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말 중국 당국이 세계보건기구(WHO)에 공식적으로 보고하면서 신종 바이러스가 발병한 것이 세상에 알려지게 되었다. 초기에는 중국 우한을 중심으로 한 일부 지역에서만 전파되는 듯하였으나 1월 중순부터는 세계 각지로 전염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1월 23일 중국이 우한시를 봉쇄할 당시에만 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는 이 병을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단순히 중국 내부의 일시적 전염병 정도로 여기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2월 17일 한국에서 대규모 확진자가 나오고 2월 21일에는 이탈리아에서도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이어서 이란이 이런 추세를 따랐고 점차 유럽 전역과 중동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3월 들어서는 이탈리아가 전국민을 대상으로 외출 금지령을 내릴 정도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되었다, 급기야 WHO는 3월 11일 코로나 바이러스가 세계적 대유행(pandemic)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선언하였다. 이를 기화로 미국은 유럽 26개국으로부터 들어오는 입국자에 대해 입국 금지를 전격적으로 단행하였다. 이 결과 순식간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극명하게 바뀌고 말았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국경봉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기 시작하였다. 환자를 선별하고 치료하는 의료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일차적 관심을 기울이는 한편 사회적 거리 두기 등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사회적 대책도 다각도로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이와 함께 금융 재정적 정책 수단들이 전례 없이 신속하게, 그리고 대규모로 시행되기 시작하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전염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들로 인하여 여행, 관광 등의 산업들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가운데 재택 근무의 확산 등으로 서비스업 상당 부분이 일상적인 영업이 중단되는 상항에 이르렀다. 주식시장 등에서도 불안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일부 한계기업들이 부도에 직면하는 사례도 나오기 시작하였다. 주요국의 발 빠른 대응은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의 경험을 반영한 측면도 있지만 금번 COVID-19가 당초 예상한 것과는 달리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판단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상황에서 COVID-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지를 종합적으로 생각해보고 몇 가지를 관련 시사점을 찾는 일이 매우 시급한 과제로 등장하였다. 이하에서는 몇 가지 이슈를 정리하고자 한다.
지금의 COVID-19와 관련한 문제가 한 나라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을 중심으로 그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현재 미국이 COVID-19로부터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은 세계 제1위의 경제대국이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 상황이 앞으로 세계 경제의 큰 흐름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에 더하여 미국은 과거 대공황(Great Depression)이라는 초유의 사건을 경험하였는 바 당시 사례와 지금의 COVID-19 사태를 비교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이와 같이 몇 가지 이유로 미국을 중심으로 COVID-19의 영향을 살펴보고자 한다. 몰론 마지막에는 우리나라와 관련한 시사점에서는 우리의 현실을 감안하게 될 것이다.
Ⅰ. 불확실성의 증폭
COVID-19가 유럽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미국에서도 확산 조짐이 보이면서 종전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일반인들의 시각에 큰 변화가 나타났다. COVID-19의 확산은 경제에 대한 종전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계기가 되었다. 즉 막연한 불안감이나 불확실성이 확대되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최근 국제 유가 하락에 이은 주식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흐름에서 이러한 변화를 읽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사실 중국에서의 코로나 확산보다는 국제유가의 추이에 더 관심이 많았었다. 미국이 현재 세계 제1위의 산유국인 데다 최근까지 세일가스 채취를 위한 투자가 대규모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하락은 미국에게 결코 달갑지 않은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처음에는 중국에서의 코로나 바이러스 대유행으로 향후 석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에 기초하여 그동안 배럴당 60달러 내외에서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가 하락세로 돌아섰다.
