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14) 싱싱함의 상징인 버드나무 본문듣기
작성시간
관련링크
본문
여의도 버들숲을 가본 적이 있으신지요? 여의도와 대방동 쪽을 가르고 흐르던 한강 물길의 일부를 샛강이라 불렀는데 이 부분은 거의 물길이 끊어져 버렸는데 지금은 인공적으로 살려내서 운하처럼 물을 흐르게 만든 것 같습니다. 그곳 샛강 한가운데에 버들숲이라 불리는 원시 자연이 상당히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마포대교를 건너면서 자주 보시는 밤섬과 같은 곳의 일부를 본다고 생각하시면 좋겠습니다. 이곳은 저같이 나무에 꽂힌 사람이라면 반드시 탐방해야 할 곳입니다. 여의도 주민들이 종종 찾고, 눈썰미 깊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이끌고 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하는 곳입니다. 이곳은 이름 그대로 버드나무 천국입니다. 버드나무가 좋아하는 물이 풍부한 곳이고 사람이 손을 대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이겠지요. 지난 7월15일 새벽 7시에 열린 국가미래연구원 산업경쟁력포럼 좌장 역할을 하러 여의도 63컨벤션센터로 가는 길에 새벽 6시경에 이곳을 잠깐 들러서 다시 이 버들숲을 둘러보았습니다. 가운데 작은 연못을 중심으로 버드나무들과 수초들이 어우러져 자라고 있어서 여의도라는 매우 발달된 도심 바로 가까이이면서도 마치 원시림에 들어간 것 같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지난 7월15일 새벽에 들른 여의도 버들숲과 여의도 빌딩들
버드나무 하면 옛날에 먼 길을 가던 선비가 우물가를 지나다가 목이 말라 물을 청하자 선비가 급하게 마시다가 사래 걸릴 것을 염려하여 한 바가지 물 위에 버드나무 잎을 하나 띄워서 건넸다는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버드나무 잎을 보면 참으로 싱싱하고 깨끗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어쩌면 그 싱싱한 이미지에서 영감을 얻은 이야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버드나무는 가장 널리 쓰이고 있는 해열제 아스피린의 원료인 아세틸산을 함유한 나무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인류는 BC 1500년 전쯤부터 이 아세틸산의 해열 효능을 인지하여 사용하여 왔다고 합니다. 그러나 상당한 부작용을 감수해야 했는데 독일의 바이엘사가 1897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한 아세틸 살리실산을 합성하는 데 성공한 이후 널리 그리고 지금까지 대표적인 해열제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지요.
「나무백과」를 쓰신 임경빈 선생님은 이시진이 쓴 「本草」를 인용하면서 버드나무의 분류에 있어서 ‘나무의 가지가 단단하여 위로 뻗는 까닭에 揚의 음을 따서 楊이란 글자를 쓰고, 가지가 약하고 아래로 흐르므로 流의 음을 따서 柳라는 글자를 쓴다.’라고 하였는데, 대체로 받아들일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임 선생님이 지적했듯이 왕버들이나 버드나무도 위로 뻗는 성질이 있지만 楊자를 적용하는 백양나무, 미루나무 (黑楊)와 같은 포플러 종류들이 위로 뻗는 정도와는 차이가 있으니까요.
「궁궐의 우리나무」를 쓰신 박상진 선생님은 버드나무는 그 나무의 성질이 부드러우면서 연약하다는 의미로 부들이라 불리다가 버들로 바뀌었다고 하면서, 여자의 날씬한 허리를 유요(柳腰)라고 한 것도 그런 의미를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또한 조선시대에 불씨를 갈아주는 궁중의 개화 (改火) 행사에서는 이 버드나무 판에 느릅나무 공이를 써서 불을 일으킨 후 각 관청에 나누어주었다고 「東國歲時記」에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국 수목학의 대부격인 이창복 선생님이 쓴 큰 수목도감을 보았더니 버드나무 종류도 수십 가지로 정말 많더군요. 우리나라 각 지역 이름까지 붙은 종류까지 말입니다. 저는 그렇게 무리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여의도 버들숲에서도 이미 몇 가지가 구별이 되네요. 가지가 늘어지는 수양버들, 제법 크게 자라는 버드나무, 마치 관목처럼 키 작고 물가에 빽빽하게 자라는 갯버들까지. 아마도 물가 산책로를 따라 걸으시다가 만나는 대부분의 버드나무 종류는 이 세 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여기에 버드나무 중에 가장 수형이 장대하고 오래 사는 것으로 알려진 왕버들까지 아시면 더욱 좋겠지요.
