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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가상자산에 효율적 대응을 위한 9개 항목의 방침' 제시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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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3월03일 11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03월04일 14시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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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MF 집행이사회(Executive Board)는 IMF 전문가들이 완성한 “가상자산에 대한 효율적 방침 요소들(Elements of Effective Policies for Crypto Assets; IMF Policy Paper)” 보고서에 대한 검토 결과를 공표했다. 동 이사회는 ‘이 보고서는 가상자산 생태계에 대한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해야 할 시의성 및 중요성(timeliness and importance)을 강조했다’고 평가하고, 회원국들에게 이와 관련한 적절한 지남(指南)을 제공할 것을 기대했다. 동시에, ‘포괄적 규제’를 중시하는 입장인 회원국들에 효율적인 정책 체계를 수립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좋은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이 보고서는 최근 일부 대형 거래소를 비롯한 생태계 참가 주체들 파탄 사태가 빈발하는 것을 감안하면 가상자산 문제가 각국의 핵심 정책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가상자산 확대에 따라 통화정책 효율성 저해, 자금 규제 우회라는 재무 리스크를 악화시킬 가능성을 우려했다. 또한, 각국은 ‘통화 주권(monetary sovereignty)’ 및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가상자산에 ‘공식 통화(official currency)’ 혹은 ‘법정 통화(legal tender)’의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권고했다. 

 

아래에, 이번에 공표된 IMF의 가상자산 대응 관련 정책 보고서가 회원국들이 향후 가상자산에 대한 ‘포괄적이고, 일관성 있고, 조화된’ 규제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상정하고 제시한 9개 항목의 내용을 요약한다. 아울러, 이런 내용들을 배경으로, 앞으로 가상자산 시장 규제 방침을 수립해야 할 우리 정부 당국이 참고할 만한 해외 주요국의 가상자산 대응과 관련한 최근 동향도 살펴본다.

* 주; 여기서 ‘가상자산(Crypto Assets)’이라는 용어는 ‘가상화폐(Cryptocurrency)’, 혹은 ‘암호화폐(동)’를 포함하거나 서로 같은 개념인 것으로 사용한다.  

 

■ “가상자산 시장 대응에 ‘엄격한 금지(strict ban)’가 최선은 아냐”  

 

이번에 IMF 전문가들이 작성하고 집행이사회(Executive Board)가 검토한 가상자산 대응 방침 보고서는 우선, 가상자산이 세상에 출현한 지 이미 10수년이 경과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실질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글로벌 이슈로 등장한 것은 지극히 최근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 보고서를 계기로 각 회원국들이 ‘포괄적이고(comprehensive), 일관성 있는(consistent), 조화로운(coordinated)’ 대응책을 수립하는데 유용할 지침을 제시하는 데에 가장 큰 초점을 두고 있다. 

 

우선, IMF 집행이사회는, 당초부터 가상자산을 통해 얻을 것으로 주장되는 잠재적 이점들은 아직 현실화되지 않고 있는 반면, 현실적으로 통화정책 효율성과 관련한 거시경제적 리스크, 자금 흐름 변동성 및 재정 안정성 등에 중대 리스크들이 대두되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 건전성, 법적 리스크, 소비자 보호, 시장 건전성과 관련해서 심각한 우려도 표명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번 보고서가 제시하는 규제의 구도 및 내용들을 폭넓게 환영한다고 밝혔다.

 

IMF 집행이사회는 지금이라도 회원국들이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 및 활동에 대한 규제를 포함해서 ‘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등 국제기구들이 제시한 규제 기준을 실제로 도입하는 등, 포괄적인 규제안을 마련,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가상자산과 관련한 정부의 우발적 부담 등 재정 리스크도 충분히 공개되어야 하고, 이와 관련한 조세 제도의 적용 가능성도 명확히 밝힐 것을 강조했다. 