문제는 그 이후 주요 산유국들의 대응에서 비롯되었다. 통상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산유국들은 원유 생산을 감축하여 유가를 유지하는 정책을 취하여 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 정책이 실시되지 못하였다. 3월 초 OPEC과 러시아는 유가 지지를 위한 감산 논의를 시작하였으나 결렬되고 말았다. 러시아가 국내 경제 여건 악화 등을 배경으로 석유 감산에 응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응하여 사우디아라비아가 오히려 석유 증산으로 대응하면서 국제유가가 폭락하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국제 원유시장에서 패권을 놓고 서로 겨루는 듯한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은 미국 경제에 직접적인 타격을 미치게 된다. 미국 석유 관련 기업들은 세일가스 개발 등에 많은 투자를 하였기 때문에 국제 유가 하락 위험에 직접적으로 노출되어 있는 상태이다. 즉 국제유가가 대략 30달러 이하로 하락하는 경우에는 셰일가스의 채굴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셰일가스 채굴비용이 대략 배럴당 30달러 수준이기 때문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증산 계획 발표로 국제유가가 배럴당 20달러 수준까지 하락하였다. 이것이 미국 주식시장에서 주가를 하락시키는 직접적인 원인이 되었다. 실제로 2월 하순부터 주가는 약세를 보였는데 이는 주로 국제 유가의 하락을 반영한 것이었다.
이와 같은 상황이 진행되는 데 더하여 COVID-19 방역 대책의 일환으로 취한 입국 제한 조치가 투자자의 불안심리를 극도로 자극하고 말았다. 3월 11일 WHO가 COVID-19의 세계적 대유행(Pandemic)을 선언한 직후 오후 9시(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 26개국 출발 여행자들의 미국 입국을 제한한다고 발표하였다. 미국이 유럽과의 거리두기를 시행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도 충격에 해당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리고 미국 당국의 갑작스런 강경책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대한 이제까지의 대응이 느렸다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제공하였다. 결론적으로 미국의 예상치 못한 강경 정책으로 투자자들의 심리가 크게 동요한 것이다.
이에 미국 주가가 3월 들어 대폭적으로 하락하였다. 주가의 급격한 하락을 방지하기 위한 ‘서킷 브레이커’가 작동된 것만 해도 3월 9일(-7.79%), 12일(-9.99%), 16일(-12.93%) 등 여러 날에 걸쳐 일어났다. 특히 3월 16일의 하락폭은 미국 증시 사상 가장 큰 낙폭이었다. 하락률이 가장 큰 경우는 1987년 10월 19일(-22,6%), 1914년 12월 12일(-23.52%) 등이 있다.
. 주가지수는 다우존스 산업평균을 기준으로 3월 23일 현재 직전의 고점(29,551, 2월 12일)에 비해 37%나 낮은 18,591로 하락하였다. 이와 같이 미국 주가가 짧은 기간에 대폭적인 하락을 보인 것은 COVID-19와 관련한 불안감이 표출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주식시장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그 자체를 부정적으로만 인식하지 않는 경향도 엿볼 수 있다. 3월 12일 대폭락 이후 3월 13일 미국 정부가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면서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대폭적인 반등을 보였다. 그리고 코로나 방역 검사를 대폭 확대한다는 발표에 주가가 오히려 상승하기도 하였다. 3월 23일 저점을 학인한 후 연준의 무제한 양적완화(QE)와 회사채 매입 등 유례없는 유동성 공급 방안과 정부와 의회의 2조 달러 규모의 대규모 부양책 합의 등을 배경으로 상승세로 전환하였다.
결론적으로 최근 미국의 주가 움직임에서는 앞으로 큰 위기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은 느껴지지 않고 있다. 주가의 급격한 하락은 대공황 당시보다 심한 것으로도 볼 수 있으나 당국의 대책에 힘입어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주식시장이 단기 재료에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인지, 장기적으로 주식 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일지 등 여러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Ⅱ. COVID-19의 특성과 경제적 영향
현재 유행중인 COVID-19는 역학적 특징으로 본다면 그 심각성이 중간 정도에 해당한다. 전파율이나 치명률 등이 종전의 사스나 메르스에 비해 낮다. 그에 비해 1957년 유행한 아시아 독감이나 2009년 신종 독감 등에 비하면 높은 수준이다. 한편 다른 역병들은 예방 접종이 가능하지만 코로나19는 그렇지 못한 것이 문제이다. 수두, 홍역, 천연두 등이 여전히 잠재적인 유행병이긴 하지만 예방주사를 통해 면역이 가능하다. 이에 더하여 COVID-19는 치료제가 없다는 것도 주요 특징을 꼽을 수 있다.
