다고 보고 수확기 시장격리를 추진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물가 관리 압박 때문에 공매 등으로 정부양곡을 시장에 방출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에 민간업체들이 벼 매입을 미루고 눈치 보기에 들어가면서 농협으로 출하 물량이 쏠리는 현상이 발생했다. 농협의 벼 매입물량은 전년보다 15%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고 부담이 커진 일부 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이 내년 단경기(端耕期) 쌀값이 떨어질 것으로 전망해 신곡 물량을 경쟁적으로 출하하면서 산지 쌀값이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쌀값 20만원 선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고 있다. 우선 정부는 시장 불안감을 잠재우고 산지 유통업체의 안정적인 경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공매로 정부양곡을 시장에 방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올해산 공공비축용 산물벼 12만t도 12월부터 정부가 전량 인수해 시중에 공급하지 않을 계획이다. 아울러 정부양곡의 적정 재고 수준을 유지하고자 내년에 40만t을 사료용으로 판매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023년 11월 29일 농협 벼 재고물량 5만t을 매입해 내년 식량원조에 활용한다는 추가 대책을 내놨다. 우리나라는 올해 5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식량원조 규모를 기존 5만t에서 내년부터 10만t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에 증가된 원조 물량 5만t을 농협에서 매입한 신곡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작년 낮은 쌀값으로 인해 정부가 농민과 농협으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았고, 올해 쌀값을 80Kg 당 20만원으로 유지시킬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여러 차례의 수급안정 대책을 내놓았기 때문에 연말 이후 쌀 가격은 안정세 혹은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울러 정부 입장에서는 쌀값이 2024년 총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지 않도록 하기 위해 쌀 가격을 안정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2. 쌀 수급정책, 무엇이 문제인가
쌀 가격을 두고 농민과 농협이 문제를 제기하고, 정부가 사후약방문식 대책을 내놓는 방식이 거의 매년 반복되고 있다. 농민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공익형 직불제 등으로 농가소득안정방안을 마련하고 있으나 농가소득이 낮은 상황에서 쌀가격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과거에는 정부가 수매제를 통해 쌀 가격을 지지해 왔으나 직불제 도입 이후 농협 RPC가 산지 쌀값 지지를 위해 고가에 수매했다가 원가 이하로 판매하여 적자가 누적되는 문제를 보여 왔다. 물론 원가 이상으로 원료곡을 매입한 농협을 비판할 수도 있지만, 협동조합의 구조상 농민들의 쌀값 인상 요구를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수확기 산지 쌀값 지지 역할을 농협이 정부를 대신하여 담당하고 있고 농협 RPC들은 막대한 적자를 만회하고자 정부에 시장격리 등을 통한 가격 상승을 반복적으로 요구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매년 쌀값을 가지고 실랑이를 벌이는 것이 바람직한지, 대안은 없는지를 심각히 고민해 보아야 할 것이다. 대안을 찾기 위해 먼저 그동안 추진된 쌀 관련 정부 정책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부 수매제를 근간으로 하던 쌀 정책은 2005년 양정개혁으로 큰 변화를 맞게 되었다. 추곡수매제를 폐지하고 공공비축제를 도입하여 쌀값의 결정을 시장에 맡기는 정책으로 전환되었다. 가격은 시장에 맡기고 직불금을 통해 소득을 보전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었다. 쌀에 대해서는 고정직불금과 변동직불금제도가 운영되었다. 당시 고정직불제는 ha당 100만원이라는 일정금액을 지불하는 방식이었고, 변동직불금은 쌀 가격이 지나치게 낮을 때 지급하는 것으로 목표가격과 시장가격의 차이의 85%를 지불하는 제도이다.
