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SVB 등 은행 연쇄 파탄 사태, ‘금융 위기 우려는 낮다’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미 자산 규모 16위 상업은행인 ‘Silicon Valley Bank’(캘리포니아주 Santa Clara시 소재, 이하 ‘SVB’)가 지난 10일 부로 파탄됐다. 2008년 리먼 금융 위기 이후 최대 은행 파탄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실리콘 밸리에서 예금 규모가 가장 큰 은행이 얼마 전부터 ‘예금 대량 인출 사태(bank run)’에 직면, ‘지급 불능’ 사태에 빠졌고,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DFPI)은 이날 부로 은행 인가를 취소하고 모든 영업을 연방예금공사(FDIC)가 새로 설립한 ‘Deposit Insurance National Bank of Santa Clara’ 라는 인수 기구로 이관했다. 지난 주말 동안에 전격적으로 단행된 조치다.
이보다 하루 전인 9일에는 2016년 이후 암호(가상)화폐 업계에 대한 금융 서비스 제공에 주력해 온 ‘Silvergate Bank’의 지주회사 Silvergate Capital이 향후 은행 업무를 자진 철폐한다고 발표했다. 이들 두 은행은 주로 첨단기술 기업 혹은 암호화폐 기업들을 상대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나, 최근 경제, 금융 정세 급변 및 시장 금리 급등 영향으로 ‘대량 인출’ 상황에 직면해서 예금 지급 요구에 대응할 유동성이 고갈됐고, 결국 ‘지급 불능’ 사태에 빠져 파탄에 이르고 만 것이다.
뒤이어 11일에는 자산 규모 29위인 ‘Signature Bank’가 뉴욕주 금융국에 의해 영업 폐쇄됐다. 이 은행도 암호화폐 기업들을 주요 고객으로 활동해 왔다. 따라서, 이 은행도 앞선 두 은행과 마찬가지로 시장 상황 및 경영 환경 급변을 견디지 못하고 파탄된 것이다. 美 재무부, 연준(FRB), FDIC 등은 ‘무질서한 은행 파탄이 ‘시스템적 리스크’에 해당한다’고 지정하고 ‘예금 전액 보호’ 등 이례적 조치를 동원하며 대응하고 있으나, 사태의 추이는 향후 금융 시장 및 은행들의 영업 상황에 달린 것으로, 예단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아래에, 불과 3일 동안 발생한 미국 3개 은행 연쇄 파탄 사태에 대한 해외 미디어들의 보도 내용들을 종합해서 요약한다.
■ “시장은 급속한 파탄 사태에 경악, 연준의 금리 인상이 직접 원인”
미 주요 언론 미디어들은 이번에 파탄된 SVB는 전형적인 ‘예금 인출(bank run)’ 사태를 보여주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즉, 이 은행의 예금 구조가 기술 기업들에 편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예금주 기업들이 극심한 불경기를 겪고 있어 자금 수요가 급증했다. 한편, 자금 운용 면에서, 최근 연준이 급속히 금리를 인상하자 과거 초저금리 시기에 고가로 매입해 보유해 온 장기 물 국채 가격이 급락, 손실이 크게 늘어났다. 이런 부정합적 자산/부채 구조 하에서, 이달 초부터 거래 기업들의 예금 인출 사태가 일어났고, 결국 은행은 ‘지급 불능’ 사태에 빠지게 된 것이다.
예금주인 기술 기업들과 연관된 주요 벤처 캐피털들도 SVB가 파탄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관련 기업들에게 자금을 인출하도록 종용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 행진은 양날의 칼처럼 기술 기업들을 궁지로 몰아온 것이다. 한편, Moody’s 신용평가사는 파탄 1주일 전쯤 SVB 지주회사에 SVB가 거액의 미실현 손실을 안고 있어 신용등급을 강등할 것을 통보했고, 실제로 8일에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에 대응해서 SVB는 보유 유가증권 매각, 차입, 증자 노력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전력을 기울였으나 역부족이었고, 오히려 시장 투자자들을 자극해 신용 불안만 커지고 주가는 폭락했다. 결국, 18억달러에 달하는 자산 매각 손실을 보게 됐다. 그 사이에 예금주인 기술 기업들은 운영 자금 확보를 위해 예금을 대량 인출하는 사태가 더욱 극심해졌고 SVB의 예금 지불 능력은 일거에 마이너스로 떨어졌던 것이다.
