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녀’들은 왜 이재명에 많은 표를 던졌는가?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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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막을 내렸다. 20대 대선에서 윤석열(국민의힘) 당선인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전 후보의 득표 차는 0.73%로 단 24만여표밖에 나지 않았다. 이는 현 투표 방식인 대통령 직선제가 시행되었던 이래 당락을 결정지은 가장 적은 득표 차였다. 그중 단연 화제는 이재명 후보가 20대 여성(일명 이대녀)에게 많은 표를 얻은 것이었다.
20대 대선 선거일에 방송 3사(SBS·KBS˙MBC)가 오전 6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330개의 투표소에서 1,480명의 조사원이 약 8만 5000여 명의 유권자를 5명 간격으로 조사하였다. 결과는 이재명 후보가 20대 여성에게서 58.0%의 득표율로 예측되었다. 다음으로 많은 득표수를 얻었을 것으로 예측되는 후보는 33.8%의 윤석열 후보였다.
그렇다면 윤석열 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대 여성들의 투표 예측에서는 왜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인 득표율을 기록했던 것일까?
이러한 결과에는 여러 가지 예측이 존재하나 그 중 젠더 이슈를 주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젠더 이슈와 그에 관련된 후보들의 공약은 유권자들에게 있어서 뜨거운 감자였다. 이재명 후보가 속해있는 더불어민주당의 정책 중 여성과 관련된 정책은 10개의 공약 중 3번째로 주요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여성이 불안하지 않은 사회, 모두가 안전한 사회를 실현하겠다고 언급하며, 아동 및 청소년 대상의 성범죄에 있어 무관용 원칙을 적용하고 친족 성폭력 처벌을 강화, 데이트폭력 처벌법 제정, 디지털 성범죄 전담수사대 설치 및 광역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 설치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지난 2019년 ‘N번방 사건’을 처음으로 공론화한 ‘추적단 불꽃’ 출신의 박지현을 제20대 대선에서 민주당 선대위로 합류시키고 디지털성폭력근절특위 위원장으로 임명하였다. 박 위원장의 합류는 20대 여성들로부터 득표율을 높이는 데에 한층 더 도움을 주었다. 이처럼 이재명 후보의 깊고 자세한 여성 관련 공약은 20대 여성들의 표를 얻는 데에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이재명 후보의 공약은 윤 후보의 공약과 대비되면서 이대녀로부터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이재명 후보와는 반대로, 윤 후보는 10개의 공약 중 7번째에 사법·행정교육 부문으로 청년이 꿈꾸고 국민이 공감하는 공정한 사회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여성가족부 폐지 공약을 내세웠다. 윤석열 후보는 이어, 여성가족부는 청년들이 불공정하다고 생각하기에 시대적 소명이 다했다는 설명을 덧붙였으며 ‘가족’ 우선 정책이 아닌 ‘여성’ 우대 정책 위주의 불공정한 정책을 다수 양산하는 해당 부처를 폐지하겠다고 언급했다. 20대 여성들은 이러한 윤 당선인의 공약에서부터 반발하기 시작했다. 여성가족부는 여성만을 위한 정책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한 부모 가족 지원, 아이 돌봄 서비스, 청소년 사회 안전망 구축 등 사회에 꼭 필요한 다양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약에 이어 언론사와의 인터뷰, TV 토론에서의 윤 후보의 행동은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젠더의식을 지지하는 듯한 발언으로 20대 여성들의 반발에 점화하는 촉매제가 되었다.
먼저, 윤석열 후보는 2월 7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젊은 사람들은 여성을 약자로 생각하지 않는다. 더 이상 구조적인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다. 남성이 약자일 수도, 여성이 약자일 수도 있다. 여성은 불평등한 취급을 받고 남성은 우월적 대우를 받는다는 건 옛날 얘기다. 사회적 약자를 국가가 실질적으로 보호해 주면 된다.”라는 발언을 하며 성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그러나,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회원국 중 한국은 여성의 처우가 가장 열악한 나라라는 보고서가 꾸준히 있었고 일하는 여성이 살기 좋지 않은 나라라는 지적이 여러 번 나오기도 했다. 이러한 지적과는 다른 주장을 하는 윤 당선인의 발언은 20대 여성들에게 ‘여가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는 잘못된 성 평등 인식을 지닌 후보라는 생각을 불러 일으켰다.
이어, TV토론에서의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토론은 더더욱 앞의 생각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다. 이재명 후보가 “얼마 전에 우리나라에 구조적 성불평등, 성차별은 없다고 말하면서 이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했다. 여성이 승진, 급여, 보직에서 엄청난 차별을 받는 게 사실인데 정말로 무책임한 말 아니냐. 아니면 다른 생각 하다가 잘못 말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는데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라고 윤석열 후보에게 질문을 하였을 때, 윤석열 후보는 “제가 이 질문에는 말씀을 많이 드려서 굳이 답변할 필요도 없다. 다만 집합적 남자, 집합적 여자 문제에서 개인 대 개인 문제로 바라보는 것이 훨씬 더 피해자나 약자의 권리, 이익을 보장해줄 수 있다.”라고 답하였다.
이렇듯 아직 사회에 남아있는 성차별 문제를 경시하고 양성평등의 시각을 견지하지 못한 윤 후보의 답변은 20대 여성들이 ‘2번’을 찍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을 한층 더욱더 견고하게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성별 갈등 조장을 일으키는, 20대 남성(일명 이대남)들의 편을 들었던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의 협업은 혐오 정치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우려를 키우기도 했다. 역대급으로 열기가 불타올랐던 20대 대선은 결국 젠더갈등을 유발하였다. 대선이 끝난 후 결과에 대해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이번 선거에서 0.73%의 포인트라는 근소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된 민심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결집한 20대 여성의 표심의 의미가 무엇인지, 그리고 결집한 20대 여성의 표심이 어떻게 나타났는지 잘 헤아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김 소장이 말한 것처럼 청년 여성 유권자들의 이재명 전 후보를 향해 결집한 표는 여성가족부가 폐지된다면 일어날 일을 우려하는 마음을 비롯하여 여성 차별 문제에 대한 걱정이 모여 이루어진 결과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국민의 한 계층과 또 다른 계층의 대립을 통하여 선거에서 승리 하려고 하는 것은 다시금 재발되어서는 안 된다. 그것이 정치 공학적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생각되어도 말이다. 윤 후보는 이제 윤 당선인이 되었다. 윤 당선인은 20대 여성의 표심이 왜 이재명 후보에게로 향하였는지 파악하고, 남성과 여성을 가르는 혐오정치로 인한 이대녀들이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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