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97) 천연기념물 12: 보은 용곡리 고욤나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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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이 나무의 일반적인 특징을 지난해에 ‘나무사랑 꽃이야기’ 58호로 소개한 바 있습니다. 야생 과일나무의 하나로서 돌배나무와 함께 소개했던 고욤나무입니다. 그 글에서 소개했듯이 사실 고욤나무는 그 자체로는 과일나무로 대접받지 못하는 편이고, 오히려 맛있는 감나무들의 접목을 위한 건강한 밑나무로서 더 잘 알려져 있다고도 했습니다. 그런 필자의 선입견을 보기 좋게 무너뜨린 나무가 바로 이 천연기념물 제518호로 지정된 (2010년 지정) ‘보은 용곡리 고욤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경주 김씨 집성촌이었던 (필자도 경주 김씨니 먼 친척 마을을 찾아간 셈입니다.) 보은 용곡리 우레실마을의 당산목으로 보호되어 온 나무로, 지금도 음력 정월 보름에는 산신제를 지낸다고 하고, 천연기념물 지정일인 2010년 기준 약 250년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이 나무는 한국에서 조사된 고욤나무 중 가장 크고 오래된 노거수로, 높이 18m, 가슴 높이 둘레 2.83m, 수관 폭 동서 방향 22m, 남북 방향 22m에 이른다고 합니다. 참고로 식물도감에 나와 있는 고욤나무의 높이는 10m에 불과합니다. 땅에서 올라오던 원줄기가 지상 1.5m 높이에서 부러졌는데, 이 지점에서부터 여섯 개의 가지가 방사형으로 잘 발달해서 건강히 자라고 있습니다. 줄기가 곧게 자라는 일반적인 고욤나무와 달리 이 나무는 가지가 사방으로 고르게 퍼져 있어 수형이 특이하지요. 나무껍질은 두꺼운 부분의 경우 두께 3cm 정도이니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두꺼운 코르크층을 만든 것 같습니다.
고욤나무는 감나무를 접붙일 때 밑나무로 흔히 쓰는 나무로, 과거에는 열매를 먹었지만 특유의 떫은 맛 때문에 지금은 더 이상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고욤 일흔이 감 하나만 못하다’, ‘고욤이 감보다 달다’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선조들과 친숙한 나무이지만 감보다 못한 나무라는 인식 때문에 고목으로 따로 보호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하는데 이 나무는 그런 편견을 깨었으니 천연기념물로 지정될 만한 셈입니다.
필자는 이 나무를 방문했을 때 제법 강한 비가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우산을 쓰고 이 나무가 서 있는 언덕 경사면을 오르내리면서 가까이에서 이 나무를 관찰하려고 노력했던 기억이 납니다. 필자가 본 어떤 감나무보다도 어떤 고욤나무보다도 멋지게 자란 이 천연기념물 고욤나무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였지요. 다행히 이 나무 역시 조금 산골 깊은 곳에 서 있고, 그곳을 가기 위한 길도 비교적 험한 편이어서 필자같이 나무 사랑에 빠진 사람들만이 찾을 수 있을 나무라서 정말 온전히 마음껏 감상하고 왔던 기억이 나는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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