결정적으로, 10일에는 연준 및 FDIC 감사관들이 SVB 사무실로 들이닥쳐 재무 상황을 점검하기 시작했다. 이로부터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DFPI)은 ‘지불 능력 불충분’을 사유로 SVB 은행 접수를 정식 명령했다. 이어서 FDIC를 관재인으로 선정해 은행 인수 기구를 설립했다. 이번 SVB 파탄은 2008년 ‘리먼(Lehman) 사태’ 이후 가장 큰 은행 도산 사례이자 미국 역사상 두 번째 큰 사례이기도 하다. 이렇게 미국 유수의 은행이 경영 부실 상황이 밖으로 알려진 뒤 불과 이틀만에 도산하게 되자 시장은 거의 경악하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특히, SVB 파탄 충격이 다른 은행들로 번질 수 있다는 시장의 경계심이 고조되어 은행 주식을 채권, 금 등 안전 자산으로 옮기는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따라서, 이번 은행 연쇄 파탄 사태가 진행된 며칠 동안에 미국 은행 주식의 시가 총액은 1,000억달러나 사라졌고, 유럽 은행들 시가 총액도 약 500억달러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더해, 다른 많은 은행들도 SVB와 마찬가지로 초저금리 시절에 대량 매입한 국채 가격이 최근 금리 상승으로 급락하자 장기 보유 채권 자산의 가격 리스크가 현재화하고 있어 대규모 손실 위험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일부 은행들은 투자자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고객통지문을 발송했다.
■ “SVB, 창립 이래 ‘니치(Niche) 마켓’ 위주의 영업으로 일관해 와”
SVB 은행은 1983년 캘리포니아주 정부의 인가를 받아 창립된 상업은행이다. 지금은 SVB Financial Group의 100% 소유 자회사로 되어 있다. FDIC 자료에 따르면 작년 말 현재 자산 규모는 2,090억달러로 미국 은행 중 16위에 랭크돼 있다. 특징적인 것은 창립 이래 이 은행의 영업 방침은 주로 ‘니치(Niche) 마켓’에 집중해 왔다는 점이다. 초기에는 부동산 관련 대출에 집중했으나, 동 부문이 침체에 빠져 거액의 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2000년 전후의 ‘닷컴(dot.com) 버블’ 시기에는 많은 기술 스타트업 기업들이 SVB로 몰려들었고, 주로 벤처 캐피털이 지원하는 기술 기업들의 예금을 모아 다른 벤처 캐피털에 융자하거나, 기술 스타트업 기업들이 성공해서 성장 기업이 되면 다른 금융 분야로 확대하는 방침을 유지해 왔다.
흥미로운 점은, SVB는 2008년 금융 위기 때는 연방 정부에 우선주 등을 담보로 제공하고 2억3500억달러의 구제금융(TARP)을 받기도 했다. 이후 배당금이나 주식 매입 형태로 재무성에 진 채무를 전액 상환했으나, 상환 재원은 역시 3억달러에 달하는 신규 주식 발행으로 조달된 것이었다. 이후, 적극 확대한 해외 거점에서도 역시 주요 영업 대상은 기술 기업 중심이었다. 이처럼 SVB의 영업 패턴은 일반 상업은행들이 자금 운용(대출)에서 리스크를 분산하는 방식을 기본으로 하는 것과 달리 기술 기업 및 부유층 개인들 위주의 영업으로 지극히 편중되어 있었다.
2015년 공표된 자료에는 SVB는 미국 전체 스타트업 기업들의 65%를 지원하고 있었다. 당시, 특이하게도 미국 은행으로는 유일하게 암호화폐 스타트업 기업들과 거래 관계를 시작했다. 결과적으로, 2022년 12월 말 현재 대출의 56%는 벤처 캐피탈, Private Equity 펀드 등 리스크가 높은 기업 고객들과 거래하고 있었다. 최근까지도 SVB의 고객은 기술 산업 분야 기업이나 개인들에 편중되어 있고, Airbnb, Cisco 등 미국 내 벤처 캐피탈 펀드들이 지원하는 헬스케어 및 기술 기업들 거의 절반이 SVB와 거래 경험이 있다고 전해진다. 그 밖에, Private Banking, 개인 신용 및 기술 기업 모기지 대출 비중도 확대해 온 것으로 정평이 있다. 그럼에도, 경영 파탄 직전까지 캘리포니아 금융 당국(DFPI)은 SVB를 ‘건전’ 상황으로 판정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시점에 시장 공매도(Short Sell) 세력은 SVB를 공격하고 있었다.
