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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12) 백합, 나리, 원추리 본문듣기

작성시간

  • 기사입력 2020년07월10일 17시03분
  • 최종수정 2020년07월10일 15시20분

작성자

  • 김도훈
  • 서강대 국제대학원 초빙교수, 전 산업연구원 원장

메타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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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

제가 ‘나무사랑 꽃이야기’라는 글을 쓰기 시작한 지도 두 달이 넘었습니다. 제 글을 꾸준히 읽어주시는 분들 사이에서 제가 ‘나무사랑’에 치우쳐 ‘꽃이야기’를 좀 소홀히 다루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습니다. 그래서 요즈음 자주 만나는 꽃 이야기를 한번 해 볼까 합니다.

요즈음 공원이나 산책로를 걷다가 심지어는 도심의 길거리에서도 심심찮게 만나는 꽃들이 바로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백합, 나리, 원추리입니다. 세 가지 꽃들은 각자 자기 집안 내에서도 조금 다른 많은 자매들을 거느리고 있지만, 크게 보아서 모두 백합과에 속하는 꽃들입니다. 우리 이름으로는 이 세 꽃이 각각 다른 이름으로 불리지만, 식물 분류로 보면 모두 한 집안인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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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30일 서울시청 근처 백합: 키큰 녀석과 키작은 녀석 두 종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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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5일 분당 탄천변 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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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5일 분당 아파트단지 원추리 

 

그러고 보면 세 꽃 모두 통꽃으로 피우는 꽃잎의 끝을 여섯 갈래 별 모양으로 갈라지게 만든 모습이 잘 닮아 있습니다. 한 집안답게. 영어로는 백합을 lily라 부르고, 참나리는 tiger lily, 원추리는 day lily라 부르는 것을 보면 우리보다 서양 사람들이 이 세 꽃들을 더욱 가깝게 생각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이렇게 저렇게 구분 짓기를 더 좋아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이 세 꽃들은 무더위가 한창 절정으로 치닫는 요즈음 곳곳에 피어서 피로하기 쉬운 우리의 정서에 청량감을 불어넣어 주는 고마운 역할을 합니다.

여러분들은 이 세 꽃 중에서 어느 꽃을 이 집안의 대표로 뽑고 싶으신지요? 저는 아무래도 우리 말 이름을 가진 ‘나리’에 끌리는데, 묘하게도 식물 분류상으로는 백합이 대표로 뽑혔습니다. 집안 이름이 백합과라는 말씀이지요.​ 

 

나리, 그 중에서도 참나리는 화려함에서는 백합에 뒤지지만 자태만은 참으로 곱습니다. 비전문가인 저는 왜 ‘나리’라는 이름이 이 식물군의 대표로 뽑히지 못했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우리말 이름이 주는 고운 이미지도 있는데 말입니다. 참나리는 나리들 중에서 가장 참된 녀석이란 뜻인 셈인데, 땅 밑에 있는 구근에서부터 위로 죽 벋어 올린 1m 전후의 줄기 주변에 잎들을 내민 모습도 매우 정돈되어 있고, 대체로 고개를 아래로 숙인 꽃의 모습이 약간 수줍어하는 이미지를 주는 점도 제 마음에 듭니다.  

 

줄기를 따라 촘촘하게 내민 잎들도 잘 정돈되어 있어 보기가 좋지요. 짙은 주황색으로 피는 참나리의 꽃잎은 끝에서 힘차게 뒤로 젖혀집니다. 이것도 이 꽃의 중요한 특징이지요. 그 주황색 꽃 전체에 조금 더 짙은 흑갈색 점들이 잔뜩 박혀 있는데 그래서 서양 사람들은 이 꽃에서 호랑이를 연상했나 봅니다. 참나리는 곳곳의 공원이나 정원, 캠퍼스, 주거단지 등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산자락, 바닷가 등의 자연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어 참으로 좋습니다. 

