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주의적 검찰개혁, 실패는 처음부터 잉태되어 있었다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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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검찰은 힘이 세다. 국가권력이 우리 사회 구석구석을 지배하던 일제 강점기와 권위주의 시대의 전통이 남아있는 탓이다.
첫째, 다른 나라에 비해 수사권과 기소권 등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넓다. 다른 나라 같으면 감히 개입할 수 없는 영역까지 개입해서 벌을 주거나 감옥에 보낼 수 있다.
배임죄의 ‘위험성’ 조항은 그 좋은 예이다. 기업경영자의 경우 기업이나 주주에 손실을 끼친 게 아니라 손실을 끼칠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도 잡아들여 조사하고 감옥에 넣을 수가 있다. 어떤 기업이나 기업인도 검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이야기이다.
둘째, 권한 행사에 있어 자의적 영역이 크다. 앞서 말한 ‘위험성’ 문제를 다시 한번 예로 들면, 경영자의 결정이 기업에 손실을 끼칠 위험이 있는지를 누가 판단하나? 검찰 또는 검사가 한다. 무엇을 기준으로? 글쎄다.
셋째, 검찰이 기소하면 95% 이상이 유죄로 판결 난다. 검찰이 기소하지 않으면 무죄, 기소하면 유죄, 검찰이 사실상 유, 무죄 결정의 칼자루를 쥐고 있다는 뜻이다.
이러니 어떡해서든 친한 검사 몇 명 만들어 두겠다는 마음이 안 생기고, 이들에게 영향력 행사 할 수 있는 정치인 등에 ‘보험’ 들고 싶은 마음이 안 생기겠나. 인사권 등으로 검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권력은 또 어떻겠나. 검찰에 이런저런 압박을 가하면서 그 권한과 힘을 권력 유지와 확장의 수단으로 써먹으려 하지 않겠나. 이래저래 공정성은 깨어진다.
이를 어떻게 바로잡을 것인가?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먼저 그 하나는 국가주의적 접근으로, 검찰의 힘과 권한을 포함한 국가의 지배력을 줄이지 않고 어찌해 보려는 시도이다.
문재인정부가 이 입장이다. 검찰에 대한 감시기구(공수처)를 만들고, 검찰 권한 일부를 다른 국가기구로 돌리려 하지(검경 수사권조정), 시장과 시민사회에 대한 국가의 지배력을 줄이려 하지 않는다. 그런 상태에서 검찰과 경찰 등, 국가기구에 대한 장악력을 높여 이 나라를 어떻게 해 보겠다는 생각을 한다.
또 하나의 방법은 자유주의적, 또는 자유민주주의적 접근으로 시장과 시민사회에 대한 검찰의 개입 등, 국가의 지배력 자체를 줄이는 것을 기본으로 한다.
개인적으로 이 방법, 즉 자유주의적 접근이 옳다고 생각한다. 이제 우리 국민은 스스로 책임질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인권, 환경 등 불가피한 영역이 아니면 검찰과 경찰과 같은 국가 권력기구가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기업인이 회사를 위태롭게 할 결정을 하면 투자자는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소비자는 그 기업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다. 기업 스스로 자기책임성을 혁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문재인정부의 국가주의적 방식은 실패하게 되어 있다. 추미애장관의 ‘망나니 짓’이 아니더라도 그렇다. 도도히 흐르는 자유민주주의의 역사를 부정하고, 이미 그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든 국가주의와 전체주의 방식에 함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권력기구 위에 공수처와 같은 또 다른 권력기구를 두어 이를 감사하게 하나. 새로 생기는 그 권력기구는 또 누가 감시하나? 결국 자신들이 장악해 국가권력 전체를 당신들의 것으로 하겠다는 것밖에 더 되겠나.
검경수사권 조정도 그렇다. 틀렸다는 것도, 하지 말라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검찰과 경찰의 권한 영역이 이렇게 넓고, 또 그 자의적 행사의 가능성이 그대로인 상태에서 뭐가 그리 달라지겠는가. 많은 사람이 이제 경찰에도 ‘보험’을 들어야겠다는 생각부터 먼저 하지 않겠나.
지금이라도 자유주의적 접근으로 돌아가라. 시장과 공동체, 그리고 시민사회를 국가의 과도한 지배로부터 벗어나게 하라. 그리하여 국가권력과 권력기구 앞에 당당히 선 국민과 소비자, 그리고 시장주체들이 검찰과 경찰과 같은 권력기구의 잘못을 상시적으로 지켜보고 고치게 하라.
애석하게도 당신들은 더 이상 개혁의 주체가 될 수 없다. 조국사태에서부터 옵티머스 의혹에 이르기까지 개혁의 주체가 되기에는 너무 오염되어 있다. 이것이 자유주의적 접근을 생각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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