■ “파탄된 은행들의 공통점; ‘국채 다량 보유’, ‘벤처 기업’ 편중 영업”
이 은행들이 파국을 맞이하게 된 배경에는 대체로 공통되는 몇 가지 경영 패턴이 드러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직접적인 파탄 원인은 전형적인 형태로 ‘대량 자금 인출’ 요구에 대응할 능력이 소진되어 최후의 결과를 맞게 된 것이다. 그러나, 두 은행 고객들은 첨단기술 기업들 혹은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이 거시경제 움직임이나 금융 시장 정세 급변에 따른 영향으로 각종 경영 과제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역사적으로 모든 은행 파탄에 공통되는 요인이 있다. 은행이 고객 예금으로 조달한 자금을 장기 운용 자산으로 묶어 둔 상황에서, 예금주들이 일시에 인출하려고 하는 현상이다. 모든 예금주들이 일시에 자금을 빼내 나가려고 한다면 이는 전형적인 ‘뱅크 런(bank run)’ 사태가 된다. 이 경우, 은행은 예금 지급에 충당하기 위해 저인망식으로 자금을 끌어들여 위기를 모면하거나 아니면 파탄하게 된다.
SVB의 경우에도, Covid-19 기간 중 연방 정부의 과학기술 벤처 지원 자금 확대 정책으로 대거 유입되는 자금을 단기 채권보다는 수익률이 높을 것으로 예상한 장기 국채 등으로 운용했다. 그러나, 최근 금리 상승으로 이들 국채 가격은 거꾸로 연일 하락했고 손실 규모는 눈덩이처럼 늘어나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거래 기업들이 경기 부진으로 경영 자금 수요가 늘어나자 은행에 예치한 자금 인출 수요가 늘어났고, 은행들은 지급 요구에 대응할 유동성 확보를 위해 손실을 감수하면서도 장기 보유 채권 자산을 매각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손실 확대는 은행 고객들에게는 불안을 가중하는 요인이 됐고 이는 다시 예금 인출을 촉진했다. SVB는 2022년 Q4에만 18억달러에 달하는 자산 매각 손실을 기록했다.
이처럼, 이들 은행들이 직면한 문제의 상류에는 두 가지 요인이 있다. 첫번째 요인은 현실적인 경기 사이클의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미 연준이 지난 1년 동안 쉬지 않고 진행해 온 이례적으로 급격한(1년 동안에 4.5%) 금리 인상이다. 이 요인들은 서로 연관되어 있고 본질적으로는 Covid-19에 따른 혼란 사태에 기인한다. 당연한 현상이나, 연준의 금리 인상은 은행들을 타격한 직접적 요인이 됐다. 국채 수익률이 높아지면 리스크가 높은 첨단기술 기업이나 암호화폐 부문에 대한 신규 투자는 억제되기 마련이다. 한편, 금리 상승은 은행들의 안정성도 위협한다. 정부가 수익율이 높은 신규 국채를 발행하면 기존 국채 가격은 하락하게 마련이다.
■ 美, 연준 ‘BTFP’ 통해 은행 유동성 지원 결정, 문제는 ‘중소 은행들’
이번 사태의 충격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로 귀착될지는 시장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이고, 현 시점에서 전문가들의 전망도 엇갈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파장이 일시적이고 미국 금융 시스템에 ‘시스템적 리스크(systemic risk)’로 번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특히, 금융 위기 때처럼 다른 은행들로 도미노 현상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대세다.
급기야, 미 재무부, 연준 및 FDIC는 12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파탄된 SVB 처리와 관련해서 ‘예금자들을 (예금 보호 한도를 불문하고) 전액 보호하는 긴급 조치를 취할 것’을 밝혔다. 연준 및 FDIC의 건의로 옐런 재무장관이 바이든 대통령과 상의한 뒤 결정한 것이다. 연준이 금융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최후의 대출자’로서 은행들이 제공하는 주택저당증권(MBS) 등을 담보로 최장 1년 간 대출을 제공하는 비상 프로그램(Bank Term Funding Program)이다. 11일 파탄한 뉴욕 소재 Signature Bank에도 똑같이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준의 비상 대출 프로그램은 ‘비상하고 긴박한’ 경우에 금융 시스템 신뢰 강화로 경제를 지키기 위해 취하는 조치다.
