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를 망하게 하는 확실한 법칙-혼군 #16-1 : 전한前漢의 창읍왕 유하(BC92-BC52) <K>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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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군(昏君)의 사전적 정의는 ‘사리(事理)에 어둡고 어리석은 군주’다. 암주(暗主) 혹은 암군과 같은 말이다. 이렇게 정의하고 보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혼군의 숫자는 너무 많아져 오히려 혼군이라는 용어의 의미 자체를 흐려버릴 가능성이 높다. 역사를 통틀어 사리에 어둡지 않은 군주가 몇이나 될 것이며 어리석지 않은 군주가 몇 이나 되겠는가. 특히 집권세력들에 의해 어린 나이에 정략적으로 세워진 꼭두각시 군주의 경우에는 혼주가 아닌 경우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의 혼군 시리즈에서는, 첫째로 성년에 가까운 나이(17세) 이상에 군주가 된 사람으로서 군주의 역할이나 올바른 정치를 펴지 못한 군주로써 둘째로 결국 외부 세력에 의해 쫓겨나거나 혹은 제거되거나 혹은 돌연사 한 군주로써 끝으로 국가의 존립기반을 크게 망쳐 놓은 군주를 혼군이라고 정의하였다. |
<33> 창읍왕 유하가 황제위에 오르다(BC74)
마침내 창읍왕 유하를 부르는 서신이 도착했다. 밤 물시계가 일각을 채우지도 못할 때였으므로 불을 밝혀서 초빙문서를 읽어야 했다. 낮이 되어 창읍왕은 장안으로 출발해 오후 서너 시 경에 정도에 도착했다. 그 거리가 백 삼십 오리(54km)였으므로 따르는 사람과 말의 시체가 길에 널릴 정도였다.
왕길이 창읍왕에게 경계하는 서신을 올렸다.
“ 신이 듣기로는 은나라 23대 고종은
부모의 상을 당하여 상복을 벋기까지 3년 동안
일절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지금 대왕께서는 황제가 돌아가심에 따라 황제로 초빙받은 것이니
마땅히 주야로 곡을 하시고 슬픔과 비통한 눈물을 흘리셔야 하며
근신하셔서 나가는 일을 만드시면 안 됩니다.
대장군께서 인애하시고 용기와 지략이 있으시며
충성심과 믿음과 덕이 깊으신 것을 듣지 못하는 사람이 천하에 없습니다.
효무황제를 섬기기 20여 년 조그마한 잘못도 없으셨습니다.
그래서 선제(소제)께서 여러 군신을 놔두고
그에게 천하와 어린 고아(소제를 말함) 위탁하셨습니다.
대장군께서는 어린 군주를 강보에 껴안으시고
정치를 펼치고 교화를 펴시니 해내가 안연해 졌는데
비록 주나라 주공이나 이윤이라 할지라도
그보다 더 나을 것이 없습니다.
지금 황제께서 후사가 없이 돌아가셨으니
대장군께서는 오로지 종묘를 이을 후사만을 찾고 계시다가
대왕을 뽑으셔서 잇게 하셨으니
그 인자후덕하심을 어떻게 잴 수가 있겠습니까?
신은 원하옵건대 대왕께서
그를 중요하게 생각하시고 공경하시고
정사는 그에게만 물으시고
대왕께서는 오로지 팔짱만 끼고 남면하고 계서도 되겠습니다.
깊이 생각하시고 항상 유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대왕이 산동 제양에 도착했을 때 장명계(길게 우는 닭, 애완용 닭)을 구해 찾았고 길에서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지팡이를 샀다. 하남 영보를 지나면서는 시종을 시켜 옷을 싣는 수레에 마음에 드는 여자를 실어 나르게 하였다. 호 지방에 당도했을 때에 조정의 사신이 그 일을 가지고 사람을 시켜서 창읍의 수상 안락을 꾸짖게 하였다. 안락은 들어가서 공수에게 고해 바쳤고 공수는 유하에게 그런 일, 즉 여자를 수레에 실은 일이 사실인지를 물었다. 유하는 아니라고 잡아떼었다. 공수가 지적했다.