 

최근 FTX Trading 등 가상자산 거래소의 잇단 파탄을 비롯해서 Terra/Luna 등 일부 가상자산 종목의 붕락 등, 시장 참가자들의 파탄 사례들을 감안해 보면, 이제 가상자산 생태계에 대한 효율적인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노력은 각국의 최우선적인 핵심 정책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가상자산이 비록 지금은 침체에 빠져 있기는 해도, 앞으로 계속 변신이 예상되고 있어, 각국이 ‘아무런 대응 조치를 하지 않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Doing nothing is untenable as crypto assets may continue to evolve despite the current downturn)’ 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주목을 끄는 것은, IMF 집행이사회는 가상자산 시장을 ‘엄격하게 금지하는(strict ban)’ 조치는 최선의 정책이 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대신, 각국의 정책 목표 및 당면한 능력의 한계 등 상황을 감안해서 우선 순위를 정한 ‘부분적 타겟에 대한 제한 조치’는 취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확정하는 것이 정책 수립에 선결 조건”  


이 보고서는 국제 사회에 아직 가상자산에 대한 통일된 정의나 체계적 분류가 없으나, ‘가상자산’이란, 인터넷, 첨단 암호화 기술(advances cryptography)이 적용되며 분산원장기술(DLT) 등이 기술적 해법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파악하고 있다. 이 네트워크는 가상자산을 통한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주체들의 개별적인 거래 내역, 보유 현황, 신분 정보 등을 시계열적으로 표준화된 방식으로 기록하는 것이다. 

 

또한, 지금까지 출현한 가상자산들을 ① 기초자산이 없는 토큰(Bitcoin, Ethereum 등), ② 법정통화와 연계된 토큰(USD Stablecoins 등), ③ 기타 토큰(Utility, Security 토큰 등) 3 가지 부류로 구분했다. 이들에 공통되는 개념으로는 “분산원장 기술로 보장되고 전개되는, 가치를 암호화하여 대표하는 다양한 산출물” 이라고 정의했다. 이런 기초 개념 정립을 바탕으로 각국은 이에 대응하는 접근법으로, 규제, 감시, 감독, 세금 부과 등 수단을 다양한 형태로 조합해서 대비하고 있다고 소개한다. 

 

아울러, 아직 가상자산에 대해 일반적으로 받아들이는 정의는 없으나, 이들을 취급하는 데 고려할 핵심 과제는 특정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를 위한 고려 사항으로는, 첫째; 거래 당사자 간 권리/의무 관계의 예측가능성 및 이행강제성 측면에서 사법(私法; private law) 특성을 감안할 것, 둘째; 가상자산을 기존 감독 시스템으로 규제하기 위해 금융법(financial law) 영역으로 분류할 것, 셋째; 세금을 부과하는 문제는 각 가상자산의 특성에 따를 것, 등을 권고한다. 

 

가상자산을 사법 영역으로 분류하는 경우에는 가상자산의 설계 및 계약 내용에 따라 다양한 형태가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중요한 것은 가상자산을 통상적인 재산(property)으로 분류할 지, 개인 청구권(personal claims)으로 분류할 지, 아니면 특별자산(sui-generis assets)으로 분류할 지, 등이다. 핵심 사안은 가상자산이 재산으로 인정되고 소유권이 보장될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또한, 금융법 영역으로 분류하는 경우에도 문제는 있다. 즉, 예금, e-Money, 지급수단, 증권 등 다른 금융 수단처럼 기존의 금융 관련 법률 체계로 들어갈 수 있으나, 이는 자산의 형태, 사법 상의 특성, 설계 내용, 사용 목적 등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 “가상자산과 관련해서 ‘표방하는 이득’ vs ‘잠재적 리스크’ 요인들”  


2009년 1월 역사상 처음으로 ‘Bitcoin’이라는 가상자산이 세상에 출현했을 때부터 많은 찬/반 논란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IMF 보고서도 서두에 가상자산의 도입 및 거래와 관련해서 가상자산 옹호론자들이 ‘표방하는 이득’과 반대론자들이 주장하고 있는 ‘잠재적 리스크 요인’에 대해 상세하게 정리하고 있다. 