이번 SVB 파탄 사태의 충격은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하고 미 정부 당국도 금융 시스템의 ‘비상하고 긴박한(unusual and exigent)’ 상황을 인정하는 셈이다. 파탄된 SVB에 구좌를 가진 기술 기업들 예금의 90% 이상이 예금 보호 한도인 1구좌 당 25만달러를 넘고 있어 만일 이들 예금마저 동결되는 경우에는 일시 해고가 확산되는 등 업계의 혼란이 가중될 것이 우려되는 상황에 대처하는 조치인 것이다. 동시에 충격은 이미 미국 국경을 넘어서 다수 국가들로 일파만파 확산되는 중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SVB가 리스크가 높은 스타트업 기업들에 과도하게 자금을 지원하거나 위험 자산에 편중해서 운용한 것과 달리 대다수 은행들은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여신을 안정적으로 운용해 온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금융 시스템 상 중요한 은행들’은 금융 위기 직후 2010년에 은행들에 대한 규제 강화 수단으로 제정된 ‘Dodd-Frank Act’에 따라 스트레스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등, 여신 운용을 자제해 왔다. Moody’s 잔디(Mark Zandi) 주임 이코노미스트는 “지금 곤경에 처한 은행들은 아주 작은 규모여서 광범한 금융 시스템에 위협을 줄 만한 게 아니다”고 언급했다. 미국에는 통상적으로 해마다 많은 은행들이 파탄하고 있고, FDIC 통계에 따르면 2008년~2014년 기간에만 500개 이상 은행이 파탄했다.
이와 관련, 옐런 미 재무장관도 현지시간 12일 모든 감독기구 수장들과 회동 후, 지금 주요 은행들은 금융 위기 이후 각국이 합의해 수립한 강화된 금융 기준을 철저히 이행하고 있어, 2008년 금융 위기 당시와는 상황이 전혀 다르고 금융 시스템 리스크도 현저히 낮다고 말했다. 애디에모(Wally Adeyemo) 부장관도 사태를 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이 준비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 상황으로 자금 핍박에 시달리는 소규모 기술 기업 및 암호자산 관련 기업들과 거래해 온 중소규모 은행들을 중심으로 당분간 험난한 영업 환경을 맞이할 것은 필지다. 한 전문가(Oanda社 Moya 애널리스트)는 “월 가에 있는 누구라도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 행진이 결국 모종의 결과를 낳을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소규모 은행들에 그런 결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자금 흐름에 곤란이 있는 스타트업 기업들은 당분간 큰 경영 핍박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예금 인출에 어려움에 처한 일부 스타트업 기업들은 대출을 받아 종업원 임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이런 불안정한 상황이 계속되면 일시 해고 등 비상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이들 스타트업 기업들의 급격한 성장을 지원해 온 벤처 캐피털 시장도 얼어붙을 것은 불가피하다.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일부 첨단기술, 미디어 및 게임 관련 기업들이 SVB 파탄으로 경영 유지에 어려움이 발생할 가능성을 신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 바이든 ‘모든 은행 예금은 안전’, 블룸버그 ‘정부 대응은 부분 성공’
바이든 대통령은 은행 연쇄 파탄 사태 발생 이후 첫 거래일에 앞서 긴급 회견을 갖고 “모든 은행 예금은 안전하다. 관계 당국에 개선책을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이번 사태의 책임 소재를 철저히 가려서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것” 이라고 강한 어조로 천명했다. SVB 파탄이 선언된 지난 주말 동안 미 정부 재무부, 연준, FDIC 등 전 금융 당국 책임자들은 은행 시스템 건전성에 대한 시장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비상 수단들을 총동원하며 다가오는 첫 영업일 13일 월요일에 대비해 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결과적으로 이런 노력들은 ‘고작 제한적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월요일 시장에서 국채 가격은 급등했고, 주가는 바닥 수준에서 다소 회복했다. 대형 은행들 주가는 오히려 상당 폭 상승했다. 지방은행들은 누적 손실 우려로 여전히 심각한 상황이다. 주목을 받았던 First Republic Bank 주가는 60% 이상 하락했고, Western Alliance Bancorp도 47%나 하락했다. 동 통신은 예금 전액 보장을 포함한 긴급 수단들이 은행 시스템을 보호하는 데 충분치 않다는 것이 시장 투자자들의 분명한 메시지라고 전했다. 시장 전문가는 당국의 대응은 예금자 보호에 그치고, 은행 지분 소유자들 보호는 개의치 않는 것이라고 평했다.