“ 즉시 없다고 하셨습니다만 어떻게 한 시종을 아끼시면서 거짓말을 하시고
의롭게 행동하는 것을 버리십니까? .
청컨대 관련 속리들을 잡아들여서
대왕의 죄를 깨끗이 씻으십시오.”
즉시 시종을 잡아들여 위사에게 넘겨주며 법대로 처분하라고 명했다. 유하가 패상에 도착하자 대홍려가 영접을 나왔고 승여로 바꿔 탔다. 낭중령 공수가 같이 수레에 올랐다.
광명 동도문에 왔을 때 공수가 말했다.
“ 예에 따르면 나라의 도읍을 바라보면서 큰 소리로 울어야만 합니다.
저 장안의 동곽문이 바로 그 장안의 문입니다.”
창읍완 유하가 이렇게 불평했다.
“ 내 목이 아파서 울 수가 없소.”
성문이 가까워오자 공수가 또 곡을 하기를 권했는데 왕은 이렇게 말했다.
“ 성문이나 곽문이나 같은 것이지.”
마침내 미앙동궁에 도달하자 공수가 다시 재촉했다.
“ 창읍국 장막은 이 궐 바깥 북쪽 길로 가면 있습니다.
아직 그곳에 다다르지는 않았으나 몇 발자국이면 가게 됩니다.
대왕께서는 수레에서 내리셔서
대궐의 서면을 향해 꿇어앉아
슬프게 곡을 하신 다음 그치십시오.“
유하는 허락하고 겉으로 곡하는 흉내만 냈다. 6월 1일 병인일에 유하는 황제의 옥새수를 인계받고 황제가 되었다. (BC74)
<34> 음난무도한 창읍왕이 한 달 만에 쫒겨나다.(BC74)
창읍왕 유하가 황제로 세워지고 나서도 음난한 장난질이 그치지 않았다. 창읍국에 관속들은 모두 장안으로 발탁되었고 급을 초월하여 승진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창읍국 재상 안락은 장락위위가 되었다. 공수가 안락을 보고서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 왕을 세워 천자가 되었는데
날로 교만이 넘치고 간언을 올려도 다시 들으려고 하지도 않구려.
지금 장례로 애통함이 끝난 것도 아닌데
매일 신하들과 어울려 술을 마시며 호랑이나 표범 싸움을 즐기고 계시고
가죽으로 씌운 마차를 타시고 동서로 분주하게 쏘다니시니
패악한 짓이 아닐 수 없구려.
옛 제도에는 관대함이 있어서 신하들은 몰래 숨고 나서지 않을 수 있었지만
지금은 빠지는 것이 불가능하여 거짓으로 미친 척하고
오로지 들킬까봐 걱정할 뿐이니 내 몸이 죽고 가족이 살육을 당한들 어쩌겠소.
그대는 폐하의 옛 재상이니 죽기를 각오하고 간쟁해야 할 것이오.“
유하가 파란 파리똥이 궁궐 서쪽 계단에 수북히 쌓이는 꿈을 꾸었는데 대 여섯 가마는 되어 보였고 기와지붕으로 덮여있었다. 왕이 무슨 꿈인지 물어보자 공수가 대답했다.
” 폐하, 시경에 이렇게 말하지 않았습니까.
“앵앵거리는 파란 파리가 울타리 위에 앉았고,
편안하고 공손한 군자는 참언을 믿지 않네.“
폐하의 왼쪽에 참언을 하는 부류가 널려있으니
이것이 다 파란 똥 같은 놈들입니다.
마땅히 선제께서 쓰셨던 대신들의 자제를 뽑아 올려
좌우 가까이 두셔야 합니다.
창읍 옛 신하들을 냉정하게 끊지 못하시고
아첨과 참소를 믿고 따르시다가는 큰 불행을 겪으실 것입니다.