쌀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소득을 보전하기 위한 쌀 변동직불제에서는 목표가격이 중요하다. 목표가격은 높게 설정하면 농가소득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쌀 과잉생산을 유발해 쌀값이 폭락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시 쌀 목표가격을 둘러싸고 농민, 정부, 정치권 간에 첨예한 줄다리기가 계속되었으며, 쌀 목표가격은 시장 논리보다 농업인, 국회, 정부간 타협이라는 정치 논리에 의해 적정가격보다 높게 결정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8년 변동직불제가 폐지되고 공익형 직불제가 도입되면서 쌀 수급정책은 일대 전기를 맞게 된다. 공익형 직불제는 기존 쌀 중심의 직불제와 달리 농가가 환경보전, 식품안전, 농촌유지 등 공익을 창출하는 대가로 보조금을 지불하는 제도이다. 공익형 직불제는 기본직불제도와 선택직불제도로 구분된다. 기본직불제는 농가의 규모에 관계없이 일정 면적 이하여 농가에 정책 120만원을 지급하는 소농직불금과 면적구간을 나누어 면적이 커질수록 지급단가가 낮아지는 면적직불금으로 나누어진다. 선택형 직불제에는 친환경농업직불제도, 친환경안정축산물직불제도, 경관보전직불제도, 전략작물직불제도 등이 있다.
공익형 직불제가 도입되면서 쌀 변동직불제가 폐지되었고 대신 정부는 시장격리를 주요 수단으로 하는 수급관리 기능을 강화하였다. 2020년 개정된 현행 ‘양곡관리법’은 변동직불제(쌀 목표가격제)를 폐지하는 대신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시장격리가 발동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양곡관리법’ 시행령과 고시에 따르면 초과 생산량(수요량을 초과하는 생산량)이 생산량 또는 예상 생산량의 3% 이상인 경우, 단경기(7∼9월) 또는 수확기(10∼12월) 가격이 평년 가격보다 5% 이상 하락한 경우, 정부는 초과 물량 범위 내에서 쌀 매입에 나설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정책에도 불구하고 2022년 쌀 가격이 폭락하면서 시장격리제도에 대한 비판이 커졌다. 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국회에서 2023년 3월 야당 주도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으나 2023년 4월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여 법안의 시행이 무산되었다. 국회가 통과시킨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쌀 수요 대비 초과 생산량이 3∼5% 이거나 쌀값이 전년 대비 5∼8% 하락하면 의무적으로 시장격리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기존 법안에서 권고 수준인 시장격리를 강제화시킨 것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의 핵심 내용이다.
정치권에는 양곡관리법 개정 무산 이후 새로운 정책 대안을 계속 모색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쌀 등 주요 농산물의 시장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가격안정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가격안정제는 농산물 가격 급등락에 따른 농가경영 불안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도입을 추진하는 제도로, 쌀을 포함한 주요 농산물 가격이 기준가격 아래로 떨어지면 차액 일부를 정부가 보전하는 내용이다. 쌀 시장격리 의무화를 골자로 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로 4월 폐기된 이후 민주당은 농민단체 등과 논의를 거쳐 미국의 가격손실보상제도(PLC)를 벤치마킹한 이 제도를 내놨다.
그러나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격안정제 도입을 변동직불제의 부활로 인식하고 있다. 특히 가정안정제에서 평년 가격에 농가 생산비와 물가상승률 등을 더해 기준가격을 설정할 경우 인위적인 가격지지 효과로 인해 농산물의 과잉생산을 부르고 막대한 재정 소요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이처럼 쌀 가격 안정을 위한 정책은 여전히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3. 대안은 무엇인가?