버드나무 하면 바로 이 나무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수양버들'. 많은 공원에 식재되어 있고 강변, 천변을 산책할 때도 자주 만날 수 있는 나무가 바로 이 나무이기 때문입니다. 가지들을 땅바닥 혹은 물위까지 치렁치렁 늘어뜨리는 이 나무의 모습이 꽤 사람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네요. 수양버들이라는 이름은 수직으로 가지를 늘어뜨리는 나무라는 뜻으로 붙여진 것이라 하네요. 수양버들의 잎은 버드나무 중에서도 가장 긴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7월15일 여의도 버들숲의 수양버들 잎
지난 7월5일 분당 탄천변의 수양버들 잎
일반 버드나무는 수양버들만큼 가지가 아래로 처지지는 않지만 다른 나무들처럼 위로 힘차게 가지를 벋어 올리지도 않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원 등에 버드나무라고 이름 붙이는 나무들은 키가 5-10m 정도까지 자라는 것이 보통입니다. 버드나무 잎도 전체적으로 길지만 구분할 만한 특징은 잎자루 부분은 넓다가 잎의 끝부분으로 향하면서 날씬하게 너비가 좁아지는 모양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은 버드나무가 어릴 때는 비슷한 물가에서 자라는 갯버들과 크기가 비슷한 경우도 많은데 갯버들의 잎이 전체적으로 거의 같은 너비를 보이다가 끝부분에서만 뾰족하게 마무리되는 것과 다르기 때문에 구분하는 단서가 된다는 말씀이지요.
7월15일 여의도 버들숲의 버드나무 잎
지난 7월5일 분당 탄천변의 버드나무 잎
7월15일 여의도 버들숲의 갯버들 모습
7월15일 여의도 버들숲의 갯버들 잎
지난 7월5일 분당 탄천변의 갯버들 잎
왕버들의 잎은 다른 버드나무에 비하면 매우 짧고 비교적 넓은 모양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만난 왕버들들은 대부분 키가 상당히 큰 나무들이었으므로 잎의 모양을 사진으로 담기가 어려웠지만 그래도 다른 버드나무들과 구분되는 점은 알아볼 수 있습니다. 「궁궐의 우리나무」를 쓰신 박상진 선생님은 이 나무가 물가에서 (심지어는 청송 주산지에서와 같이 물속에서) 오래 살면서 그 습기 때문에 종종 등걸 안에 구명이 나기도 하는데 그 속에 작은 동물들이 들어가서 죽은 후에 발생한 인 때문에 종종 이 나무에서 밤에 푸른 불빛이 번쩍이던 이유 때문에 왕버들을 鬼柳 즉, 도깨비버들이라고 불렀다고 하는 이야기를 전하고 있습니다.
지난 7월5일 분당 탄천변의 왕버들 잎
2014년 11월15일 창녕 우포늪 왕버들의 우람한 모습
2015년 4월7일 방축천변 왕버들
버드나무는 물이 풍부한 곳이면 어디서 씨앗이 날아왔는지 저절로 자라면서 상당한 숲을 이루는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씨앗을 나르는 매체는 버들강아지가 익으면 겉에 생기는 솜털인데 이것이 씨앗을 머금은 채 봄바람을 타고 날아다니다가 떨어져 뿌리를 내리는 것이지요. 봄철에 대량으로 발생하는 이 버드나무 솜털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다행히 영향이 없어서 지난 2015년 봄 세종시에 근무할 때 연구청사 근처 금강변 버드나무숲에 들어가 물에 둥둥 떠다니는 버드나무 솜털을 사진 찍기도 했습니다. 물위에서는 살 수 없겠지만 물만 조금 빠지면 금방 뿌리를 내리고 재빨리 자라는 모습도 발견했습니다. 당시 세종시에 자는 날 저의 새벽 산책지로서 찾아내어 종종 다니던 고복저수지의 수위가 가뭄으로 급격히 낮아지자 그 사이에 저수지 바닥에서 자라기 시작한 버드나무처럼 말입니다.
2015년 4월30일 버드나무 군락지 부근에서 버드나무 솜털들이 금강에 떠다니는 모습
2015년 7월7일 세종시 고복저수지 바닥에서 자라기 시작한 버드나무들
버드나무와 관련하여 이른 봄에 연두 빛의 옷을 입는 모습을 보고 잎을 내밀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가까이 가서 살펴보면 꽃을 (암꽃과 수꽃을 구분하여) 피운 모습임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사실 버드나무가 일으키는 알러지는 바로 이 수꽃에서 바람에 날려 보내는 작은 꽃가루가 원인이 된다는 점을 잘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솜털이 날리기 전에 오히려 더 조심해야 한다는 말씀이지요.
2016년 4월2일 결혼식 참석차 갔던 서울대 버들골의 버드나무 모습과 피어나는 버드나무 수꽃들
<ifsPOST>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