먼저, 이 보고서가 소개한 가상자산을 통해 기대되는 이득은 ‘지급 결제 업무 효율 개선’, ‘거래 투명성 확보’, ‘금융 서비스 영역 확장’ 등을 들고 있다. 그러나, 이 장점들은 가상자산 설계를 개선함으로써 점차 개선되고 있다고는 하나, 현재로서는 빈약한 수준에 그친다. 그러나, 가상자산이 그 자체의 ‘내재적 가치(intrinsic value)’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기반이 되는 기술 혁신이 꾸준히 지속됨에 따라, 예를 들어 ‘스마트 계약’ 등, 사회에 유익한 가치를 가져오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 보고서가 보다 구체적으로 예시한 이점들은 ① 중앙집중식 금융 중개 시스템에 비해 신속, 저렴한 지급/결제가 가능하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분산원장(DLT)에 기반한 거래 과정에 ‘인증자(validator)’라는 또 다른 중개자가 개입하게 되어 비용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반론이 제기된다. ② ‘오픈 DLT’ 기술 기반에 의존하는 점에서 잠재적으로 민간 부문에 새로운 금융 서비스를 창조하는 등, 금융 혁신을 촉진할 것. ③ DLT 과정에서 다중의 거래 기록이 복사되는 점에서 중앙집중식 시스템에 비해 절차적 회복력을 증가시킬 것. ④ 오픈 DLT 기반인 점에서 투명성, 거래 추적 가능성이 우월하다는 것. 그리고, ⑤ 은행들이 미치지 못하는 범위까지 금융 서비스 제공을 확장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요하면, 기대 이득은 대체로 DLT의 우월성에 따른 것이지 가상자산 고유한 장점은 아니라는 점이다.   

 

반면, 가상자산 거래에는 거시경제적 리스크, 법률적 리스크, 금융 안정성 리스크 등, 중대한 리스크 요인들이 존재한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가상자산이라는 기술적 속성(예들 들면 ‘DLT’)에 태생적으로 내재하는 리스크 요인들이 있고, 다른 요인들은 정책 수립 및 실행과 관련된 리스크 요인들이다. 특히, 일부 리스크는 모든 나라에 해당하기보다는 특정 국가의 고유한 환경에 따른 문제들이기도 하다. 

가상자산과 관련된 구체적인 잠재적 리스크 요인들은, ① 거시경제적 측면에서, 통화정책 효율성을 저해할 가능성, 자금 흐름의 규모 및 변동성 확대 가능성, 자금 흐름 변동에 대응할 수단(CFMs)의 효율성이 침해될 가능성, 가상자산의 급속한 확산으로 국제 통화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재정(fiscal) 정책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 등을 열거한다. ② 금융 안정 측면에서, 기초자산이 없는 토큰이나 신뢰가 낮은 자산이 백업하는 Stablecoins 등의 경우에, 금융 안정성이 저해될 가능성이 있고, 일부 가상자산은 생태계 지배구조에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 건전성 측면에서도, ③ 가상자산이 기본적으로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는 점에서, 사기, 절도, 탈세, 테러 자금 등 형사 범죄의 유인(誘因)을 높일 수 있어 금융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크다. ④ 가상자산들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나 기존 법률 체계를 적용하는 문제에서 불확실성을 높인다는 점에서 법률적 리스크도 지적되고 있다. ⑤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가상자산에 내재된 리스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소비자 및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리스크도 있다. ⑥ 시장의 건전성 측면에서도, 적정 규모가 확보되지 않은 허가되지 않은 가상자산 거래의 경우에, 시장 혼잡, 거래 비용 급증 등이 야기될 수 있다. 이와 함께, 거래 조작(造作) 가능성에 따라 사기 등이 빈발, 시장의 건전성을 해칠 우려도 크다.        

