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훈의 나무 사랑 꽃 이야기(11) 아카시아와 혼동되는 나무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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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풀, 꽃 등의 식물들을 오랫동안 관찰해 오면서 저는 많은 주변 사람들과 SNS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고 있습니다. 주로 제가 다른 사람들이 새롭게 발견한 주변 식물들의 이름과 특징들을 알려주는 역할을 하고 있지만, 제가 알지 못하던 정보들을 알려주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저와 SNS로 교류하는 사람들 중에서 저의 나무 및 식물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이해하고, 나아가 본인들도 제법 깊은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 점이 저의 열정을 더욱 북돋아주곤 합니다. 그런 사람들 중에서는 아예 오프라인에서 저와 만나서 산이나 공원, 캠퍼스 등을 돌아보면서 이른바 ‘수목투어’를 하는 그룹도 생기고 있습니다. 그런 그룹에서는 이제는 자신들이 나무를 관찰하는 방법을 터득하여 나름대로 나무에 대한 지식을 높여가는 사람들도 있어서 저를 기쁘게 만들기도 합니다.
저의 그런 경험 가운데에서 많은 사람들을 가장 혼란스럽게 만들고 그 혼란을 제가 바로잡아 주었을 때 가장 큰 공감을 받는 경우가 바로 오늘 제가 소개하려는 ‘아카시아’와 혼동되는 나무들인 것 같습니다. ‘아카시아’는 많은 사람들이 쓰는 용어이고 우리가 즐겨 부르는 노랫말 속에도 사용되고 있어서 공식 이름인 것으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지만, 실은 ‘아카시아나무’의 공식 이름은 ‘아까시나무’입니다. 이 사실 자체에 모두들 놀라는 경우가 많은 것을 보면, 이 나무 이름의 공식 이름의 하나로 ‘아카시아’가 받아들여졌으면 하는 바램이 큽니다.
여하튼 아까시나무의 잎의 모양은 거의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잘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어릴 때 이 나무의 긴 잎을 하나 따서 (많은 분들이 가지라고 생각하지만, 실은 그 전체가 하나의 잎입니다.), 가위바위보 놀이를 하며 동그란 작은 잎들을 하나씩 따내던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이렇게 동그란 작은 잎들로 구성된 긴 아까시나무 잎의 구조를 기술적으로는 복엽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보는 느티나무, 벚나무 잎들은 단엽이라 부르지요.
그런데 이 아까시나무의 복엽과 매우 비슷한 모양의 복엽 구조를 가진 나무들이 우리 주변에 참으로 많아서 제법 나무를 안다는 사람들도 혼란에 빠뜨리곤 하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이 두려워 멀리 나가지 못하게 되자 강변이나 천변, 호숫가 등을 산책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아까시나무는 이런 산책로 주변에서도 흔히 발견되지요. 그런데 아까시나무가 뇌리에 깊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그 산책로 주변에서 자라는 다른 나무들을 아까시나무로 오인하는 사례가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례는 족제비싸리와 고삼입니다. 이 나무들의 잎모양은 참으로 아까시나무를 닮았습니다. 잎만 보여준다면 저도 구분해 내기가 어려울 정도이지요. 그래서 이런 곳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은 산책을 통한 운동 효과와 기분전환 효과일 것이므로 쓱 지나가면서 눈에 들어온 이 나무들을 아까시나무로 오인하는 것은 지극히 정상인 셈입니다. 그런데 가끔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이 이 나무들에서 이상한 꽃과 열매들이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당황하곤 하는 것 같습니다.
먼저 가장 첫 번째로 구분해야 할 점은 아까시나무가 (특히 산책로 주변에서 자라는 키가 작은 개체들은) 줄기에 제법 위협적인 가시를 달고 있는 데 비해, 다른 두 나무는 가시가 없다는 사실입니다. 이렇게 다른 점을 발견해 내기만 하는 사람들에게 저는 아낌없이 격려의 박수를 보내곤 합니다.