 

참나리는 번식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물론 땅 밑 구근이 가장 중요한 번식 수단이겠지만 예쁜 꽃이 핀 자리에 열매가 열리니 그것도 좋은 번식 수단이지요. 그런데 이 녀석은 한 가지 더 번식 수단을 가지고 있습니다. 줄기에 촘촘히 달려 있는 잎 사이에 까만 열매 같은 것이 달려 있는데, 살눈이라 불리는 이것을 심어도 참나리가 난다고 하니 참나리는 번식을 위한 포트폴리오도 잘 갖추고 있는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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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11일 대부도 끝 구봉도 산책로 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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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2일 낙산 해수욕장 인근 참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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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8월2일 속초 근처 휴휴암 해변가 절벽에 핀 참나리 군락 

 

나리라는 이름을 가진 꽃은 참으로 많습니다. 하늘나리, 땅나리, 중나리, 말나리 그리고 이 이름들에 다시 변종의 특성이 붙은 이름들까지요. 이 꽃들의 모습을 소개하는 것은 야생화를 찾아나선 분들이 조금 더 깊은 산중에서 찍은 좋은 사진들이 인터넷에 많이 유포되고 있으니 거기에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그런데 어제 (7월10일) 새벽 교통이 조금 불편하지만 오랜만에 찾은 광주시 문형산을 내려오다가 말나리를 만났습니다. 깊은 산중에서만 보는 꽃이라 생각했다가 가까운 곳에서 만나니 무척 반가왔지요. 자세히 들여다봤더니 이 꽃은 중간에 잎들이 줄기를 둘러싸고 돌아가면서 달리는 모습이 특이했습니다. 그 덕분에 다른 나리들의 모습도 다시 공부하게 되어 더욱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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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10일 광주시 문형산에서 만난 말나리 

 

백합, 이 꽃은 장미와 함께 꽃 세계의 대표 자리를 다툰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양 이름은 릴리인데, 프랑스에서 공부한 저는 베르사이유, 루브르, 그리고 루와르 강변에 있는 궁전들을 방문할 때마다 곳곳에 붙어 있는 이 꽃을 이미지화한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문장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이웃 영국에서 왕권을 놓고 싸운 전쟁을 장미전쟁이라 부르듯이 영국 왕가는 장미를 문장으로 삼았으니까, 그런 의미에서도 두 꽃은 사람들이 사랑한 대표적 꽃들이라 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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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7월10일 베르사이유궁전 왕 침대 위를 장식한 타피스리의 파란색 가운데 황금색 무늬 세 개가 백합 문장 

 

백합은 참나리와 거의 모든 모습이 닮아 있습니다. 꽃 부분만 제외하고 말입니다. 백합꽃은 때로는 화려하고 때로는 청초한 이미지를 주어서 화단을 가진 집에서는 많이들 가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물론 정원, 공원 등의 공공 화단을 장식하는 역할을 하는 것은 물론이구요. 우리 전통마을을 방문했을 때도 이 꽃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런 의미에서 백합은 동서양은 물론 시공을 초월하여 두루 사랑받는 꽃임에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이름에서는 흰색이 강조되어 있지만 백합은 다양한 색깔로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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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년 6월22일 경주 양동마을 백합: 께끗한 이미지의 대표 케이스로 기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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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22일 강릉 외곽 식당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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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1일 구례 화엄사 입구 백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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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8월19일 일본 대마도 일본 백합: 모습이 원추리에 가깝습니다. 

 

원추리, 저는 백합의 화려함에도 불구하고 이 꽃에 더 끌립니다. 특히 별다른 변종의 특성을 가미하지 않은 순수한 노란색 원추리에 말입니다. 인터넷의 텃밭백과에서 소개한 대로 우리나라에서 자생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요. (다른 사이트에서는 중국, 일본 등에서도 자생한다고 소개되고 있습니다.) 여하튼 백합이 盛裝을 한 왕가 공주의 모습이라면 원추리는 풋풋한 시골처녀 모습으로 다가옵니다. 뿌리에서 여러 갈래로 긴 잎을 내민 뒤 그 잎들 사이로 꽃대를 길게 뽑고는 몇 송이 꽃을 단 모습이 더욱 그런 이미지를 줍니다. 그 긴 잎이 어릴 때 나물로 먹기도 한다는데 저희 집에서는 인기가 없었습니다. 원추리는 공원 등에 심기도 하지만 산과 들, 강변 등 자연 어느 곳에서나 쉽게 만날 수 있어서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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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19일 장충단공원 원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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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11일 대부도 끝 구봉도 산책로 원추리: 저는 원추리의 대표적인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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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7월1일 남원 광한루원 연못가의 원추리 군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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