 

■ IMF 보고서, 회원국들에 9개 항목에 걸친 규제 정책 방안을 제시  

 

이상에 소개한 제반 사항들을 감안해서, 이 보고서는 IMF 회원국들에게 가상자산 리스크 요인들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는 동시에, 잠재적 이득을 활용하는 정책을 수립하는 데 참고가 될 만한 9개 항목의 정책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다. 처음 3개 항목은 통화, 자금 이동, 재정 등 거시금융 리스크에 관련된 것들이고, 다음 3개 항목은 국내 차원의 법적 확실성, 소비자 및 투자자 보호, 금융 시스템 안정성 및 건전성, 시장 건전성 및 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다. 마지막 3개 항목은 국제 협력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기초자산이 없는 가상자산 및 Stablecoins 등의 치외법권적(extra-territorial) 속성을 감안한 글로벌 협력, 협업 중요성을 강조한다. 

 

<거시금융 리스크 관련​>

▲ 통화 주권 및 안정성의 확립; 건실한 통화정책 체계(framework)의 투명성 및 일관성을 유지하고, 신뢰성이 높은 제도 및 구도를 강화하는 것은 일국의 통화 주권 및 안정성을 확립하기 위한 제일 요건이다. 이를 위해, 가상자산에 대해 ‘공식 통화’ 혹은 ‘법정통화’ 지위를 부여하는 것은 배제할 것을 제안하고 있음   

▲​ 과도한 자금흐름 변동성 방지; 정책담당자들은 가상자산 도입이 야기할 자금 흐름 관리 수단(CFMs)에 미칠 영향을 면밀하게 관찰하고, 국제금융의 ‘불가능의 삼각정리(impossible trinity)’를 감안해서 환율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할 것       

▲​ 재정(fiscal) 리스크 공개 및 과세 명확성 유지; 정부의 재정 운용과 관련한 금융 부문에서의 리스크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하고, 수량화하고, 공시하는 등을 통해, 이들이 정부의 재정 운용에 미칠 리스크를 시의적절하게 관리할 것 

 

<안정성·건전성 및 경쟁력 확보​ 관련>

 

▲ 가상자산의 ‘법적’ 지위를 명확히 확립; 특정한 목표를 정해 놓고, 법적 개혁을 통해 사법(私法) 체계를 현대화하고, 가상자산에 대한 금융법(金融法) 상의 대응을 명확히 규정할 것, 그리고, 가상자산 거래 관련 과세 리스크를 해소할 것 

▲​ 모든 시장 참가자들의 건전성, 행위, 감시 제도 수립, 시행; 가상자산의 예치, 수탁, 양도, 교환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들에 대해 허가, 등록제 등이 바람직함. 가상자산을 ‘전면 금지’하는 방식보다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좋다는 제안이다. 지금까지 형성된 가상자산 관련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 시행할 것     

▲​ 정부 내 각 부문 간 협조 하에 공동 모니터링 제도 시행; 가상자산 생태계의 동향을 모니터링하는 체제를 구축하고 실행하는 데는 정부 각 부문 간 합동 모니터링 시스템 확립이 첫걸음. 정부는 이런 협업 체제를 통해 경제 전반에 걸친 거시경제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면서 모니터링 체제를 항시 개선할 것   

 

<글로벌 협력·협업 관련>

▲​ 규제 관련 국제 협업 체제 구축; 가상자산 생태계가 국경을 초월해서 거래되는 특성을 가진 점에서, 한 국가 차원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도 국제적 협업 체제 구축은 필수적. 특히, 자금세탁 및 불법 자금 거래를 방지하기 위해 해외에 법적 주소를 둔 국내 서비스 제공자들에 대한 규제도 포함할 것. 현재 시행 중인 양자 간 협약 체제가 확대 적용되는 것도 바람직할 것   

