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부터 발급 받은 ‘달러 마이너스 통장’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소나기 한 번으로 불타는 가뭄이 해소되나?
한·미간 통화스와프계약(bilateral currency swap arrangements)체결 소식이 전해지면서 20일 주식시장에서는 주가 상승이 나타나고, 서울외환시장의 원·달러 환율이 큰 폭으로 떨어지는(원화 평가절상) 등 금융 및 자본시장이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물론 추세적 안정이라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당장은 반가운 소식임에 틀림없다.
‘스와프(swap)’란 사전(辭典)에 설명된 의미는 “(어떤 것을 주고 그 대신 다른 것으로) 바꾸다, (이야기 등을) 나누다, (일을 서로 바꿔 가면서) 교대로 하다”로 설명돼 있다. 따라서 통화스와프(currency swap)란 말 그대로 통화를 교환(swap)한다는 뜻으로, 둘 이상의 거래기관이 서로 다른 통화를 미리 약정된 환율에 따라 일정한 시점에 상호 교환하는 외환거래를 말한다. 통화스왑의 방법은 자국통화를 맡기고 상대국의 통화를 빌리는 것으로, 내용상으로는 차입이지만 형식상으로는 통화교환이다. 이는 중앙은행간 뿐만 아니라 상업은행간, 또는 기업간에도 여러가지 형태로 이뤄지는 거래의 한 종류다. 따라서 통화스와프 거래는 대등한 입장에서 상대 통화자금이 필요할 경우 자국 통화 자금을 맡기고 빌려오는 계약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국제간의 결제나 금융거래의 기본이 되는 기축통화(基軸通貨:key currency)인 달러를 공급하는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FRB> : 약칭 聯準 Fed)와 각국 중앙은행간 통화 스와프는 사실상 ‘달러 급전’을 빌리는 계약으로 볼 수 있다. 달러 유동성에 대한 수요가 높아져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기축통화국인 미국으로부터 ‘마이너스 통장’을 발급받는 셈이다.
더구나 세계 주요국들의 외환시장에서 달러수급 불안으로 세계경제가 시장불안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경우 미국경제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축 통화국으로서 국제외환시장 안정에 대한 책임도 크기 때문에 Fed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의무도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19일 보도 자료를 통해 “한은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연준)는 오늘(3.19일 22:00, 한국시각) 600억 달러 규모의 양자 간 통화스왑계약(bilateral currency swap arrangements)을 체결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은 “이번 통화스왑계약은 상설계약으로 맺어진 미 연준과 5개국 중앙은행(캐나다,영국, 유럽 ECB, 일본, 스위스 ) 통화스왑계약에 더해 최근 급격히 악화된 글로벌 달러자금시장의 경색 해소를 목적으로 취해진 것이며, 스왑계약 기간은 최소 6개월(2020년 9월 19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체결한 Fed와의 스와프계약 규모 600억 달러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한국이 미국과 체결했던 통화 스와프 계약(300억 달러)의 2배 규모다.
한편 미국 연준은 한은 발표와 같은 시각에 “호주와 브라질, 덴마크, 한국, 멕시코, 노르웨이, 뉴질랜드, 싱가포르, 스웨덴 중앙은행과 ‘일시적인 달러 유동성 공급 계약(통화스와프)’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0일 “이번에 발표한 한미 통화스와프 합의는 '계약을 체결하는 것' 자체에 합의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부터는 조건·법적인 문제 등을 고려해 곧바로 계약서 작성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설명하고, "2008년에 했던 경험이 있기 때문에 시간은 과거보다 단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서가 작성돼 발효되면 곧바로 달러화를 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제금융시장에서 안전자산인 달러화에 대한 수요가 급증했고, 그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달러화 부족에 따른 환율 상승 등의 부작용이 일어났다"며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이 국내 외환시장 불안 완화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고 밝혔다.
연준은 2008년 금융위기 때 한국 등 14개국과 통화 스와프 협정을 맺었다. 한국은 미국과 300억 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어 금융시장 안정에 효과를 본 바 있다. 그러나 2010년 대부분 협정을 종료했으며 현재는 상설계약으로 체결된 캐나다, 영국, 유럽연합(EU), 스위스, 일본 등 5개 중앙은행과의 협정만 유지하고 있다. 지난 15일에는 이들 5개 중앙은행의 달러 유동성 공급을 강화하기 위해 스와프 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하기도 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위기 순간 안전자산에 대한 갈증 탓에 달러 가치가 급등 한다”며 “요즘 달러 급등 때문에 미국 도매금융 시장의 신용경색 증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결국 Fed는 작금의 통화정책이 달러 급등 탓에 시장에서 먹히지 않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스왑협정을 체결한 것이라는 설명인 셈이다.
