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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젤렌스키(Volodimir Zelensky)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광물 협정 조인을 위해 백악관을 방문한 자리에서 격렬한 말싸움을 벌이는 희대의 장면을 연출한 뒤, 러-우 전쟁 종전 협상을 둘러싸고 서방 진영에 묘한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2기 정권 출범 후, 트럼프 대통령은 3년여를 끌어오는 러-우 전쟁을 조속히 종식시키기 위해 거세게 몰아가고 있다. 그러나, 對 러시아 협상 자세를 둘러싸고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큰 입장차를 보여 오다, 그간 두 정상 간에 축적돼 온 감정이 폭발해서 이례적인 파국 사태가 불거진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사상 유례가 없는 ‘외교 참사’ 이후 불편한 심기를 누그러뜨리지 않았고, 급기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일시’ 중단하는 조치를 내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곧바로 영국 스타머(Sir Keir Starmer) 총리와 만나 사후 대책을 논의했고, 이 자리에서 영국은 전면 지원을 약속했다. 영국 The Economist지는 ‘전쟁에 지친 젤렌스키 대통령이 자제력을 잃고 어리석게 행동했고, 이에Vance 부통령이 부끄러운 행동으로 사태를 촉발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가세하면서 Vance 부통령의 ‘사냥개처럼 공격하는’ 행동을 즐겼다고 묘사했다.
■ “젤렌스키 양보로 당장 파탄은 모면, 군사 지원 및 정보 제공 재개”
그러나, 천만 다행으로,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내 냉정을 되찾아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계 회복을 희망한다는 입장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고, 트럼프 대통령도 연방 의회에서 행한 첫 시정 연설에서 이를 반기며 화답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 서한에서 러시아 침공을 둘러싼 종전 협상에 참여할 의향을 밝혔고, 미국 정부도 일시 정지해 온 군사 지원을 재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John Ratcliffe CIA 국장은 그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공격에 활용해 온 비밀 정보 제공을 재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Michael Waltz 백악관 안보 보좌관도, 이미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들과 전화를 통해 다음 협상 장소, 의제 등을 협의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서한에서 미국이 그간 제공한 지원을 염두에 두고 “미국이 우크라이나 주권과 독립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을 진정으로 높이 평가한다” 며 사의(謝意)를 표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리더십 하에 지속적인 평화를 향해서 함께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고 전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종전 이후에도 우크라이나에 군사 지원을 계속할 조건으로 우크라이나 희토류를 포함한 광물 자원 권익을 양도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간절히 요구하는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에 대한 미국의 보증은 포함돼 있지 않다.
우크라이나는, 국제법을 무시하고 전면적인 영토 침공을 감행한 러시아가 종전 후에 군사 태세를 재정비해 다시 자국을 침공하려는 속셈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점을 우려해 미국에 안전 보장을 보증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군사 지원 중단을 위협하자 다시 종전 협상 테이블로 나오겠다는 모양세를 취하는 것이다.
■ “英, 우크라에 ‘전면 지원’ 약속; 젤렌스키, 미국과 관계 회복 모색”
지난 2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격렬한 말싸움을 벌인 뒤, 젤렌스키 대통령은 곧바로 영국을 방문해 스타머(Starmer) 총리와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스타머 총리는 젤렌스키 대통령에 대한 전면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총리 관저에 도착하는 길목에 모여든 시민들은 환성으로 성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종전부터 ‘우크라이나에 관련된 협상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될 수 없다’는 자세를 유지해 오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이날 英-우 정상 회담에서는 美-러 협상 테이블에 우크라이나가 반드시 참여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10여개국 정상들은 런던에서 우크라이나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영국 국왕도 젤렌스키 대통령과 면담했다. 이에 잎서, 2월 하순에는 프랑스 Macron 대통령과 영국 Starmer 총리가 각각 백악관을 방문해 정전 이후 우크라이나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문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했다. 그러나, 현 상황에서는 미-우 간 광물 자원 협정이 일단 결렬된 상태여서 러-우 전쟁 종식 후에 양국이 평화유지군을 파견하는 구상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시금 트럼프 대통령과 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는 것은 미국의 군사 지원이 없이는 러시아와 맞서 전투를 계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다시 만나는 방안도 일찌감치 부상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SNS X에 올린 글에서 ‘진정한 평화와 안전 보장을 이루기 위해 미국과 연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유럽 각국의 협력을 얻어 미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할 의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도 현지시간 4일 연방 의회 상하 양원 합동회의에서 행한 취임 후 첫 시정 연설에서 ‘항구적인 평화를 구축을 위해 가능한 이른 시기에 협상 테이블에 앉고 싶다’는 내용의 젤렌스키 대통령의 서한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서, 미국도 ‘적절한 시기에 광물 협정에 서명할 용의가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미국은 우크라이나 방위를 위해 수 천억달러를 지원했으나, 유럽은 그들이 방위비로 지출한 금액보다 훨씬 많은 러시아산 원유 등을 수입하고 있다” 고 지적했다.