▲​ 국제통화제도(IMS) 안정성에 대한 모니터링 개선; 각국의 정책 입안자들은 복잡한 글로벌 환경 하에서 가상자산이 주는 ‘도전’과 ‘기회’에 더욱 유효하게 대응할 것이 긴요. 이런 노력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제통화시스템(IMS) 하에서의 가상자산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 특히, IMS 하에서 국제 자금 이동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결과에 따라 적절히 대응할 것이 필요    

▲​ 국가 간 지급/결제의 ‘디지털 인프라’ 개선을 위한 글로벌 협력 강화; 디지털 기술 발전의 결실을 가상자산에 대한 효율적 정책 수립에 적용할 것. 특히, 국가 간 자금 이동 거래에서 발생하는 높은 수수료, 거래 지연, 투명성 결여, 접근성 제한 등의 문제 해결이 필요. 공적 부문은 훌륭한 정책 체계를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국가 간 거래 향상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도 노력할 필요       

 

■ “전면 금지(blanket ban)보다 ‘포괄적 규제’가 현실적으로 유리”  


이번 IMF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할 점은, 가상자산에 대응하는 각국의 정책 스탠스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반대론자들이 강력히 주장하고 있고, 중국 등 일부 국가가 단행했던 ‘전면 금지(blanket ban)’ 보다는, 보다 유연한 형식의 ‘포괄적인 규제(comprehensive regulation)’ 스탠스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대응 방식이라고 권고하는 점이다. 이는 대조되는 두 대안적 시장 규제 방식에 따른 이해득실을 비교해서 결론을 내린 현실적 대안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가치가 있어 보인다. 

 

우선, 일체의 가상자산의 채굴, 거래 등을 ‘전면 금지’하는 강력한 스탠스를 취할 경우에는, 본래 불확실성이 큰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급속히 진화하는 금융 혁신 노력을 억압할 수가 있다. 또한, 이와 관련한 불법 활동이 수면 아래로 숨어들게 하는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판단에 근거한다. 따라서, 전면 금지보다 포괄적인 규제 시스템을 통해 혁신 노력을 허용하는 것이 정책 담당자들로 하여금 잠재적 이득을 감지하고 리스크를 보다 효율적으로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또한, ‘전면 금지’ 정책은 시행에 많은 비용이 소요될 뿐 아니라 이러한 규제를 우회할 동기를 제공하게 된다는 우려도 있다. 이는 잠재적으로 금융 안정성에 리스크를 높이는 것이 된다. 한편으로, 대규모 자금 유출 가능성도 커지는 것이다. 따라서, ‘전면 금지’ 경우보다는 ‘포괄적 규제’의 경우에 합법적 시장이 제공되고 있어서 ‘불법’ 자산과 ‘합법’ 자산 간의 대체가 용이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만일, 합법적 시장에 불법적 자산을 대체할 기회가 충분하게 존재하지 않을 경우에는, 소비자들은 높은 비용을 치르면서도 불법 시장으로 옮겨갈 유인을 느끼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포괄적 규제’의 경우에도 불법 행위를 조장할 수 있는 높은 익명성 등의 가상자산 특성에 실효적으로 대처할 장치를 마련하는 게 필요하다. 이에 더해, 시장 규제에서도, 예를 들면, 가격 급(急)변동 및 사이버 공격 등에 따른 피해 가능성 등, 가상자산의 거래 및 보유에 따라 부담하게 되는 리스크를 고려해서 소비자들을 보호할 대안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정부 당국이 보다 많은 시장 정보를 제공하고 적절한 경고를 발령하는 것도 유용하다. 