국제금융전문가들은 이러한 Fed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은 세계 금융시장 혼란 시 대응하도록 만들어진 위기대응 매뉴얼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는 얘기다. 뿐만 아니라 이번 통화스와프가 얼마나 위력적인 장기 효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다소 소극적인 평가가 많았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은 SNS에서 “세계경기 침체 전망으로 안전자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모든 나라, 모든 투자자들에게 공통된 현상”이라고 설명하고, “특히 국제금융시장에서 거래되는 금융상품들이 대부분 ‘미국 달러’표시이고, 또 달러와 연동된 것들이어서 최종채권자들은 채권회수를 추진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 원장은 따라서 “증권, 채권 등 비현금성 자산의 가격은 하락 추세를, 달러가치는 상승추세를 당분간 지속하게 될 것이고, 국제금융 시장에서 핫머니나 헷지펀드 등의 비중을 고려할 때 국제금융시장의 구조적 안정을 빠른 시일 내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 했다.
그런가 하면 문재인 대통령은 2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글을 통해 한국과 미국 간 통화스와프가 체결된 것을 두고 "국내 외환시장 안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문 대통령은 "국제 공조를 주도한 한국은행, 또 이를 적극 지원하며 국내 공조에 나섰던 기획재정부를 격려한다"면서 "비상한 시기에 '경제 중대본'의 사명감이 이룬 결실"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문 대통령은 "통화 당국과 재정 당국의 공조로 이뤄진 이번 성과에 국민이 든든함을 느낄 것"이라고 칭송했다는 소식이다. 한국정부의 노력으로 일궈낸 성과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칭찬’보다는 이를 계기로 금융 및 자본시장 안정과 실물경제 활성화에 총력을 기울여 줄 것을 간곡히 당부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는 그야말로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달러 공급 확대도 중요하고, 중소·영세기업과 자영업자들에 대한 자금지원 확대도 긴요하고, 취약계층 생활비 지원이나 세금 깎아주는 것도 절실하지만 ‘비상경제 상황’을 극복하는 기본대책은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대청소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여기에 국력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미국과의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이 기재부와 한국은행 노력의 결실이라 과대 포장하거나, 코로나19사태를 맞은 한국의 대응이 훗날 ‘극복의 세계적 모범사례가 될 것’이라는 등의 자화자찬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한국의 선제적 방역 대응, 막대한 검진 실시, 투명한 정보공개 등은 향후 감염병 대응을 위한 좋은 선도적 모범이다”
지난 4일 열린 코로나19 관련 국제통화금융위원회(IMFC)주최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그같이 발언했다고 한다. 이 회의는 원래 24개 IMF(국제통화기금)이사국들이 참석하는 모임이지만 이사국이 아닌 한국과 스페인 등이 특별 초청돼 참여한 회의라고 한다. 코로나19 감염자가 많은 탓에 초청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지만 어찌됐든 한국의 성공적인 대응을 자랑한 셈이다. 물론 외국 사람들 앞이니 반성보다는 “잘하고 있다”고 추켜세우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로 이해하지만….
그러나 문제는 홍 부총리뿐만 아니라 그동안 강경화 외교부장관을 비롯해 감영대책 주무장관인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비슷한 맥락의 정부 자화자찬을 그동안 수없이 늘어놓았고, 국민들이 목격해왔다는 점에서 짜증이 난다. 그런데 이제는 이 판국에 문재인 대통령까지 나서서 정부 실적을 자랑하고 있으니 복장 터질 일 아닌가.
한미 통화스와프 계약 체결은 분명 반가운 소식이지만 안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소나기 한 번 퍼 붓는다고 몇 달 간 불타온 가믐이 말끔히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 아닌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여당의 자화자찬은 불안에 찌든 국민들의 삶을 더욱 불안하게 만들 뿐 위기극복에 티끌만큼도 도움이 되지 않음을 깊이 새겨주기를 바랄 뿐이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