이와 관련, Wells Fargo 은행 마요(Mike Mayo) 선임 애널리스트는 “15년 전에 일어난 금융 위기 당시에는 은행들이 내면에서 과도한 리스크를 부담하고 있어도 밖에서는 전혀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지금은 시장의 모든 사람들이 동향을 파악하고 있고, 은행들은 외부로 보이는 것보다 15년 전에 비해 훨씬 강력한 회복력을 갖추고 있다” 며 위기 확산 우려를 낮게 평가했다.
그러나, 시장에는 이번 SVB 파탄 사태가 작년부터 시작된 금융 시장 혼란 상황에서 유래된 리스크 요인들을 반영하는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SVB 파탄 바로 전에 암호화폐 관련 기업 전문 은행인 Silvergate Bank가 최근의 암호화폐 시장 붕괴로 경영이 악화되어 영업을 철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다른 암호화폐 전문 은행인 Signature Bank도 주가 폭락 사태를 맞아 거래가 정지되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을 보면, 제도적 도전 요인들은 보다 광범하고 중대한 시스템적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고, 이들 대부분은 금리 인상에 발원하는 것이다.
■ “SVB, 해외 각국에 거점 보유, 각국 정부 대응도 빨라지고 있어”
한편, SVB 은행은 기반인 미국 외에도 인도, 영국, 이스라엘, 중국, 독일, 홍콩, 아일랜드, 덴마크, 스웨덴 등 해외에서 영업을 해왔다. 따라서, 이번 SVB 파탄 사태로 미국 금융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미국 금융시장은 물론이고 글로벌 금융 시장 전체에 엄청난 충격을 줄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재현되는 게 아닌가 하는 경계감이 급속히 고조되는 상황이다. 그러나, 실제로 SVB 파탄 직후 미 증시를 강타한 패닉 상황에도 불구하고,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처럼 은행 연쇄 도산 사태가 재현될지 여부는 아직은 유동적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감안해서, 주요국의 잠재적 비상 상황에 대처하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백악관 라우스(Cecilia Rouse) 경제보좌관은 미국 은행 시스템 회복력에 자신감을 표명했다. 각국 벤처기업 및 헤지 펀드 인사들은 예금 보험 대상 외의 예금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적극 개입할 것을 촉구하고 있고, 미국 의회를 중심으로 정계 인사들도 재무부 및 FDIC에 예금자 보호를 보장할 것을 촉구했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은 납세자들의 부담으로 예금자들을 보호하는 방안에는 반대하고 있다.
영국 정부도 SVB 사태로 타격을 받는 기술 기업들을 지원할 현금 공급 라인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헌트(Jeremy Hunt) 재무장관은 SVB 영국 지점과 거래하던 생명과학 등 기술 기업들이 임금 지불에 곤란을 겪는 경우에는 적절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영국 HSBC 은행은 SVB 영국 법인을 1파운드에 인수해 기술 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을 계속하도록 했다. 독일 정부는 SVB 독일 법인의 업무를 폐쇄했고, 프랑스 정부는 SVB 사태로 국내 영향은 없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 IMF도 이번 SVB를 포함한 일련의 사태의 추이 및 잠재적 금융 리스크를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IMF 대변인은 지난 일요일 미국 정책 책임자들이 현 상황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완전한 신뢰를 가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 “이번 미국 은행들 연쇄 파탄 사태에서 얻어야 할 몇 가지 교훈”
아직은 미국 은행들의 연쇄 파탄 사태의 전모를 파악하기는 이르고 향후 사태 진전의 향배를 예단하는 것도 지극히 불투명한 상황이기는 하다. 그러나, 세계 경제를 이끌고 있는 미국의 이번 은행 연쇄 파탄 사태를 계기로 각국 정부 감독 책임자들은 상황 대응에 명심해야 할 몇 가지 교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긴급 예금자 보호 조치와 관련한 옐런 미 재무장관의 대응 자세가 이목을 끌고 있다. 그는 투자자들을 구제하기보다 예금자들에 초점을 맞출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2008년 금융 위기 때에는 투자자 및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대형 은행들의 오너들을 보호했다고 단호하게 지적하고 있다. 옐런 재무장관은 “우리가 지금까지 도입한 개혁 조치들은 (금융 위기 당시의) 그런 (잘못된) 일을 반복하지 않고 예금자들의 요구를 충족하는 데 주력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언명했다.