■ “英 · 佛 주도로 유럽 독자 종전(終戰)안 마련, 미국과 협의할 듯”
Bloomberg 통신은 3일 자 논설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이 ‘백악관 충돌’ 이후 트럼프 정권과의 관계 회복을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하면서, 이번에는 ‘진실되고 건설적인(serious and constructive)’ 회담을 원한다고 전했다. 현 파국 상황에서, 러시아는 마냥 즐기고 있고, 젤렌스키 대통령의 국내 지지율은 치솟고 있고, 유럽 각국은 종전 후 안보 유지를 위해 ‘유지국(有志国) 연대(coalition of the willing)’를 구성한다는 구상이나, 누가 유럽을 대표하느냐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유럽 10여개국 정상들은 최근 런던 회동에서, 지역내 안보에 대한 책임을 다할 것에 의견 일치를 보았고,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자국을 방위하기 위해 방위비를 서둘러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 온 방위비 부담 증액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는 유럽이 우크라이나 안전 보장에 ‘주체적으로’ 관여할 의향을 시사하며,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것을 겨냥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긴급 유럽 정상회담은 영국 스타머(Starmer) 총리가 소집해 EU 회원국 정상들, NATO 사무총장 및 캐나다 총리 등이 참석했고 우크라이나 젤렌스키 대통령도 참석했다. NATO 총장은 “정상들은 방위비 증액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영국 스타머(Starmer) 총리는 “우리는 역사적 기로에 서있다. 유럽은 중대 과업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 역설했다. 폰데어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EU 집행위원장은 “유럽은 재무장(再武裝)할 것이고 6일까지 계획을 제시할 것” 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유럽 정상들이 런던 회동에서 합의한 내용은 다음 4 가지다; ①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 계속 및 러시아 제재 강화, ② 종전 협상에 우크라이나가 참여, ③ 러시아의 재침공을 방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방위력을 강화할 것, ④ 평화 보장을 위한 ‘유지국(有志國) 연대(coalition of willing)’ 창설 등이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군사, 경제 지원을 계속하기 위해 막대한 규모의 자금이 소요되나, 이를 위해 서방 각국이 동결한 러시아 자산을 몰수해 충당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이런 상황에서, 영국 Starmer 총리는 BBC 방송에 출현해서, 영국 · 프랑스 그리고 한 두 나라가 더 참여해서 우크라이나와 협의하면서 종전 계획을 마련해 미국과 협의할 것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항구적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① 강한 우크라이나, ② 유럽에 의한 안전 보장, ③ 미국의 후원,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유럽에 의한 (우크라이나) 안보 보증을 위해 영국, 프랑스가 우크라이나에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는 등, 유럽 각국이 새로운 연대를 구성할 계획을 시사했다.
■ “푸틴化하는 트럼프, 대통령 권한 일탈로 삼권분립 위기 초래 우려”
한편, 트럼프 2기 정권이 출범한 지 이제 겨우 한 달 여가 지나고 있으나, 과격한 정책들을 대거 쏟아내며 미국 사회는 물론, 전세계를 혼란의 도가니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점차 유례없이 무참한 강압 통치를 펼치며 장기 집권을 유지하면서, 독재와 전횡을 일삼고 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을 닮아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하, 3월 6일 자 Nikkei 기사 참조)
가장 상징적인 사건은, 지난 2월 24일 UN 총회에서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계기로 유럽 회원국 등이 제출한, 러시아를 비난하는 내용을 포함한 정전(停戰)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그 뒤, 3월 3일에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 지원을 일시 중단하는 결정을 내렸다. 우크라이나 지배를 꿈꾸고 있는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의중에 동조하는 놀라운 행동이다. 나아가, 이제 트럼프 대통령의 통치 방법마저 푸틴 대통령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우선, 전세계 자유 언론의 상징이라고 할 미국 사회에서는 지극히 이례적으로, 정권이 언론에 개입하는 자세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백악관은 ‘기자단 Pool’ 이라고 부르는 백악관 취재 기자단 참가자 선정 권한을 기자단으로부터 빼앗아 백악관이 행사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앞서, ‘멕시코만(灣)’을 ‘아메리카만(灣)’으로 변경한 것에 따르지 않은 AP 통신 기자를 Pool에서 배제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기업 들에 대한 자세도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2기 정권이 출범하는 1월 20일 취임식에는 정권에 참여하는 Elon Musk 외에도, Amazon.com 창업자 Jeff Bezos, Meta 플랫폼 창업자 Mark Zuckerberg 등, 세계를 대표하는 첨단기술 기업 CEO들이 나란히 참석해 대통령에 충성을 맹세하는 모양이 연출되기도 했다. 독점금지법 운용, 인공지능(AI) 및 SNS에 대한 규제 등, 기업 경영의 장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책 수단을 무기로 삼아 정치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이는, 2000년 집권 이후, 언론 미디어나 기업들에 압력을 가해서 정보나 경제 이익을 통제하는 푸틴 대통령식 통치 방식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광경들이다. 자신에 비판적이거나 따르지 않으면 미디어에 개입해 경영자를 배제해 버리거나, 아예 경영권을 탈취해 버리는 것이다. 심지어, 산업계에 대해서도 전권을 행사하며 정권의 뜻에 따르도록 강제하고 있다. 러시아의 신흥 재벌들이 잇따라 푸틴 대통령 앞에 엎드리고 있는 자세가 지금의 미국 사정과 상당히 겹쳐지는 모습이다.