 

한편, 일국에 대규모 자금 유출 우려가 커지거나, 심각한 통화 대체 현상이 일어나거나,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자금세탁 및 테러 자금 지원 우려 등, 특정 리스크가 실재하는 경우에는 특성에 적합한 상품을 표적으로 ‘제한(restriction)’ 조치를 도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외에, ‘가상자산 파생상품’ 등 특정 금융상품을 촉진하기 위한 이벤트를 위해 제한적인 규제를 도입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시적인 제한 조치를 시행하는 것이 거시경제 및 금융 리스크에 대응하는 일선 현장의 정책 수단인 거시경제 정책 혹은 신뢰할 제도를 대체할 수는 없는 것이다.                   

 

■ 각국, 가상자산 규제 강화 움직임, 업계 실적 급감, 리스크 급상승 


한편, 주요국 정부 당국이 암호화폐를 포함한 가상자산에 대처하는 최근 동향을 살펴보면, 그 동안 ‘느슨한 대응’ 자세에서 벗어나 점차 규제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는 것으로 감지된다. 우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최근, 기관투자자들의 암호화폐 자산을 수탁하는 보관 사업자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새로운 규칙을 결정했다. 이들에 대해 회계감사를 의무화하는 한편, 혹시 도산하는 경우에 투자자들 자산이 온전하게 반환될 수 있도록 철저히 구분 관리하도록 한 것이다.

 

그간, Coinbase Global 등 가상자산 수탁 업무를 취급하는 사업자들은 美 SEC의 현행 규정 상, 가상자산이 유가증권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규제 범위 밖에 있었다. 그러나, 이번 SEC 결정에서 구분 관리 대상을 ‘모든’ 고객자산으로 확대함으로써 가상자산도 규제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참고로, 금융 자산을 수탁하는 업무(custody)를 담당하는 은행 등 사업자들은 고객인 기관투자자들로부터 수탁한 자산 및 유가증권을 자사 자산과 구분 관리하도록 규정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또한, 미 SEC는 최근, 2022년 5월에 파탄된 암호화폐 Terra/USD 운영회사인 한국 법인 Terraform Labs와 창업자 겸 CEO 권도형을 뉴욕주 연방 법원에 제소했다고 발표했다. 권 씨는 무담보형 알고리즘 기반의 Stablecoin 암호화폐 Terra의 가격을 끌어올려 투자자들을 모집했으나, 그 후 Bitcoin 등 암호화폐 가격이 폭락하자 알고리즘이 작동하지 않게 되어 투자자들에 막대한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외에도,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 Binance사가 발행한 Stablecoin인 Binance USD 관련 기업들에 대해서도 투자자 보호법 위반 혐의로 제소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 SEC의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가치 안정에 의문이 드는 Stablecoins에 대한 점차 포위망을 좁혀가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Binance사 쟈오(C. P. Zhao; 중국인) CEO는 ‘미국 법원이 BUSD 암호화폐를 ‘유가증권’으로 판단하는 경우에는 암호화폐 업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것’ 이라며 경계하고 있다. 

 

한편, 2022년 11월 파탄된 대형 암호화폐 교환소 FTX Trading사 창업자인 뱅크맨 프리드(Sam Bankman Freed) CEO도 FTX 고객 및 투자자들을 상대로 사기를 저지른 혐의로 이미 기소됐고, 이번에 은행들을 속인 혐의를 추가해서 총 12가지의 범죄 혐의로 기소될 처지에 놓여있다. 뱅크맨 프리드 CEO는 미국 정계의 유력 고위층 인사들에 수천만 달러에 달하는 거액 헌금(獻金)을 제공하는 수법으로 포섭한 뒤, 이들의 영향력을 과시하면서 거액의 자금을 끌어 모은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가상자산 업계에 대형 스캔들이 빈발하는 가운데, 최근 美 연준(FRB), 통화감독국(OCC),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등이 합동으로 은행 등 금융기업들에 대해 가상자산(암호화폐) 기업들이 예치한 예금 동향이 은행 유동성에 미칠 리스크를 적극 감시, 관리하도록 주의를 환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고객 자금 인출 사태에 직면할 수 있는 가상자산 관련 기업들의 예금 잔액이 급격히 감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FTX 사태 당시에도 가상자산 거래와 관련해 주의를 환기한 적이 있으나, 은행들 자금 관리에 직결되는 유동성 리스크를 염두에 두고 가상자산과 관련된 대출 자산 가치 평가를 강화하는 의도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보도된 바로는, 미 암호화폐 업계 최대 기업으로 알려지는 Coinbase Global사의 2022년 Q4 최종 손익이 5억5,7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개 사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최근 가상화폐 거래 감소가 가장 큰 적자 요인으로 알려진다. 이 회사는 이미 지난 1월에 총 직원의 20%를 삭감한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동업 기업인 FTX 파탄 이후 가상자산 시장 위축으로 인한 수익 급감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으로 보인다. (이상 Nikkei)