둘째, 거시금융 정책 시행에서 소위 ‘불가능한 삼각관계(Impossible Trilemma)’ 관점에서 적절한 조정을 이뤄야 한다는 경각심이 부상하고 있다. 즉, 연준이 2%대의 물가상승률 달성 및 유지, 최대 고용 목표 달성, 그리고, 그런 가운데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유지한다는 3 가지 정책 목표를 동시에 모두 달성할 수는 없다는 기본 명제에 근거해서 이들 목표들 간에 적절한 조정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미 연준을 비롯한 은행 감독 기구들의 역할에도 상당한 의혹과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SVB는 예금 규모가 1년 동안 거의 두 배가 늘어났고, 단기 예금 자금을 장기 채권(債券) 자산으로 운용하는 극심한 만기일 ‘미스매치(mismatch)’ 패턴을 계속해 오고 있었으나, 이에 대한 지적 및 시정 조치를 취하지 못하고 결국 파탄 지경에 이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히 사전 예방적이고 효율적인 그리고 상시적인 금융 감독 체제를 철저하게 구축해야 할 것이라는 교훈이다.
넷째, 이번 연쇄 파탄 은행들이 자산 운용 측면에서 공통적으로 암호화폐 관련 기업들에 대한 금융 지원 비중이 이례적으로 크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특히, 지난 11일 파탄된 뉴욕의 Signature Bank는 암호화폐 관련 금융 서비스 제공을 전문으로 해오던 은행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암호화폐를 비롯한 디지털 자산 전반에 또 하나의 심대한 타격을 주는 것이라는 평가가 대세를 이룬다. 이를 감안하면, 현 시점에서 다시 한번 우리 금융 당국은 도대체 ‘가상(암호)화폐’라는 실체를 어떤 법률적 지위로 인식할 것이며, 어떤 사회적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하고 이에 상응하는 방향으로 대처해야 할 것을 재삼 강조한다. 최근 WSJ 보도도 있었으나, 미 SEC가 암호화폐 거래소 Kraken에 대해 무려 3000만달러라는 거액의 벌금을 물리면서 본격 제재에 나선 것을 ‘심상치 않은’ 움직임으로 참고해야 할 일이다. 이미 중앙집권식 법정통화를 대체하는 분산형 글로벌 통화로 등장할 것이라는 당초의 약속은 사라지고, 온갖 불법 거래, 범죄 행위의 수단이 되고 있는 현실을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를 분명히 결정해야 할 일이다.
일련의 미국 은행 연쇄 파탄 사태 이후 첫 영업일인 13일 월요일의 금융시장 움직임을 보면, 극심한 시장 동요나 추가로 은행들이 파탄되는 사례는 나오지 않고 있어 우려했던 파멸적인 금융 시스템 붕락 조짐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여 천만 다행일 뿐이다. 그러나, 중소 규모 은행들을 중심으로 아직도 큰 여진이 이어질 우려는 남아있어 혹시 작은 불씨가 촉매가 되어 광범한 금융 위기로 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경계감은 완전히 가신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다. 정책 당국은 금융 시스템 보호를 위해 상시 만전의 비상 수단을 예비해 두어야 할 일이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는 그 동안 첨단기술 개발에 크게 심혈을 기울여 오면서도 기술 개발의 핵심 동력인 금융 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체제를 갖추지는 못하고 있다는 아쉬움이 컸다. 이런 애로를 타개하기 위해, 매일같이 쏟아지는 다양한 첨단기술의 진정한 가치를 평가할 선진 시스템의 구축, 관련된 첨단 평가 노하우 습득, 그리고 탁월한 전문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최우선 요건일 것은 물론이다. 그렇다면, 이참에 독보적인 첨단기술 평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SVB를 우리가 인수해서 우리나라 첨단기술 기업들에 대한 신용평가 능력 향상의 기회로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보면 어떨까 하는 제언을 소개하고 싶다. 마침 SVB 경매 절차가 난항을 겪고 있다는 소식이고 보면 이전에 SVB 인사들과 접촉한 경험이 있는 어느 인사의 이같은 제언은 우리 정부 내의 소관 부서에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