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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續)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8> 각하, 유치원생도 9시에 나가는데…(上)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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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4년06월25일 17시00분
  • 최종수정 2024년07월04일 17시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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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졸저 ‘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중)

  

 “오~ 이 강아지는 이름이 뭡니까?”

 

“아롱이요.”

 

“나도 전에 이런 개 키웠는데… 잘 생겼네요. 산책 중인가요?”

 

   정확한 날짜는 기억나지 않지만 2022년 7월 어느 날 윤석열 대통령과 마주쳤다. 모두가 아는 것처럼 그해 5월 제20대 대통령직에 취임한 윤 대통령은 11월 초까지 약 6개월 동안 원래 살던 서울 서초구 서초4동 아크로비스타에서 용산 대통령실로 출퇴근했다. 나는 아크로비스타 바로 뒤에 있는 담 하나 떨어진 ○○아파트에 살았는데, 우리 아파트와 아크로비스타는 단지 내 차도와 인도를 포함해 약 10m 정도밖에는 안 떨어져 있을 정도로 가깝다. 아크로비스타는 주상복합건물이지만, 건물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라 규모는 작아도 제법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분수대, 놀이터, 나무와 꽃이 심어진 산책길 등이 조성된 정원 같은 공간이 있다. 담으로 둘러싸여 있긴 하지만 문이 개방돼 있어 평소 강아지 산책을 시킬 때 코스로 자주 이용했다. (물론 주거 건물 안에는 입주민이 아니면 못 들어간다.)

 

당시는 대통령이 거주할 때라 대통령 경호실과 경찰 경호가 엄격했지만, 주거 건물 출입만 통제했고 정원 출입은 막지 않았다. 대통령의 동선과 이동 시간은 외부에 알려지면 절대 안 되는 특급 보안이겠지만, 경호실의 바람과는 달리 윤 대통령이 집에 있고 없는지는 금방 알 수 있었다. 경호·경비 때문에 아크로비스타 건물 주변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경호실과 경찰 차량이 늘 주차해 있었는데, 대통령이 이동하면 이 중 상당수가 함께 따라갔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는 남아있지만, 양자의 차이는 누가 봐도 알 수 있다. 또 하나, 이때는 아직 취임 초라 주민 중에 지지자들이 대통령이 사는 ○동 아래 현관 앞에서 매일 출근길 전송을 했다. (이분들이 현관 앞에 서 있으면 아직 출근하지 않은 것이다.)

 

   대통령직 취임 후에 한 달 정도 지났을 때였다. 대휴로 평일에 쉬는 날이었는데, 집 앞 편의점을 가다가 문득 ‘대통령이 아직도 집에 계시는가?’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 8시 반이 좀 넘었는데, 여전히 경호차들이 안 빠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출근 때마다 좀 유심히 봤는데, 매일 체크한 것은 아니지만 대통령이 나보다 일찍 출근한 날은 대체로 없었던 것 같다. (출장 등으로 집에 없거나 새벽에 나간 적도 있으니 100%는 아닐 수 있다.)

 

그리고 한 달 정도가 더 지났다. 대휴로 평일에 쉬는 날이라 아침에 강아지와 산책을 하고 있었다. 오전 8시가 좀 넘었을 때였는데, 경호원들은 물론이고 대통령의 출근을 전송하려는 주민들이 아크로비스타 ○동 현관 앞에 서 있었다. 아직 나가지 않은 것 같아 내친김에 대통령을 한 번 보려고 강아지와 함께 기다렸는데, 꽤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오전 9시가 가까워지면서 유치원 차를 타려는 아이들과 학부모들이 삼삼오오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크로비스타 ○동 현관 앞은 노란색 유치원 차가 서는 곳이다.)

 

지루해서 ‘그만 갈까’하는 생각이 든 때였다. ○동 앞에 서 있던 양복 입은 경호원들이 마이크를 입에 대고 뭐라 뭐라 하면서 일부는 현관 앞으로, 일부는 나를 포함해 서 있는 주민들 앞에 서기 시작했다. 그리고 윤 대통령이 나왔다. 현관을 나선 대통령은 전송하러 나온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유치원 차를 기다리는 아이들을 쓰다듬으며 학부모와 몇 마디 나누기도 했다. 그리고 강아지를 안고 서 있는 나를 보더니 애견인답게 이름이 뭐냐며 관심을 표했다. 대화는 두세 마디 정도였던 것 같다. (사실 순간적으로 핸드폰을 꺼내 사진을 찍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갑자기 손을 주머니에 넣으면 경호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몰라 못했다.)

 

내가 인사를 나눈 마지막 사람이었던 것 같다. 대통령은 바로 차를 타고 떠났고, 아이들도 노란 차를 타고 유치원에 갔다. 오전 9시가 많이 넘은 시점이었다. (계속)

<ifs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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