 

■ “가상자산 리스크 전염 확산 중, 정부의 신속 대응이 절실한 상황”  


이미 많이 알려진 일이지만, 가상자산(암호화폐) 시장에 이상 징후가 나타난 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이에 더해, 최근 들어 대형 플랫폼 기업들이 잇따라 도산하자 국제 사회에는 원천적으로 기초적 보호 수단이 없는 가상자산 거래에서 발생하는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더욱 높아지는 실정이다. 실제로, 가상자산 시장 동향을 보더라도, 시장 가치 손실은 이미 재앙적 상황에 마침표를 찍는 모습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이 작년 11월에 발표한 통계로는, 암호화폐 시장 최대 종목인 Bitcoin의 시장 가치가 2021년 후반에 정점을 기록한 이후, 지금까지 거의 2/3가 폭락했고,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3/4 정도가 투자 손실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징적인 것은, Bitcoin 가격이 Covid-19 대유행 사태 동안에 급격히 상승했으나, 그 후 줄곧 폭락해서 지금까지 상승분의 3/4 정도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알려지던 Stablecoins 종목들은 물론, 가상자산 투자 전문인 헤지 펀드 및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줄줄이 파탄을 맞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시장 건전성 및 이용자 보호와 관련한 우려가 심각하게 높아지는 실정이다. 그 뿐만 아니라, 그간 가상자산 분야가 정통 금융 시스템과의 연계를 심화 시켜 왔다는 점에서, 시스템적 리스크(systemic risk) 및 금융 안정성 우려마저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가상자산 가치가 급등락을 거듭함에 따라 당연히 시장 리스크가 고조되고, 그만큼 금융 규제, 감시를 강화할 필요성은 절실해지고 있다. 특히, 쉽게 국경을 넘나들며 거래되는 가상자산의 특성 상, 각국이 일관성 있게 시행할 글로벌 스탠다드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한 상황이다. 아직, 글로벌 금융 시스템 차원에서 ‘리스크’ 단계는 아니라고는 하나, 일부 신흥국에서는 이미 개인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을 대거 보유하면서 자국통화 자산을 Stablecoins으로 바꾸는 통화대체(currency substitution)가 일어나고 있다. 동시에, 거래소나 자본 규제를 우회하거나 자본 유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궁극적으로, 통화 주권 혹은 금융 안정성에 대한 위협이 커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해당국들은 국내 통화 및 금융 시스템 개선을 서둘러 이런 ‘가상자산화(Cryptoization)’의 근본 원인에 대응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선진국들도 기관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고수익 유인에 이끌려 Stablecoins의 보유가 증가하고 있어, 금융 안정성의 취약성을 더해가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하면, 각 선진국 감독 당국들도 금융 혁신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방향으로 가상자산으로부터 야기되는 리스크에 대응할 필요성이 높아지는 위급 상황이다. IMF는 이전부터 이런 상황을 감안해서, 5개 핵심 사안을 권고해 오고 있다.