이와 함께, 푸틴 대통령이 손대기 시작한 것이 국가의 기본을 정한 헌법이다. 대통령 임기를 연장하고, 입법 및 사법 부문에 대한 대통령 권한을 단계적으로 강화하면서 독재 체제 기반을 구축해 왔다. 지금, 트럼프 하의 미국 사회에 헌법 위기가 회자되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서 출생하면 자동적으로 국적을 부여하는 출생지주의를 행정명령으로 수정하는가 하면, 의회 입법 조치로 설립돼 운영되던 美국제개발처(USAID) 직원들을 일거에 대량 해고해서 사실상 와해시키는 등, 헌법에 정한 대통령의 권한을 일탈하는 듯한 행위가 자행되고 있다.
요즘, 미국 사회에는 여기서 더 나아가, 트럼프 진영이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2회를 초과한 출마를 제한하는 대통령 임기를 수정해 3기 집권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마저 나돌고 있다. 미국에서는 헌법을 수정하려면 연방 의회 상하원의 2/3 이상이 발의(發議)하거나, 모든 주(州)의회의 2/3 이상 요청으로 소집된 헌법 의회에서 발의해야 할 만큼 장벽이 높은 것이다. 따라서, 헌법 수정이 가능하지 않다는 견해가 지배적이기는 하나, 러시아에서도 처음에는 그런 분위기였다. 이런 관측이 나오는 것 자체가 트럼프 정권의 위험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러-우 전쟁 종전 협상 성공해도 정전 감시 활동엔 현실적인 난관”
천만 다행으로, 트럼프-젤렌스키 두 정상의 백악관 충돌 사태 이후, 상황은 급격히 ‘회복’ 국면으로 돌아서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설령 어렵사리 러-우 전쟁 종식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그 뒤에 러시아의 재침략을 방지하고 우크라이나를 포함한 유럽에 실효성 있는 평화를 유지하는 데에는, 영국 및 프랑스가 주축으로 하는 ‘유지국 연대’ 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런던에서 열린 유럽 긴급 정상회의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우선, 영국 Starmer 총리가 밝힌 ‘유지국 연대’의 평화유지 활동과 관련해서, 과연 이런 체제로 적극적인 정전(停戰) 감시 활동이 가능할 것인지가 의문이다. 영국은 프랑스와 함께 지상군 및 항공기를 지원할 용의가 있다고 하나, 우크라이나 전선은 수 천 Km에 달해, 몇 만명 규모의 병력으로는 우크라이나군 및 러시아군을 효율적으로 격리시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프랑스 육군이 11만명, 영국이 8만명 정도여서 정전 감시 활동에 충분한 병력을 차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유럽의 한 군사 전문가는, 충분한 정전 감시 활동을 위해서는 적어도 15만명의 중무장 병력이 필요하고, 순환 근무를 감안하면 이의 약 3배의 병력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다음으로, 정전 감시 활동에 미국이 관여할 지도 의문이다. 과거에는 분쟁 지역의 평화 유지를 위한 ‘유지국 연대’ 활동에는 세계 제일의 막강 군사력 및 핵 능력을 보유한 미군이 주축이 되어 전개해 왔으나, 국내 지향적인 트럼프 정권은 우크라이나 파병에 부정적 자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영국 총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을 돌리는 것은 지극히 어려울 전망이다. 프랑스 Macron 대통령이 자국의 핵 우산을 유럽 지역으로 전개할 용의를 시사하고 있으나 영국, 프랑스의 핵 전력을 합쳐봐야 러시아에 필적할 수준에는 태부족이다.
