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13) 한여름 짙은 녹음 사이로 빛나는 모감주나무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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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백합, 나리, 원추리를 싣고는 욕심을 부려 오늘 나무를 한 가지 더 소개하려고 합니다. 지금 나무들이 우거진 곳을 보면 거의 모든 나무들이 짙은 녹음으로 뒤덮여 있어 조금 무미건조해 보이기 일쑤입니다. 그런 짙은 녹음 사이에서 반짝이다시피하는 나무가 있습니다. 모감주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지금 한창 화려한 노란 꽃을 자신도 이미 짙게 만든 녹색 잎들 위로 피어올리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은 분들 중에는 이 나무의 다음 단계를 발견하는 분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 한창 시즌이 조금 지나는 순간이니까요.
6월25일 분당 탄천변 모감주나무 꽃 만개한 모습
7월5일 분당 탄천변 모감주나무 이미 꽃들이 열매화하고 있습니다.
모감주나무는 이름이 매우 묘합니다. 어딘지 모르게 한자 이름일 것 같은데 해당된 한자가 없습니다. 실은 ‘궁궐의 우리나무’라는 책을 쓰신 박상진 선생님의 말씀대로 이 나무의 원래 이름은 ‘묘감주’, 혹은 ‘묘각주’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옛 큰 스님 중에 묘각이란 분의 법이 높아서 이 분에게 많은 제자들과 신도들이 선물을 올리고 싶어 했는데, 그 선물 중에 최상으로 여겨진 것이 바로 이 나무의 단단한 열매로 만든 염주였다는 말씀이 전해져서 이 이름을 얻었다는 것이지요. 여하튼 이 나무는 매우 단단한 동그랗고 까만 열매를 맺는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이 나무를 꾸준히 관찰한 분들도 이 나무의 열매를 발견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 나무의 열매는 그 화려한 노란 꽃송이들이 진 후에 달리는 꽈리 모양의 열매 집 안쪽 벽에 세 개씩 달려 있어서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지요.
2015년 9월28일 분당 탄천변 모감주나무: 꽈리 열매가 흑갈색으로 익은 모습
모감주나무를 처음 발견했을 때 저는 이 나무의 잎 모양에도 반했습니다. 아카시아처럼 복엽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그 작은 잎 모양을 정성스럽게 단장을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체로 동그란 모양의 잎 가장자리에 작은 결각들을 만든 모습이 귀티가 나게 느껴집니다. 대부분의 복엽을 가진 나무들이 작은 잎 모양을 단순하게 만드는 것과는 다르다는 말씀이지요. 그렇지만 역시 이 나무의 진가는 6월 말 7월 초 경에 그 복엽구조 잎들 위로 수없이 꽃대를 내밀고는 참으로 풍성하게 많은 작은 노란 꽃들을 화려하게 피어낼 때 발휘됩니다. 누구나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이 나무에 반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모감주나무의 노란 작은 꽃들은 곤충들을 쉽게 끌어 모읍니다. 저는 이 나무 꽃의 사진을 찍다가 벌들과 만난 경험이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 곧 수정이 되어 버려서 그러는지 곧바로 노란 꽃잎들을 떨어뜨리게 되는데 그 꽃잎이 떨어진 바닥이 노랗게 변할 정도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영어로는 이 나무 이름을 황금비나무 (golden rain tree)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2018년 7월3일 익산 원광대학교 자연식물원 모감주나무 꽃 만개
모감주나무의 이 시절의 싱그러움을 높이 사서 그런지 저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세계 곳곳의 공원에서 이 나무를 발견한 바 있습니다. 운이 좋아서 몇 곳에서는 꽃이나 열매를 매단 모습들을 찍을 수 있었지요. 대표적인 곳으로 오스트리아 비엔나의 호프부르크 궁전 옆 공원과 중국 북경 영빈관인 조어대 내 정원 등을 들 수 있습니다.
2015년 6월29일 비엔나 출장시 산책한 호프부르크 왕궁 근처 공원의 모감주나무
2015년 8월24일 북경 조어대 내의 모감주나무 열매
우리나라에서도 공원, 정원, 산책로 등 많은 곳에 이 나무가 식재되어 있는 것을 보면 이 나무의 인기를 짐작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직 제가 못 가봐서 아쉽습니다만, 이 나무의 최대 자연 군락지는 충남 태안에 있는 안면도 바닷가라고 합니다. 저도 언젠가 이 나무의 꽃이 만발했을 때 이곳을 찾고 싶습니다.
이 나무는 지금 막 그 화려한 꽃을 떨구고 나서 신기하게도 그 무수했던 꽃을 피웠던 자리에 제법 큰 꽈리 모양의 열매집들을 매답니다. 꽃의 수와 비교해서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래도 제법 많은 수의 꽈리들이 매달립니다. 이 꽈리들이 9월경 흑갈색으로 익으면서 그 안에 숨어 있는 씨앗들도 (꽈리 하나마다 세 개씩) 까맣게 익어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이 꽈리 열매집과 그 안에 든 씨앗과의 이별이 아쉬운지 종종 그 다음해에도 그 꽈리들을 까맣게 매달고 있기도 합니다. 새 잎을 내밀 때에도 말입니다.
2015년 4월27일 분당 탄천변 모감주나무: 지난해 꽈리 열매가 가지 끝에 달린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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