첫째; 가상자산 서비스 제공자들을 허가제 및 등록제로 할 것, 둘째; 복수의 기능을 수행하는 주체들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건전성 조건을 부과할 것, 셋째; Stablecoin 발행자들은 엄격한 건전성 조건을 충족하도록 관리할 것, 넷째; 규제 대상 금융기관들에 대해 가상자산 리스크 노출과 관련해서 명확한 조건을 부과할 것, 다섯째; 글로벌 차원에서 공통적으로 적용 가능한 포괄적 규제 및 감독 방안을 마련할 것, 등이다. 

 

이렇게 국제적 협력 체제 구축이 절실한 상황임에도, 실제로는 국제 사회에 좀처럼 협조 분위기가 조성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인도에서 열렸던 ‘G20 재무장관 및 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FTX 사태를 계기로 글로벌 협력 체제 구축을 위해 중점적으로 논의했으나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G20 회의 주최국 인도는 ‘통화 주권’ 보호를 위해 ‘전면’ 금지를 염두에 두고, 국제 사회의 합의를 도출해서 가상화폐 규제 강화를 기도했으나, 입장이 다른 선진국들의 반대로 결국 합의가 무산됐다. 

 

최근 발행된 IMF의 다른 보고서들도 각국이 가상자산에 대해 기존 규제의 틀을 적용하기에도, 새로운 규제 룰을 제정하기에도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한다. 가상자산 세계가 빠르게 진화하고 있기도 하고, 가상자산이 단지 전자 코드로 저장된 사이버 기록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당국이 무수한 시장 플레이어들을 뒤따라가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특징에서, 악의적 해킹 위험도 방어하기 힘들 뿐 아니라, 기술적 사고로 통제, 접근, 기록 상실 가능성 등, 운용 리스크도 크다. 요즘은 그간 가상화폐 옹호자들이 호언해온 것처럼 머지않아 기존의 '오만한' 중앙은행들이 발행한 법정통화를 대체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가상화폐 투자자들도 그런 내재적 가치보다는 단지 가격 상승 만을 기대하며 몰려드는 ​​것이 아닌가 한다. 흡사 투전판 양상이다.​ 

 

그러나, 이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각국은 가상자산 관련 리스크에 대응할 새로운 규제를 도입하는 등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아직은 턱없이 미흡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IMF 전문가들은 만일, 올바른 규제 룰을 마련할 수만 있다면 가상자산 부문은 효율적인 금융 혁신 공간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런 제반 특성을 감안해 보면, 우리 나라 정책 입안자들이 가장 먼저 명확한 입장을 세워야 할 것은 과연 가상자산 활동이 우리 사회에서 어떤 (법적인) 지위를 가지고, 어떤 (유익한) 역할을 하고 있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일이다.   

 

그런 뒤에, 적절한 대응책을 수립하는 과정에 가장 주의를 기울여야 할 핵심 요소는 다름 아니라 기존 투자자를 포함한 소비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하는 측면과, 이런 특성을 가진 고유한 시장을 통해 어떻게 금융 혁신의 효율을 극대화할 것인가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에 앞서, 우리 금융 당국은, 현재 가상자산 시장에 ‘폭발(?)’ 직전의 위험 징후들이 분출하고 있는 절박한 현실을 냉철하게 헤아려야 할 것이다. 지금, 글로벌 금융 산업은 바야흐로 디지털 대변혁의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진화할 것인가, 아니면 패망할 것인가(evolve or die)’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에 들어선 것이다. 우리 금융 당국은 지금까지 소극적으로 일관해 온 정책 스탠스 및 느슨한 규제 체제를 전면 재검토하고, 글로벌 스탠다드에 걸 맞는 독자적이고 창의적 대응책을 구축하기 위해 ‘획기적’ 노력을 경주할 긴박한 시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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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23년03월03일 11시30분
  • 최종수정 2023년03월04일 14시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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