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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15) 호두나무와 가래나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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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0년07월24일 17시03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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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두하면 천안 호두과자가 생각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아직 호두나무는 만나 보지 못했지만 호두과자는 먹어본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것으로 생각됩니다. 과거에는 기차가 천안 근처에 도착하면 기차 안에서 호두과자를 팔기도 하고, 고속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천안휴게소에 쉬면 거의 모든 버스에서 적어도 한두 사람은 이 과자를 사곤 했지요. 요즘은 승용차로 돌아오다가 일부러 천안이나 입장 휴게소에 들러 호두과자를 사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맛의 호두과자는 별미를 줍니다. 

 

제가 읽은 나무 관련 책을 쓰신 저자들 대부분은 한결같이 호두나무가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것은 약 700년 전 고려 중엽에 유청신이라는 사람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다가 돌아올 때 호두나무 묘목을 갖고 와서 고향인 천안의 광덕면에 심은 것이 시초’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런 유래를 들으니 천안이 호두과자로 유명해진 이유를 알만도 할 것 같습니다.

그러나 그 책들을 쓰신 모든 분들이 또한 호두나무의 본래 원산지는 이란 등 서남아시아 지역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중국 한 무제 때인 기원전 126년에 장건이 순례를 마치고 귀국하면서 석류 등과  함께 가져온 것이라는 기록이 있다고 하네요. 그렇게 전래된 호두를 중국 사람들이 자신들이 좋아하는 복숭아 열매를 닮았다고 해서 胡桃(오랑캐 복숭아)라고 부르기 시작했다는데 우리나라에도 그 이름 그대로 전해졌다가 호두로 바뀐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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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27일 경북 상주 흥암서원 근처 호두나무 

 

호두는 정월 대보름에 부럼을 깰 때 먹는 견과류로서도 인기가 높지요. 아예 호두를 껍질 채 사와서 깨먹으면 더 맛있는 느낌이 났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이 호두까기 도구인데 외국에서도 호두까기는 생활 속의 일부가 되어서 그런지 차이코프스키는 유명한 춤곡 ‘호두까기 인형’을 작곡해서 호두를 더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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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6월21일 경주 교동마을 호두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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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6월19일 서강대 호두나무 

 

저는 젊었을 때 건강에 좋다고 해서 적당한 크기의 호두 두 알을 구해서 손 안에서 굴리며 소리를 내곤 했습니다. 수지침 효과를 기대했던 것이지요. 또한 민간에서 호두 모양이 사람의 뇌 모양을 닮았다고 해서 호두를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속설이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호두나무와 기래나무는 모두 가래나무과에 속합니다.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두 나무 모두 잎 모양은 복엽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호두나무는 복엽 한 잎에 달리는 소엽의 수가 7개를 넘지 않는 데 비해, 가래나무는 7개를 훨씬 넘는 복엽을 가지고 있는 점에서 구별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호두나무는 가장 끝에 달린 큰 잎의 끝이 둥근 모습으로 마감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끝이 뾰족하게 마감되는 가래나무와 구별되는 또 다른 포인트로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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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4일 분당 탄천변 가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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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29일 남한산성 가래나무 

 

잘 알려지지 않은 가래나무가 실은 우리나라에서 더 오래 전부터 자라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궁궐의 우리나무」를 쓴 박상진 선생님은 가래나무가 고소하고 맛있는 데다가 단백질도 많아서 오래 전부터 심어져 왔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하면서, 일산 신도시 지표 조사, 가야 초기의 함안산성 유적지 등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유적 발굴터에서 어김없이 가래의 흔적이 나온다고 하네요.

「우리가 정말 알야야 할 우리 나무 백 가지」를 쓴 전 국립수목원장 이유미 선생님은 가래나무를 ‘산호두나무’라고 부르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우리나라 야생에서 자라는 호두나무란 뜻이지요. 저도 그 의견에 동의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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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1일 인제 자작나무길 가래나무: 주변 나무들과 경쟁하며 크게 자라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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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1일 인제 자작나무 숲 한가운데 떨어져 자라는 가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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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1일 인제 자작나무길 가래나무 

 

가래나무는 서양에서도 Walnut이란 이름으로 불리며 이 나무로 만든 가구를 최고급으로 친다고 합니다. 제가 한·캐나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토론토 교외의 Langdon Hall이란 고풍스런 호텔에 묵은 적이 있는데 그곳 영지 같은 큰 정원 안에 매우 큰 가래나무가 심어져 있었고 그 나무에 달려 있는 열매는 물론 나무에서 떨어져 있는 열매들까지 모아서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납니다. 영어로는 호두를 Persian walnut이라 하는데, 서양에서도 호두나무는 이란을 중심으로 한 중앙아시아에서 건너온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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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17일 캐나다 토론토 교외호텔 정원 내 가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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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18일 캐나다 토론토 교외호텔 가래나무 열매 모음 

 

가래나무는 호두보다도 조금 좁고 긴 모양의 종자가 들어 있는데 종자 안의 과육은 호두보다는 양이 적어서 오히려 단단한 성질을 이용해서 불가에서 염주로 사용하곤 한 것 같습니다. 울퉁불퉁한 가래 열매들을 잘 갈아서 동그란 모양으로 만들어서 염주의 중심 알로 많이 사용했었는데, 거기에 부처님 모습을 새기거나 작은 유리를 달아서 그 안으로 부처님을 볼 수 있도록 했던 경우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큰 알들을 열 개 정도 갈아서 균일하게 만든 뒤에 손목 등에 차는 단주를 만들어 쓰기도 했습니다. 

 

호두나무와 가래나무는 열매가 달리는 모양을 보아도 구분할 수 있는데, 호두는 두 개가 서로 딱 마주 달리는 반면에 가래는 그 열매들이 한 곳에 조롱조롱 몇 개씩 모여서 달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본 분당 탄천변의 가래나무도 그런 모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야생에서 씩씩하게 자라는 가래나무는 15m 정도로 제법 크게 자라는 것 같습니다.

호두나무와 가래나무는 4월경에 꽃을 피웁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그런 꽃 모양이 아니라 자작나무, 참나무 등과 비슷한 모양의 축 늘어진 모양의 꽃을 피웁니다. 그런 꽃 모양으로 짐작해 볼 때 이 나무도 바람에 꽃가루를 날려서 수정하는 방법으로 열매를 맺는 나무들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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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4월24일 서강대 호두나무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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