매년 쌀 가격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근본적인 해결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 정부가 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 시장격리 방식을 사용하는 것은 근본적인 해결이 되지 않을뿐더러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농가들 입장에서도 가격 안정에 의한 경영안정을 도모하기 어려우며, 재정적인 측면에서도 양곡 보관, 저가 판매에 따른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쌀 가격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은 농가소득 안정화이다. 현재 정부는 공익형 직불제, 재해보험 등으로 농가소득을 안정을 도모하고 있으나 농가들은 가격이 하락하면 소득이 감소하기 때문에 쌀 등 주요 작물의 가격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농가들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소득안정 장치가 미약하기 때문에 쌀을 비롯한 주요 농산물 가격변화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농가소득 불안정의 문제를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
앞으로의 농업 정책은 쌀 가격 안정만이 아니라 쌀 이외의 주요 품목을 포함한 농가의 소득 안정이라는 측면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미국·일본 등에서는 수매, 비축, 시장격리와 같은 시장개입보다는 직접적인 농가 소득안정 대책을 최우선 농정과제로 인식하여 각종 정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대공황으로 농산물가격이 폭락한 1930년대부터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농산물별로 지지가격을 설정하고 비상환 융자제도에 의한 시장격리로 가격을 안정화시켰다. 가격지지는 필연적으로 과잉생산으로 나타났고, 정부는 농가별로 작물별 재배면적을 할당하는 면적할당제도 (Acreage Allotment Program), 판매량을 규제하는 유통명령제도(Marketing Order) 등 수많은 제도를 시도하면서 시행착오를 반복하였다.
1973년에 시장격리 방식으로 시장가격을 지지하는 비상환융자제도의 지지가격은 시장수급을 반영하되, 주요 농산물 15개 품목의 기준가격을 정하고 시장가격이 이보다 하락하면 그 차액의 85%를 보전하는 부족분지불제도(Deficiency Payment)를 도입하였다.
농산물가격 상승 국면에 있던 1996년, 1938년 이후 재배면적을 규제하던 생산조정제와 1973년부터 시행한 부족분지불제도를 폐지하고 기존 부족분지불제의 지급액에 상당하는 금액을 매년 면적당 지급하는 고정직불제(PFCP: Production Flexibility Contract Payment)로 전환하였다. 그러나 1998∼2001년에 가격이 폭락하자 농가소득 문제가 제기되었고, 가격폭락에 대한 안전장치가 없는 농정제도는 농가경제 안정을 위해서나 정치적으로나 유지될 수 없음을 인정하고 2002년 CCP(Counter Cyclical Payment)라는 이름으로 가격위험완충 제도를 재도입하였다.
2018년부터 CCP 대상 농산물에 콩, 옥수수 등 주요 곡물 외에 참깨 등을 포함한 23개 품목으로 확대하고 가격손실보전제도(PLC: Price Loss Coverage)라는 이름으로 개편하였다. 아울러 농업법에서 정한 기준가격과 평년가격의 86% 중에서 높은 것을 (농업법에서 정한 기준가격의 115% 이내) 보전 기준가격으로 조정토록 하여 기준가격이 시장가격을 반영하게 하였다.
이외에도 고정직불제를 폐지하고 수입액을 보전하는 농업위험보상제도(ACR)와 보완적 보험선택제도(SCO)를 도입하였다. 2014년에 고정직불제를 폐지하는 대신 그 예산을 이용하여 작물별 수입액 또는 농가별 총수입을 기준으로 지급하는 농업위험보상제도(ARC: Agricultural Risk Coverage)를 추가로 도입하고, 농가는 PLC와 ARC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하여 위험 완충 기능을 강화하였다.
일본도 곡물, 채소, 축산물에 대해 농가소득 안정장치를 운용하고 있다. 쌀과 주요 밭작물에 대해서는 조수입 합계가 표준수입액보다 작을 때 그 차액의 90%를 보전하는 나라시 대책이 있다. 맥류, 대두 등 식량자급에 중요한 전략작물에 대해서는 표준적인 생산비와 표준적인 판매가격의 차액에 해당하는 보조금을 지불하는 게타 대책이 있다. 국민생활과 지역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지정채소 14품목에 대해 품목별 평균판매가격이 기준가격의 90% 미만으로 하락하면 그 차액의 70∼90%를 보전하고 있다.