7월3일 용인 낙생저수지 아까시나무 어린 개체: 가시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아까시나무의 꽃은 보통 5월 초, 중순에 핍니다. 지나치게 강한 번식력 때문에 약간의 미움을 받는 이 나무가 진가를 발휘할 때이지요. 향기도 좋고 비교적 보기도 좋은 아까시나무의 꽃은 또한 최고의 蜜源 (꿀 채집) 대상이기도 하니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꿀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꽃이 지고 나면 그렇게 풍성하게 피었던 자리에 콩깍지를 닮은 꼬투리가 수없이 달리게 되지요. 아까시나무의 꼬투리는 볼품이 없는 납작한 흑갈색으로 익어가기 때문에 곧바로 그 인기는 하한가로 떨어지게 마련입니다. 특히 선조들의 묘지를 산자락에 모신 사람들에게 아까시나무는 귀찮기 짝이 없는 존재입니다. 그렇게 수많이 달렸던 꼬투리에서 튕겨져 나온 작은 씨앗들이 곳곳에 퍼져서 묘지 주변을 뒤덮기 일쑤이니까요. 제가 요즈음 다니는 수도권의 산들에는 종종 한전이 설치한 고압선 지지용 철탑들을 보게 되는데, 거의 대부분의 철탑 주변 4면에는 약 10m 정도 너비로 스트로브잣나무가 촘촘히 심어져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아마도 철탑들을 이런 아까시나무 등의 침범을 막기 위한 노력으로 보입니다.
2019년 5월10일 분당 탄천변 아까시나무
2016년 8월1일 인제자작나무길 입구 아까시나무 꼬투리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까시나무는 수변 산책로들에서도 종종 발견됩니다. 물론 제가 열심히 다니는 우리 주변 산 아래쪽의 등산로 주변에서도 많이 나타나지요.
그런 곳에서 마치 아까시나무와 경쟁하듯이 번식하고 있는 나무가 바로 족제비싸리입니다. 특히 수변 산책로들에서. 저의 나무 친구들의 반응에 의하면 이 나무가 아까시나무와 가장 많이혼동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잎모양과 적어도 수변에서 만나는 비교적 어린 아까시나무들과는 높이도 비슷하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늘 다니던 산책로에서 만나던 아까시나무 같던 나무에서 이상한 모양의 꽃이 피면서 (그것도 나무를 뒤덮듯이 지천으로) 사람들은 혼란을 겪게 되지요. “아카시아 변종인가?”, “외래종 아카시아인가?”, “혹시 병충해는 아닌가?” 등등의 의심이 꼬리를 물게 되지요. 그런 의문에 제가 그 나무는 족제비싸리라고 답을 하면, “싸리면 싸리지 왠 족제비인가?” 라는 의문을 제기하게 됩니다.
다행히 이 나무도 아까시나무와 비슷한 시기에 (조금 늦지만) 꽃을 피우니 그 꽃 모양을 보여주면 쉽게 수긍을 합니다. 족제비싸리의 꽃은 색깔도 모양도 족제비꼬리를 닮았으니까요. 냄새도 족제비 냄새가 난다고 하는데 족제비 냄새를 잘 모르는 저는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인 나무는 이런 수변에 사방공사를 한 후에 흙이 흘러내리지 않게 하려는 목적으로 심기 시작했다고 하니, 수변 산책로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족제비 꼬리를 닮은 꽃이 지고나면 그 자리에 수많은 작은 열매들이 매달리는데 이 녀석들은 잘 눈에 띄지 않아서 다시 ‘아카시아’로 오인되는 나무로 되돌아가곤 합니다.
5월31일 분당 율동공원 족제비싸리
2019년 5월18일 분당 탄천변 족제비싸리
2019년 10월26일 분당 탄천변 족제비싸리
족제비싸리만큼은 아니지만 고삼이란 식물도 종종 오인의 대상이 되곤 합니다. 위에서 말한 대로 복엽구조를 가진 그 잎 모양 때문이지요. 이 녀석도 5월 정도에 꽃을 피우는데 그 꽃 모양이 특이합니다. 풍성하게 몸을 덮은 잎 사이로 참으로 긴 꽃대를 비스듬히 벋어내고는 거기에 주머니 모양의 꽃을 일렬로 줄줄이 달고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지요. 이 녀석에 대해서는 그래도 “아하 내가 아카시아로 잘못 알았구나.”하는 반응이 다수인 것 같습니다. 조금 크기도 작고 워낙 특이하게 피워낸 꽃 모양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 꽃이 지고나면 꽃이 있던 자리마다 꼬투리가 생기고 열매가 맺게 되지요.
6월22일 남한산성 성곽길 고삼
2019년 6월5일 분당 탄천변 고삼
2019년 9월3일 분당 탄천변 고삼 꼬투리
특이한 점은 이 세 나무가 모두 콩과에 속한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는 세 나무 비교에만 한정했지만 ‘아카시아’와 혼동되는 나무들은 회화나무, 다릅나무, 주엽나무 등과 같은 교목들과, 땅비싸리, 낭아초 등의 작은 관목들 등 훨씬 많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의 숙제로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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