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어렵고 힘든 사람들의 미래를 위협하나?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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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좁게는 재난지원금 문제를 놓고, 또 넓게는 사회비 지출(social spending) 문제를 놓고 갖가지 논쟁이 일어나고 있다.
필자는 우선 복지비 등 사회비 지출과 사회안전망 확대에 대해 적극적인 생각을 하고 있는 사람이다. 특히 자유주의 정신과 사회안전망, 이 둘을 축으로 하여 우리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 소신이라면 소신이다.
이런 의견에 대해 이렇게 쓴 소리를 하실 분들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퍼주기’로 나라가 망할 판인데, 사회비 지출을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더 강화하자고?”
하지만 그렇지가 않다. 지식정보기술이 발달하고 글로벌화가 심화되면서 소득격차는 커지고 일자리는 줄어들고 있다. 모든 조건이 같다면 이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심각해질 것이다. 불안과 불만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밖에 없고, 그런 만큼 ‘분배’ ‘공정’ ‘공유’ ‘돌봄’ 등에 대한 요구도 늘게 된다.
이런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어떻게 될까? 일찍이 <미국의 민주주의>를 쓴 알렉스 토크빌은 이렇게 말했다.
“사람들은 자유로운 상태에서의 평등을 추구한다. 그러나 이것이 불가능하다고 여길 때에는 노예상태에서의 평등이라도 추구한다.”
분배와 평등을 얻기 위해 자유권을 포기하게 되며, 더 나아가서는 절대권력의 지배까지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는 무엇을 말하는가?
적절한 수준의 사회비 지출과 사회안전망 구축은 케인즈가 말하는 ‘유효수요’를 만들어 내기 위해서 뿐만 아니라, 개인의 자유권과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말이다. 자유주의자 중의 자유주의자라 할 수 있는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밀턴 프리드먼 같은 사람들이 기본소득 문제를 들고 나왔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의 현실도 그렇다. 사회는 점점 더 불안해지고 있지만, 사회비 지출은 국내총생산 대비 11%, OECD 국가 평균인 20%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 여기에 우파는 이에 대한 생각조차 없이 ‘퍼주기’란 욕만 하고 있다. 그러는 사이 이를 놓칠세라 저급한 좌파 이념의 전체주의자들과 국가주의자들이 나랏돈을 뿌려대며 권력을 장악하고 있다.
걱정이 크다. 생각 없는 우파도 걱정이지만 뿌려대기만 하는 좌파는 더욱 걱정이다. 생각해 보라. 사회비 지출을 늘리고 사회안전망도 강화되어야 하지만, 이것은 무엇보다도 지속가능해야 한다. 또 그러자면 합리적이어야 한다. 지출의 내용이 대중영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지출이 늘어나는 만큼 수입도 늘어나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단적으로 소득세와 법인세 면세자 비율이 50%에 육박하고 있는 가운데 ‘매표성’ 지원만 늘어나고, 납세로 수입구조를 강화해 주어야 할 기업들을 온갖 규제와 감독으로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상태, 이런 상태에서 어떻게 충분하고도 지속가능한 사회비 지출과 사회안전망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이번의 재난지원금 문제도 그렇다. 급하면 급한 대로 지출할 수도 있다. 그러나 어느 한쪽 귀퉁이에서라도 납세할 기업과 개인들의 기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하거나, ‘매표성’ 지출에 대한 진지한 반성이 있어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게 없다. 기껏 있다는 게 ‘부자증세’의 대중영합적 처방이나 ‘재정이 건전하니 괜찮다’는 막가는 이야기들뿐이다.
웃고 말아야 할까. 어떤 이는 이런 돈을 50번 100번 주어도 문제없다고 한다. 사회안전망 구축의 가장 큰 장애물이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이런 천박성이다. 졸부는 자기 돈이나 쓰며 으스댄다고 하지만, 나랏돈에 대한 이런 태도는 도대체 뭔가. 이런 태도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사회안전망을 ‘퍼주기’로 여기게 만들고, 불필요한 정치사회적 긴장과 갈등을 부른다.
이런 정치와 정부가, 또 이런 사람들이 한발씩 앞으로 움직일 때마다 사회비 지출과 사회안전망의 의미와 명분, 그리고 지속가능한 지출과 안전망 구축을 위한 사회적 합의의 기반도 무너진다. 그렇지 않아도 불안한 세상, 우리의 미래는 이들의 천박함으로 더욱 불안해지고 있다. 어렵고 힘든 사람에게는 더욱 그렇다.
비겁하고 대중영합적인 정치가 우리의 미래를 얼마나 암울하게 만들고 있는지 함께 생각해보면 어떨까 싶다.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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