원컨대 화를 바꾸어 복이 되게 하시려면
모두 방출하십시오. 신이 먼저 방출되겠습니다.”
왕은 듣지 않았다. 대장군은 걱정이 가득했다. 고민 끝에 평소 친하던 옛 신료 대사농 전연년에게 어찌해야 할지 물었다. 전연년이 단호하게 말했다.
“ 대장군은 나라의 기둥이오.
창읍왕이 이미 부족하다고 판단하셨으면
어찌 태후에게 건의하셔서 다시 현명한 사람을 뽑지 않으시오?”
곽광이 말했다.
“ 지금 그리 하고 싶지만
과거에 그리한 적이 없었던 것 아닌가요?”
전연년이 대답했다.
“ 이윤이 은나라 재상이 되었을 때
종묘 안정을 위해 태갑을 폐했었는데
후세에 그의 충정을 높이 칭송하지 않았소.
만약 장군께서 그렇게 하시기만 한다면
이 역시 한나라의 이윤이 되시는 것이오.”
곽광은 그를 급사중으로 끌어 들이고 몰래 거기장군 장안세와 함께 계획을 세웠다.
<35> 하후승의 경고(BC 74)
왕이 놀이를 나가려고 문을 나서는데 광록대부 하후승이 왕의 승여 앞에서 통열히 간언을 올렸다.
“ 하늘은 오랫동안 비를 내리지 않는 것을 보니
신하들 중에 음모가 있는 듯합니다.
폐하께서 나가시려하는 것은 무엇을 하자는 것입니까?”
왕은 도모하려는 음모가 있다는 요망한 말 매우 기분이 언짢았다. 당장 그를 옥에 가두었다. 관리가 그 사실을 곽광에게 보고했는데 곽광은 하후승에게 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그리고 거사의 계획이 새어나간 것으로 생각하고 장안세를 나무랐다. 그러나 장안세로부터 말이 새어나간 것이 아님을 확인하자 하후승을 불러 알게 된 연유를 물었다. 하후승이 대답했다.
“ 홍범전이라는 옛 책에 이렇게 씌여 있습니다.
‘ 황제가 똑바르지 못하면 날이 항상 어두우며
밑의 사람이 윗사람을 해치는 일이 벌어질 때다.’
그대로 말씀드리기가 어려워서 그냥
‘ 신하들 중에 음모가 있는 듯합니다.’ 라고만 했습니다. ”
곽광과 장안세는 홍범전이라는 책의 내용과 하후승의 말에 전율을 느낄 정도로 오싹했다. 그 일 이후로 경술사들을 더욱 높이 대우하고 중요하게 생각했다. 시중 부가 또한 여러 번 간언을 올렸지만 하후승과 같이 옥에 갇히는 신세가 될 뿐이었다. 곽광과 장안세는 이미 의논을 확정 지은 터라 전연년을 승상 양창에게 보내 그 사실을 알렸다. 양창은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여 할 말을 잃었다. 식은 땀이 솟아 등을 적시고 그저 그렇군요 그렇군요 라는 말만 반복할 뿐이었다. 전연년이 일어나 옷을 갈아입을 때 양창의 부인이 서둘러 남편에게로 가서 말했다.
“ 이일은 국가의 대사입니다.
지금 대장군의 계획이 이미 확정되어
아홉 명의 경들로 하여금 당신께 보고하게 하셨으니
만약 당신이 대장군과 같은 편이라고 하시지 않으면
미적거린다고 판단하시고 누구보다 먼저 주살될 것입니다.”
전연년이 다시 옷을 입고 나설 참에 양창의 부인이 전연년이 있는 곳에서 허락하는 말을 했다.
“ 대장군의 교령을 높이 받들기를 청합니다.”
이로써 승상 양창은 대장군 곽광의 계획에 동참한 셈이 되었다.
곽광은 감사의 말씀을 올렸다.
“ 구경께서 곽광을 책망하시는 것은 옳습니다.
다만 천하가 매우 흉흉하고 불안하니
저 스스로 환난을 감당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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