또한, 러시아가 정전 감시 활동에 끊임없이 공작 활동을 전개할 가능성도 위협 요인이다. 푸틴 정권은 일찌감치, 러-우 전쟁 종식 후, 평화유지군 파견에 관해 英, 佛 등 NATO 회원국의 군대 파견을 용인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해 오고 있다. 일단, 서방국들의 군사적 개입을 방지하고, 장래에 우크라이나를 속국화(屬國化)하는 것을 용이하게 유지하려는 속셈인 것이다. 러시아는, 미국과 함께 러시아가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UN 안보리 결의에 따른 평화유지군(PKO) 파견을 획책하고 있어, 이럴 경우, 역외 국가들의 참여도 유도할 수 있는 이점을 노리는 것이다.
한편, 유럽 소식통들은 우크라이나 종전을 둘러싼 카드로 러시아 에너지 이권이 부상하고 있다고 전한다. 즉, 현재 가동이 중단된 발트해(海) 해저 파이프라인 ‘Nord Stream’을 미국이 복구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아가, 미국 에너지 기업들이 러시아 에너지 개발에 참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고 알려진다. 아직은 불투명하나, 만일, 자국 이익을 우선해 동맹국들과 거리를 두는 것을 넘어서, 우크라이나의 주권 및 자유를 희생하면서까지 강제로 종전으로 몰고 간다면 이는 분명, 선을 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푸틴을 흉내내면서 민주주의 진영과 결별하려는 트럼프의 등장 자체로 국제 정세는 크게 변모할 것이 틀림없다.
■ “트럼프를 계기로, 2차 대전 후 서방 지정학적 구도는 종언(終焉)”
이런 가운데, 최근 Washington Post는 러-우 전쟁 종식 이후, 특히 미국 트럼프 정권 하에서, 2차 대전 이후 유지돼 온 유럽의 방위 체제가 ‘미국 중심’에서 궁극적으로 ‘유럽 독자’ 방위 체제로 변전(變轉)될 것이라고 전망해 주목을 끌고 있다. WP는, 얼마전 백악관에서 일어난 사태는 역사적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광물권을 양여(讓與)받는 대가로 군사적, 경제적 지원을 계속한다는 트럼프의 ‘거래’ 제안이 미국의 외교 본색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트럼프 정권과 공화당 그리고 유럽 간의 균열을 더욱 깊게 하는 것이고, 유럽 전쟁 종식과 트럼프-젤렌스키 관계를 파탄으로 몰고 간 배경이다. 미국은 바이든 정권까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적극’ 지원을 유지하면서 유럽의 대응을 조율하는 등, 과거 수 십년 간 ‘지정학적 서방(geopolitical West)’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이제 트럼프 정권은 전통적 유대 관계에 중점을 두지 않을 것이 분명해졌고, 오히려, EU를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NATO 동맹 위상을 격하하려는 의중을 드러내고 있다. 지금 서방 세계에는 새로운 리더십이 요구되는 것이다.
지금 분명한 것은, 미국이 서방 세계가 전통적으로 공유해 온 가치, 이익과 거리를 두기 시작한 반면, 러시아는 이런 반전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Dmitry Peskov 크렘린궁 대변인은 최근, “트럼프 정권의 외교 노선의 급격한 전환은 대체로 우리 비전과 일치한다” 고 평가했다. 놀랍게도, 트럼프 정권은 미국의 전통 우방은 괴롭히며 러시아에는 ‘올리브 가지’를 내밀고 있다. 이런 상황은 일시적일 수도 있고 장기적일 수도 있으나, 그 영향은 심대한 결과를 낳을 것이 분명하다.
이런 노선에 따라, 트럼프 정권은 장기적으로 유럽에서 미 군사력의 전개를 줄이는 한편,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엿보인다. 결국, 유럽 각국은 지역 안보 관점에서 과연 미국의 보호 및 방위를 신뢰할 수 있을 것인지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다른 시각에서, 트럼프의 이러한 ‘충격’ 외교 방식은 중국에도 풍부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금 강자의 편에 서서 단기 이익을 추구하는 노선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트럼프 정권의 외교 전략 전환에 따른 모든 도전에 대한 선택은 오롯이 유럽의 선택에 달려 있다.
앞서 소개한 영국 The Economist誌는 최근 논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정통적 우방국인 우크라이나의 최고 지도자를 멸시한 이번 사태를 통해 자신의 지지층에는 열렬한 환호를 안겨주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영토를 침탈당하고 있는 오랜 동맹국이 보유한 광물 자원까지 탐내는 속내를 보여 줬다고 지적했다. 동 지는, 유럽 지도자들을 향해 “지금은 유럽 각국이 서둘러 군비를 증강해야 할 때” 라고 강조한다. 당면한 문제로, 미국이 이제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발을 빼려고 하는 상황에서 유럽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이는, 적대 세력과 직접 대치하고 있는 다른 나라에도 심각한 교훈을 안겨주는 것이다.
<ifsPOST>
- 기사입력 2025년03월07일 15시47분
- 최종수정 2025년03월07일 17시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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