COVID-19가 전파율이 과히 높지 않음에도 전세계적으로 순식간에 유행한 것은 다른 역병과 차이가 난다. 중국에서 1월 중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하여 2달만에 전세계로 확산하였다. 3월 31일 현재 203개국에서 감염자 발생하였다.(<참고 2> “주요국의 COVID-19 관련 통계” 참조) 그리고 감염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은 나라들은 소위 선진국이다. 이 나라들은 대외적으로 개방되어 있고 외국과 교류가 많아 COVID-19 유입이 불가피하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 요인이 COVID-19가 앞으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COVID-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작지 않다. 그 이유는 COVID-19의 특성에서 연유하고 있다. 예방약과 치료제가 없는 현재의 상황에서 방역에만 의존하고 그 수단이 자가 격리 혹은 봉쇄(lockdown), 그리고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 등의 방식을 동원하고 있다. 이 방식에 의하면 일상적인 경제활동이 불가능하다. 즉 방역 대책이 강력할수록 경제적 손실이 커지는 문제가 있다. 경제정책을 통해 경제적 손실을 줄이려 하고 있지만 그 효과는 일부에 그치고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와 같은 방역 대책이 경제적으로 미치는 영향을 개념적으로 표시한 것이 아래 그림이다.
COVID-19에 대한 이러한 대책은 경제적 차원에서 보면 공급 충격인 동시에 수요 충격을 초래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 등으로 생산 활동이 중단됨으로써 공급이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여행 외식 등 일반적인 소비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수요가 위축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와 같은 이유로 COVID-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주요 선진국에서의 대유행과 더불어 방역의 특성으로 인하여 COVID-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어서 최근까지 나온 견해들을 먼저 간단히 정리하기로 하자.
Ⅲ. 최근까지의 영향 분석
COVID-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여러 기관에서 다수의 보고서들이 분석하고 있다. 대개의 경우 단기간의 예측에 근거한 수량적 판단을 위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없다고 본다. 여기에서는 Smit et al. (2020)을 중심으로 간단히 살펴보고자 한다. 이들의 분석은 몇 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고 있는데 낙관적인 경우와 비관적인 경우 등으로 나뉜다. 낙관적인 시나리오는 2~3개월 이내에 바이러스를 제어할 수 있는 경우를 상정하고 있다. 비관적인 시나리오는 백신이 개발될 때까지 바이러스를 통제하지 못할 경우이다.
낙관적인 경우에는 금년 중 전세계적으로 생산위축은 -1.5%(실질 GDP 기준) 내외에 그칠 전망이다. 그리고 그 영향이 1/4분기에 집중되고 금년말경에는 2019년 마지막 분기 수준의 생산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럽과 미국이 타격이 커 생산이 4% 및 2% 이상 각각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중국은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은데 그렇더라도 잘해야 0% 내외의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대략적인 전망은 아래 그림을 참조하기 바란다.
이에 비해 비관적인 경우에는 그 영향이 내년 이후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금년중 생산이 6% 이상 감소하고 내년에도 생산 수준이 회복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유럽과 미국은 타격이 더욱 심하여 10%에 가까운 생산 감소를 경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분석에 기초하면 COVID-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한 것으로 평가하여야 할 것이다. 아마 각국 정책 당국이 전례 없는 강력한 대책들을 연달아 발표하는 것도 COVID-19의 심각성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의 평가는 단기 분석에 치중하여 장기적 관점에서 진행될 다른 여러 측면을 고려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 지금의 경제적 영향을 평가하는 관점은 단순히 코로나 바이러스 유행 기간을 기준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바이러스가 진정되고 나면 종전의 경제활동 관계를 복원한다는 가정을 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한 번 끊어진 경제관계를 복원하기 쉽지 않다.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경제 현실을 심각하게 감안하여야 할 것이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