축산물에 대해서도 경영안정제도를 폭넓게 운영하고 있다. 송아지 가격이 일정 이하로 떨어지면 기준가격과의 차이를 보전하는 송아지가격안정제도와 소고기, 돼지고기의 경우 표준적 생산비와 시장가격의 차이를 보전하고 있다. 이외에도 일본 정부는 여러 리스크로 인한 농산물 수입감소를 보전하는 수입보험제도도 2019년에 도입하였다.
미국과 일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들 나라에서는 가격변화에 대증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주요 품목에 대해 가격 혹은 소득을 안정화시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도 시장격리나 폐기와 같은 임시방편적인 정책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주요 품목의 농가소득 안정 프로그램을 갖추는 방향으로 정책을 전환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의 농가소득 안정화를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상 품목으로는 쌀만이 아니라 주요 곡물, 채소 등을 포함한 포괄적인 소득 안정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구체적인 대상 품목은 식량안보 및 지역경제에서의 중요도 등을 고려하여 결정해야 한다.
둘째, 현재의 자료 가득 수준이나 농가의 대응을 고려한 정책 대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농가별 기준수입액과 당년 수입액의 차이를 보전하는 농가별 수입액 보전방식은 개별농가의 수입을 정확히 파악하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하므로 현실적으로 조기에 도입되기는 어렵다. 품목별 수입액 보험 방식도 가입자가 보험료로 지불하고 위험을 완충하는 방식이므로 개별 농가의 수입액 변동이 정확히 반영되어야 하나 판매가격과 단수 파악의 제약이 커 한계가 있다. 따라서 주요 품목별 평년 가격을 기준가격으로 설정하고 당년 가격이 이보다 하락하면 그 차액의 80∼90%를 보전하는 가격보전방식이 현재의 자료 여건상 가장 현실적인 접근이 될 것이다.
셋째, 기준가격과 실제가격의 차이를 보전하는 방식을 도입할 경우 과잉생산을 유발하지 않도록 기준가격을 설정해야 한다. 기준가격은 평년가격을 적용하여 과잉생산을 막고, 정치적으로 높게 설정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가격안정제 사업은 단기적으로는 사업 참여 농가의 소득안정화 효과 등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이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사업 참여농가의 공급이 증가하여 가격이 하락하고 이 때문에 정부의 재정 부담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 따라서 생산자 조직의 자율적인 물량조절 능력에 맞추어 가격보전율을 탄력적으로 조절하는 등의 제도가 필요하다.
현재 주요 채소류에 대해 실시하고 있는 가격안정제는 생산약정 농가에 대해 출하지시 이행, 사전면적 조절의무 등 강화된 수급조절 기능을 부여하고, 평년 가격의 80%를 보장하는 제도이다. 채소 이외의 타 품목에도 가격안정제를 도입하는 경우 생산자들의 자율적 수급조절을 유도하는 방향에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주산지별로 생산자조직을 중심으로 한 자율적인 수급조절 대책이나 자조금을 활용한 소비촉진책 등이 보완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넷째, 가격차 보전 정책을 도입할 경우 매년 예산을 편성하여 집행하는 것보다 기금 형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단년도 예산 방식을 택할 경우 가격 수준에 따라 예산이 불용되거나 예산이 부족한 경우가 발생한다. 과거 변동직불제를 시행할 때 예산과부족의 문제가 수시로 발생했다. 새로운 가격안정 제도에서는 매년 일정액의 예산을 기금에 출연하고 실제 가격차 보전은 기금에서 지불하는 방식을 취하면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가격차 보전정책을 도입할 경우 다양한 시물레이션을 통해 소요 예산액을 추정할뿐만 아니라 WTO 보조금 규정과의 정합성 등을 점검하고 예상되는 부작용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대책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이상으로 쌀 가격을 둘러싼 논란과 정책적 한계를 파악하고, 새로운 정책대안을 모색해 보았다. 쌀 중심의 기존 정책을 농가소득 안정이라는 큰 틀로 전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제이지만 정부에서는 면밀한 연구·검토 및 준비를 거쳐 슬기로운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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